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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2/21 06:48:21 |
Name |
Hellruin |
Subject |
지금은 폭풍이 잠들고 해가 빛날때 |
오버마인드가 바짝 다가서며 폭풍을 향해 다소 거북한 미소를 지었다.
폭풍은 안면근육이 씰룩거릴만큼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말문을 열었다.
"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
헤어짐이 아쉬운지 두손을 꼭 쥐며 오버마인드가 회한에 가득찬 눈으로 화답했다.
" 고마워해야할건 오히려 나일세, 너무 큰짐을 지워주는것 같아 미안할 뿐이네 "
오버마인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좌중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 Drone! "
오버마인드가 자기를 부른줄 착각한 신생아 드론이 콩콩뛰며 손을 흔들자 폭풍은 왠지모를 미안함을 느꼈다.
" Zergling! Hydralisk! Lurker! Mutalisk!! "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오버로드와 뮤탈리스크와 스커지들이 빙글빙글 원을그리며 저마다의 비명을 질러댔고 버로우를 풀고 일어난 럴커들과 저글링들은 폭풍을 의문이 가득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모든 개체들을 호명한 후에 오버마인드는 폭풍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
장내가 쥐죽은듯 조용해지자 오버마인드는 목소리를 잔뜩 깔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 폭풍(暴風) "
3년전까지 저그의 총사령관을 역임하며 숱한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렸던 이름.
하지만 최후의전쟁에서 연일패하며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진 이름이었다.
" 저그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
저그의 위기는 '매퍼'라는 이름의 재앙에서 초래된것이었지만 실상 본질적인 문제는 저그 스스로 만든것이었다.
부유함의 상징, 풍요의 시대를 거쳐가며 저그는 테란,프로토스와의 격차를 벌려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미래를 위한 투자, 즉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소흘히 함으로써 현실에 안주하게 되었고, 결국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상황은 좋지 않네. 마에스트로가 혼돈에서 빠져나와 부러진 지휘봉을 다시 쥐었지만 그것 역시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고, 폭군혼자 고립된 현 상태에서 그마저도 무너진다면..."
읊조리듯 말을 이어가다 목이 죄어오는듯한 답답함에 오버마인드는 가슴을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후의 카드. 저그는 폭풍과 함께 낭만의 시대로의 역행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 자네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진않네 허나... "
폭풍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도로삼키며 눈을 감았다.
" 꼭 한명은 꺽어줬으면 하네 "
고요함이 장내를 뒤덮고, 폭풍은 검은 심연으로 홀로 빠져들어갔다.
4명의 적장의 얼굴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그에게 다가오더니 시퍼렇게 날이선 검을 한자루씩들고 그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한(恨) ! 아 어찌 그날의 일을 꿈에라도 잊을수 있을까!'
그순간 서늘한 기운의 바람이 폭풍을 휘어감으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에 오버마인드는 눈을 가리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눈을 뜬 폭풍은 상처투성이였던 지난날의 그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이세상의 어느누구에게도 결코 지고싶지않은 강렬하고 위풍당당하고 거침없는말이 시원시원하게 터져나왔다.
"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홍진호 입니다. 폭풍의 진정한 힘을 보여드리죠 "
" 하하하하 "
자신감이 가득한 청년의 기에 눌린 오버마인드가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 지금 출발하면 늦지 않을것이네 "
"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
폭풍은 고개를 돌리며 여유로운 미소로 대답했다.
무리 한 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가자 일제히 좌우로 갈라지며 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더이상 시간끌지 않겠네. 폭풍! 지금은 황제도 천재도 괴물도 시대의 흐름에 뭍혔네. 하지만 자네라면 다를거라 믿네. 자네는 그들과의 오랜 전투속에서도 홍진호임을.. 저그임을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으니까 말일세. "
점점 멀어져가는 폭풍의 뒷모습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오버마인드가 출진명령을 서둘러 내렸다.
"오버로~~ 드"
오버마인드의 음성에 구름떼처럼 거대한 저그의 생명체들이 일제히 괴성을지르며 발을 굴렀다.
쿵 쿵 쿵쿵쿵쿵!
오버마인드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 목표지점은 Andromeda! 사랑스런 저그의 군사들이여! 진군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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