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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2/12 11:23:04 |
Name |
happyend |
Subject |
끓지 않으면 식는다 |
열광하지 않으면 식는 것이 모든 프로스포츠의 세계입니다.
조던이 있을 때 NBA 경기는 시카고 불스의 경기의 질과 승패보다 언제쯤 터질지 모르는 '레전드'의 묘기를 기다리기 위해 4쿼터동안 코트만을 바라보았고,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조던에 의해 경기후도 뜨거웠습니다.
MLB마저 초라하게 만들었던 조던의 힘은 그가 떠난 뒤 어떤가요?슬램덩크까지 이어지던 한국과 일본의 농구붐은 점차 잦아들다 이제 식어갑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습니다.야구는 이승엽의 신기록 행진을 보기 위해 잠자리채를 든 관중들의 환호와 혹시하는 기대감에서 스포츠뉴스를 주시하는 팬들로 달궈졌습니다,
악몽같은 프랑스월드컵의 패배의 치욕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이동국의 슈팅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뜨거워지고,고종수에게 한국축구의 미래를 본 사람들은 축구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그토록 기다리던 개인기 가진 선수인 '박주영'의 출현과 언론까지 가세한 '천재만들기'게임은 순식간에 케이리그를 달궜습니다.
스타크래프트도 그렇습니다.
임요환의 출현은 스타크래프트를 그만두었던 팬들을 다시 컴퓨터 앞으로 끌어들였습니다.그가 발견한 새로운 전략들을 따라하기 위해 말이죠.그리고 다시 게임중계를 봅니다.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그의 마법의 순간을 기다리며...
스타는 한순간 사람들의 삶을 지배했습니다.
임요환의 자극에 고무받은 방송계는 게임방송국으로 질적 도약을 합니다.게임방송의 본질은 스타를 먹고 살고,그 방송을 보는 팬들은 드라마를 먹고 삽니다.
임요환은 두개의 드라마를 썼습니다.임진록과 가을의 전설....
그것은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커다란 이파리에 가린 채농밀하게 익어가다 마지막 잎이 떨궈진 감나무위에 매달린 잘 익은 홍시였을 뿐입니다.그것이 광안리 10만의 힘이되었습니다.
그러나 임요환은 이제 드라마를 쓰기 어렵습니다.군입대때문만은 아닙니다.그의 전략과 전술은 기발할지언정 힘이 모자라며,예전에 그의 승부근성에 놀아나다 소위 '떡실신'당한 채 게임을 포기했던 게이머들은 더이상 없습니다.모든 선수가 임요환의 전략에 당하지 않을 준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이란 스타마케팅을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잡지를 못합니다.스타 골수팬인 저로서도 지난 대회 24강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되지 않고,16강에 누가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합니다.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선수들의 부침속에서 라이벌구도를 이어가기도 어렵고,한선수가 주야장천 써나갈 드라마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회전력이 빠른 이스포츠의 한계일까요?
드라마가 없는 이유는 뚜렷한 라이벌구도나 더이상 발휘될 통계의 미학신공이 없다는 것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바둑의 경우도 몇년전 위기의식이 심각했습니다만...이창호세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세대들의 춘추전국시대가 다시 붐을 일으켰습니다.
아마 수만년후에도 역사가 계속된다면 우리 시대를 기억할 때 유일하게 이름을 남길 한국인은 '이창호'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인물을 이시대에 본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그는 선수로서는 신의 한수에 가장 근접했고,바둑인으로서는 '중국과 한국'의 뜻있는 젊은이들에게 한단계 높은 바둑인이 되게 했습니다.중국과 한국의 현재 20대 전후의 바둑인은 이창호만을 연구하다 세계 최강이 된 선수들입니다.
그 세대들은 이창호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선을 구축했고,그것은 때때로 성공을 거두면서 팬들을 자극했습니다.
'어찌하여 하늘은 주유를 내리시고,다시 공명을 내리셨습니까?'하고 한탄했다는 '이세돌과 이창호'의 세계 평정과 그에 대응한 바둑삼국지가 새로운 드라마를 펼치며 다시 전성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바둑계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판이 끓지 않는 이유는 스타마케팅의 한계에서 구하고 싶습니다.가장 네티즌과 밀접한 피드백과 시스템을 가지다 보니 그렇겠지만 엔터테이너가 없습니다.
가능성이 가장 큰 '서지훈'선수는 그냥 묻히고 있습니다.
박정석선수는 절정의 기량일 때 엔터테이너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점점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민선수는 확고한 드라마를 자기 내화했습니다.'몽상가'....제가 게임보다 벌떡 일어서서 기립박수 친 유일한 선수가 강민선수입니다.그는 정말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능력을 가진 몽상가'입니다.현재로서 가장 풍부한 엔터테이너입니다만....아쉽게도 소위 그들만의 문화로 머물뿐 영역을 파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강민이 결승에 올랐네?'
스타를 거의 보지 않는 사람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죠.
예전에도 그런 얘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게임계는 자기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습니다.그 이데올로기를 사회적 공론화해내지 못한 채,게임마케팅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대기업 마케팅의 호구화 한다면 더이상 사람들의 가슴을 끓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드라마는 사람들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작은 공명판을 울리는 울림입니다.게임에서 그 울림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헌신하고 추종해왔지요.
그러나 이렇게 맥없이 사람은 없고 승부만 있는 리그진행으로는 ....그냥 스포츠뉴스에서 결과만 보다가 포스트시즌에만 관심을 가지는 야구,농구,축구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입니다.
2006년을 마치며 작은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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