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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05 22:09:34
Name 김연우
Subject 미래로 가는 길
1.
  어떤 놀이든지 놀이를 즐기기 전에 반드시 행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죠. 어떤 놀이를 모른다는 말은 그 놀이의 규칙을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놀이를 가르쳐 주는 것은, 그 놀이의 규칙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컴퓨터로 즐기는 놀이입니다. 규칙에 대한 수행을 컴퓨터가 대신 해준다는 점만 다를 뿐,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하고 놀았던 여러 놀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규칙을 이미 아는 사람이 '게임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게 임의 규칙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전략' 즉 이기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입니다. 전략은 게임의 규칙에서 비롯됩니다. 승리하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 그것이 전략입니다. 축구나 농구에서 볼 수 있는 팀 전략이라던가, '일꾼과 유닛을 꾸준히 뽑아라.'는 등의 스타 기본 전략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게임에 임하는 사람들은 게임의 규칙을 이용해 각자의 전략을 정하고 그 전략으로 이기기 위해 분투합니다.

  그렇게 게임을 즐기다보면 가끔 규칙과 동떨어진 전략들이 생겨납니다. '리버를 막기 위해 터렛이나 스콜지를 뽑는다.'는 전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기본 규칙을 생각하면 참 이상합니다. 리버는 지상유닛이고, 터렛이나 스콜지는 대공유닛입니다. 즉 터렛이나 스콜지는 리버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터렛이나 스콜지로 리버를 방어하라는 것일까요? 이 전략은 게임의 규칙에 맞지 않습니다.
  이것은 전략의 고도화로 발생한 아이러니입니다. 리버는 지상유닛이지만, 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 셔틀을 뽑아 리버를 이동시켜 공격하는 전략이 나왔습니다. 셔틀과 리버를 조화시키는 이 전략은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전략은 거의 새로운 규칙으로써 자리 잡았지요. '리버는 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규칙으로요. 이러한 변화 때문에 스콜지와 터렛으로 리버를 방어하는 전략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리버는 반드시 셔틀을 타고 이동할 것이 분명하기에, 리버가 탈 셔틀을 요격하면 리버를 방어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스타크래프트는 이런 식의 전략의 고도화가 굉장히 높게 이루어졌습니다. 수천수만 수백만의 유저들이 상대를 이기기 위해 머리를 싸맨 결과들이 총집되었습니다. 유닛의 활용도를 살짝 바꾼 전술부터 종족간 밸런스를 송두리째 바꾼 패러다임 쉬프트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도화 끝에 드디어 현재에 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략은 더 이상 고도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예 멈춘 것은 아닙니다만 그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졌습니다.
  전략의 고도화는 양날의 검입니다. 전략의 고도화는 높은 게임 수준을 자랑하지만 그것을 음미할 수 있는 자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전략의 발전을 아는 소수뿐입니다. 대다수는 전략의 고도화가 주는 아이러니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워하고, 변화하지 않는 뻔한 전략에 식상함을 느낍니다. 즉 전략의 고도화는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관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곤욕입니다.

  이렇게 미래로 향하는 시계가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를 들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전략이 변하지 않습니다.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변화가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참신함을 느끼지 못해 하품을 합니다. 많은 승객들을 기차에 태웠다고 자랑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을 태운 열차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움과 참신함을 공급할 연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희로애락을 되찾아야 합니다. 변화가 있어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사건이 있어야 분노할 수 있으며, 시간이 흘러야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뒷받침되어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시간과 사건과 변화를 되찾기 위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시계의 태엽을 감아야 합니다.





2.
  그런데 사실 지나친 전략의 고도화에 대한 해법은 옛날부터 모두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맵의 변화입니다. 맵은 게임의 규칙에 속하는 부분으로서, 각 유닛의 쓰임새를 바꾸고, 각 종족의 전략을 바꾸고, 각 종족의 밸런스를 바꿉니다. 이러한 규칙의 변화는 고도화된 전략들을 파괴시킵니다. 전략의 고도화는 마치 고층 건물을 쌓듯 저층 지역들이 굳건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지반을 건드리면 저층 지역이 흔들리고, 저층 지역이 흔들리면 고층 지역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쉬운 해결책이 있음에도 사용치 않는 것은 부작용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주장이 MBC게임의 이승원 해설이 말한 '게임은 맵 제작자가 아닌 선수에게 맡겨야 한다.'는 소위 도화지 이론입니다.
  이승원 해설의 말을 간단히 옮기자면 게임을 이끄는 축이 규칙을 만든 맵퍼가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실 이 말은 게임의 기본 조건이며 두말할 필요도 없는 정론입니다.

  앞서 말했던 리버의 상성으로 터렛을 건설하는 전략은 게이머가 게임을 이끈 경우입니다. 즉 전략의 고도화로 생긴 일이죠. 이렇듯 전략의 고도화는 전후관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합니다. 먼저 리버란 유닛이 있어야 하며, 이 리버의 활용을 극대화 하는 셔틀&리버 조합이 나와야 합니다. 그 후에야 셔틀&리버 조합을 격추하는 터렛의 건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사적 흐름은 스타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입스타 하는 재미가 됩니다.

  하지만 규칙을 바꾸는 맵퍼의 손길이 닿으면 이러한 재미가 사라집니다. 규칙의 변화로 전략이 바뀌면, 그것은 전략의 고도화가 아니라 단순한 전략의 변경을 의미할 뿐입니다. 지상맵에서는 항상 4드론을 달리던 저그가 섬맵에서는 4드론을 쓸 수 없습니다. 왜? 그냥 규칙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전후관계가 없습니다. 서사적 흐름이 나타나지 않으며 게임의 흐름 자체를 붕괴시킵니다.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이기기 위해 고민한 노력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됩니다.



  맵 제작자이신 포가튼님의 주장은 이를 포함합니다. 이를 포함하면서도 좀 더 근본적인 입장에서 도화지론을 반박합니다.

  첫째,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여도 그것은 전략의 지나친 고도화에 따른 폐해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부작용이 두려워 컨셉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큰 병이 걸렸음에도 잠깐의 쓴 맛이 두려워 약을 삼키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컨셉맵의 부작용인 연속성 단절과 밸런스 붕괴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현상을
불러오지 못하면 컨셉맵은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로움을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컨셉맵이니까요. 맵을 바꿔놨는데도 테란이 무난히 원팩더블 하고 트리플 하고 병력 째고 나간다면, 저그는 역시 무난히 3해처리 피고 뮤탈을 간다면, 토스도 여전이 더블넥 후 커세어로 보다가 리버를 띄운다면, 누가 그 맵을 컨셉맵이라 하겠습니까?
  맵이 바뀜에 따라 전략이 바뀌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영향으로 밸런스가 바뀌는 것 역시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전략의 기반을 흔들면 그에 따른 저층의 전략들이 요동치고, 저층의 전략들이 요동치면 고층의 전략들이 붕괴합니다. 각 종족은 서로 기반이 다른 만큼 파괴의 정도도 다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종족간 우열 격차는 절대 불가피합니다.

  컨셉맵을 만들고도 밸런스가 좋길 바라는 것은, 공중으로 던진 동전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앞면도 뒷면도 아닌 정확히 날에 서는 것을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좀 더 잘 던진다면, 좀 더 방향을 잘 잡고 좀 더 힘을 잘 주면 가능할 듯도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만약 세 종족의 전략을 동일한 수준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였더라도, 즉 던진 동전을 기적적으로 세로로 세우는데 성공하였더라, 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밸런스 붕괴는 확정적입니다. 어떤 우연에 의해서건 또는 어떤 천재에 의해서건 또는 어떤 다른 요인에 의해서건 세 종족의 전략 발전 속도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거기서 다시 우열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현재 종족 밸런스가 비교적 안정된 까닭은 전략적 발전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아주 약간의 변화만 있는 만큼 그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쉬우며, 한 종족이 상대의 새 전략에 갑자기 박살이 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둘째, 컨셉 없는 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무난한 맵 또한 본진 미네랄 8~10덩이와 한덩이 가스, 그리고 굉장히 제한적인 좁은 입구와 일정한 러쉬거리란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이러한 컨셉 하나를 지키고 있는 것일 뿐, 그것은 결코 대책 없는 장미 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보통 말하는 무난한 맵들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맵의 형태 중 극히 제한된 일부인 ‘로템형’입니다. 우리는 스타크래프트의 일부만 즐기고 있으며 그 일부만 스타크래프트라고 칭하고 있는 겁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다른 모든 면은 제거되고 오로지 홀로 인정받는 로템형 맵은, 로템형 맵의 극에 달한 사람들만의 것입니다. 익숙한 자들이 취하는 보수성의 극단일 뿐입니다.



  현 게임계는 도화지론이 승리한 곳입니다. 게임을 이끄는 축은 이미 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들의 모임인 협회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전략들을 보존할 수 있는 보수적인 맵이 주류를 이루고, 이에 따라 전략의 고도화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은 두말없이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는 묻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과연 반가운 현실입니까? 전략의 고도화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서로 앞 다투어 한 곳의 성만 쌓은 현재, 성은 뾰족한 피라미드가 되어있습니다. 결국 최정상에는 하나의 전략만이 군림하고 있습니다. 한계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고작 하나의 벽돌을 더 쌓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현재 승부는 바로 이 벽돌 하나가 가릅니다. 당사자들은 피가 말릴지 몰라도, 그들과 같은 높이에 설 수 없는, 그래서 더 이상 옥상을 볼 수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작 벽돌 하나로 다투는 별거 아닌 분쟁일 뿐입니다.

더 이상 맹목적인 전략의 고도화는 두고 볼만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한 곳에만 전략의 탑을 쌓을 것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너무나도 많은 미개척지에 발을 내딛을 때입니다. 그렇게 하면 지나친 전략의 고도화가 불러오는 부작용들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현재의 게임판은 도화지론이 승리하여 전략의 고도화가 치열하게 진행된 곳이며, 그에 따른 부작용을 모두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 즉 컨셉맵의 쓰임이 활발한 예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프로리그식 팀플레이 입니다. 프로리그식 팀플은 개인전에 비해 여러모로 소외받았습니다. 팀플의 전략 패턴을 분석하는 매니아, 해설, 맵퍼는 없었습니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프로리그식 팀플과 배틀넷의 팀플이 상당히 달랐던 데서 비롯합니다.
프로리그의 팀플은 동종족 조합을 금지하며 2:2에서 이루어지고, 또 다양한 맵에서 경기를 펼칩니다. 이에 반해 일반적인 배틀넷에서의 팀플은 3:3, 4:4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헌터나 무한 맵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차이는 질럿과 저글링 위주의 한타 싸움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일반적인 팀플이,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리그식 팀플은 보다 개인전에 유사한 형태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프로리그식 팀플에서는 보통의 팀플에서는 보기 힘든 저그+테란 조합이 탄생하였습니다. 머큐리 제로로 촉발된 저그+테란 조합은 기존의 질럿&저글링에 극상성인 벌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팀플 테란의 메카닉에 대한 연구는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골리앗과 드론 타격에 쏠쏠한 재미를 주는 레이스의 사용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저그의 성큰 수비 후 뮤탈리스크 플레이가 더더욱 선호되었습니다. 그리고 질럿 위주로만 플레이하던 프로토스는 뮤탈과 골리앗, 벌쳐에 강한 드래군과 커세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예 질럿을 배제하고 포토캐논으로 버티며 하이템플러와 다크템플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팀플레이에서의 전략 고도화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불의 전차와 성안길, DMZ입니다. 불의 전차와 성안길은 승리를 위한 방법이 단 하나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언덕 장악'

오로지 언덕을 장악하기 위한 드랍쉽과 셔틀 플레이가 단숨에 주류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전략의 고도화는 무시되었습니다. 언덕 장악이라는 하나의 승리 문법을 기준으로 모든 팀플 전략들이 재배열되었습니다. DMZ는 더합니다. '코앞이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러쉬거리는 그 위를 덮은 웹과 무관하였습니다. 파격에 파격을 달렸던 맵인지라 기존 팀플 전략과는 완전히 유리되었습니다.



게임은 규칙의 집합입니다. 규칙이 다르면, 다른 게임입니다. 그리고 맵은 게임의 규칙에 속합니다. 즉 맵의 파격은 게임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마치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어느 정도 달라야 하느냐, 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맵의 변화가 게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프로리그식 팀플은 철저히 격리되었습니다. 프로리그식 팀플의 전략 발전에 궁리했던 이는 오로지 이에 참여하는 선수들뿐이었습니다. 또한 이들도 기꺼운 마음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반강제식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소외가 있었기에, 팀플 맵의 파격이 이제 막 피어나는 팀플 전략의 고도화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지나친 파격이 계속되는데도, 팀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팬과 시청자, 심지어는 선수들도 맵의 파격에 전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재앙 수준으로 일어났던 맵의 변경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것처럼 차분히 쌓이고 있던 팀플 전략의 탑을 계속해서 무너트렸습니다. 그리고 참여자도 관람자도 주최자도 눈길을 주지 않는 팀플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프로리그 팀플의 무관심과 소멸은 참으로 슬픈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팀플에는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았으며 그 가능성을 다른 분들의 글을 보고서야 간신히 알아차렸습니다.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야 가치를 깨닫는다고, 팀플의 가치는 팀플이 사라진 후에야 인식되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나쁜 상황은 소 잃고 소를 다시 샀음에도 여전히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저지른 실수를 바탕으로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아야만, 인간은 미래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과도한 컨셉맵의 폐해는 밸런스 붕괴보다 전략의 연속성 파괴가 훨씬 더 큽니다. 현실적으로 밸런스 붕괴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밸런스가 차단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략에 완벽히 부흥하는 맵이 만들어져야하며, 또한 종족별 전략의 변화가 없어야합니다. 소위 아카디아 10:0 사건이 말해주듯 기존의 트렌드에 부흥하는 맵일지라도, 한 종족의 전략이 변함에 따라 종족간 밸런스가 송두리째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밸런스 붕괴에 대한 대책은 단지 각 종족의 균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밖에 답이 없습니다.

이에 반해 전략의 연속성 파괴는 게임의 근간을 흔듭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게이머들에게 혼란을 줍니다. 2004년 후반부터 2005년 초반에 있었던 온게임넷의 과도한 컨셉맵 사용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사용된 맵은 머큐리, 펠레노르, 비프로스트3, 레퀴엠, 발해의 꿈, 연금술사, 기요틴으로 정석적인 로템형 맵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로템형 맵에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던 전략의 발전이 온게임넷에서는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로템형 맵을 사용했던 MBC게임에서는 꾸준히 전략의 고도화가 이루어졌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 루나, 라이드 오브 발키리, 포르테 등 로템형 맵이 돌아오자, 그동안에 이루어진 전략적 변화를 목격하지 못한 해설진들은 맥을 놓쳤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도화지론의 주장입니다. 게임을 이끄는 주체, 즉 전략의 고도화를 이끄는 주체가 맵퍼가 아닌 게이머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화지론이 부정하는 것은 컨셉맵 입니다. 컨셉맵은 무난한 맵의 반대향의 개념입니다. 즉, 개성이 없는 무난한 맵이 아니라, 어떠한 주제 또는 소재가 들어 있는 맵, 컨셉 있는 맵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의도'가 들어간 맵은, 당연히 맵이 게임의 규칙에 속하는 만큼 게이머보다 훨씬 많은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러한 영향력이 전략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게이머를 혼란시킵니다. 이것은 게임의 근간 자체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이는 마치 흥미롭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던 영화가 '현재까지의 모든 일들은 꿈이었다'는 한마디로 이전 내용을 정리해버리는 허무함과 같습니다. 연속성 파괴는 힘겹게 개발한 전략의 의미를 지워버립니다.
즉 도화지론에서 말하는 도화지는 말 그대로 맵에 구조물 하나 없는 새하얀 도화지를 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맵에서 나타날 전략의 방향을 제작자가 결정치 않고, 게임을 이끄는 주체를 게이머에게 맞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이야기는 하나로 모아집니다. 결국 둘 모두 정답은 아닙니다. 양쪽에 대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위의 두 상반된 주장은 두 가지 요구조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맵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둘째, 전략의 연속성 단절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맵의 종족별 밸런스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과거에 비해 우선순위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최적화를 막는다는 것은, 각 종족을 불안정한 상태로 둔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밸런스 붕괴는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밸런스 붕괴는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요구 조건에 맞는 맵 시스템이 있습니다. 맵 계보의 체계화 입니다. 현재 우리는 로템형 맵, 비프로스트형 맵, 러쉬아워형 맵을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인용 맵의 기준은 로스트 템플이며, 2인용 맵의 기준은 비프로스트, 3인용 맵의 기준은 러쉬아워라 할 수 있습니다. 로템형 맵은 공평한 네 개의 스타팅, 그리고 본진/앞마당의 정석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프로스트형 맵은 다양한 러시 루트를 갖습니다. 러쉬아워형은 센터와 외각 루트가 평형을 이루는 가운데 스타팅 사이에 중립 멀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모든 맵의 뼈대입니다. 여기에 자원 구조나 미네랄 장벽, 중립 멀티 등으로 살을 붙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맵들은 다른 맵일지라도 전략의 연속성을 가집니다. 비프로스트형 맵인 신백두대간에서 쓰인 전진 플레이는 추풍령에서 쓰일 수 있듯 이요. 전략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종족 밸런스가 깨질 소지 역시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맵을 계보로 분류하고 뼈대를 유지시킵니다. 마치 로템형/비프로스트형/러쉬아워형이 있듯, 새로운 뼈대를 꾸준히 개발합니다. 즉 뼈대를 다양화함으로써 맵을 다양화하고, 그 뼈대를 연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전략의 연속성을 보장합니다.



새로운 맵 계보의 시작이 될 만할, 뼈대가 될 만한 맵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맵은 히치하이커입니다. 히치하이커는 몬티홀과 궤를 같이 합니다. 2인용 맵인 히치하이커는 양 스타팅간 러쉬루트가 셋입니다. 셋은 완벽히 독립되어 있으며, 이 셋 중 둘 이상은 중립건물 또는 미네랄로 막혀있습니다. 전장을 셋으로 구분했기에 정신없는 난전이 자주 일어나며, 한쪽 루트에서의 패배를 다른 루트에서 극복하는 역전도 가능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회전형과 중앙형의 가장 절묘한 조합입니다. 여기에 중립 건물을 겹쳐서 건설한다던가, 세 러쉬루트의 지형을 모두 각각 다르게 한다던가, 세 러쉬루트의 자원을 다르게 하는 등의 살을 붙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맵은 패러럴 라인즈입니다. 패러럴 라인즈는 앞마당이 있는 반섬맵입니다. 앞마당이 있기에 저그가 상대적으로 할만하며, 3가스 확보가 어렵기에 캐리어 일변도 게임이 나오지 않고 반섬맵이기에 드랍쉽&골리앗 체제 일변도도 없습니다. 이렇듯 모든 섬 맵 중 비교적 좋은 밸런스(전체적인 역상성)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앞마당이 있는 반섬맵 형태를 기저로, 지형이나 확장 관계에 대한 살을 붙일 수 있겠죠.

세 번째 맵은 아방가르드입니다. 로템형과 유사하지만, 앞마당 확보는 매우 쉽지만 제2멀티 확보는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마당만 먹고 쥐어짜낸 한방과 한방을 막으며 멀티를 피는 구도의 싸움이 많이 나옵니다. 테란 초강세를 유지하던 1.08 초창기에도 테란이 암울했던 것을 생각하면 러쉬거리 조절이나 중앙 지형의 다양화를 통해 살을 붙일 수 있을듯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맵들이 있으니까요.
또한 이런 식의 기존 맵을 바탕으로 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위 앞마당 노가스맵이라던가 본진 2가스맵 등에 대한 새로운 뼈대 찾기 시도를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기존의 맵과 계보 없는 너무 새로운 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맵과 유사하되 새로운 요소를 일부 추가시키면서 꾸준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5.
게임은 과도한 최적화로 인한 단순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는 스타가 아니라 다른 게임을 하면서도 보이는 현상이며, 다른 스포츠에서도 보이는 현상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입니다. 다른 스포츠에서 골대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공의 재질을 바꾸듯 말이죠. 현재의 이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의 일을 해야 합니다. 비록 패치에 대한 권한은 없지만 패치에 준하는 맵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최적화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제가 이러한 변화를 원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좀 더 재밌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곰티비 클래식에서 신기한 빌드를 보여준 임요환 선수와 간 떨리는 리버 견제를 보여준 김성제 선수의 경기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과 전략의 참신함이 주는 재미가 어떤 것이었는지,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즐거움이 매 경기마다 반복되었던 과거의 즐거움을 우리는 이미 압니다.

과도한 최적화는 스타일을 없앱니다. 최적화된 하나의 답 외에 다른 스타일들은 승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도태됩니다. 또한 과도한 최적화는 새로운 전략의 탄생을 어렵게 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모든 전략에 대응책을 가진 최적화 전략을 극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거든요. 이러한 현상은 태엽이 다된 장난감 병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태엽이 다되어 움직임이 느려지는 장난감 병정을 다시 가지고 놀기 위해서는, 다시 태엽을 감아야 합니다.

어떠한 시도든지 좋습니다. 저는 단지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냈을 뿐입니다. 이 의견은 제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훨씬 좋은 의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무엇이 좋은 시도일지, 진정 어떠한 시도가 우리에게 미래로 가는 길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시도를,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 움직임을 절대 멈춰서는 안 됩니다. 어떤 시도로부터 비롯되었던, 다시 한 번 참신한 전략에 탄성을 지르고 싶고, 다시 한 번 간 떨리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쇼에 열광하고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변화를 꽤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우리가 스타를 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즐거움을 느끼고 싶을 뿐입니다. 단지 재미있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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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08/10/05 22:21
수정 아이콘
맵이 테란에게 시련을 준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분명히 등장할꺼라고 봅니다.

그런데 왜 맨날 저그만 시련을 겪나요..
몽환을 프로리그 맵으로 사용했다면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을 겁니다.
SoulCity~*
08/10/05 22:26
수정 아이콘
긴글 잘읽었습니다~
글을 읽고보니 상당히 타당한 의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맵의 계보를 만든다는건 꽤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08/10/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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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님의 주장에 궤를 같이하며, Hellruin님이 쓰셨던 다크맵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아블로 맵 제작방식처럼 자동으로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므로 김연우님이 쓰신대로
토대가 되는 맵 뼈대가 있고 거기에 덧붙여서 조금씩의 변화를 주어서 (경우에 따라선 스타팅간 비대칭까지도)
그때 그때 선수들이 대략적인 맵 스타일에 맞춰 전략은 짜오되 실제 경기에서 임기응변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갈 수 있다면
다시 스타리그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picurean
08/10/05 22:30
수정 아이콘
우와.... 하고 읽은 기억밖에;;
펠릭스~
08/10/05 22:46
수정 아이콘
현재 맵에 추구점이 잘못이라고 봅니다.
수비형의 타바... 그리고 빠른 게임 스피드를 위해서 통로를 넓혔는데 이것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 저지선이 없는가?? 저지선을 없애는 것은 좋습니다만 이것은 힘싸움만으로 가는 근본적인 원인이 됩니다.

더군다나 힘싸움을 하기 힘든 저그 입장에서는 정말 불리한 점이구요..
저그는 시간을 번다 이런 개념인데 통로가 넓으니 이건....

두번째는 언덕의 소멸입니다.
이것은 과거 테란 패러다임일때 소멸했습니다만
지금 언덕이 있다면 블루스톰과 같이 뮤짤이 극대화 됩니다.
그리고 오벌로드 정찰도 원활해 지구요

마지막으로 다량에 본진자원 타스타팅 감소 총 자원이 감소입니다.
이것은 의도가 불순하다고 까지 봅니다.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도 스타팅은 늘려야 합니다.
의외에 수단이 왜 없냐고 말하기 전에...스타팅 갯수를 생각해 봅시다.
뻔하거든요 점점 맵들이..

이런 추구점들이 오히려 잘못이라고 보고
근본적으로 맵이 테란에게만 웃어줍니다.
Wanderer
08/10/0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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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항상 느끼는 거지만 김연우님의 글은 보는 사람을 고개숙이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것 같습니다
라울리스타
08/10/0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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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꾹 누르구요. 굉장히 잘 읽었습니다.

미래로 가야만 한다는 점에는 굉장히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변찮은 의견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양산형 타파'를 외치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구요.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맵으로 줄 수 있는 변화도 한계점에 다다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힘싸움 맵이지만, 러시 루트나 다른 요소로 변화를 주었던 맵(ex 몬티홀)은 점점 특정종족의 유불리가 갈리며, 결국엔 동족전만 주구장장 나왔구요.

새로운 경기 양상이 발생한 맵(ex 블루스톰)의 경우엔 그 새로운 양상이 나중엔 아예 노골적인 패턴이 되어버렸지요(투해처리 뮤짤 이후 가디언 vs 베슬 띄우기)

현재 진행형으로는

무조건 양산형 더블 빌드 타파맵(ex 레이드 어설트)이 경우에는, 아예 한 경기빼고 저저전만 나오더군요.

협회측에선 테란이 본진플레이 혹은 테크플레이를 할 것으로 기대를 했겠지만요.

결국은, 망할 현 체제가 계속되는 이상. 맵이 나오면, 또 그에 따른 최적화들이 몇주 못가 나오게 되구요, 결국엔 새로운 패턴의 양산형 게임만 반복될 것 같습니다.
08/10/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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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만 시련을 겪는것은 저그의 체제가 '크립'에 한정되고 방향성이 일정하기때문입니다.
맵에 따른 변화에 토스와 테란은 거기에 대놓고 맞추는것도 가능하지만 저그는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모든맵에 적응할수 있는 저그만 살아남는것이지요.

맵이 뻔한것은 '사용하지 않는 뻔하지 않은 맵'이 많은것일뿐입니다.

파격이후의 그 맵 스타일의 '유지'는 언제나 필요했지만 파격으로 뭔가가 깨져버리면 그 맵은 쓰레기로 치부되어버리면서
그 스타일 자체가 없어져버립니다. 그것이 현재의 맵 시스템 최대의 단점입니다.


ps. 아케이드 게임인 철권은 TT의 태그시스템에서 갑자기 4에서 벽과 고저차라는 웃기는 요소를 도입합니다.
4자체의 게임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원래부터 안좋았던 캐릭터별 밸런스가 왕창 깨지는 동시에 기존에 가지던 박진감이 완전히
날아가 버리는 소위 실패작이 되어버립니다. (흥행은 확실히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남코는 그것에서 고저차는 없애고 벽에 대한 개념과 움직임을 보완해서 5를 내놓았습니다.
현재의 DR-6로 이어지는 시스템에도 바운드가 추가된것과 벽콤보의 약간의 변화를 빼면 게임자체는 '거의' 같은게임입니다.
이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비슷할까요?

ps2. 팀플은 미친듯이 분석했었습니다. 팀플은 소위말에 맵퍼들이 만들면 떡밥맵입니다.
개판으로 만들어도 어느정도의 '밸런스'는 유지되니까요. 농간맵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만큼 만들기엔 쉽습니다.
다만 생각을 하지 않고 대충 맵을 만들어버리면 맵의 양상이 너무나 쉽게 고착화 되어버립니다.
그만큼 최적화가 빨리되면서 딱 거기서 고정.. 즉 재미없는 맵이 되어버립니다.

팀플맵을 만들때 맵퍼의 숙원은 테저,프저,테프와 저저 or 저랜이 비슷한 비율로 나올수 있는 환상의 맵입니다.
현재 2:2팀플맵중에 그것이 가능했던 맵은 제가 이제까지 봐왔던 맵중에 고작 세개밖에 없습니다.... (팀플 지상맵에 한정해서입니다.)
만들기는 쉬우나 제대로 만들기도 어렵고.. 그 맵을 유저와 청자가 이해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게 팀플의 문제점이었죠.
쌓여있는게 개인리그를 바탕으로한 개인전처럼 많은것도 아니고 말이죠.
08/10/05 23:33
수정 아이콘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일반적인 힘싸움'에서 양상이 분화되는 네개의 맵정도를 제외하고
특이 양상의 맵과 섬맵-반섬맵이 교차로 사용된다던지 해서.. 최소한 10개의 맵이 돌아다녀야 합니다.
프로리그에서 10개의 맵을 쓴다면 7차전까지 가는 포스트시즌의 경우에는 맵 제거/선택권이 정말 크게 작용합니다.
즉 다양한 경기양상을 위한 맵의 선택이 체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살을 언제까지 깎아먹을지 모르겠습니다. 쩝.
김연우
08/10/05 23:3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이 글을 최대한 요약하자면 '컨셉맵이라도 꾸준히 보완하면서 오래 쓰자'가 돼겠습니다. 가장 좋은 예는 신백두대간이나 알케미스트, 트로이가 돼겠지요
도라지
08/10/06 00:03
수정 아이콘
컨셉맵과 그 맵이 주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밸런스 파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컨셉맵의 가장 큰 폐해는 에버 2004에서 잘 나타났죠.
펠레노르, 비프로스트, 머큐리... 세 개의 컨셉맵이 테저전 밸런스를 완전 박살내버렸습니다.

컨셉과 그에 따른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 재미를 위해 희생되는 선수는 무엇으로 보상을 해 줘야 하나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 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있는혼
08/10/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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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천 누릅니다.
맵의 계보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부작용을 줄인다는건 정말 멋진생각이군요..
맵의 다양성에 안정성을 조금이나마 보탤 수 있다면 정말 좋을것 같습니다.
서지훈'카리스
08/10/0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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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보장을 위한 계속되는 패치..
공감되네요~
信主NISSI
08/10/06 04:38
수정 아이콘
모든 맵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항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롭지 않은 사항입니다... 맵의 계보를 짓는 일들은 그렇게 새롭지 않거든요... 아마 지금까지 맵을 만들던 사람들은 어느정도 이점을 감안했을 겁니다.

위에서 언급된 몇개의 계보들 중에는 답이 나와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앞마당에 가스가 없는 맵은 상성으로 기울어진다는 답이 나와 있습니다. 섬맵은 밸런스를 위해선 반섬맵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야하지만, 결국 '포비든존'에 이르러 섬맵의 특징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변형형태의 섬맵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어쨌든 섬맵에 가까운 맵이라기보다 지상맵의 연장선상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젠 그럴 기회는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위에서 다크맵이 언급됐지만, 몽환의 실패는 다크맵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입니다. 스타팅 포인트간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 양상에 대해서 선수들은 배척했습니다. 왠지 이젠 김연우님의 글과 같은 상황을 바라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맵을 통한 다양한 양상의 시도에 대한 '열린 시각'은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으로 자작맵을 시도했었던 하나로 통신배에선 2+2형태의 맵, 6인용맵, 본진 10미네랄 맵, 본진 7미네랄 맵... 이후로 로템기반으로 앞마당엔 가스가 없고 섬멀티에 있는 맵, 반언덕을 이용한 섬맵, 3인용섬맵, 아이스링크를 깐맵, 완전지상맵, 미네랄로 막히는맵, 역언덕맵...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몽환의 본진미네랄이 8덩이라는 것만으로도 불편해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너무 오랜시간 변화의 폭을 좁혀준 덕에 그에 적응하는 선수들이 너무 적습니다.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


PS. 팀플맵은 앞으로 못보게 되겠지만... 2:2맵에서 밸런스는(프로리그에서는) 한종족이 유리하다에 촛점이 맞춰지는게 아니고, '한종족이 안나온다'에 초점이 맞춰지죠. 결과적으로 저그가 없는 테프조합은 거의 나오질 못했으니, 저프 아니면 저테인 것이고, 그래서 밸런스에 대해서 연연하지 않았다고 봅니다.(사실 동족전을 지겨워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이나 팀플을 지겨워하는 분들에게 요인이 됐을거라 봅니다.)

어쨌든 '향수'라는 이름으로 얼토당토않게 '전혀 수정없이' 올드맵을 부활시킨 협회의 좁은 생각에 울분을 토합니다. --;; 못해도 언덕입구에 따른 스타팅 유불리 정도는 수정할 수 있었는데...
사귀자그래요
08/10/06 13:08
수정 아이콘
겜게에 추게로 버튼을 누르고 싶은 글이 보이면 항상 김연우님 글이군요.
잘 읽고 있습니다
테페리안
08/10/06 20:13
수정 아이콘
김연우님 오랜만에 글올리신듯 하네요...
좀 더 자주 김연우님의 글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_-;;

개인적으로 가요계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봅니다.
10년 전만 해도 다양한 종류(?)그룹과 가수들이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다 바로 앨범낸 풋풋햇던 신인부터 뒤늦게 데뷔한
신인, 지방에서 방금 올라온;; 신인 등등
그런데 요즘은 그런식으로 바로 신인이 혜성처럼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중대형 소속사에서 같은 안무가, 같은 보컬
트레이너 등등 붕어빵 찍어내듯(이 방법이 잘못됐다 라는 건 아니지만...) 나오고 있습니다.

스타판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예전에 비해 데뷔하는 루트가 단조로와졌고, 양산형 신인들이 등장하고, 신인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갖기 전에 색이 입혀집니다.

다만, 문제는..... 가요계는 항상 일정한 수요가 보장된다는 점과는 달리 스타판은 점점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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