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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5/28 11:47:17 |
Name |
김연우 |
Subject |
해설진들의 十人十色 |
입스타란,
어떻게 하면 이기는가, 에 대한 이야기이다.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투에서 이겨야 하고,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물량이 많아야 하고, 물량이 많기 위해서는 확장이 많아야 한다.
게임에 승리하는 방법으로 전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전투를 벌이도록 준비하는 운영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운영을 결정하는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 하나'의 현상이 있을 때,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절대 '하나'가 아니다. 관점에 따라 현상에 대한 해석은 다르기 마련이다. 입스타마다 해석하는 방법과 관점이 모두 다르니, 이에 따라 입스타에 대한 '입'을 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입스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바로 캐스터와 해설진들이다.
엄재경 해설위원은 게임의 근원인 선수의 심리를 따지는 입스타다. 결국 게임이란 사람이 하는 것 아니냐, 는 것이 바로 엄재경 해설위원의 관점이다.
선수가 망가지면 운영이 망가지고, 운영이 망가지면 전투에서 패한다. 한 경기 한 경기 각각의 경기에서는 전투와 운영이 중요하지만, 여러 경기 넓고 크게 시즌의 단위에서 보면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의 마인드다. 3해처리가 됐건 미친 저그가 됐건 선수가 몰락하면 뭘 하든 지니까. 그래서 엄재경 해설이 지목하는 큰 흐름은 굉장히 정확하다. 보통은 전투와 운영, 전략을 논하다 놓치는 큰 흐름을 잡는 이가 엄재경 해설위원이다.
하지만, 선수의 심리와 경기 자체에 대한 연결이 부족하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괴리감이 나온다. 분명 제대로 말하고 있는데 결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것은 컨디션의 문제였는지, 열정의 문제였는지, 요새는 두 연결고리를 잘 찾고 경기 내에서의 맥을 잘 짚는다. 어차피 스타란 배를 찢느냐 아니냐의 싸움이니까, 이것만 파악하면 된다는 관점에서 그의 시선은 참 명확하다.
김태형 해설의 관점은 시간에 경기에 따라 바뀐다. 어떨 때는 확장에, 어떨 때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지상군 싸움에, 어떨 때는 캐리어에, 어떨 때는 빌드에 집중한다.
특정 시간에 특정 관점에 집중하기 때문에 선택한 관점이 대세에 맞으면 굉장히 멋지고 정확한 입스타가 탄생하지만, 관점이 대세에 맞지 않으면 입스타에 대한 느낌도 반대이다.
어쨌든 한 관점의 달인인 엄재경 해설과 특정 시간 특정 관점에 집중하는 김태형 해설이기에, 두 분이 경기 내내 티격태격하는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승원/김정민/김창선/유병준 해설은 현상부터 심리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입스타다. 전투 시에는 컨트롤에 집중했다가, 전투가 끝나면 전투의 의미를 분석한다. 그리고 전투가 주는 전략적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은 다시 선수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입스타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세세해서 '시청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가'에 대해 가장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약간의 준비부족에도 행한 실수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는 단점도 있다. 자신의 주력분야만 파는 게 아니라 멀티 플레이어 식으로 여러 관점을 전부 설명하기에, 게임을 읽는 눈이 흐려지면 곧바로 입스타가 엉뚱해진다.
근래의 이승원 해설이 대표적인 예로, 그는 전투와 운영 사이 세밀한 면을 굉장히 잘 읽는 해설이었으나, 근래 선수들의 묘사에 심취한 탓인지 운영의 관점에서 실수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 어찌 되었건 모든 관점에서 해설할 수 있다는 특징은 평가하기에 따라 굉장한 장점이 될 수 있다.어떤 경기가 되었건 어떻게 집중하느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OME를 명경기로 살릴 수 있는 해설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전용준/김철민/성승헌/박상현/이현주/정소림 등 캐스터들은 현상 자체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그것이 캐스터의 일이니까.
현상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유감없이 보이는 이가 박상현 캐스터다. 박상현 캐스터는 말의 내용뿐이 아니라 뉘앙스와 목소리 톤, 예를 들어'잡힌다, 오 안돼!'등으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여과 없이 표현한다.
OME 는 양 선수 모두 게임을 제어하지 못할 때 OME이다. 둘 다 게임의 맥을 못잡고 둘 다 헛선택만 해서 OME이다. 즉, 특이한 게임이라 상황을 못 읽고, 상황을 못 읽으니 선택이 좋을 리 없다. 즉 운영이 안 좋으면 OME다.
현상에 특히 집중하는 박상현 캐스터의 힘이 여기서 발휘된다. 운영이 어찌 되었건 게임은 흘러간다. 선택을 잘못하면 어떠랴, 운영을 못하면 어떠랴, 드래군은 폭사하고 마린메딕은 긁히고 베슬은 터진다. 상황 하나에 웃고 상황 하나에 우는 그의 해설을 듣다보면 어느새 시청자도 장면 하나에 일희일비 울고 웃는다. 캐스터가 즐거워하자 해설자도 덩달아 즐겁다. 이렇게 시청자와 해설자가 감정을 공유한다. 말 그대로 웃고 떠들다가 타자의 헛스윙에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몰래 숨겨둔 소주를 같이 까서 들이키는 친구가 된다. 바로 그가 박상현이다. 단, 여기에 감정이 동화되지 않은 이에게는 괜히 시끄럽게만 느껴질 수 있다.
박상현 캐스터와 다른 관점으로 현장을 전달하는 전용준 캐스터의 모습은 응원단장이다. 눈앞에서 우리팀이 싸우고 있다. 격렬한 접전이어도, 우리가 이기는 유리한 상황이어도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어도 응원단장의 목소리는 항상 높아야 한다.
'여러분, 지금이 중요한 때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맞춰 시청자들의 긴장감이 상승한다 절로 땀이나고 열이나며 목소리가 커진다. 이러한 전용준 캐스터를 절대 싫어할 수가 없다. 현 상황에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은 결코 경망스럽지도 암울하지도 썰렁하지도 잠잠하지도 않다. 흐름에 맞춰 분위기에 타고 흐름을 끌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그의 모습에 누가 침을 뱉을까?
김동준 해설은 전술에 조예가 깊으면서, 정작 본인은 전술을 꺼린다. 공격을 좋아했던 선수여서 그런가, 교전의 불확실성을 꺼리며 경기의 중심을 선수의 운영과 선택에 둔다.
항상 이 선수가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가, 그리고 그런 판단의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이 유유히 진행될때는 해설 자체를 즐거워한다.
앞서 말했듯 OME는 운영이 없는 게임이다. 그래서 김동준 해설에게 OME는 정말 처참한 상황이다. 전술의 실패는 있을 수 있다. '실력'을 넘어 운이나 실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술의 실패는 아까워하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운영의 실패는 용납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김동수 해설에게 중용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가 바라보는 경기는 '내가 저 선수랑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선수의 이 플레이는 왜 훌륭한가, 수비하는 쪽에서 왜 막기 어려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등등 전투의 관점 운영의 관점 심리의 관점을 모두 넘나들지만, 그 타겟은 한 선수에게만 집중된다.
간혹 반대의 관점에 서서 '어떻게 하면 이길까'에 집중하기도 한다. 오히려 문제는 이때다. '그래도 난 이길 수 있어! 아직 희망이 있어!'라는 바램 때문에 경기 자체를 철저히 게임을 벌이는 게이머의 관점에서 보는 바람에 부정할 수 없는 억측이 나오니까. 하지만, 함께 게이머가 되어서 상대와 게임한다는 상상으로 경기를 볼때, 김동수 해설만한 동반자는 없다.
해설에는 여러 관점이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해설자'라는 한가지 목표를 공유한다. 해설은 선수의 플레이를 풀어주는 사람이다. 그가 왜 이렇게 했는가, 이 행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이것을 말해주는 사람이다. 즉, 절대로 자기할일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해설자라면 해설하는 대상인 선수에 대해 알아야 하고 해설을 듣는 시청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양쪽을 모두 돌아봐야 하는 피곤한 직업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365일 개방되어있다. 그들의 빈자리는 누구에게도 허락돼지 않는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 그만큼 힘든 자리에 선 그들이 각자 나름의 관점을 유지하며 좋은 해설을 들려줬으면 한다.
*임성춘 횽아. 어디계세요. 보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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