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10/25 22:56:13
Name Love.of.Tears.
Subject 아무것도 준 것 없는 팬...
팬.
팬이라 함은 어떠한 분야나 특정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팬이라는 그 말은 내게는 동시에 '일편단심'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나는 임요환의 팬이다.
그런 그를 좋아한 건 맞지만 내가 그를 위해서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응원을 한 것. 그것 빼고는 난 아무것도 준 것이 없다.

가끔씩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기죽지 말라고, 서두르지 말라고 몇 마디 툭툭 무심결에 내뱉은 것
그것은 내 나름 신중을 기하며 말한 것이지만
본인에겐 어떤 작용을 했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인터뷰에서 생일파티를 언급했는데
그 때에 그는 평소 그 답지 않은 말들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난 이렇게 말했다.
기다릴 테니 이 악물고 열심히 해. 팀도 중요하지만 내겐 임요환이 본진이야
그가 웃으며 알았다고 내게 속삭였다.

얼마 전 토요일
대 삼성 전 관전을 위해 용산으로 가던 날
시간이 늦었다.
분당에서 전철로 가는 용산은 참으로 멀었다.

부랴부랴 도착하니 정명훈 선수가 박동수 선수를 9할 이상
잡았더라.
그렇게 3:0으로 경기 종료 후
팬 미팅에 조인했다.

많은 인파 속에서 형은 나를 보자마자
"지수 안녕, 오랜만이군..." 라고 말했다.
팬 미팅의 정점이던 그 때,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던
여자 분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난 이렇게 말했다.

"형 빨리 좀 나와, 인내심이 강한 나라도 힘들다. 언제까지 숨길 거야...?"
생전 이런 소리 안하던 내가 한 말이었다.
부담주기 싫었고 몸이 조금 불편한 팬이라고 챙겨줘야 하는 팬이 되기 싫어서
말을 아껴왔던 내가 나름 강한 어조로 뱉은 그 말...

머지않은 그 날에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킨 그였다.

미리 프린트 해 둔
종이를 전해주고는 우린 헤어졌다.
그 속엔 김범수 씨의 노래인 to Me의 노래 가사와
내 글 It's ok BoxeR, It's ok!! 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2009년 10월 25일
바로 오늘...
현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집에 돌아와 그의 경기를 지켜봤다.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이 화면에 잡힐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승리를 바란 사람은 그 자신일 것이고
간절했던 이 역시 그 자신이었을 터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왜 난 재촉했을까?

그리고 난 그의 팬이라는 이름으로 뭘 주었나?
조급해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던 나는 현실에 눌려
게임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남들에게 내 가능성을 평가 받는 건 그리도 싫어하면서
내 스스로 나의 가능성을 점치지 않았는지...
오늘 그를 보며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 인터뷰에는 그의 선수생활이 끝나가는 것 같은
어조의 말들이 많은데 너무 잡아둔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가 할 일은 아직도 많이 있다.
그가 걷는 모든 길이 이제는 처음이 될 것이기에...
그에게 부탁한다.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은 혹여 하지도 말길...

오늘의 승리는 나에게 스팀팩 효과를 주었다.
끝이 나기 전엔 결코 끝이라 단정 짓지 않으리라...

나는 그의 팬이다. 임요환의 팬이다.
그리고 난 그에게 무엇을 주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준 것이 없다.

팬. 그런 일방적이고 약간은 이기적 관계 말고
친구나 의형제 같은 사이는 될 수 없을까?
그를 평생 응원할 수 있게...


Written by Love.of.Tears.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세레나데
09/10/25 23:01
수정 아이콘
오늘도 글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
오늘의 멋진 승리에 대해 임선수에게도, LOT 님에게도 축하의 말씀 전하고 싶네요.
계속 그 우정 변치마시길.... 30대 프로게이머 첫승 축하드립니다!
데프톤스
09/10/25 23:02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임요환선수 응원글이 하나도 없는게 의아했는데 역시나 올리실 분이 올리시네요!!
비형머스마현
09/10/25 23:04
수정 아이콘
역시 러브님 글을 보고 있으면 같은 임빠지만 고개가 절로 숙여지네요.

정말, 수 많은 프로게이머가 있지만, 판타지 스타 같은 프로게이머는 임 선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방 병력이 거의 무너지고 나서도 파이어뱃으로 멀티 치러 가는 프로게이머가 요즘 어디 있겠습니까 ..

이래서 정말 .... 임팬은 그만 둘 수가 없는가 봅니다.

멀티테스킹 안되고 판단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 임 선수는 그런 상태로 군대 가기전까지 저그전 최강자로 군림했었는데 ...

이제 물량도 좋아졌고 대규모 교전 능력도 많이 좋아졌으니 ... 기대해볼랍니다 ..
WizardMo진종
09/10/25 23:09
수정 아이콘
글 올라올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으시겠어요 크
소금저글링
09/10/25 23:21
수정 아이콘
그분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저도 그분과 같이 어느덧 30을 넘은 팬이되어버렸네요.
앞으로도 당신의 소중한 1승 1승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을 위해 준비된 골든 마우스를 들어올릴 날을 꿈꾸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힘내세요 ~
테란의폐태자
09/10/25 23:28
수정 아이콘
집에 엠비씨 게임이 나오지 않아
경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pgr 댓글들과 게임기사를 보면서 경기를 상상해봤습니다.

임요환선수만큼이나 기다린 1승!!!!
시작이 반이라고 했나요
좀 앞선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시즌 10승, 더 나아가 필승카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임요환화이팅!!
나라당
09/10/25 23:36
수정 아이콘
극렬임빠로서 이제 좀 지친다 싶었는데...
미안해요. 빠심 재충전 했습니다.
낙타입냄새
09/10/25 23:39
수정 아이콘
저도 임빠라서 그런지 정말 오랜만에 흥분되는 경기를 봤습니다.
유리하면서도 밀리는,
역시 그분의 아스트랄함은 최고인듯 하더군요.

다음 경기도 기다리겠습니다.
BoxeR
09/10/25 23:39
수정 아이콘
참 진짜 임요환은 임요환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보고 오늘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사랑했던기억
09/10/25 23:57
수정 아이콘
열심히 해서 꼭 성공하세요 임요환선수~!
언제나 임요환선수를 응원하고 있어요!
로랑보두앵
09/10/26 00:06
수정 아이콘
간만에 뭐랄까 예전 골수 임빠일때의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어째 좀 기운다 싶으면 채널돌리고 살짝살짝 보다가 질거같으면 안보고, 유리해지면 끝까지보던...^^

축하드립니다~~
그윽염소
09/10/26 00:1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느덧 27이 된 임빠로서 오늘 임 선수 덕에 기분이 상쾌했네요~

로랑보두앵/ 저도 오늘 보면서 딱 기분이 그랬는데 완전 비슷하시네요 ^^
인생 뭐 있어?
09/10/26 00:35
수정 아이콘
전 경기 시작하기 직전 까지 보다가 바로 채널 돌렸다능.....
제가 생방으로 경기를 보면 거의 지더라능......
역시 황제는 이겨야 제맛 !!
09/10/26 00:50
수정 아이콘
몇년 전 임요환 선수 승리한 날은 임요환 선수 관련글이 정말 많이 올라왔었는데...
참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네요..^^
09/10/26 01:57
수정 아이콘
팬이 선수에게 주는건 사랑과 관심 그리고 응원으로 족합니다.
LOT님은 임선수에게 팬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하고 계십니다 ^^
두툼이
09/10/26 03:51
수정 아이콘
일하다가 요환선수가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시스템 작업때문에 이 새벽에도 회사에 있지만 그저 행복합니다.
일하는 도중 몰래 몰래 보는 요환선수의 경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전혀 피곤하지도 않고 졸립지도 않습니다. 임팬인 저에게는 그야말로 행복이 철철 넘치는 날입니다.
나비고양이
09/10/26 08:36
수정 아이콘
경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인터넷 접속하는 순간 검색어 1위가 '임요환 핵'!! 인걸 보고 미친듯이 VOD를 찾아 다녔습니다. 경기를 끝낸 후 정말 환하게 웃는 임요환 선수를 보니 제 맘이 다 환해지더군요. 승리를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 부탁드립니다. 임요환 선수의 재미있는 경기는 팍팍한 생활의 활력소랍니다.
gipsy terran
09/10/26 11:09
수정 아이콘
첫 레이쓰 허무하게 잃었을때 패배를 예감했고
의외로(?) ^^정전 없는 배럭보고 희망을 다시품고
녹슬지 않은 바이오닉과의 호흡에 다시 승리를 확신했네요.
간만에 손에 땀을 쥐는게 뭔지 보여준 그분다운 게임 정말 골수 임빠들은 소름이 돋았을겁니다 하하
KIESBEST
09/10/26 11: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황제 사랑합니다. 전 영원히 당신 팬입니다. ^^
09/10/26 11:30
수정 아이콘
값진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임요환 선수도, 저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30대 게이머라는 목표.

이제 1승이 시발점인 것입니다.
09/10/26 11:37
수정 아이콘
제대 직후부터 많은 걸 바라긴 무리겠지만... 앞으로는 저그전 스나이핑 카드만이 아니라 당당하게 엔트리의 한 축을 담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플토전과 공군 시절 급격히 하락한 테테전을 보완해야겠죠.

어제도 그렇고 얼마 전 박지수전도 그렇고 약간 조급해하는 느낌이 플레이에 묻어나는 것 같은데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나아갔으면 좋겠네요.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이루까라
09/10/26 12:16
수정 아이콘
참 진짜 임요환은 임요환입니다. (2)

이 맛에 9년째 임빠입니다..^^
그저 이런 즐거움을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네요..
절대마신
09/10/26 13:50
수정 아이콘
역시 황제 임요환입니다
이제 정말 끝인줄 알았는데 아직 그는 끝나지 않았군요
나야돌돌이
09/10/26 19:07
수정 아이콘
우리 박서, 모쪼록 바라는 바 이루시길....^^
아고니스
09/10/26 19:12
수정 아이콘
일주일에 한번씩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싶지만
이것도 팬의 욕심이겠지요.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꿋꿋이 버텨주는 당신이
자랑스러울뿐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9109 황제가 바라보는 테란의 미래(새로운 저테전 패러다임?) [26] 체념토스6640 09/10/27 6640 0
39107 091027 기록으로 보는 경기 - 프로리그 3주차 4경기 [6] 별비3958 09/10/27 3958 0
39104 오늘 mbcgame 공군 대 삼성전 해설 [63] balance6997 09/10/26 6997 3
39103 오늘의 프로리그-위메이드vsMBCgame/공군vs삼성(2) [108] SKY924101 09/10/26 4101 0
39101 오늘의 프로리그-위메이드vsMBCgame/공군vs삼성 [288] SKY924847 09/10/26 4847 0
39100 2009년 10월 넷째주 WP 랭킹입니다(2009.10.25 기준) [1] Davi4ever4772 09/10/26 4772 0
39099 091026 기록으로 보는 경기 - 프로리그 3주차 3경기 [8] 별비3849 09/10/26 3849 0
39098 아무것도 준 것 없는 팬... [25] Love.of.Tears.8168 09/10/25 8168 9
39097 KT 비록 연승은 끊겼으나 빨리 잊고 수요일을 대비해야합니다. [11] SKY925324 09/10/25 5324 0
39096 오늘의 프로리그-KTvsCJ/SKTvs화승(2) [195] SKY926678 09/10/25 6678 0
39095 오늘의 프로리그-KTvsCJ/SKTvs화승 [236] SKY928345 09/10/25 8345 0
39094 091025 기록으로 보는 경기 - 프로리그 3주차 2경기 [15] 별비4500 09/10/24 4500 0
39093 다크 아콘, 부디 대 저그전에서의 구원 투수로 떠오르길 바랍니다. [30] 물의 정령 운디4994 09/10/24 4994 0
39092 091024 기록으로 보는 경기 -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9조 [207] 별비4732 09/10/24 4732 1
39091 오늘의 프로리그-STXvsEstro/하이트vs웅진 [188] SKY924494 09/10/24 4494 0
39089 091024 기록으로 보는 경기 - 프로리그 3주차 1경기 [2] 별비4508 09/10/24 4508 0
39088 [Oops]Reach..박정석..당신의 부활은 가능한가.. [17] 선미남편5127 09/10/24 5127 2
39087 KOR의 미러클 보이, 이제 그 희망을 버려라. [17] lost myself5910 09/10/24 5910 1
39086 EVER 스타리그 2009 F조 중계게시판 - 2 (MATCH 2000 - 6) [222] Alan_Baxter5165 09/10/23 5165 1
39085 [부고] 국제e스포츠연맹 유두현 대리 본인 사망 [47] 김진태6780 09/10/23 6780 2
39084 EVER 스타리그 2009 F조 중계게시판 (MATCH 2000 - 9) [241] Alan_Baxter4267 09/10/23 4267 1
39083 091023 기록으로 보는 경기 - EVER 스타리그 2009 F조 [11] 별비4240 09/10/23 4240 0
39082 사장된 3해처리 강제맵 부활은 어떤가요 [35] 대한건아곤6064 09/10/23 606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