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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09 04:55:23
Name Alan_Baxter
Subject 흥행
* 쓰다보니 반말투가 되었네요. 넓은 이해 부탁 드립니다.

흥행 (興行) : 각종 예능이나 스포츠를 입장권을 받고 관객에게 관람시키는 일 또는 준비 일체를 포함한 사업.


1.
흥행은 문화가 융성하던 르네상스 시기에 극장 경영주의 등장으로 시작되면서, 연극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는 분야로 성장했으며, 특히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스포츠 산업의 등장으로 흥행 유무는 스포츠 발전과 직결되었다.


2.
미국의 야구는 1869년 최초의 프로팀인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가 창단 되어 흥행에 성공하여 많은 프로팀이 창단함으로서 미국 야구 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만들었으며, 흥행을 위해서 여러 장치를 도입했다. 그 중 미국 양대 야구 리그 중에 하나인 아메리칸 리그는 1973년 내셔널 리그에 비해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지명타자제도를 채택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채택된 연봉상한선 폐지 또한 한 축에는 선수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하나의 방편 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흥행을 노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도적 측면에서의 흥행도 있지만 더 큰 부분은 ‘스타 선수’가 흥행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프로농구 NBA는 1960년대 빌 러셀, 윌트 챔벌레인, 1970년대 줄리어스 어빙, 카림 압둘자바, 1980년대에는 래리 버드, 매직 존슨, 1990년대에는 마이클 조던 같은 스타 선수가 농구 발전을 일으켰고, 2000년대에는 마이클 조던의 공백을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슈퍼 스타로 부흥을 노리는가 싶었지만 최근 애틀란타 호크스의 슈팅가드/스몰포워드인 ‘조쉬 칠드레스’가 유럽 리그로 가는 등, 최근에는 조금 주춤하는 상태로, 이처럼 스타 선수의 유무는 리그 흥행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준 부분이다.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NBA의 열기는 메이저 리그 야구 MLB로서는 위기가 되었으나 MLB 또한 마크 맥과이어(Mark Mcgwire), 새미 소사(Sammy Sosa)라는 스타 선수의 등장으로 그 외에 범아시아권 선수들의 활약으로 국경을 초월한 범세계적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3.
이스포츠는 흥행 선수의 등장에 따라서 발전해 나갔다. 아니, 현재까지 이스포츠 분야가 생존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기석이나 임요환은 현재까지 이스포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조차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이스포츠를 발전시킨 장본인과 같은 존재들이다. 흥행으로 인해 온미디어라는 미디어 회사는 천쪼가리로 덮여진 탁구대 위에서 올려진 컴퓨터에서 경기를 치르던 야박한 투자에서, 이스포츠 경기장에 결승전에서나 봤었던 큰 부스 안에서, 화려한 조명과 쾌적한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게이머들을 위한 여러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등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전 온게임넷 국장 황형준(현 이플레이온 본부장)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스폰서를 유치하기 위해 서른 군데가 넘는 기업들을 찾아다녔지만, 인식 부족으로 모두 퇴짜를 놓았지만 현재는 경우가 달라졌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온게임넷 개국은 당시 최강자인 기욤 패트리의 우승으로 큰 흥행을 바탕으로 개국하게 된다.(* 월간 말)


4.
흥행 선수들에게도 각기 유형이 있다. 임요환과 같이 현란한 플레이로 이목을 끌던 선수가 있었던 반면, 김택용은 당시 최강자인 마재윤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플레이로 꺾으면서 흥행 스타로 성장하고, 이영호나 이제동은 팀 내 에이스 선수로 자리를 굳혀나가면서 흥행스타가 된다. 반면 이성은 선수나 박문기 선수는 조지명식의 현란한 발언들로 ‘듣보잡’에서 일약 최고 스타로 등극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기타 외모로 인기를 얻은 선수, 특이한 플레이와 리액션으로 스갤의 친구가 되는 선수 등 다양한 유형의 흥행 선수가 존재한다.

이런 흥행 스타가 아닌 다른 선수를 가지고 ‘듣보잡’이라는 비하성 언어로 재탄생되고 이런 듣보잡 선수가 개인 리그에 오르거나 프로리그 엔트리에 오르거나, 흥행 선수를 떨어트리는 경우에는 PD와 스타팬 모두에게 미움의 대상이 된다. 상향평준화로 이런 듣보잡 선수들은 점점 양산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방송사의 골치거리로도 자리잡고 있으며, 방송사에서는 이런 선수들을 퇴치하기 위한 여러 방식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연구하고 있다.

5.
흥행은 곧 시청률로 직결된다.
시청률은 곧 자사의 이익으로 직결된다.
그러므로 흥행은 자사의 이익으로 직결된다.

방송국 PD를 비롯한 방송사 구성원 전부는 흥행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모 PD는 모 선수의 삼 연속 전술로 리그 성공에 확신을 갖던 PD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회사에서는 얼굴을 들지 못했고 결국 사유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는 그냥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이처럼, PD 개인에게도 흥행 여부는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PD의 역량과 관련없는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PD의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어이 없기도하다.

다른 스포츠도 아닌 이스포츠가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그 만큼 이스포츠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며, 한번의 흥행 실패가 리그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프로리그 보다 개인리그에 큰 영향을 미친다.


6.
최근 광고계가 얼어 붙으면서 점점 방송사는 흥행에 목을 매달게 되고, '개인리그는 스타를 발굴해내고, 프로리그는 스타를 소비한다'는 캐치프라이즈는 버린 채 어떻게든 흥행 선수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두 방송사 다 마찬가지이다. (특히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36강 제도는 ‘듣보잡 필터링’으로 유명하다) 물론 방송사는 “듣보잡이 우승하니까, 비아냥은 비아냥대로 다 듣고, 듣보잡은 우승 직후 갑자기 스막이 되어 리그의 권위가 실추되니까 이런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항변하는데, 이 해명은 모두 맞는 말이고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리그가 리그로서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고, 스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흥행 선수들에게 조아려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7.
어제 경기에서 모 선수는 별로 쓰지 못했던 유닛의 재 발견으로 스타크래프트의 다시 한번 신기원을 일으키며 승리를 거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선수에 대해서 찬양을 아끼지 않았으나, 한 쪽에서는 패배한 선수의 탈락 위기로 상무 운운하면서 방송사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을 수도, 다르게 보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재밌는 경기를 보고, 신기한 플레이에 탄성을 지르는 시대는 지나고, 일반 스타팬들 조차 리그의 존폐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는 게, 단지 ‘팬들의 순수성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실이 그러니까.....


8.
김택용은 성전을 무마시켜 미움받은 듣보잡이었으나 놀라운 플레이로 지금까지 기억되는 MSL 최고의 리그를 만들어 냈으며, 반대로, 8강에서의 흥행 라인의 전멸로 최악의 리그라고 확실시되던 다음 스타리그는 지금까지 스타리그 최고의 리그로 자리잡고 있다. 반대로, 최고의 흥행 선수끼리 붙었으나 싱거운 결과를 남긴 리그도 있다.

이 처럼 흥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들의 플레이이며, 다른 부분이 들어갈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러나, 스타 팬들은 새로운 신예들에게 새로운 코드를 부여해주고, 방송사는 신예들을 레전드와 같은 선에서 띄워주려고 노력하며, 이스포츠 언론에서는 흥행 선수들에게만 초점을 들이댈게 아니라 신예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등의 서로 각기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행동 하나 하나가, 리그 하나를 성공시키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동시에 새로운 흥행선수를 만들면서, 동시에 이스포츠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뭐, 이상적인 말이고 현실은 ‘리그 브레이크’라는 말이 ‘또’ 나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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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09/07/09 08:50
수정 아이콘
마지막 8번에 심히 공감하며 추천 드립니다.
스타플레이어는 태어나는게 아니고 만들어 지는 것이겠지요.
그동안 이러한 논란에 대해 별 생각없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생각이 조금 트이는 기분입니다.
리콜한방
09/07/09 09:21
수정 아이콘
정말 곰티비 시즌 1은 전설인듯.......
MSL에서 다시 저런 리그를 볼 수 있을까요?
백년지기
09/07/09 09:44
수정 아이콘
왜 방송사의 인위적인 듣보잡 척살을 이야기 하면서 엠겜의 이번 개편은 쏙 빼놓고 온겜의 36강 제도만 이야기 하는지?

팬들의 흥행에 대한 이슈는 팬덤 사이의 기싸움 또는 콩시리즈와 같은 하나의 자학적 놀이의 측면이 많지, 오로지 리그 존페에 대한 걱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Alan_Baxter
09/07/09 10:02
수정 아이콘
백년지기님// 해명을 드리자면, 제가 저번에 MBC GAME의 개편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지라 온게임넷 언급을 안하면 괜히 의도가 있어 보일까봐 썼습니다. 그리고 그 흥행이슈 중에서 그런 놀이 측면도 있겠지만, 이 글은 ‘흥행’에 대한 글인지라 흥행에 초점을 맞춰서 작성된 글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저로서는 그다지 유쾌한 유머는 아니네요... MSL의 이번 개편이 그런 유머들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봐서요)
언제나남규리
09/07/09 10:13
수정 아이콘
7,8번 둘다 공감됩니다. 다른 스포츠도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 하고 그로인해서 리그가 재밌어 지고 하는건데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야 리그가 흥행한다는 그런 생각이 지배적인것 같습니다.
바나나맛우유
09/07/09 12:00
수정 아이콘
흥행논란은 두가지로 요약되죠..
1.자기가 좋아하거나 자기생각에 맘에든 선수가 아니면 무조건 흥행폭망..
2.동족전은 무조건 흥행폭망..
더 살펴볼것도 없습니다.. 이 두가지에서 벗어난 흥행논란은 본적이 없네요..
길가던이
09/07/09 12:40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단지 생각에 불과했던것을 이렇게 정리해놓고보니까 또 좋군요
ps. 3번 마지막 문장 중 우승으로 큰 흥행을 바탕으로 이부분을 -> 우승으로 인한 큰 흥행을 바탕으로 정도로 고쳐주시면 더욱 좋을거같네요.
양산형젤나가
09/07/09 14:18
수정 아이콘
갑자기 이 글을 보니 CCB 생각나네요. 종목은 아예 다릅니다만.
대리게이머들 영구정지라고 했었다가 결국 나이스게임tv에서 한시즌만에 대리게이머들을 다시 복귀시키는 결정 내렸죠. 좀 된 이야기지만.
pgr에 CCB 관심있는 분들 꽤 있으신 것 같던데 이 이야기는 회자가 되지 않더군요...

사실 카오스판이 좀 보수적인 판이긴 해요. 인맥이란게 정말 강하게 영향 끼친다고 들었고
당장 전시즌인 CCB6만 해도 대리게이머들은 이미 제명되었는데 로망1군이 CCB6에서 대리만 없으면 최강팀중 하나였던 아이리스랑 대결해서 이기지 못했으니 진정한 챔프가 아니라는 둥 온갖 소리가 많았죠...(우승 직후 조이에게 완패했던 것도 영향이 있긴 했지만, 원래 로망급 정도 되는 팀들의 경기는 정말 해봐야 알잖습니까)
빛돌해설이 마린선수를 스타로 만들려고 노력은 했는데 로망안티들과 더불어 맨날 코치 지아 출전금지 풀어주세요 시청자들이 이러니 나겜 입장에서도 혹하긴 했겠죠.

저는 그냥 선수들 플레이 즐기는 사람이지만 흥행을 위해 대회 규정까지 뒤바꾸는 나이스게임tv 행태를 보고 이제 CCB 안봅니다.
뭐 코치선수 끼면 나겜 수익은 늘겠네요 코치가 웬만한 상위클랜이 붙는 대회 중계보다도 더 시청자를 끌어모으니


어느 스포츠건 팬들이 기존 강자들에게는 후하지만 신예들에겐 박한 것 같아요
이스포츠가 물론 무지 심하구요.
정명훈 선수같은 경우는 '정라덴'이긴 했는데 티원실드도 있었고 어이없는 토스전 경기력과 리그 테러리스트로 평가받던 선수가 어느덧 테란 2인자의 자리는 확실히 차지했고... 자신의 능력과 소속팀의 두꺼운 팬층이 합쳐져서 입지가 급상승한 케이스인데 특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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