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나보다 8살이나 어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빠른 생일이라 9살 어린 여자친구의 성년의 날.
지갑은 가벼워 지는데 마음은 무겁다.
장미, 향수, 키스중에 마지막 것만 진하게 주고 싶은데 그럴순 없겠지?
여자 향수를 사는건 첨이라, 매장문을 열때부터 식은 땀이 흐른다.
그냥 조용히 구경하고 싶은데, 느끼하게 생긴 남자 직원이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것이,
"뭐 하시게? 선물하시게? 여자친구 몇 살? 요즘 여자분들 요런 향 많이 쓰셔" 라고 말을 건다.
음, 언젠가 여자친구 몰래 나이트클럽을 갔던 날, 한눈에 홀딱 반할 뻔 했던 그녀의 냄새가 난다.
두번째 것은 향은 좋은데 동네 미용실 누나가 머리를 감겨줄때 났던 향기가 난다.
아 머리가 아프다. 너무 많은 종류의 향수 냄새를 맡아서인지 이 냄새가 저냄새 같고 후각은 둔해 진다.
그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녀석에게서 오묘한 냄새가 난다. 뭔가 지친 코를 씻어내는것 같고, 학창시절 오전 수업만 하고 돌아와 낮잠을 자던 토요일 오후의 달콤한 느낌이었다.
주저 없이 이놈으로 골랐다.
그 느끼한 아저씨가 또,
"에이, 요즘 어린 친구들은 요런거 잘 안쓰셔. 아까 처음께 여친한테 더 맞으실 꺼라."
놀고있네. 가격이 싸니까 하는 말이겠지.
향수보다도 비싸게 준 장미꽃과 함께 건네준다.
장미와 향수를 주니 키스는 내가 안줘도 오는구나.
외박을 하고싶지만 내일이 출근이라 참는다.
집에와서 자려니 엄니가 부르신다.
이리와서 등에 두드러기 연고좀 발라라.
"엄마 연고 어딨노?"
티비밑 서랍에 연고가 있고, 처음보지만 익숙한 향수병이 있다.
아, 내가 좋아하던 냄새는 이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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