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스 꾸에에님의 글입니다.
출처
http://sininus.egloos.com/429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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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저그는 물량이다. 히드라리스크의 국기봉, 무탈리스크의 봉준구 등과 같이 선호유닛만으로 그 선수의 정체성을 파악했던 당시에도 이 많은 저그들을 하나의 저그로 묶어주는 끈은 바로 물량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테제였는데, 이 물량을 보증하는 것은 이전 장에 언급했던 앞마당 해처리였다. 앞마당 해처리의 여파는 실로 강력하여 1.08패치까지 꾸준한 저그약세정책에도 불구하고 저그를 끝까지 살아남게 했으며 소수의 테란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시대를 만들게 했다.
그러나 임요환이라는 테란의 등장 이후로 저그의 물량 시대는 확실히 위기를 맞이하는데, 드랍쉽으로 대변되는 임요환의 난전유도는 물량 모으기를 중심으로 하는 저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시에는 비겁하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으나 집요할 정도로 물고 늘어지며 물량형성 타이밍을 주지 않는 임요환의 방식은 저그는 물량이라는 테제 자체를 뒤흔들었다. 특히 1.08패치 이후 스포닝풀의 비용상승은 이전의 운영방식을 교묘하게 어긋나게 했으니 악재가 겹친 셈이다.
특히 한빛 스타리그에서 아이콘으로 등극한 임요환을 위한 수많은 배려가 대놓고 등장한 코크 스타리그에 와서 임요환을 상대할 저그는 사라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재경기 점수제 및 라그나로크와 홀 오브 발할라를 끼고 결국 임요환이 우승하며 수많은 이들이 말하는 이스포츠의 진정한 부흥의 장이 열렸다. 코크 스타리그에서 저그는 패배의 종족으로 남았으나, 수많은 저그들은 테란맵에 대한 성토 따위는 바로 잊게 할 정도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는데 바로 홍진호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저그의 등장이었다.
3.1
홍진호, 폭풍이라고 불린 이 저그는 굳이 저그의 계보를 적자면 이단아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평가였으나 당시의 스타크래프트 유저들로서는 닿을 수도 없는 강력함을 과시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계파까지 만들어내버린다. 바로 공격형 저그다. 홍진호의 경기는 이전의 저그가 보여주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그의 경기를 보면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대한 이야기가 고작이었다. 끊임없는 공격, 그것은 기본적으로 유닛 바꾸기이며 동시에 해처리의 회전력을 의미한다. 홍진호의 경기방식은 간단하게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자원은 있다. 상대방은 자원을 모두 유닛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는데, 홍진호는 저그의 테제라는 물량을 부정하고 과감하게 물량의 원천인 해처리의 또다른 잠재력에 눈을 돌린 것이다.
생산력, 그것은 일정 시간 동안 모을 수 있는 유닛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인데 라바 3기로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저그의 생산력은 당연히 다른 종족에 비해 뛰어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테란을 살펴보자면 김정민의 것과 임요환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김정민은 테란의 병력이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저그의 더 많은 물량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보여줬으며, 임요환은 아예 저그의 물량 자체를 봉쇄하는 법을 알려줬다. 전혀 다른 두 방법의 전제는 저그는 물량을 모은다는 동일한 것인데, 홍진호는 그래서 물량 자체를 모으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리고 경기에 임한다. 물량을 모으지 않는 저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생산력의 또다른 이름인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회전력에서 우세하다면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가진 자원을 모두 유닛으로 돌리고 이 유닛을 상대방의 유닛과 바꿔버린다 - 가진 자원을 모두 유닛으로 돌리고 이 유닛을 상대방의 유닛과 바꿔버린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는 사이 자군의 병력은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전선은 소멸되어버린다. 그것이 폭풍러시든 폭풍드랍이든 홍진호는 끊임없이 전투를 걸었고 그 앞을 막아선 테란은 모두 무너졌다. 김정민은 바로 격파당했으며, 임요환은 맵의 가호를 받고서 힘겹게 이겼다. 심지어 저 이윤열조차도 홍진호와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호각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3.2
홍진호 이전에 홍진호처럼 경기한 저그는 없었다. 홍진호는 저그의 계보에 들어갈 곳이 없었기에 공격형 저그라는 이름으로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게 된다, 아니 홍진호가 등장하고나서야 저그의 계보라는 것이 생겼다. 그 이전까지 저그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그 저그의 선호유닛뿐이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공격형 저그라는 계파가 생긴 것인데, 아쉽게도 이 계파에 넣을 수 있는 저그는 홍진호 한 사람밖에 없었다. 홍진호 이후에도 홍진호처럼 경기할 수 있는 저그는 없었기 때문이다. 홍진호의 탁월한 점은 타이밍을 찾아내는 능력이었는데, 그것이 수많은 연습으로 다져진 감각이든 수많은 연습을 통해 얻은 이해든 홍진호는 자신이 언제 공격해야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줍잖게 홍진호를 따라한 많은 이들은 공격타이밍을 잘못 잡고 자멸, 드론부족으로 인한 추가병력 공백으로 자폭 등 다양한 사태로 넘어지고 말았다. 따라하기 힘들다는 말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수많은 변수를 고려한 홍진호의 타이밍은 소위 최연성의 세례를 받은 아이들이 자신의 정형화된 경기를 풀어내기 힘들었던 맵으로 채워졌던 신한은행 스타리그 S1에까지 가서도 빛을 발휘했을 정도이니, 실로 독보적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공격형이라는 계파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홍진호와 다른 저그의 구분은 저 기준 아래에서는 상당히 모호하다. 어느 정도의 병력으로 전투를 걸어야 공격형이며, 경기시간이 얼마나 되어야 운영형인가를 나누는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분류는 있으나 기준은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홍진호의 강점이었던 타이밍 잡아내기를 기준으로 하려고 해도 홍진호 이후 운영형으로 분류되는 저그들이 타이밍 읽기도 없이 무작정 물량 모으기에 집착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저 분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한계인데, 이는 애초에 분류 자체가 그릇된 것이기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다.
애초에 타이밍 잡아내기는 라바를 드론이나 병력 어느 쪽으로 바꿀 것인가와 관련이 있는 기술이다. 드론을 뽑아야할 타이밍에 병력을 뽑아서는 공격타이밍을 잃고 방황할 것이며, 병력을 뽑을 타이밍에 드론을 뽑아서는 곧 있을 교전에서 패배할 것이다. 밥통이라고 부르는 오버로드 뽑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큰일이다. 결국 타이밍 잡기는 라바관리와 바로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홍진호의 진가는 라바관리라는 기술의 중요함을 일깨워줬다는 것이고, 저그의 계보를 굳이 작성하자면 나뭇가지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보다는 홍진호 이전과 이후라는 단선적인 계보를 작성하는 것이 더욱 이치에 합당할 것이다.
3.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형/운영형의 분류는 흔들린 적이 없는데 이것은 저그의 물량 시대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저그의 물량을 고집했던 한 저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저그가 홍진호 이전의 저그들처럼 라바관리나 타이밍잡기 같은 것 없이 일단은 모으고보자는 식으로 경기하지는 않았다. 라바관리는 이미 당연한 것으로 굳이 둘 사이의 차이를 찾자면 타이밍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는데 홍진호가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 끝내겠다고 한다면 이 저그는 질 수 없는 타이밍까지 몰고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했다. 홍진호처럼 자유자재의 공격을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이 인식한 타이밍까지 몰고 가는 것으로 자신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물론 이길 수 있는 타이밍과 질 수 없는 타이밍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공격형/운영형에 대한 글쓴이의 비판을 온전히 되돌려 받을 것이나, 이는 후술할 것이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기 바란다.
홍진호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드론, 대규모 병력, 긴 경기시간을 보여주며 공격형/운영형 분류를 유지하는데 본의 아니게 일조한 이 저그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릴 그 이름으로 훗날 저그의 바이블로 평가받은 조용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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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 선수는 천재였고 조용호 선수는 수재였습니다.
홍진호가 혼자서 숲길을 휘적거리며 나아갔을때
조용호는 그 뒤에서 조용히 나무를 베고 땅을 고르며 나아갔습니다.
마르크스의 엥겔스의 관계이던, 미야모도 무사시와 이토 잇토사이의 관계든 간에
후세의 저그들은 결국 홍진호 선수의 플레이에서 영감을 얻고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를 교본으로 삼아 지금의 저그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일세를 풍미했던건 미야모도 무사시였지만
후세에 검을 남긴건 이토 잇토사이이듯
저그의 正宗, 저그의 바이블로서 이름을 남긴 사나이는 조용호 선수였습니다.
2001년부터 2004년, 스타 역사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저그를 홀로 지배했던 홍진호 선수의
이름이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작은 것이 되었는지는 이어지는 스토리에 잘 나와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