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19 04:58:34
Name 니오
Subject 취중진담
협회와 T1문제로 다소 찹찹했던 지난 몇주의 기분을 단비처럼 씻어준 감동의 결승이었네요. 적어도 다음 몇일동안은 그동안의 어두웠던 얘기보다는 오직 게임준비에 밤낮을 받친 훌륭한 두 게이머의 칭찬이 도배되는 피지알 게시판이 되었으면 바래봅니다.

저는 좋아하는 게이머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팀불문, 종족불문, 스타일불문... 나이먹은 스타팬이라 그런지 언제부턴가 저는, 정작 기세등등 잘나갈때는 별로 관심이 안생기다가, 막상 슬럼프에 빠지고 나서야 어떤 선수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고 또 응원하게 되는 다분히 제멋대로 특정불문의 약자(?)의 편이 되었습니다. 마치 제 모습을 그들에게 이입시킨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일이란 인생에서만큼이나 가혹한 게임판에서도 어려운 일이란걸 알기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논리적인 현실의 직시보다, maybe?라는 희망의 단어가 제 삶에 더욱 가치가 있다는걸, 차가운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더욱 소중하다는걸 한해한해 더욱 느낍니다.

나다와 사신.. 두 선수 모두 기간은 달라도 정상에 오른후 큰 슬럼프에 빠진 공통분모가 있죠. 가을의 전설도 보고 싶고, 나다의 컴백도 보고 싶고..아....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한쪽을 응원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경기의 내용과 퀄러티는 저보다 게임에 박식하신 분들께 양보하고, 전 두선수 모두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사신..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슬럼프였죠. 스타리고 첫우승때는 몇경기 못보았지만, 이번 리그에서 당신의 경기들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았습니다. 가을의 전설.의 마침표만 찍지 못했을뿐, 전설이 사라졌다 생각지 않습니다. 감히 현존 최고의 프로토스라고 자신합니다."

"나다.. 잃어버린 팬들을 되찾겠다며 카메라를 응시하던 당신, 마치 나에게만 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래요, 사실 내가 많이 지쳤었어요. 언젠가는 돌아올거라는 믿음도 점점 스스로 하는 거짓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노엔베 전략 멋졌습니다. 차 하나 때고 이겨야 그동안의 실추된 자존심을 만회할 작정이었다고, 제맘대로 해몽해 봅니다. ^^"

"(뜬금없이) 박서.. 건강히 지내죠? 결승 보았나요? 오랜만에 절정의 결승전이 펼쳐졌습니다. 당신이 없는 스타리그 재미없을거라 기대 안했건만 당신이 비운자리를 또다른 올드게이머가 채웠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완벽하게.. 사실 첫 골든마우스 당신이 차지하길 진정 바랬습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보다는 돌아온 천재를 향해 박수치는 당신의 모습 상상해봅니다. 첫 골든마우스보다 훨신 큰 도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30대 게이머 우승, 나는 손꼽아 기다립니다"

결승전 감동과 함께 박서까지 손가는대로 쓰다가 눈물나려고 하네요^^

p.s.

맥주 몇캔 마시고 쓰는 글이라 혹시나 본의 아니게 특정선수 팬들 불편해 할만한 내용있으면 알려주세요. 지우겠습니다. 근제 정말 저는 우리 게이머들 다 좋아하거든요 ^^

긍정적과 부정적인 사람들은 때때로 이성적이냐 감성적이냐, 혹은 논리적이냐 비논리적이냐라는 허울로 비하될때가 많은것 같습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 똑똑한 사람들로 여겨지는 사회.. 긍정적인 사람들이 바보취급 당하는 사회..  침묵하는 사람들이 무시당하는 사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적어도 게임이라는 즐거운 이름으로 모인 우리의 이 작은 사회에서는.

출근전 아침마다 제 아들 찬호에게 아직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매일 합니다. 머리가 가득찬 사람보다는 가슴이 가득찬 사람이 되라고.. 좋은 학교를 찾지 말고 좋은 스승을 찾으라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aturday
06/11/19 05:27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취중쓰는글이 이렇게 필력이 좋으시네요..부럽습니다.
06/11/19 05:34
수정 아이콘
잔잔하게..좋네요..
처음에 요환선수를 영종선수가 이겼을때, 소년.. 황제를 무찌르다 라는 말이 참 어울렸죠. 믿기지도 않았구요
그때 정말 울컥하면서 요환선수의 패배를 맞았는데, 저도 어제는
어느한쪽 응원하기 참 힘들더라구요
이승용
06/11/19 05:43
수정 아이콘
군입대중 우승과, 30대우승은 꼭 임요환 선수가 하길 바랍니다.
듀얼에 올라와있는 조형근선수도 화이팅입니다~!!

니오님// 글 참 잘 쓰세요~ 정말 부럽습니다^^
06/11/19 09:50
수정 아이콘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글의 곳곳에서 저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네요.
나도 '나이먹은 스타팬'이라서 그런가?;;
06/11/19 13:2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_ _)
아다치 미츠루
06/11/20 02:45
수정 아이콘
글 좋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272 ◆스카이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 9주차 1경기 ▶KTF - 이스트로 [279] TicTacToe6805 06/11/19 6805 0
27271 미네랄 가스 시간 그리고 확신 [35] 스코4248 06/11/19 4248 0
27270 3차 슈퍼파이트, 누가 최고의 종족인가를 결정하는 진검승부.. [37] SEIJI5888 06/11/19 5888 0
27269 어제의 결승전 시청후기와 듀얼3조의 기대!! [4] blackforyou4277 06/11/19 4277 0
27268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무색했던 결승전... [24] 삭제됨5066 06/11/19 5066 0
27267 [설탕의 다른듯 닮은]New Turbo Engine , 전상욱과 웨인 루니 [15] 설탕가루인형4612 06/11/19 4612 0
27266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 5경기의 기록 [11] slowtime4754 06/11/19 4754 0
27264 취중진담 [6] 니오3812 06/11/19 3812 0
27260 확실히 5경기 이윤열이 최소한 불리하지는 않았네요... [39] 이즈미르7488 06/11/19 7488 0
27259 올드 게임팬으로서 약간 씁슬하네요 ㅠ.ㅠ [13] 우영상5562 06/11/19 5562 0
27258 내생에, '2위' 가 이토록 빛났던 경기도 처음입니다. [24] OAO5070 06/11/19 5070 0
27257 [후기]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2, '천사록' 감상평 [18] The xian4799 06/11/18 4799 0
27255 결과를 이제야 확인했는데..역시 진정한 가을의 전설 주인공은 임요환 선수인가요? ^^;; [9] 다주거써3726 06/11/18 3726 0
27254 5판3선승제 다전제에서의 테란대 토스의 전적 [11] SEIJI5301 06/11/18 5301 0
27253 우승자, 그리고 준우승자. 그리고 슈퍼파이트 [12] CiCoNia3874 06/11/18 3874 0
27252 ★스타크래프트의 60억분의 1을 가린다!! 이윤열VS마재윤 ★ [15] Pride-fc N0-14493 06/11/18 4493 0
27251 드디어...[ReD]NaDa VS sAviOr[gm] [40] 풀업프로브@_@5259 06/11/18 5259 0
27250 스타리그 결승전보고 든 여러가지 잡생각 [14] 연아짱4890 06/11/18 4890 0
27248 이윤열 선수가 만들어낸 징크스와 깨버린 징크스 및 저주 [45] 비수쉴드5047 06/11/18 5047 0
27247 이윤열 선수... [12] KTF MAGIC3960 06/11/18 3960 0
27245 나다의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9] 나야돌돌이3600 06/11/18 3600 0
27244 이것이 이윤열의 원팩원스타다 [52] 도마뱀6056 06/11/18 6056 0
27243 1118 천사록 in 제주 분석 [11] 아유3796 06/11/18 37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