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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 꾸에에님의 글을 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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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4일, 조용호의 묘비를 위해 쓴 세번째 글이자, 위키디피아의 조용호 파트를 위해 쓴 글. 위키디피아 편집법을 알려주시고 오타를 지적해주신 하경님에게 감사를. 정말 이 바닥이 스포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까. 지나가버린 그때를 기념하며 이 글을 쓴다.
0. 조용호 - 저그의 거인, 저그의 대지
2008년 1월, 조용호라는 저그유저가 은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했으며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겨우 한 줄 정도로 처리된 기사이기는 했으나, 조용호라는 저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실로 측량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한 줄이라고 할 수 있다. 저그는 유저층 자체가 좁고, 매뉴얼을 만들기 힘든 종족의 특성까지 겹쳐 발전이 상당히 더딘 종족이었다. 테란이나 프로토스가 자신들 종족에 맞는 체계를 열고 그것을 확고히 하는 동안 저그는 뛰어난 몇몇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은 저그는 고수 아니면 하수라는 농담마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진호를 통해서 저그가 감각의 종족이라는 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으며, 그 감각에 눈뜨기 위해 수많은 저그유저들은 속된 말로 끊임없이 맨땅에 헤딩을 계속해야 했다. 감각의 종족, 그것은 자유로움보다는 애매모호함이나 체계없음으로 인식되었으며 그런 저그유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저 위의 닿을 수 없는 구름'이 아니라 그들이 오를 수 있는 어깨를 가진 '땅을 밟고 서있는 거인'이었으며 그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대지'였다.
조용호, 아이디는 Chojja(초짜). 그는 그의 작은 키나 아이디로는 상상하기 힘든 저그의 거인으로, 후대 저그들이 응용할 수 있는 저그의 틀을 상당부분 정립한 저그유저이다. 그 그림자는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어 지금 저그들이 펼치는 수많은 경기 중 그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이다. 글쓴이의 권유로, 굳이 저그유저가 아니더라도 그에 대해 한번쯤 자신만의 평가를 해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 본다. 그가 있어 스타크래프트의 세계는 더욱 풍부해졌다. 글쓴이는 감히 이 글이 단순히 저그의 조용호가 아닌 스타크래프트의 조용호로서 그를 돌아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글쓴이의 역량으로 그 정도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최대한 노력해 볼 것이며 부족한 부분은 글쓴이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채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어질 부분은 각 종족별로 구분한 그의 성과이자 업적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으려 하였으나 실수나 억지도 있을 수 있으니 너그럽게 이해하고 지적해주셨으면 한다.
1. 테란전 - 최종병기, 목동체제
래더 시대의 막바지에 소수 테란이 최강자권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상위권의 대부분은 저그가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봉준구를 대표로 하는 컨트롤지향의 저그가 사라지고 앞마당 확장 이후의 자원력을 기본으로 한 확장지향성이 저그의 강력한 카드로 등장한 데서 비롯했다. 이후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고민은 기본적으로는 단 하나로 귀결되었는데, 어떡해야 저그의 늘어나는 확장을 또는 이로 인한 대규모 병력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수많은 유저들은 이 문제에 다양한 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문제와 해답 사이의 갈등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테란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임요환이 제시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극강의 피지컬을 가진 이재호와 같은 테란유저들에게 사용되는 드랍쉽의 활용으로 이른바 게릴라식 난전유도 + 멀티파괴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이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괜히 언급하는 것이 쓸모 없을 정도인데, 홍진호에 이르러서는 모든 저그가 할 수는 없었으나 분명히 막을 방법을 찾아내고 막아내기 시작했다. 최소한 네이트 스타리그에서 드랍쉽은 여전히 하나의 강한 카드였지만, 그것이 소수 사람들 사이에서만 전해지는 래더의 비전으로서 갖던 필살기의 성격은 사라져버렸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해답이 제시되기 시작하는데, 이른바 김정민류의 계승과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방병력과 순회공연이다. 서지훈에게 퍼펙트테란이라는 이름을 가져다준 이 방식은 앞마당 멀티를 쥐어짜낸 강력한 '한방병력'으로 아군의 병력소모를 극소화하며 대규모 교전에서 승리한 이후, 저그의 병력이 다시 모이기 이전에 멀티를 '순회공연'하며 모두 파괴해버리는 형태였으며 이후 저그와 테란의 경기양상은 진출한 테란의 한방병력이 다 소모되기 전까지 저그의 멀티가 유지되는가 또는 파괴되는가의 문제로 흘러갔다. 도망자 저그의 등장을 의미하여 당시 맵의 밸런스 판단에 있어서 섬멀티가 있는가 없는가로 저그의 유불리를 봤으니 그 여파는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 한방병력의 강력함, 특히 2팩토리의 시즈탱크로 뒷받침되는 화력은 저글링-러커-무탈리스크 중심의 저그유닛들이 가진 장갑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는 데 있다. 당시의 KPGA 테란 트로이카였던 이윤열-서지훈-김현진의 주무기가 한방병력의 순회공연이었으며 이는 2005년에 저그의 종언을 고했다는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다.
결국 저그로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냈어야 했는데, 이 중 하나가 당시 저그신동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조용호의 목동체제이다. 이미 1해처리의 달인이자 레어마스터로서 테란을 상대하는데 한계를 느낀 조용호가 그 눈을 하이브로 돌리게 된 것이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인데, 목동체제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다수 멀티의 자원력을 이용한 대량의 울트라리스크 운용체제이며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무게중심이 레어에서 하이브로 옮겨졌다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팩토리 탱크와 3-3업 마린의 화력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풀업 울트라리스크의 장갑을 활용하는 이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여론을 당시 테란 트로이카 중 한 명이었던 김현진을 4차 KPGA에서 희생양으로 올리며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상용이 가능한 저그의 카드임을 저그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
지금의 목동체제와 달리 초기의 것은 바로 울트라리스크를 모으는 다량의 가스소모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저그가 무엇을 하든 신경쓸 필요 없이 오직 한방병력만 만들면 된다는 테란이 가진 대 저그전 마인드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한방병력이 완성되어서 진출하는 순간에 만나는 것은 한 부대 반의 울트라리스크와 다수 해처리에서 뿜어내는 저글링이었으니, 결국 목동체제의 파해를 위해서는 테란의 마인드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었으며 테란의 대 저그전에서 테란이 타이밍을 찾아낸다는 명제가 드디어 등장하게 되었다.
이윤열이 테란 트로이카에서 명실상부한 1인자로 독주하게 된 것에는 이 타이밍을 찾아내는 감각에 힘입은 바가 컸으며, 결국 한 명의 천재에 의해 목동체제는 그 파괴력에 대비될 정도로 어이없는 짧은 수명만을 유지하고 사라져버린다. 목동체제의 사장 이후 저그의 대 테란전에서는 테란의 타이밍에 맞춰나가는 운영이라는 틀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저그들을 지나 결국 마재윤에 이르러서는 하이브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었고, 목동체제는 디파일러에 이은 테란전의 최종병기로 다시 한 번 등장하며 그 파괴력을 입증했다.
2. 프로토스전 - 극악, 소울류
테란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수많은 저그유저들이 답을 내려 애썼던 것과 달리 프로토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없었는데, 이는 애초에 저그가 프로토스에게 불리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로토스들의 열정이 불타오른 것이 대 저그전이었는데, 컨트롤 위주의 저그가 래더와 함께 완벽하게 사라지고 확장위주의 저그가 자리매김한 이후로 프로토스의 저그에 대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저그의 타이밍을 빼앗버린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프로토스 쪽이 테란에 비해 훨씬 개척적으로 움직였다. 프로토스의 2게이트 하드코어질럿은 앞마당 확장으로 시작되는 저그의 경기양상에 카운터로 작렬함으로써 순식간에 저그 대 프로토스를 5:5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이 필살기 역시 장진남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저그유저들에 의해 봉쇄당한 이후 프로토스 역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는데, 임성춘이라고 하는 전설적 프로토스 유저에 의해 제시되고 정립된 한방러시가 당시의 가장 대표적인 해답이었다.
이 공식은 테란의 한방병력 이후 순회공연과 똑같은 수순으로 진행되었지만, 등장시기는 이쪽이 몇 년은 빨랐다. 템플러나 옵저버 확보 이후 앞마당의 넥서스 워프, 게이트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하이테크 유닛을 동반한 대규모의 한방병력을 만든 이후 진출하는 한방러시는 비수류가 등장한 이후에는 더욱 가다듬어져 가장 확실한 피니셔로 자리잡았다. 물론 테란에 비해 한방러시가 자리잡은 이후에도 저그에 대한 고전은 계속 되었는데, 더블넥서스의 확보, 병력폭발타이밍까지의 방어, 이후 한방병력의 운용, 저그의 카운터 대비와 같은 여러 수순이 테란에 비해 몇 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토스의 한방러시는 강력했으며, 최소한 강민의 수비형이 등장하기 이전의 프로토스가 승리한다면 십중팔구는 한방러시였다. - 이것이 프로토스가 저그를 이기는 경기는 다 명경기가 된다는 임팩트를 주기도 했다.
어느 종족을 상대하든 저그의 입장에서 가장 약한 시기는 바로 레어체제이다. 레어체제의 대규모 병력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나, 하이템플러와 같은 다수병력 전용의 사이오닉스톰이나 리버의 스캐럽 (또는 다수시즈탱크의 스플래시화력) 앞에서는 무력화되어버리는 것으로, 이쪽 역시 같은 해법이 등장하는데 그 개척자는 조용호였다. 그가 제시한 것은 이른바 소울류, 한 번 당하면 프로토스 유저의 혼과 육체과 분리되기 때문에 소울류라는 식의 악명을 떨친 울트라리스크 중심의 하이브 체제이다. 그런데 테란에 비해 프로토스의 한방러시는 확실히 빨랐으며, 마린메딕과 구별되는 질럿의 특성상 한방병력의 확보 없이도 곧잘 진출하여 저그의 하이브와 그를 위한 확장을 저지하고는 했다. 결국 한방러시의 무력화를 위한 울트라리스크의 확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한방병력의 진출이나 활약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소울류 방어선이라고 통칭되는 성큰-스포어-러커 라인과 연탄밭이라고 불리는 다수 러커 저지선이었다.
- 물론 연탄밭은 임정호를 비롯한 여러 저그유저들에 의해 연구되어 온 것이며 조용호 자신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저지선을 하이브와 연결시켰다는 것은 그의 탁월함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굳이 소울류에 포함하는 억지를 부리려고 한다.
저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며, 부담스러운 것은 시간을 벌기 전에 폭발하는 프로토스의 한방러시이다. 한방병력의 강력함은 상대적으로 약한 저그의 장갑에서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효과적 수비를 위해 약한 레어유닛보다는 다수 성큰콜로니의 방어력을 이용하며 공격의 핵인 질럿을 러커-스커지를 통해 막는다. 더 나아가 아예 좁은 진출로를 다수 러커를 이용하여 봉쇄하고 옵저버만을 테러하며 시간을 버는 형식으로 하이브를 확보한다. 이는 어느 쪽이든 전투를 회피하는 형태인데, 탱크와 스캔이 없는 프로토스로서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는 전투를 원하는 프로토스의 한방병력을 묶어버리는 극악의 체제로 지금까지도 저그의 대 프로토스전에서 승리를 위한 하나의 포석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소울류는 대 프로토스전에서 당시 저그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깨버리는데 성공하는데, 저그는 무조건 프로토스보다 자원을 하나 더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일단 고효율의 울트라리스크와 아드레날글렌즈 저글링을 확보된 이후의 전투에서는 프로토스와 같은 자원을 확보하고도 결코 전투에서 밀리지 않고 추가멀티를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이는 프로토스의 3개스 확보에 대한 저그의 공포를 상당부분 해소했다.
소울류는 이후 GO저그들의 레어삼지선다와 결합하여 그 악명을 더욱 떨쳤으며 강민의 수비형으로 파해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프로토스를 대하는 저그의 자세로, 이제는 딱히 소울류라고 칭할 필요가 없는 저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3. 테란전과 프로토스전에서 조용호 - 강철의 벽
돌이켜보고 싶은 것은 테란과 프로토스의 한방병력의 파괴력을 상대하는 저그의 해법으로 등장했던 것이 둘 다 울트라리스크였다는 점이다. 이는 인해전술의 중공군을 모티브로 하여 비록 대규모병력을 운용할 수 있으나 개개 유닛은 약하다는 당시의 저그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버린 것이며, 드디어 저그에게 강철의 벽이 등장한 것으로 실로 획기적인 전환이었다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목동체제나 소울류 이후에도 저그의 주력은 레어유닛이었으며 당대최강의 저그는 레어마스터였다. 마재윤에 이르러서야 레어마스터가 모두 당대최강은 될 수 없으며 그 끝을 결정짓는 것은 하이브마스터가 될 수 있으나 없느냐의 차이로 드러났다. 그러나 오로지 레어유닛의 효율성과 그 운용에 파고들었던 당시에 하이브 유닛의 강력함을 미리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나아가 저그의 교과서로 상용화시킨 저그유저가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모든 저그유저는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는 데 아무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가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고 하면 그가 저그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떤 대접을 받아야할지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4. 저그전 - 중기 저저전의 집대성
1) 원류, 건맨무탈
무탈리스크의 활용성이 입증된 이후부터는 저저전은 무탈리스크 일변도로 빠졌으며, 그나마 이에 대응하는 몇가지 카운터가 존재하기는 하였으나 기본적으로 선수의 개성이 드러나기 힘든 전형적인 양산형 종족전이 되었다. 저저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빌드에서 지지 않는 것이며, 그 다음에는 상대방보다 좋은 유닛컨트롤과 부대운용을 하는 것이었다.
이 중 컨트롤의 측면에서 중기 저저전이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 무탈리스크 컨트롤에 가히 혁명의 시초라고 평가할 수 있는 파문이 일어났는데 바로 건맨무탈이라 이름 붙은 무탈리스크 부대의 원샷원킬이었다. 후대에 서경종식 무탈 뭉치기와 결합하여 소위 무짤이라는 형태로 거듭난 무탈리스크 부대의 원샷원킬은 당대에 저그왕국이라고 불렸던 SOUL에서 본격적으로 정립이 되었으며, 이 팀의 중심에 있었던 조용호는 수준급의 건맨무탈을 보여주며 저저전의 강자로 떠올랐다. 예전부터 스커지에 대항하기 위한 무탈리스크 뭉치기는 존재하였으나 이것에 기동성까지 부여한 건맨무탈은, 지금으로 봐서는 조악한 수준이기는 하나 당시로서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후 건맨무탈은 프로토스전에서 하이템플러의 요격에 활용되고(조용호의 경우는 아칸을 농락하기까지 하며) 또 박성준에 의해 가다듬어진 이후에는 테란전에서도 적극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이 계보의 마지막인 무짤까지 와서는,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삼신기(felix 인용) '3해처리-무짤- 하이브' 중 하나의 신기로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2) 구시대의 유물, 1해처리레어
컨트롤이 같다면 저저전은 빌드싸움이라는 것이 대세였으나 저저전이 발전하면서부터는 이들 공식들도 상당부분 무너지기 시작했다. 홍진호에게서 시작을 발견할 수 있는 이 반전은 최소한 2005년 후반부의 마재윤에 와서는 빌드에서 지더라도 라바관리를 이용한 최적화를 통해 좁혀버리거나 뒤집어버린다는 운영이 상당부분 유효할 수 있음이 증명되며 발견되었고, 이는 조금씩이지만 본격적인 현대적 저저전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했다.
이 시대의 개막자로 등장한 마재윤은 구시대의 저그들을 밀어 붙였고 더 이상은 빌드가 저저전의 결정적 요소가 아님을 보였는데, 조용호로 인해 마재윤의 저저전 혁명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마재윤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비상한 CYON MSL에서 그는 조용호와 두번의 5전제를 가졌으나 두 번 모두 패배했다. 중기 저저전의 계승자이자 집대성이었던 조용호는 봉준구 이후 사장되다시피한 1해처리레어 빌드를 거의 5년만에 다시 꺼내들었고, 이에 마재윤은 두 번 모두 격파당하며 저저전에서 빌드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가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이후 마재윤은 1해처리레어까지도 극복했는데, 조용호 없이 바로 마재윤의 시대로 넘어갔다면 현대 저저전은 하나를 빼고 가야 했을 것이며, 언제든 중기 저저전으로 되돌아갈 여지를 남겼을 것이다.
최첨단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것의 계승을 위해서도 극복을 위해서도 그 눈을 과거로 돌려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 무짤의 원류가 된 건맨무탈은 조용호가 속한 SOUL의 유산이었으며, 조용호와 마재윤의 대립은 저저전의 발전에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의미했으나 동시에 1해처리레어의 극복을 위해 마재윤은 다시 한 번 잊혀진 오래 전의 유산에 주목해야 했다. 무짤의 정립과 1해처리레어의 극복은 발전이 결코 과거와 단절되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당연한 격언을 새삼 확인하게 해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특히 저저전에 있어서 조용호는 저그의 모든 유산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저그의 새로운 계승자가 되려는 마재윤과 호각을 이룰 수 있었으며, 조용호를 거친 이후에야 마재윤은 진정한 새시대의 저그로 거듭날 수 있었다.
5. 평가, 조용호
스타크래프트가 그 생명을 지금까지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흔드는 새로운 체제의 등장과 그 극복이라는 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지금 본좌라고 불리는 선수들을 평가할 때 그 기준이 단순히 우승횟수나 전성기 당시의 승률이 아닌 패러다임의 대전환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용호는 저 본좌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종족들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넘어야 하는 산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이미 언급한 바, 목동체제의 극복을 위해서 테란은 무조건적인 한방병력 구성을 위한 최적화를 포기하고, 자신의 최적화에 타이밍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했다. 세 종족 중 가장 복잡하면서도 가장 세련된 형태라는 테란의 빌드는 목동체제로 시작되는 테란에 대한 위협을 무마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현대적인 프로토스의 대 저그전 운영방식이라 할 수 있는 강민의 수비형과 이후 김택용의 비수류는 프로토스압살운영체제로 그 악명을 높혔던 소울류의 무력화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체제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소울류가 무너진 이후에도 저그에 대한 프로토스의 우위가 실현되지 않고 다만 5:5의 대등한 싸움으로 복귀했을 뿐이라는 것으로, 이걸 보면 소울류가 일으킨 여파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저전에 있어서도 건맨무탈은 저저전을 뛰어넘은 무탈리스크 활용의 맹아였으며, 중기저저전의 집대성이자 1해처리레어의 재발견자로서 그를 뛰어넘고서야 비로소 현대적인 저저전의 시대가 열렸다. 그는 한 시대에 궤적을 남긴 기린아이자, 후대 저그들에게 큰 귀감이 된 저그의 거인이자 대지로서 기억될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것은 모두 누구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이며, 무슨 고민을 통해서 그것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을 때, 지금의 묵은 것들은 다시 한 번 환골탈태의 여지를 갖게 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수명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이어지는 한 저그는 물론 다른 종족들은 어떤 문제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그의 극복을 위해 애쓰게 될 것임은 틀림없다. 새로운 무엇을 위해, 그들은 잊혀진 것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해내야 할 것이며 그때서야 지혜의 눈이 떠질 것이라 확신한다.
시대는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다. 수많은 선수들이 순식간에 등장했다 사라지며 많은 것들이 케케묵은 것으로 없어질 것을 강요당한다. 앞으로 이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다. 그 흐름에 저항하며 살아남으려할 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임요환? 팬클럽의 회원수와 인기? 그것도 아니라면 연예인급의 외모?
스타크래프트가 어린아이들 오락질에 불과하다는 조롱이 불쾌하며 스포츠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호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물론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이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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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야 하는데 차일 피일 미루다보니 못올린 글이군요.
시간이 흐름속에서도 마멸되어도 타자의 기억속에 남아있다면 그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조용호 선수는 물러났지만 우리가 그를 추억하고 역사에 남김으로서 스타리그가 존재하는 한 그는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아래글은 위키피디아용으로 정리한 조용호 선수에 대한 요약입니다.
목동 저그
2002년 당시 저그 선수들은 테란전에서 히드라와 러커를 주력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테란 선수들은 다수 탱크 중심으로하는 '2팩토리'라는 전략으로 응수했다. 다수의 탱크에서 쏘는 전차포의 화력은 방어력이 약한 저그 종족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 화망을 뚫지 못하며 저그 진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때 조용호는 높은 하이브 테크트리에서 생산되는 울트라리스크와 저글링 중심의 '목동저그'라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였다. 높은 방어력을 지닌 울트라리스크와 강력한 공격력과 저렴한 생산가격을 장점으로 하는 저글링의 조합은 저그의 새로운 혁신이었다. 테란족의 강력한 화력을 울트라리스크의 방어력으로 막아내는 동안 저글링은 높은 공격력을 퍼 부을 수 있었고 이러한 새로운 조합으로 테란 진영의 강고한 화력을 돌파할 수 있었다. 조용호는 이러한 '목동저그'로서 저그의 전략적 범위를 해처리-레어에서 해처리-레어-하이브로 확장시켰며 이러한 전략의 확장은 후대 선수들의 전략트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울트라 리스크와 저글링을 주력 병기로 사용하는 '목동 저그' 전략은 2006년 후반 디파일러의 사용이 범용화 되기 전까지 약 5년간 대 테란전의 최종 병기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또한 대 프로토스전에서도 이러한 '목동 저그'스타일을 계승 발전시킨다. 조용호가 완성시켜 소속팀의 이름을 딴 '소울류 저그' 역시 이러한 해처리-레어 중심의 고전적인 저그의 전략적 흐름을 해처리 - 레어 - 하이브로까지 확장시킨 새로운 전략 트랜드 였다. 고전적인 저그와 프로토스간의 대결에서도 저그의 주력은 히드라와 러커였다. 하지만 히드라-러커 전략은 프로토스의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이나 리버의 스캐럽과 같은 대량 살상 병기들에게 약점을 가진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용호는 하이브에서 생산가능한 울트라리스크와 아드레날린 글렌지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저글링 중심의 전략을 창안했다. 울트라리스크와 같은 병력들은 많은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자원 생산지역의 확장이 필수적이었다. 조용호는 자원을 확보하고 방어해 내기위해서 프로토스가 공략하기 어려운 성큰 콜로니와 러커중심의 방어선을 고안했고 이후 이렇게 확보된 자원은 다수의 높은 테크트리 유닛을 생산하는 원천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대 프로토스전의 패러다임은 지금도 다수의 저그 선수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여전히 대 프로토스전에서의 주요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조용호는 테란의 이윤열, 프로토스의 박정석과 함께 빠른 손놀림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는 2세대 프로게이머의 핵심 선수로 등장했다. '목동 저그' 전략으로 2002년 전성기때는 특히 대 프로토스전에 강력함을 보였다. '프로토스에게 일년에 두번진다'라는 표현은 당시 조용호의 강력함을 잘 드러낸다. 대 테란전에서 역시 당시 강자였던 김현진을 꺾고 테란의 황제 임요환을 상대로 5전제에서 저그로서는 최소로 승리하는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당대 최강의 테란 이윤열을 상대로 겜비시(MBC GAME의 전신) KPGA4차 투어 결승, 온게임넷 파나소닉배 결승, 3차 ghem TV 스타리그 4강에서 세번 모두 패배하면서 그 전성기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