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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도시, 맨체스터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요즘 분위기라면 100이면 100,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스톤 로지스의 리뷰 시작을 축구와는 전혀 관계없는 매드 체스터에 대한 잡설로 하려 한다.
영국 북동쪽에 위치한 인구 40만의 도시 맨체스터. 산업혁명 이후 상공업의 중심도시였지만 결코 주류가 되지 못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피폐해진 도시.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옆 동네 리버풀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밴드, 비틀즈(beatles)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의 주류가 되었지만 맨체스터는 그 즈음에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맨체스터를 일으켜 세운 그룹은 맨체스터 출신이 아닌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였다. 그 이름 자체만으로 펑크의 시작이자 끝인 이 밴드는 맨체스터의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선사하였고, 펑크 사운드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로 작금의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 탄생하였으니까. 펑크 사운드와 댄스비트의 기괴한 만남을 시도했던 조이 디비전은 밴드의 상징적인 영혼이라 할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자살로 밴드는 해체하였고 남은 멤버들은 뉴 오더(New Order)를 결성하여 조금 더 댄서블한 음악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드 체스터의 든든한 토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가 매드 체스터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맨체스터 출신으로서 영국을 뒤흔든 최초의 밴드, 스미스(the Smith)에서 시작된 기타팝이라 할 것이다. 자니 마(Jonny Marr)의 깔끔한 기타 사운드와 모리시(Morrissey)의 감성적인 가사라는 쌍두마차를 지닌 스미스는 당대의 주류 음악에 대한 얼터너티브였으며, 저 두사람의 락과 팝에 대한 견해 차이는 묘한 긴장의 줄타기를 하며 두 장르 모두를 충족시키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여담이지만, 모리시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는 공표할 듯 말듯 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는걸 보여준 최초의 뮤지션이었다. 데이빗 보위 이하 영국의 모든 글램락 뮤지션들은 모리시에게 부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 재미없는 글을 성실하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도대체 매드 체스터는 뭐냐고. 그러니까 매드 체스터는 저 밴드들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맨체스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락과 팝, 두 장르의 교배를 시도하면서 당시 맨체스터에서 유행했던 24시간 영업 클럽에서 항상 틀어대었던 댄서블한 음악을 추구하였고, 팝의 중흥기였던 80년대와 그로 인한 락의 공백기를 한번에 메워버린 뮤지션들의 집합체. 이들의 음악에서 락을 빼버리면 80년대의 일렉트로니카라 일컬어지는 레이브가 나타나고, 팝을 빼버리면 브릿팝이 된다.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셀프타이틀 앨범 리뷰의 시작으로 너무나 많이 돌아온 것 같다.
이 리뷰의 주인공인 스톤 로지스는 데뷔앨범인 본작 Stone Roses로 시쳇말로 단번에 매드 체스터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스톤 로지스는 위에서 언급한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의 사이키델릭함과 댄서블한 리듬감, 스미스의 깔끔한 기타팝을 한데 뭉뚱그려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버렸다. 이 앨범의 가치는 당시 맨체스터의 놀기 좋아하는 클럽의 ‘날라리’들에게 춤추기 좋은 음악을 제공하였다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90년대 가장 쿨한 밴드는 주류 락에 대한 영국식 얼터너티브였고, 브릿팝의 실질적인 효시였으며 모던락의 틀을 마련했다.
전통적이고 오소독스한 락은 강렬한 비트와 질주하는 리프, 강박적이기까지 한 팽팽하고 긴장된 보컬, 구태의연해진 기존질서에 대한 저항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맨체스터의 놀기 좋아하고 풀어질 대로 풀어진 젊은이들은 이런 게 싫었다. 강박적이고 강렬한 것보다는 흐느적거리고 편안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리듬과 멜로디를 원했던 것. 스톤 로지스의 데뷔앨범의 대성공을 생각해보면 기존 락에 대한 염증이 비단 맨체스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듯 싶다.
하나의 인격체를 대하는 느낌의 I wanna be adored, 사뿐한 뉴 웨이브 리듬을 시퀀스 없이 기타와 베이스로만 가공해낸 She bangs the drum, 가장 사랑 받는 스톤 로지스의 명곡 Elephant stone,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아트락의 품격마저 느끼게 하는 Waterfall, 사이먼 앤 가펑클의 Scarborough fair를 패러디하여 엘리자베스 여왕을 조소한 가벼운 농담 Elizabeth my dear 등등 도데체가 어느 하나 빼놓을 트랙이 없다. 거기에 잭슨 폴락의 그림을 앨범 재킷으로 삼은 센스까지 탁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앨범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대변했다는 데에 있다. 플로어에서 춤출 수 있는 락, 부드러운 멜로디의 락을 구현하였다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브릿팝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이 이 앨범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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