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모스의 '꾸에에'님이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원문 출처는 이곳입니다.
http://sininus.egloos.com/4279955
현재 8편까지 연재되어 있습니다. 다음편이 궁금하신 분은 직접 사이트에 찾아가셔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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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심리학과 사회학을 다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갖는 방법론의 차이이다. 수많은 현상을 개인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설명하려하는 시도와 사회라는 실재 안의 개체로서 파악하려는 노력은 서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다. 서로 타협할 수 없는 것이기에 서로의 고유한 영역이 확보되는 것이며 결국 학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적인 방법론이다.
굳이 학문과 같은 머리 아픈 것을 끌고와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독자적인 방법론이라는 것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일종의 색안경이다. 똑같은 사과를 봐도 누군가는 그것을 회화의 대상으로, 누군가는 만유인력의 증거로 볼 것이다. 사과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정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것을 파악하고 해석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한낱 오락질에 불과한 스타크래프트에도 그것을 파악하는 무수한 렌즈가 있어 왔다. 이번에 써볼 글은 그중에서 저그에 관한 것으로, 굳이 Zergology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저그라는 종족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렌즈를 찾아보려 하는 욕심에서이다.
그것은 분명히 테란이나 프로토스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저그의 매커니즘 자체에 대한 고찰이 되어야 할 것이나, 글쓴이는 그 부분에서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주 일반적이면서도 기초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바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역사적 접근방법이 그것이다. 이는 애초에 독자적 관점을 결여하는 것이기에 불순물을 걸러낼 장치가 없으며, 그래서 학문에서도 그것의 태동기에나 사용되는 원시적인 방법론이기에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자칫해서는 '그때는 그랬지'라는 식의 무의미한 잡담에 그칠 위험과 유혹이 많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풍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며, 글을 쉽게 쓰는 재주가 없는 글쓴이로서는 그나마 이해가 용이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글을 읽는 이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기에 굳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써보려고 한다.
0.1.
한 세계의 성장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그것은 구성원들의 질적수준향상에 대한 것일 수도 있으며, 양적팽창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전문화를 통한 분과를 의미하기도 하며, 경제정치적 권력의 증대를 설명하는 말일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세계의 성장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잇는 것들은 프로게이머를 포함하는 유저들의 게임실력향상, 더욱 넓어진 시청자풀과 프로게이머풀은 물론 여기에서 이권을 취하려는 기업의 증가가 있고, 전문해설자와 맵제작자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세계는 단순히 생각하기에 방금 지적한 것들을 포함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차 같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거대한 나무를 보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줄기들이 서로 뒤엉켜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이름은 다만 이들 줄기들을 하나로 묶어놓은 이름일뿐이다. 굳이 글을 쓰기 전에 이런 재미없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차와 줄기묶음을 구분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했으나 시간의 흐름으로 글을 풀어낼 것이기에 애초에 불순물을 걸러낼 장치가 전혀 없다. 그렇기에 무엇이 저그와 관련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없으면서 그 답 없이는 할 수 없는 내용분류를 해야 한다. 당연히 글을 읽는 이들이 생각하기에 전혀 관계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등장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러 지적에 글쓴이가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글쓴이는 완전하지 않으므로 오류를 저지를 수 있으며 글을 읽는 이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니, 미리 확고한 원칙을 세워놓으면 서로가 합의점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까 하여 무리해서 하나의 세계는 수많은 영역들로 이루어지는 점을 지적해봤다.
앞으로 써나갈 내용들을 짐작해보면 역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글쓴이로서는 글을 읽기 전에 이미 당연한 것으로 합의를 이루고 있다고 느낀 부분이었기에 지금까지 생략했던 것이기도 하고, 글을 읽는 이들도 낯설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글을 읽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면, 앞으로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친숙한 내용들이 등장할 것이니 더욱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1.0.
조금 의아할지도 모르지만, 스타크래프트 발매 직후의 저그라는 종족에 대한 평가를 보면 지금과는 상반된 것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멀티기지를 가져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평가를 받은 멀티기지 건설이 가장 쉬운 종족은 테란이었다. 멀티기지를 안전하게 짓기 위해 미리 방어기지를 건설하는 추세 때문이었는데, 바로 벙커를 지을 수 있는 테란이나 이보다 조금 느리지만 파일런 소환 이후 포톤캐논을 지을 수 있는 프로토스와 달리 저그는 클립 없는 곳에서는 해처리 이외에 아무것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저그는 병력만으로 멀티기지를 수비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는데, 유닛의 체력 자체도 낮다보니 어택땅식의 컨트롤 아래에서는 병력도 쉽게 죽어버려서 도대체 왜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종족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나마 이런 암울한 저그를 구원해준 것이 있으니 7드론부터 시작하는 스포닝풀 건설이었다. 해처리의 라바 3기를 동시에 저글링으로 변태시키는 초반저글링러시는 건물아케이드는 고사하고 일꾼뭉치기, 일꾼블럭 등의 기술이 없던-일꾼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당시에는 거의 막을 수 없는 것이었으며 초기의 칼리나 배틀넷에서도 초반저글링러시는 노매너라 하여 암묵적으로 금지되었다. 초반저글링러시 때문에 블리자드에서 무승부 시간을 변경했을 정도이니 그 여파는 대단했다.
저그의 정체성은 극단적인 공격성이었으며, 이 공격성으로 인해 저그는 멀티기지를 가져가기 어렵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어쨌든 테란은 벙커를 지어야 했으며 프로토스는 포톤캐논을 소환했기 때문에 저그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이 시간 동안 병력을 모을 수 있었다. 시간을 벌었으면 멀티기지를 가져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이때는 정말 초기였으며 개개의 약한 유닛을 다수 모아 소수정예를 포위섬멸한다는 공식이 확실하게 작용하던 시기였다. 저그의 강자는 당연히 유닛컨트롤의 강자였으며, 초반저글링러시라는 강력한 압박책으로 인해 테란이나 프로토스와 같은 자원을 가져가고도 싸울 수 있었다.
1.1
초기에 활약했던 수많은 저그게이머들 중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면 변성철이나 봉준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의 경기는 초반저글링으로 압박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수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며, 이후 더 많은 병력을 모아 끝낸다는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변성철이라는 사람의 이미지인 미네랄 숫자보다 적은 드론을 들어가며 공격형 저그의 원조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아쉬운 일이나 그 기준대로 하면 이때의 저그는 모두 공격형이었다. 같은 이치로 테란이나 프로토스도 모두 공격형이었다. 일꾼을 쉬지말라는 지금에 와서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적정일꾼 숫자는 미네랄 숫자의 1.5배라는 당시의 공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서 굳이 변성철이나 봉준구를 공격형으로 분류하는 입장에는 회의적이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진일보하여 세부적으로 분화가 이뤄졌던 시기도 아니며, 저 둘은 모두가 하는 걸 더 잘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점이 뛰어났느냐 하면 바로 유닛컨트롤이었다.
변성철의 저글링 컨트롤은 꽤 유명했는데, 그는 지금에 와서는 저글링운용의 필수항목인 저글링 바꾸기(교전 도중 부상입은 저글링을 뒤로 빼내고 새저글링으로 갈아주는 컨트롤)의 원조로 여겨지고 있다. 봉준구는 무탈리스크를 나눠 아콘을 격파하거나 스커지를 요격하는 등의 묘기를 보여주며 무탈리스크 보이라고도 불렸는데, 무탈리스크의 활용에 있어서 워낙 독보적이었기에 전성기를 넘긴 시점에 가서도 무탈 일변도로 빠진 저저전에서만큼은 최강자로 남았다.
최근 양산형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게임양상의 획일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초기의 저그는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타일리쉬한 운영이 나오기보다 필승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양산형의 시대에 놓여 있었다. 여러 특이한 운영이 나오기는 했으나 저 필승공식 앞에서는 모두 무너졌다. 초기 양산형 저그에서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닛 컨트롤이었으며 여기서 극강이었던 변성철이나 봉준구는 이 공식을 따르는 수많은 이들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었다. 굳이 공격형이라는 말로 그들을 분류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강점이 유닛컨트롤이므로 공격에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공격형이라는 분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는데, 최소한 이 분류가 가능하게 된 시기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방식이 나와서 비교가 가능하게 된 이후이다. 이전의 저그와 완전히 다른 저그가 등장하는데 드디어 성공했다는 것이며, 그 파문은 칼리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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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저그 초기의 역사에 대한 고찰로 부터 시작합니다.
이부분을 이야기 해 놓을때는 역시 홍진호 선수를 빼 놓을 수 없는데요.
아직은 서론이라 나오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어둠속에 뭍혔던 홍진호 선수에 대한 재조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흔히들 스타'리그'의 저그 선수로는 홍진호 선수를를 가장 중요한 인물로 칩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의 저그라는 종족의 발전을 이야기 할때는 아무래도 홍진호 선수보다는 조용호 선수가 먼저 나오게 마련인데요.
이 글은 그 천재성과 재능에 가려져 있던 홍진호가 저그의 전략 발전에서 끼친 영향력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초창기 저그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왜 3해처리가 나왔는지, 왜 신 사우론이 다시 유행하는지, 왜 뮤짤이 나오는지
이런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하는 사람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저그의 근원으로 돌아가서 그 발전상을 다시한번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올드 저그팬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