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쿠 행성에 제국군의 비행선들이 도착합니다. 종적을 감춘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기 위해서죠.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가면을 쓴 제다이가 한 노인에게 지도의 행방을 묻습니다. 대답을 거부한 노인은 붉은 색 라이트세이버 아래 쓰러집니다. 냉혹한 제다이를 향해 레이저 빔이 날아들지만 제다이의 포스 앞에 빔과 사격한 이 모두 허공에 붙들려 꼼짝달싹하지 못합니다. 저항군 포 다메론이 그렇게 잡히고 무자비한 제국군 앞에서 모든 희망은 무너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닙니다. 굴러굴러 도망치는 포 다메론의 드로이드 BB-8이 있습니다. 제국군의 횡포에 놀라 헬멧을 벗는 한 스톰 트루퍼가 있습니다. 사막 너머 고철이 된 우주모함의 부품을 채집하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이들이 만나면서 잊혀진 전설은 다시 은하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 주인공 레이와 핀입니다. 헐리웃의 프랜차이즈 시리즈에서 흑인과 여성이 주인공을 맡아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거죠. 그렇다고 이들이 인종적, 성적 특징을 부각시키는 인물들인 것도 아닙니다. 이들은 보편적인 사람들입니다. 백인 남성이 주류이자 대표를 맡았던 이야기 속의 역할이 흑인과 여성에게 맡겨졌을 뿐이죠.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깨어난 포스>는 충분히 정치적인 작품이 됩니다. 신비한 힘과 고도의 과학기술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도 거기에는 늘 소외된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잘 해야 조력자 아니면 퀘스트의 목표로 존재하는 객체에 불과했지요. 이번 작품을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는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여자가 공주가 아니어도 되고, 흑인이 주인공의 친구나 악당이 아닌 신화가 다시 쓰여진 셈입니다. 특히나 이들이 연대하는 모양새를 보십시오. 쉽사리 이성애 로맨스의 함정에 빠지거나 민폐캐릭터로 균형을 맞추는 콤비물이 아닙니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며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깨어난 포스>의 내재적 관점으로도 이야기는 보다 평등하고 정치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은 바로 핀의 존재입니다. 여태까지 총 여섯편의 에피소드를 거쳐온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스톰 트루퍼는 인격체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들의 퀘스트에 적당한 긴장을 불어넣어주는 악의 하수인일 뿐이었죠. 만드는 이나 보는 이나 흰색 헬멧 아래의 맨얼굴을 크게 궁금해하진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다이와 제국의 권력자들, 그리고 은하계의 결정권자들이었죠. 이런 면에서 스타워즈 시리즈는 힘과 혈통, 재능과 매력을 갖춘 "선택받은" 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평범한 이들은 배경을 채우는 머릿수로만 존재했었죠. <깨어난 포스>는 이와 같은 영웅 신화의 출발점을 뒤집습니다. 선의 대척점에서, 끄트머리에 있는 스톰 트루퍼가, 헬맷을 벗고 인간으로 각성한 거죠. 보통 사람이 악을 물리치고 영웅으로 되는 이야기 이전에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이가 인간으로 깨어납니다. 장기판의 졸이 명사수의 기능을 벗어던지고 인간으로 실재하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제국군을 너무 근사하게 그린 전작들에 대한 자기변론으로도 보이구요.
때문에 <깨어난 포스>는 이 전작들보다 훨씬 더 선택과 의지의 측면이 강합니다. (프리퀄이야 정해진 결말을 따라가니 어쩔 수 없었지만요) 이 전의 시리즈에서 가장 큰 명분은 포스라는 거대한 흐름과 조금 애매한 자유의 가치관이었죠. 이는 활극의 재료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는 선과 악, 연합군과 제국군, 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를 인물들이 스스로 정하고 거기에 소속되려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핀뿐만 아니라 카일로 렌의 위치도 의미심장합니다. 혈통과 사제 지간의 관계에서 라이트 사이드에 속했어야 할 인물이 스스로 다크 사이드를 선택하고 이를 내내 좇으려 하니까요. 그는 심지어 아버지를 죽이면서까지 다크 사이드를 추종합니다. 이 영화의 다크 사이드는 누군가의 실수나 물들어버리는 함정 같은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소속되려 하는 하나의 가치관입니다. 핀도 도중에 도망치려 하고, 레이 역시 자신의 선택에 혼란스러워하죠. 이처럼 인물들은 모두 타고나거나 몸에 배어있는 소속을 떨치고 다른 쪽을 찾아 나섭니다.
인물들은 모두 과거와 싸우고 세월을 등에 진 인물들은 다른 모습으로 새로 이야기를 써나갑니다. 스타워즈의 시리즈로서 이번 영화 역시 운명론적 흐름이 가장 강합니다. <깨어난 포스>는 레이의 동기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이는 후속편들을 위한 서술 트릭이지만 스타워즈 시리즈가 결국 포스를 둘러싼 역사의 흐름과 거기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서사시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기도 하죠. 보는 이들은 레이가 누구이며 왜 저렇게 저항군을 도우려 목숨을 거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결국 스타워즈를 이끄는 것은 포스의 계승자이자 다크 사이드에 맞서 싸우는 라이트 사이드의 인간이니까요.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만남과 모호한 동기는 "그렇게 되도록 포스가 인도했다" 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영화 안의 사건들은 뚜렷한 인과 없이도 필연성을 띄며 숙명을 납득시키지요. 아마 오랜 시간을 견뎌온 영화의 팬들에게는 더 신비하고 역사적인 느낌을 가져다 줄 겁니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하는 마지막 씬은 영화 안과 밖의 모든 역사가 갈무리되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으로 화합니다.
<깨어난 포스>의 리부트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오리지널이야 시대를 감안할 수 밖에 없지만 프리퀄 시리즈는 이상할 정도로 정적이고 점잔을 빼는 느낌이 강했죠. 오리지널 특유의 활기와 패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이야기는 지나치게 설명조였습니다. 전작이 실망스러우면 다음 작품은 이를 쇄신해야 할 부담을 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깨어난 포스>는 외전이 아닌 제대로 된 후속편으로서 신구 관객의 기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했지요. <깨어난 포스>는 전통과 혁신 두가지 목표를 다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시리즈의 설정을 망가트리지 않은 채, 오리지널의 속도감과 클래시컬한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액션의 템포나 강도는 훨씬 더 현대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주인공들의 모험은 보다 시끄럽고 위험해졌지요. 특히 밀레니엄 팔콘의 활강과 전투기들의 전쟁씬은 에이브럼스 감독 특유의 리듬감이 배어있습니다. 스톰 트루퍼들도 활발해졌고 카일로 렌의 존재는 유려하기만 하던 제다이들의 결투에 거친 결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럼에도 <깨어난 포스>는 여전히 스타워즈 고유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다소 아쉬운 점들도 보입니다. 오마쥬야 어쩔 수 없지만 스타 킬러의 내러티브는 재탕의 느낌이 강하고 허황되어 보입니다. 제국군의 묘사도 오리지널 시리즈만큼이나 평면적으로 보이구요. 포스라는 종교적 속성이 과학과 이성의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분을 줄였다면 현실의 양감도 더 살아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어려운 과제를 정말 잘 해낸 셈입니다. 이 영화는 구세대를 토대로 더 귀엽고 세련되게 나타난 업그레이드의 결과입니다. BB-8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에요.
@ 이 영화를 영등포 스타리움 관에서 두번째로 볼 때 어떤 관객이 루크 스카이워커의 등장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저도 찡해졌습니다.
@ 파스마를 이렇게밖에 못 써먹다니..... 다음 편에서의 활약을 기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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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았던게 미국 건국신화라고도 불리는 스타워즈의 후속작을 과연 어떻게 뽑아낼지 의심이 많이가긴했습니다. 압도적인 명성을 가진 시리즈물이라.. 그러나 보고 나오면서 이정도면 기대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후속작이라는 생각을 했죠. 나름 훌륭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포스도 못배운 레이가 카일로렌을 이기는건 부자연스럽게 보이겠지만.. 뭐 스타워즈의 특징이겠죠 크크 아무리 노력해도 포스 잘만난 금수저 못쫓아가.. 왕후장상 영유종호)
4편의 열화카피에 불과한 영화입니다. 예고편 보고 얼마나 기대를 했던지...
4,5,6을 아우르는 분위기를 좋아하고 1,2,3을 관통하는 느낌도 좋아하는데
7은 그냥 4의 아류작일 뿐이죠. 7,8,9의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8편에서 확실히 판가름이 나겠지만 7편은 돈만 많이 번 실패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