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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5/15 20:47:30 |
Name |
폭풍검 |
File #1 |
027.jpg (142.1 KB), Download : 27 |
Subject |
쿼 바디스 (Qvo Vadis) 1 |
이제 돌아갈 곳 없나이다.
당신이 일으켜 세웠던 제국은 이제 없나이다.
맞댔던 칼들은 오래 전 스러졌고
누볐던 전장들은 오래 전 닳았나이다.
일천의 전장을 가로질렀던 왕,
일백의 적장을 아로새겼던 왕이여
이제 어디로 가시나이까.
돌아갈 곳 없는 왕이여
잊혀진 제국의 주인이여.
옛 영광은 빛을 바랬고
오래된 검은 서럽게 울고 있으매
은빛으로 넘실대던 창칼의 물결도
패배를 모르던 당신의 기사들도
이미 모습을 감췄나이다. 그들의 길로 산산이 흩어졌나이다.
이제 당신은 혈혈단신
의지할 것은 가장 오래된 검
서럽게 울고 있는 바로 그 한 자루 검뿐이나이다.
그럼에 나는 묻나니
당신은 어이하여 아직 그 곳에 서 있나이까.
당신은 잊혀진 제국의 주인이니
단 한 명의 병사도 이끌지 못하는 황제는 오로지 옛 영광의 이름일 뿐이나이다.
필마단기, 단 한 명의 병사도 당신의 뒤에 보이지 않나이다.
가장 오래된 왕이여
이 황야에는 오로지 당신뿐이나이다.
전설은 덧없고
지나간 낭만은 허무한 것
이제 이곳의 그 누구도 옛 적을 기억하지 못하나이다.
당신은 오로지 홀로 이 황야에 서 있나이다.
이제는 잊혀진 지난날의 검극을 되새기며 낡은 검을 휘두르고 있나이다.
실로 어리석으매
입에서 흘러나와야 할 것은 조소임이 마땅하거늘
나는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겠나이다.
쿼바디스,
왕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잊혀진 제국의 주인이여.
가장 오래된 기사여.
그 갑옷은 이미 넝마와 다름없고
그 검은 이미 검이라 말하기도 부끄럽나이다.
새로운 시간이 이미 왔기에
더 이상 그 누구도 당신의 시대를 기다리지 않나이다.
오로지 당신만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 살고 있사오니.
당신이 휘두르는 검은 이미 오래 전 사라진 궤적을 그리고
더 이상 그 누구도 그토록 수더분한 칼을 휘두르지 않나이다.
실로 불합리, 이치에 어긋나는 옛 적의 싸움.
실로 어리석으매
그럼에도 당신은 아득한 길을 바라보나니
나는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겠나이다.
쿼바디스,
기사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당신은 지금 홀로 황야에 서 있나이다.
낡은 길에 서서 보이지 않는 황야의 저편을 바라보고 있나이다.
아득한 길을 되짚어 돌아올 그 누군가를, 누군가들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돌아갈 곳은 이미 없거늘
오로지 한 자루 낡은 검에 의지하여 홀로 황야를 지키고 있나이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 발 디딘 채……
빛바랜 영광은 이미 고개를 떨군 지 오래요
더 이상 그 누구도 당신의 패도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당신은 오로지 한 자루 낡은 검에 의지하여 아득한 길에서 기다림에 젖어 있나이다.
언젠가 울릴지도 모를 귀향의 낡은 종소리
다만 그것을 기다리며 당신은 밀려오는 모든 것에 홀로 맞서나이다.
서러이 우는 그 오래된 검을 다그치며……
묻나니
이제 또 어디로 가시나이까.
먼 기다림의 끝, 기약 없는 재회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은 아직 감기지 않았나이다.
아득한 길의 저편에
오래된 꿈의 끝에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은 아직 꿈결처럼 빛나고 있나이다.
가장 오래된 왕이여
나 다시 한 번 묻나니
맞아줄 이 없는 낡은 길의 저편
저 멀리, 당신의 눈에는 아직도 비치고 있나이까
이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약속되지 않은 그 오래된 미래는.....
그 지순(至順)의 꿈
그토록 아름다웠던 우리의 낭만은....
이제 돌아갈 곳 없나이다.
당신이 일으켜 세웠던 제국도, 맞댔던 칼들도, 누볐던 전장도 없나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 눈에 비치는 길이라면은
내가 당신을 지켜보겠나이다.
더이상 가는 길을 묻지 않고 그대의 황야를 가로지르겠나이다.
그 끝에 다가올 지 모르는 오래된 미래, 오로지 그를 바라며 지켜보겠나이다.
설령 당신이 그 황야에서 홀로 분멸한다 해도 내가 끝까지 지켜보겠나이다.
결코 당신을 만인에게서 잊혀진 제국의 주인으로 만들지 않으오리다.
신기루와도 같이 아른거리며 비치는 아득한 길의 저편일지라도
당신이 울부짖는 낡은 검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한
나 더 이상 가는 길을 묻지 않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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