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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5/02 12:51:37
Name 펠쨩~(염통)
Subject 펌]Zergology 3. - 홍진호.

포모스 꾸에에님의 글입니다.


출처 http://sininus.egloos.com/429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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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저그는 물량이다. 히드라리스크의 국기봉, 무탈리스크의 봉준구 등과 같이 선호유닛만으로 그 선수의 정체성을 파악했던 당시에도 이 많은 저그들을 하나의 저그로 묶어주는 끈은 바로 물량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테제였는데, 이 물량을 보증하는 것은 이전 장에 언급했던 앞마당 해처리였다. 앞마당 해처리의 여파는 실로 강력하여 1.08패치까지 꾸준한 저그약세정책에도 불구하고 저그를 끝까지 살아남게 했으며 소수의 테란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시대를 만들게 했다.

그러나 임요환이라는 테란의 등장 이후로 저그의 물량 시대는 확실히 위기를 맞이하는데, 드랍쉽으로 대변되는 임요환의 난전유도는 물량 모으기를 중심으로 하는 저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시에는 비겁하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으나 집요할 정도로 물고 늘어지며 물량형성 타이밍을 주지 않는 임요환의 방식은 저그는 물량이라는 테제 자체를 뒤흔들었다. 특히 1.08패치 이후 스포닝풀의 비용상승은 이전의 운영방식을 교묘하게 어긋나게 했으니 악재가 겹친 셈이다.

특히 한빛 스타리그에서 아이콘으로 등극한 임요환을 위한 수많은 배려가 대놓고 등장한 코크 스타리그에 와서 임요환을 상대할 저그는 사라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재경기 점수제 및 라그나로크와 홀 오브 발할라를 끼고 결국 임요환이 우승하며 수많은 이들이 말하는 이스포츠의 진정한 부흥의 장이 열렸다. 코크 스타리그에서 저그는 패배의 종족으로 남았으나, 수많은 저그들은 테란맵에 대한 성토 따위는 바로 잊게 할 정도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는데 바로 홍진호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저그의 등장이었다.


3.1

홍진호, 폭풍이라고 불린 이 저그는 굳이 저그의 계보를 적자면 이단아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평가였으나 당시의 스타크래프트 유저들로서는 닿을 수도 없는 강력함을 과시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계파까지 만들어내버린다. 바로 공격형 저그다. 홍진호의 경기는 이전의 저그가 보여주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그의 경기를 보면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대한 이야기가 고작이었다. 끊임없는 공격, 그것은 기본적으로 유닛 바꾸기이며 동시에 해처리의 회전력을 의미한다. 홍진호의 경기방식은 간단하게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자원은 있다. 상대방은 자원을 모두 유닛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는데, 홍진호는 저그의 테제라는 물량을 부정하고 과감하게 물량의 원천인 해처리의 또다른 잠재력에 눈을 돌린 것이다.

생산력, 그것은 일정 시간 동안 모을 수 있는 유닛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인데 라바 3기로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저그의 생산력은 당연히 다른 종족에 비해 뛰어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테란을 살펴보자면 김정민의 것과 임요환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김정민은 테란의 병력이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저그의 더 많은 물량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보여줬으며, 임요환은 아예 저그의 물량 자체를 봉쇄하는 법을 알려줬다. 전혀 다른 두 방법의 전제는 저그는 물량을 모은다는 동일한 것인데, 홍진호는 그래서 물량 자체를 모으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리고 경기에 임한다. 물량을 모으지 않는 저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생산력의 또다른 이름인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회전력에서 우세하다면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가진 자원을 모두 유닛으로 돌리고 이 유닛을 상대방의 유닛과 바꿔버린다 - 가진 자원을 모두 유닛으로 돌리고 이 유닛을 상대방의 유닛과 바꿔버린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는 사이 자군의 병력은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전선은 소멸되어버린다. 그것이 폭풍러시든 폭풍드랍이든 홍진호는 끊임없이 전투를 걸었고 그 앞을 막아선 테란은 모두 무너졌다. 김정민은 바로 격파당했으며, 임요환은 맵의 가호를 받고서 힘겹게 이겼다. 심지어 저 이윤열조차도 홍진호와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호각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3.2

홍진호 이전에 홍진호처럼 경기한 저그는 없었다. 홍진호는 저그의 계보에 들어갈 곳이 없었기에 공격형 저그라는 이름으로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게 된다, 아니 홍진호가 등장하고나서야 저그의 계보라는 것이 생겼다. 그 이전까지 저그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그 저그의 선호유닛뿐이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공격형 저그라는 계파가 생긴 것인데, 아쉽게도 이 계파에 넣을 수 있는 저그는 홍진호 한 사람밖에 없었다. 홍진호 이후에도 홍진호처럼 경기할 수 있는 저그는 없었기 때문이다. 홍진호의 탁월한 점은 타이밍을 찾아내는 능력이었는데, 그것이 수많은 연습으로 다져진 감각이든 수많은 연습을 통해 얻은 이해든 홍진호는 자신이 언제 공격해야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줍잖게 홍진호를 따라한 많은 이들은 공격타이밍을 잘못 잡고 자멸, 드론부족으로 인한 추가병력 공백으로 자폭 등 다양한 사태로 넘어지고 말았다. 따라하기 힘들다는 말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의 수많은 변수를 고려한 홍진호의 타이밍은 소위 최연성의 세례를 받은 아이들이 자신의 정형화된 경기를 풀어내기 힘들었던 맵으로 채워졌던 신한은행 스타리그 S1에까지 가서도 빛을 발휘했을 정도이니, 실로 독보적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공격형이라는 계파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홍진호와 다른 저그의 구분은 저 기준 아래에서는 상당히 모호하다. 어느 정도의 병력으로 전투를 걸어야 공격형이며, 경기시간이 얼마나 되어야 운영형인가를 나누는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분류는 있으나 기준은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홍진호의 강점이었던 타이밍 잡아내기를 기준으로 하려고 해도 홍진호 이후 운영형으로 분류되는 저그들이 타이밍 읽기도 없이 무작정 물량 모으기에 집착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저 분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한계인데, 이는 애초에 분류 자체가 그릇된 것이기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다.

애초에 타이밍 잡아내기는 라바를 드론이나 병력 어느 쪽으로 바꿀 것인가와 관련이 있는 기술이다. 드론을 뽑아야할 타이밍에 병력을 뽑아서는 공격타이밍을 잃고 방황할 것이며, 병력을 뽑을 타이밍에 드론을 뽑아서는 곧 있을 교전에서 패배할 것이다. 밥통이라고 부르는 오버로드 뽑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큰일이다. 결국 타이밍 잡기는 라바관리와 바로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홍진호의 진가는 라바관리라는 기술의 중요함을 일깨워줬다는 것이고, 저그의 계보를 굳이 작성하자면 나뭇가지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보다는 홍진호 이전과 이후라는 단선적인 계보를 작성하는 것이 더욱 이치에 합당할 것이다.


3.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형/운영형의 분류는 흔들린 적이 없는데 이것은 저그의 물량 시대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저그의 물량을 고집했던 한 저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저그가 홍진호 이전의 저그들처럼 라바관리나 타이밍잡기 같은 것 없이 일단은 모으고보자는 식으로 경기하지는 않았다. 라바관리는 이미 당연한 것으로 굳이 둘 사이의 차이를 찾자면 타이밍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는데 홍진호가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 끝내겠다고 한다면 이 저그는 질 수 없는 타이밍까지 몰고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했다. 홍진호처럼 자유자재의 공격을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이 인식한 타이밍까지 몰고 가는 것으로 자신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물론 이길 수 있는 타이밍과 질 수 없는 타이밍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공격형/운영형에 대한 글쓴이의 비판을 온전히 되돌려 받을 것이나, 이는 후술할 것이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기 바란다.

홍진호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드론, 대규모 병력, 긴 경기시간을 보여주며 공격형/운영형 분류를 유지하는데 본의 아니게 일조한 이 저그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릴 그 이름으로 훗날 저그의 바이블로 평가받은 조용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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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 선수는 천재였고 조용호 선수는 수재였습니다.

홍진호가 혼자서 숲길을 휘적거리며 나아갔을때

조용호는 그 뒤에서 조용히 나무를 베고 땅을 고르며 나아갔습니다.

마르크스의 엥겔스의 관계이던, 미야모도 무사시와 이토 잇토사이의 관계든 간에

후세의 저그들은 결국 홍진호 선수의 플레이에서 영감을 얻고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를 교본으로 삼아 지금의 저그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일세를 풍미했던건 미야모도 무사시였지만

후세에 검을 남긴건 이토 잇토사이이듯

저그의 正宗, 저그의 바이블로서 이름을 남긴 사나이는 조용호 선수였습니다.

2001년부터 2004년, 스타 역사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저그를 홀로 지배했던 홍진호 선수의

이름이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작은 것이 되었는지는 이어지는 스토리에 잘 나와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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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08/05/02 12:58
수정 아이콘
정말 저그의 계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추천한방 드립니다.
08/05/02 13:22
수정 아이콘
타이밍도 타이밍이지만 참 그만의 폭풍류는 지금 연습생들은 막기 힘들듯..
너무 정석적으로 막다보면 질수있는 폭풍스타일...
홍진호.. 우승을 제때에 못한것이.. 한일뿐.. 그의 존재는 저그유저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을 것이고 많은 영감을 보여줬을
듯한 홍진호.. 과연 곰티비에선 어디까지 올라갈것인가.. 저도 추천을..!
마음의손잡이
08/05/02 13:44
수정 아이콘
계속 느끼는건데 포모스유저들이 좀 무섭군요. 중계권사태때 몇분 넘어가시고 어느정도 세력 잡더니 대단하네요.
이쥴레이
08/05/02 13:48
수정 아이콘
다음편이 기다려지고 있습니다.
ilikerain
08/05/02 13:50
수정 아이콘
필력에 감동..
ilikerain
08/05/02 13:51
수정 아이콘
저 링크된 곳 가면 후속편 볼 수 있네요. 궁금하신 분들 가보시길.
yellow_kty
08/05/02 17:01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이글 보니 또 새롭내요.
어제 링크된 곳 가서 끝까지 다보고왔는데...
잘봤습니다~
possible
08/05/02 17:48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다음 글이 너무 궁금해서 단번에 후속편을 다 봤네요... 좋은 글입니다.
더불어 홍진호 화이팅!!!
08/05/02 18:21
수정 아이콘
저도 요새 보면 홍진호 선수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 걍 지금의 홍선수를 보고 까시는 글들을 많이 볼 때마다 가슴 아픕니다 ;
윗 글처럼 2001년부터 박성준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테란한테 꾸준히 이겨준 선수는 홍진호 선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용호 선수도 패러다임은 완성했지만 테란전 승률은 그렇게 높지 못했고, 박경락 선수도 엄청난 포스를 보였지만..;; 그게 단기간이었습니다..;; 오로지 센스만 가지고 박성준 선수 전까지, 마치 프로토스의 박정석 선수처럼 저그의 마지노선처럼 버텼습니다..;
테란전 100전 승률 70퍼센트..; 그것도 테란맵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 정말 우승 1-2개는 했을 기량을 가진 선수인데..;
현재 모습만 보고 과거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분들이 까는 것 보면 가슴 아프네요.. 참고로 임선수 팬입니다..;
ミルク
08/05/02 20:42
수정 아이콘
그냥 기록만 놓고보면 지금 인정되는 메이저대회 우승 두번정도는 했어야 정상인 선수죠.
여자예비역
08/05/02 20:51
수정 아이콘
우리홍...ㅠㅠ 곰티비 클래식만 바라보고 있으니.. 열심히 해주세요,...
언제나그랬죠
08/05/02 22:06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우승 한 번만 했더라면... 참 아쉽네요 ㅠㅠ
전위팬
08/05/03 00:06
수정 아이콘
우리 전위는 뭘할까요 ㅠ
투신저글링
08/05/03 00:22
수정 아이콘
아정말 홍진호선수원래 팬이엿던......ㅠㅠ 지금은 박성준선수지만요ㅠㅠ 홍진호선수 정말 그땐감동!!;
안단테
08/05/03 01:41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의 플레이에 반해서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 저에게 홍진호 선수는 제 마음속 최고의 저그 유저죠.
모 프로그램에서 투신 박성준 선수가 홍진호 선수에 대해 평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홍진호 선수~ 당신의 플레이를 머리 속이 아니라 마음 속에 담고 있는 팬이 있음을 기억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잠자는숲속의
08/05/03 06:00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다만, 공격형 저그의 가장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변성철선수의 언급이 없다는게 조금 의아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미스타 홍, 전설이 되시오~ ^^
펠쨩~(염통)
08/05/03 07:23
수정 아이콘
잠자는숲속의곰주님// 변성철 선수에 대한 언급은 2편에 다루었습니다.

다만 특이한것은 본문의 저자는 일반적인 공격형 - 변성철, 운영형 - 강도경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타이밍의 전후나 물량의 다소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변성철 선수가 나오는 제2편의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zboard4/zboard.php?id=free2&page=1&sn1=on&divpage=6&sn=on&ss=off&sc=off&keyword=펠쨩~(염통)&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4613
잠자는숲속의
08/05/03 08:15
수정 아이콘
펠쨩~(염통)님//
에구구!! 감사합니다!
2편에서 다룬 줄도 모르고~
이젠민방위
08/05/03 10:33
수정 아이콘
투신이 스타 뒷담화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말할때 감동이.. 그 당시에 아무도 못하던 플레이를 했었고, 지금도 하기

힘든 플레이를 한다고..ㅠ.ㅠ

마찬가지로 제 마음속에서도 역대 최고의 저그입니다.
08/05/03 12:13
수정 아이콘
이젠민방위님 // 저도 그 말 들을 때 전율이었습니다. 빈집털면서 길목에 스탑럴커 두기 세워놓는것도 자기는 그걸 보는 순간 전율이었다고 말했었죠...........;; 아무리 우승하나 없는 저그라고 사람들이 까더라도, 그가 저그의 역사에 남긴 족적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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