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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09 14:01:43
Name Judas Pain
Subject 심리전
전 스타에서 심리전이 가장 흥미롭고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주지만 의도와 결과가 다를 수 있어 확실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vs주관) 심리의 문제이므로 그럴 의도였나 아니냐는 시전한 당사자의 증언으로만 증명할 수 있고 시전받은 상대방은 그 의도를 모르거나 알고도 씹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당사자들의 증언조차도 심리전일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스타 외의 인간활동에서 그러하듯 심리전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맥락 이해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컨데 sensible의 문제입니다. 빌드에 속하며 아주 뻔하고 반복되어온 심리전은 증명이 쉽습니다.(ex-코어 공업 페이크) 그러나 그 외엔 보통 안개속입니다.




김연우님이 심리전과 그 번역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면
https://pgr21.net/zboard4/zboard.php?id=free2&page=2&sn1=&divpage=6&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8135

김연우님은 군사학에서 '명백한 군사적 적대 행위 없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주어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전쟁'로 정의하는 심리전을 예로 들며, 일반용례와 달리 심리전=감정의 영역에 대한 공격·두뇌게임=이성의 영역에 대한 공격으로 양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이 두가지가 공격만의 문제는 아니고 생각처럼 딱 갈라지는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두개로 나누는게 개념상 편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심리란 감정만이 아닌 인간의 정신활동 전반의 이치에 대한 단어고 군사 용어에서의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은 대개 특정 형태인 선전전(propaganda war)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어의 본의를 따진다면 한국군사학에서 심리전이 아니라 선전전으로 번역하는게 나았을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군사행동으로 적군의 판단을 혼란에 빠뜨리는 교활한 심리전의 효용성을 의문시 했지만 손무의 손자병법은 '용병은 속이는 것'이라고 하며 주도권(先手)을 잡는 교활한 심리전을 끝없이 강조합니다. 그리고 현대 군사학도 손자의 영향을 받아 심리전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또 김연우님은 심리전을 선전전으로 보아 "즉 상대의 사기를 떨어트리거나 내부 결속력을 떨어뜨리는, 그런 것입니다. 상대의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짓는 일이라던가, 스카우트를 뽑는 일, 상대의 본진에 해처리를 짓는 일, 핵을 쏘는 일 등등 상대를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하는 것" 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심리적인 압박은 결국 누군가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게 목적이란 점에서 너무 한정적인 정의라 생각합니다. 스타안에서 심리적인 동요는 다음에 붙을 때 심하게 흔들리는걸 노리거나 제3자에게 인상을 심어주려는 강간성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1.논리의 영역에 대한 게임은 기만전

2.감정의 영역에 대한 게임은 신경전



기만전과 신경전을 나누는 기준은 정보 기만의 유무입니다. 기만전은 상대에게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넘겨주어 오판하게 만드는 것이고 신경전은 가능성을 제시해서 상대 스스로 흔들리게 만드는 겁니다.


신경전이 감정의 문제인 것은 본디 감정 판단이란 명명백백한 논리적 추론이 아닌 불확정인 현상에 대해 개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실은 늘 불확정이죠. 특히나 싸움에선 대적하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무엇을 할지 100% 확신할 순 없습니다. 우리는 시작빌드 선택을 확률의 영역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빌드가 진정 상대에게 제대로 맞물릴지는 불확실합니다. 결국 준거와 경험이 부족하다면 빌드의 결단은 이게 '좋을 것'이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감정의 판단은 부정확하지만 빠르고 습관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살면서 의외로 많은 행위를 '좋겠다or나쁘겠다'란 감정판단에 의존합니다.

"설마 벙커링을 세번이나 하겠어?"엔 어떤 논리적이고 확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판단의 근거는 '그가 두번이나 썼으니 벙커링은 배제하는게 좋을것 같아' 정도입니다. 만약 벙커링 시전자가 상대가 빌드 가짓수를 균형있게 고르는 습관을 알고(시전자도 그러리라) 유도했다면 2연속의 벙커링은 감정적으로 흔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12_드론 앞마당을 했는데 세번째도 벙커링이 들어오는걸 본다면 감정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손발이 어지럽게 됩니다.  

만약 벙커링에 심하게 당한 상대가 이후 무조건 벙커링을 염두에 두고 빌드를 택하거나 벙커링을 막을 생각에만 빠져 수세적인 게임을 한다면 이는 냉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감정에 쓸려 빠져 판단이 흐려진 것입니다.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또다시 관광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감정적 상상에 두려워하고 되갚아야 한다는 복수의 감정적 상상에 분노 합니다. 둘다 '나쁘다'에 근거하지만 어느 쪽이든 사실은 그저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스타에서 신경전이 가장 치열한건 양 병력간의 교전에서 눈치보기입니다. 09년 스타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건 TvsZ에서 뮤탈vs마린메딕의 신경전입니다. 뮤탈이 갈듯말듯 하고 세너번 춤을 추면 마린부대는 스팀팩을 먹고 달릴 준비를 합니다. 이때 뮤탈은 뒤로 빠졌다가 다시 스팀팩 먹고 건물사이를 빠져나가 달려온 마린부대 끝머리를 짤라 먹습니다. 또는 빙글빙글 춤을 추며 건물만 치면서 스팀의 연속 사용과 메딕의 마나 소진을 기다려 홀드컨 스플레쉬로 한번에 잡아먹기도 합니다. 반대로 뮤탈의 '와리가리' 패턴을 확신하고 마린이 뮤탈을 녹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아케이드 대전 액션스럽죠. 다지선다 가능성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을 연속으로 내려야하기 때문입니다.


빌드로 볼때 기만전은 PvsT에서 코어 공업 페이크 후 패스트 다크고 신경전은 TvsT의 체제변환 싸움이나 TvsZ의 선가스 퍼즐빌드입니다.

그러나 A 게이머가 시전한 공업 페이크 후 패스트 다크에 B게이머가 한번 당한 경험이 있고 A와 B가 다시 붙을 때 A의 코어가 돌아간다면 B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이때 B가 망설이다가 팩-엔베 터렛을 먼저 올리고 A는 평범한 사업-확장 진행을 탄다면 이건 기만전일까요 신경전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싸움은 바둑이나 장기같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턴과 턴으로 주고받는 상황에서 가장 분명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은 매우 관념적인 게임입니다. 결국 수싸움은 몇 수 앞을 더 읽을 수 있냐는 추리의 문제입니다. 다만 스타는 정보가 반드시 공개되지 않고 실시간이기 때문에 스타의 추리-수싸움엔 기만전과 신경전의 요소가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아우를때, 스타에서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이 아닌 모든 종류의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판단/행위는 분리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조건도 결국 정신적인 판단/행위와 서로 의존하지요. 그렇다면 이를 심리의 싸움, '심리전'이란 포괄 용어로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김연우님께서 스타에서 쓰이는 심리전을 외국에 번역하거나 다른 곳에 소개할 때 혼동의 여지가 있음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본문의 이유로 외려 소박한 직역인 mind game이 가장 융통성이 있는 번역이고 심리전으로 통일해서 이야기하는게 오히려 혼동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론에서 어떤 심리전이냐를 표현할 땐 용어를 분화해서 고를 필요가 있겠지요.


논리의 영역에 대한 공격은 trick으로 번역하고 책략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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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9 14:21
수정 아이콘
김연우씨에게 쪽지로 쓰셔도 될듯하네요.
권보아
09/07/09 14:23
수정 아이콘
피지알의 필력괴물중 하나인 Judas Pain님이군요 -_-

역시 저 끝을 알수없는 필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그리고 쪽지로 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글이군요..

일단 추천 부터 찍고..
진실된 소리
09/07/09 14:2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혼동의' -> '혼동이' 수정부탁드립니다.
권보아
09/07/09 14:26
수정 아이콘
혼동의 오히려 적다고 -> 오히려 혼동이 적다고 가 좋겠군요
Judas Pain
09/07/09 14:26
수정 아이콘
수정하겠습니다.

쪽지로 보내도 될 정도의 글이라는 분이 많으시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게시판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요.
MoreThanAir
09/07/09 14:37
수정 아이콘
김연우님의 글에 대한 답형식이지만 다른 분들이 충분히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대화내용입니다.

게시판 낭비라기에는 고작 몇 바이트인데요.

물론 Judas Pain님 글의 가치는 훨씬 더 큽니다...흐흐
김연우
09/07/09 14: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글이라 제가 갈무리해 뒀으니 지우셔도 될거 같

...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이 읽어도 좋을듯 하니 남기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한걸음
09/07/09 14:39
수정 아이콘
저도 MoreThanAir 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저런 말을 하려고 댓글을 쓰려다 글이 마음에 안들어서 썼다 지웠다 하고 있었는데..

역시 글쓰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단 한마디의 생각조차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블랙독
09/07/09 14:40
수정 아이콘
지우긴요. 좋은 글은 나눠 봐야 합니다
Ms. Anscombe
09/07/09 14:45
수정 아이콘
댓글로 적기엔 이미 페이지도 넘어갔고, 댓글 수도 적어 따로 글을 남기신 것 같습니다.

삭제하실 이유 전혀 없습니다, 몇 차례 정독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소녀시대김태
09/07/09 14:45
수정 아이콘
좋은글은 함께봅시다 ~
박진호
09/07/09 14:59
수정 아이콘
23번째 줄에 간강성 행위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사전에도 없는 단어던데.
09/07/09 15:00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불구경과 쌈구경이라죠.
설전도 따지고 보면 말싸움이니, 저희들이 쌈구경할 즐거움 정도는 남겨주세요. ^^;
개념은?
09/07/09 15:07
수정 아이콘
타블로가 이런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프리스타일 랩배틀이라는게 어렵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사실 예전에 선비들이 서로 시조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눴던것과 비슷한거라고 말이죠.
시조에는 절구라는 틀안에 기승전결이 있고 또한 그 안에서 운율이 느껴지듯이, 랩에도 라임이 있고, 메세지가 있다는것이죠.
중고등학교때는 그저 나의 국어시간을 괴롭게했던 시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이방원과 정몽주가 주고 받은 시조는 정말 소름이 돋을정도의 대화 내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또한 랩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써 그저 랩퍼 둘이 나와서 서로서로 랩배틀을 한다는게 한때는 그저 시끄러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타블로의 이야기를 듣고 난후 단순히 말장난이 아닌 과거 우리 조상님들이 그랬던것처럼 서로의 의견을 리듬에 실으며 피력한다고 생각하니 새롭게 들리더라구요.

자 참 두서없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전 이런거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에 대해 응수하고 ...
비록 이것이 랩도 아니고, 시조도 아니라 그저 짧은 산문에 그친다 할지라도 그와 관계없이 그 안에 내용은 정말 꽉 찼으니까요.

그저 눈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Ms. Anscombe
09/07/09 15:08
수정 아이콘
박진호님// 제가 추측컨대, 개인적으로 그리 선호하지 않는 표현의 오타인 듯 싶습니다.
가만히 손을 잡
09/07/09 15:31
수정 아이콘
호오...연우님이나 Pain님이나 글쓰시는 건 괴수급...부럽군요.
이거슨 피지알 괴수대격돌.
Judas Pain
09/07/09 15:35
수정 아이콘
스타판에서 관광이 강간을 순화해서 쓴 단어라서 사용해 본 것인데 오타가 났군요;;

수정해 놓겠습니다.
스타카토
09/07/09 15:42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글은 나누어야 제맛이죠~~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네요~~^^
SummerSnow
09/07/09 15:42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쪽지로 보내라는 리플이라뇨..
아이디만 봐도 클릭하게 되는 분입니다. +_+
홍승식
09/07/09 16: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쪽지로 보내라는 리플이라뇨.. (2)
이 글에 대한 김연우님의 답을 기다리게 됩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논쟁에 버금가는 글들을 볼지도 모릅니다. ^^
RunDavid
09/07/09 17:28
수정 아이콘
이거슨 피지알 괴수대격돌. (2)
완전연소
09/07/09 18:56
수정 아이콘
이거슨 피지알 괴수대격돌. (3)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09/07/09 19:18
수정 아이콘
이런거 두분만 쪽지로본다면 미워할거임;;;;
아우 정말 이런글 잼있어요 연우님글과 페인님글은 잼있어서 읽을맛이납니다 흐흐
아레스
09/07/09 20:08
수정 아이콘
이런글은 쪽지로 보내면 안되죠..
다들 궁금해하는 부분이니, 김연우님의 정면승부를 기대합니다..
Judas Pain
09/07/09 21:04
수정 아이콘
아니 승부는 무슨 승부입니까;; 스타에 관해선 연우님껜 쭉 배워온 입장입니다.

제목 자체가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수정해 놓겠습니다.
하얀조약돌
09/07/09 21:46
수정 아이콘
이거슨 피지알 괴수대격돌.(4)
이런 글들 너무 흥미롭습니다. 자 이젠 김연우님 차례? 흐흐
체념토스
09/07/09 23:11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주먹이뜨거워
09/07/09 23:27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쪽지로 보내라는 리플이라뇨.. (3)
이런 글을 쪽지로 보내면 진짜... 피지알에 와서 글을 읽는 기쁨 자체가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이 두 분이 올리시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말이죠. 자주 좀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당.
09/07/10 10:06
수정 아이콘
이거슨 피지알 괴수대격돌.(5)
조..좋은 대결이다!
이런 글을 쪽지로 보내라는 리플이라뇨.. (4)
두분 모두 화이팅-입니다!
김연우
09/07/13 01:13
수정 아이콘
이미 심리전이란 말이 '물리적인 전투 외의 모든 것'을 통칭하는 것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언어의 특성상 범용적으로 인정받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와 상관없이 긍정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고 있기에, 과거 썼던 심리전에 대한 글은 부언할 생각도 없었고 부언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문화의 문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특히 영어권 사람들이 mind game이란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단순한 물음이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 아니다, 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기에 중언부언할 것이 없기 때문이죠.

때문에 아마존 등에서 mind game이란 이름을 가진 책들을 검색 후 그 내용이 어떤지를 파악한다거나, 교환학생으로 알게된 중국인 형에게 중국에서 심리전이란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물어본 후 스스로 정리하고 말려고 했습니다. 일단 제가 파악한 바로는 mind game이란 이름을 가진 책들이 저신을 다루는 약물에 관한 소설,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책 들이었고, 특히 mind game이란 이름의 게임( http://en.wikipedia.org/wiki/The_Game_%28mind_game%29)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패배'하는 신기한 게임이 있다는걸 생각했을때, mind란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심리보다 이성적인 면이 훨씬 제거되었다고 자체 파악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중국인 형에게 심리전에 대해 물어본 것은 손자병법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는데, 평소 그런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단지 중국 또한 한국과 같이 심리전을 정의한다는 점만 알게 되었습니다.(선전 등의 관점,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제가 제대로 아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생활하는 문화권 자체가 이미 두뇌 싸움을 심리전이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문화권의 이야기나 고대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갈때 이 문화권에 맞는 형태로 해석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해결하기 정말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이정도로 접으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심리전이란 단어에 표한 의문에 관한 관점입니다. 즉 각 문화권에서 어떻게 쓰이느냐, 에 중점을 둔 것이죠. 하지만 Pain님의 답은 관점이 다릅니다. Pain님은 제가 하고자 했던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심리전이란 이름의 포괄적 사용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죠.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설왕설래할 여지가 있습니다.

대표적 예시가 3연벙입니다. '설마 벙커링을 세번이나 하겠어?'라는 판단에 논리적 확정적 근거가 없기에 논리적 판단이 아니며, 상대의 습관을 알고 3연속 벙커링을 12드론 앞마당을 한 상대를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한다는 점을 생각할때 이는 감정의 영역에 대한 공격인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이 하나의 예시가 사실상 pain님 글을 포괄적으로 대표합니다.



첫번째 하고 싶은 말은 '설마 벙커링을 세번이나 하겠어?'는 분명 논리적인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단지 그 판단이 경험적 근거에 의해 즉시 내려졌을뿐.

같은 선택을 여러번하면, 상대에게 자신의 패턴이 읽히게됩니다. 그래서 같은 선택을 여러번 하는 일은 당연히 꺼리죠. 이러한 판단은 보통 생각하는 판단이며, 따라서 '같은 선택을 여러번 하지 않을것이다'라는 다음 판단을 내리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러한 고민은 과거부터 수천 수만 수억 게임을 하며 경험적으로 완전히 굳어졌기 때문에 사고 과정 없이 즉시내려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과정이 없다고 해서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판단을 기초하는 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게이머들은 럴커를 보면 논리적 사고 없이 즉시 로보틱스 퍼실러티를 건설합니다. 사고과정이 없지만 분명 논리적인 행동이지요. 단지 경험에 의해 사고 과정이 생략되었을 뿐입니다.



두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 3연벙을 통해 상대를 감정적으로 흔들리게함'은 절대 심리전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3연벙을 보고 손이 어지러워진 것은 자신의 추측이 틀렸다는데서 오는 낭패입니다. 즉 심리전과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패했고, 그 패함을 깨닫자 감정이 흔들린 것뿐입니다. 엄청난 컨트롤로 한방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면, 상대는 감정적으로 동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컨트롤을 심리전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이렇듯 실질적인 패배에서 따라오는 감정적 동요와 심리전에 의한 감정적 동요는, 첫번째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나면 간단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3연벙이든 압도적인 컨트롤이든, 그것은 본질적으로 실질적인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행동입니다. 목표가 상대의 감정을 흔드는데 있는것이 아니며, 상대의 감정이 흔들림은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반면 마패 관광이나 하트 관광 등은 상대의 감정을 흔드는데 목표를 둡니다. 거기에는 실질적인 이득이 아예 없습니다. 반대로 실질적인 면에서는 손해지요.

그렇기 때문에 소위 관광 플레이냐, 아니냐는 오히려 구분하기 쉽습니다.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플레이를 하느냐, 아니냐로 구분하면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원이 고갈되어가며 남은 미네랄도 얼마 없는 상대의 앞마당에 커맨드센터를 건설하는 행위에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전투력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스카웃을 생산하는 행위 역시 실질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인구수를 채우는 파일런이 이미 넉넉한데, 상대의 공격에 파괴될 가능성이 높은 중앙 지역에 하트 모양의 파일런을 건설하는데는 역시 실질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실질적인 이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관광여부를 판단하기에, 그 판단에 있어서 약간의 모호함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1만원의 가격이 싸냐 안싸냐를 말할때 개개인의 판단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당연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셋째, 신경전은 심리전의 범주에 속하지만, 동시에 심리전과는 다릅니다. 신경전은 여러가지면 중에서, 특히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상대의 정신력을 소모시키는 일입니다.

초반 프로브가 상대의 일꾼 등을 공격하는 사례가 적당한 예입니다. 사실 프로브의 공격으로 드론이나 SCV를 잡는 일은 드믑니다. 하지만 그러한 공격이 상대를 참 신경쓰게 만들지요. 또 그렇게 해서 SCV를 하나 잡는다고 해도 그것이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열심히 투자한 컨트롤에 비해서는 그리 큰 소득이 아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플레이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하는 쪽이 신경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분이 나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질적인 이득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견제임과 동시에 신경전인 것이죠. 뮤탈과 마린의 신경전도 상대의 시야권 내에 병력을 보임으로써 상대를 긴장케 하고 상대의 신경을 소모시키기 때문에 신경전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교전이 펼쳐지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러면서 마린과 뮤탈을 잘라먹는 행위는 순수하게 교전일뿐 신경전은 아닙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상대를 속이는 기만술과 상대의 감정을 동요시킨다는 의미의 심리전은 '정보'를 통해 간단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맵핵을 킨 상대에게, 또는 자신의 개인 화면을 훤히 들여다보는 상대에게는 기만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자신에 대한 실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것이 기만술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맵핵을 킨 상대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미니맵에 글씨를 써도 되고, 오버로드로 상대의 본진을 뒤덮혀도 되고, 자원 채취하는 일꾼에 인스네어를 뿌려도 되며, 마린을 오로지 퀸만으로 제거해도 됩니다. 오히려 상대를 감정적으로 동요시키기 위해서는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논리적 판단이냐 감정적 판단이냐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보에 기반하여 판단을 내린다면 그것은 논리적입니다. 하지만 획득한 정보와 상관없는 판단, 또는 반대되는 판단을 내린다면 그것은 감정적입니다.


이토록 구분이 가능하며, 또한 그것이 매우 쉽기 때문에 심리전으로 통칭해서 부르는 것은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 첨언하자면
동양의 언어 체계는 명사의 분명함보다 상황, 동사 등에 무게를 두며, 따라서 심리전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맥이 충분히 뒷받침해주니까요.

하지만 서양의 언어 체계는 상황이나 동사, 서술어보다 명사 그 자체로 표현을 합니다. 뒤에 able이 붙느냐 tion이 붙느냐 ness가 붙느냐에 따라 단어의 쓰임세가 완전히 달라지듯, 명사가 표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mind game이라는 통칭은 여러모로 고려할 요소가 많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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