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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18 23:49:01 |
Name |
The xian |
Subject |
[후기]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2, '천사록' 감상평 |
※ 개인적으로 이윤열 선수의 팬인 관계로 다소 이윤열 선수 편향 관점에서 쓰여질 수도 있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 선수 팬 분들을 기분나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으니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수정 요청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1경기 [타우 크로스] - 나비효과
동명의 영화 및 에센티님의 카툰 제목으로 인해 더 잘 알려져 있는 '나비효과'란 말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작고 사소한 영향이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오영종 선수가 승리한 이번 경기에도 저는 '나비효과'가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것은 - 다들 아시는 부분이리라 생각하지만 - 해설자들도 강조했던 '한 기의 셔틀 리버'입니다. 초반은 이윤열 선수가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갔습니다. 셔틀 리버는 초기에 별 피해를 주지 못했고 앞마당을 잘 가져갔습니다. 상대의 제 2멀티도 한 번 날렸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그렇게 흐느적거리며 날아다닌 셔틀 리버가 준 무형의 피해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있었습니다. 하나는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윤열 선수의 신경을 다른 곳에 가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오영종 선수는 경기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윤열 선수는 최대 APM이 597이 될 정도로(1경기 기록 기준) 빠른 손놀림을 가진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에게 - 다들 아시는 것처럼 - '신경의 분산'은 그만큼 치명적입니다. 헛손질이 나올 확률도 많아지거니와 중요한 곳에 전력을 다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초반은 상관 없지만 컨트롤할 유닛이 많아지고 방어해야 할 기지가 많아질 수록, 그런 잔신경이 쓰이는 것은 더욱 독이 되지요.
그런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이윤열 선수는 그러한 중앙 힘싸움에 신경쓰면서 질럿을 쓰러뜨리고, 드라군을 부수고, 템플러를 잡아내고, 아비터를 폭파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경기에서의 힘싸움은 이윤열 선수가 오영종 선수의 엄청난 지상병력을 잘 막아내며 중후반까지도 대등하게 진행되었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고작 일꾼 넷만을 잡고 빠졌던 셔틀 리버의 날개짓이 결국 이윤열 선수가 무너지는 빌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스테이시스 필드에 얼어 버린 탱크 여섯 기. 그리고 그걸 발견한 순간 화면에 나온 이윤열 선수의 GG.
그것의 시작은 이윤열 선수의 관심 밖에 있었던 셔틀 리버의 날개짓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비효과'이지요.
2경기 [신한 신 백두대간] - '천재'에게 터렛은 필요치 않았다
1경기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오영종 선수는 정말 '대놓고' 전진게이트를 합니다. 거기다가 덤으로 몰래 리버에 다크 템플러까지 준비합니다. 그런데 이윤열 선수의 대처가 참 괴상합니다. 입구는 막았지만, 쌩뚱맞게도(?) 이윤열 선수는 머린도 두 기밖에 뽑지 않고 원팩으로 방어를 합니다. 상대의 병력이 계속 쳐들어오는데 대놓고 더블커맨드를 올립니다. 서플라이도 깨지고, 일꾼은 계속 죽어 나갑니다.
더 쌩뚱맞은 건, 나중에 SCV로 몰래 지어진 로보틱스와 서포트 베이를 본 뒤의 일입니다. 그것을 알아챘다면 터렛이라도 짓게 엔지니어링 베이를 부랴부랴 올려도 모자랄 텐데 그걸 하기는 커녕 아카데미를 올린 뒤 컴셋 스테이션을 짓습니다. 하지만 리버도 모자라 사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다크 템플러까지 등장하는 상황.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영종 선수의 실수인지, 아니면 이윤열 선수가 잘 막은 것인지(저는 전자도 있지만 후자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셔틀에서 드랍된 두 기의 리버가 어이없이 잡힙니다. 리버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계속됩니다. 속속 도착한 다크 템플러에 일꾼들이 말 그대로 '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SCV 피해도 꽤 입었고 그로 인해 탱크도 몇 개 잡혔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윤열 선수는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앉혀 컴셋을 지었고, 다크 템플러의 위협에서 벗어나자 심지어 5시까지 가져갑니다.
사신의 칼날도 어느새 무뎌지고, 이윤열 선수의 병력이 오영종 선수의 앞마당에 들어앉았을 무렵 경기는 그대로 끝났습니다. 테란이 왜 방어력이 강한 종족인지를, 이윤열 선수가 극한의 위기에 몰렸을 때 어떤 능력을 보여주는지를 잘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더불어 1경기 중반, '나비효과'가 시작되던 때부터 2경기 중후반까지 '터렛, 제발 터렛 좀 지어!!'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목놓아 외쳐대던 저는 머쓱해지고 말았습니다.
3경기 [알카노이드] - 나는 네 병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이윤열 선수의 '전매특허'라고 까지 불리웠던 원팩 원스타 빌드. 그리고 생산된 드랍쉽. 승부는 이 첫 드랍쉽의 활약에서 사실상 결정되었습니다.
사실 이 드랍이 저는 실패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해설자들도 '실패는 기정사실이다'라고 했었고요. 왜냐하면 오영종 선수에게는 수비할 병력이 본진에 충분히 있었고 - 드라군도 있었지만 더구나 리버까지도요 - 4벌처 드랍을 했을 때에 첫 번째 벌처는 리버의 스캐럽에 마인도 못 심고 죽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2시 반 멀티 쪽으로 도주하면서 벌처가 심어 놓은 마인에 드라군 하나가 죽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벌처 3기의 타격에 반파가 된 12시 반의 넥서스는 결국 뒤따라 실려온 탱크에 의해 완파되고 맙니다. 바로 이것이었죠. 넥서스가 3기의 벌처에 반파될 지경까지 내버려둔 이 상황이 바로 이번 경기의 '결정적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경기 후 통게에서도 보았듯이 오영종 선수가 미네랄은 더 많이 먹었습니다. 트리플로 많은 자원을 획득하려는 오영종 선수의 초기 의도는 분명히 성공했다는 증거이겠지요. 하지만 오영종 선수는 그 넥서스가 깨지면서, 아니, 깨지기 직전부터 자신의 전략, 병력의 흐름을 '마치 맵핵을 켜고 보는 듯한'이윤열 선수의 움직임에 노출시키고 맙니다. 그때부터인가 이윤열 선수의 움직임은 적든 많든 피해를 준 반면 오영종 선수의 움직임은 행하는 족족 읽히고 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것이 2경기에서의 충격 때문이었든, 아니면 이윤열 선수에게 주도권을 내준 탓이든...... 3경기만 놓고 따지면 이윤열 선수가 쳐 놓은 그물에 완전히 걸려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화력상 같은 수의 셔틀 병력과 드랍쉽 병력이 맞부딪쳤을 때, 서로 비슷한 컨트롤이라면 셔틀 병력이 이기거나 살아나간다는 보장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탈 수 있는 병력의 수'에 차이가 있는 종족상의 근본적 이유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이윤열 선수는 마치 상대의 셔틀에 있는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 안다는 양, 셔틀의 경로까지도 예측하는 움직임으로 자신의 병력 안에 셔틀을, 그리고 셔틀에서 내려온 프로토스의 병력을 자신의 병력에 가둬 버렸습니다. 정말 이래서는 이기기 어렵죠.
이윤열 선수가 확고한 우위를 점했을 때에 엄재경 해설위원님은 "이제 벽을 부숴야 해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윤열 선수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벽을 부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니, 벽을 부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죠.
상대의 병력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이윤열 선수에게 이기기 위해 굳이 벽을 부수는 것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4경기 [아카디아] - 사신, 천재의 빈 틈을 찌르다
4경기가 막 끝났는데 옆에서 누가 그러더군요. '이건 이윤열이 방심한 거야.'
그러나 이윤열 선수의 팬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아도 이 경기에서 '이윤열 선수가 방심을 했을 거야'라는 생각은, 이 경기를 오영종 선수가 가져간 것에 대한 올바른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 아무리 제가 이윤열 선수의 팬이라 해도 -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영종 선수의 전락의 가치를 되레 폄하하게 되는, 매우 실례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영종 선수의 전략은 이윤열 선수가 행한 전략의 빈 틈을 완벽하게 찌른, 3경기의 완벽한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 주는 완벽한 승리였고, 그것은 충분히 인정할 만한,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FD 형태로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간 데에 대한 트리플. 사실 모험도 보통 모험이 아닙니다. 테란이 병력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차곡차곡 병력이 쌓이고 있었으니까요. 까딱 잘못해서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그저 사망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윤열 선수는 평소와 달리 오영종 선수에게 '시간'을 주었고, 오영종 선수는 이윤열 선수에게 얻은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습니다.
멀티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한 술 더 떠 자신의 또 하나의 별명인 '질럿 공장장'의 이미지를 살려 엄청난 지상 병력을 뽑습니다. 그것으로 중턱까지 조여졌던 테란의 병력을 몰아내 버렸죠. 그 뒤 화면에 잡힌 것은 6시 멀티의 진입로를 막는 파일런을 애타게 두드리던 벌처 한 기. 그리고 그 움직임에 되레 파일런을 뒤에 두 개로 늘린 프로브였습니다.
그것으로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3경기에서 무너지고, 게임을 포기했을 선수라면 그러한 전략을 쓸 배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영종은 역시 사신이었습니다. 오영종은 그만한 배포가 있었고, 배포만큼 강한 생산력이 있었고, 생산력만큼 강한 힘을 발휘할 줄 알았으며, 무엇보다 그 힘으로 경기의 흐름을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끌어올 줄 아는 선수였습니다. 그랬기에, 오영종 선수의 힘, 바로 그것은 네 개의 스타게이트에서 생산된 캐리어가 오기도 전에 이윤열 선수의 2차 진출마저 봉쇄해 버렸고, 결국은 그것으로 게임을 결정지어 버리고 말았지요. (개인적으로 이 경기만 보았다면 오영종 선수의 별명은 '질럿 공장장'이 아니라 어떤 분 말마따나 '드라군 공장장'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천사록'은 5경기로 넘어갑니다.
5경기 [타우 크로스] - 천재의 늪에 '사신'마저 잠들다
더 이상 예정된 운명이 빗나갈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데스노트의 마지막 장과 같은 운명의 5경기.
무난한 출발처럼 보였지만 FD 형식의 병력 진출 후 생산된 드랍쉽으로 이윤열 선수는 오영종 선수의 빈 틈을 찌릅니다. 지금 돌아 보니 드라군이 죽기 직전 유도한, 끼리릭거리는 마인 두 기의 소리가 역대박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머린과 탱크가 뭉쳐 있는 바로 코 앞에서 멈춘 건 '어찌 보면 행운을 넘어 '천운'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것을 '천운'이라고 부르기에는 이윤열 선수의 드랍 병력, 그리고 공격은 이윤열 선수가 평소에 상대를 견제하던 모습과는 반대로 매우 초라했습니다. 초반에 드롭한 탱크며 머린들도 어느 새 다 죽고 난 뒤에 오는 것은 벌처 한두 기였고, 언덕 지형을 이용한 탱크 드랍도 제 위치에 내리지 못한 채 위태위태하게 앞마당 근처에 내려지는 모습, 그리고 그 병력마저도 얼마 되지 않는 프로브와 병력만을 죽이고 제거된 뒤 드랍쉽마저 잡혀 버린 상황. 병력은 별로 없고 팩토리만이 덩그러니 있었던 본진...
모든 것이 오영종 선수에게는 유리해 보였고 이윤열 선수에게는 불리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윤열 선수는 그 무모해 보이는 드랍, 견제를 계속 하면서 두 가지 성과를 얻어냅니다. 바로 다른 멀티를 프로토스에게 허용하지 않았고, 오영종 선수를 본진에 묶어 놓았다는 것이죠.
얼핏 보면 무모해 보이는 드랍과 견제였고 없는 병력을 속된 말로 하나 하나 '꼬X박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런 움직임으로 이윤열 선수는 오영종 선수에게서 시간을 얻었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관심을 게릴라 쪽으로 돌리며 오영종 선수의 자유는 되레 뺏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 중에서도 애써서 만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원을 쥐어 짜내듯이 생산한 탱크 여섯 기, 그리고 한부대 반 가량의 벌처로 출격해서 오영종 선수의 턱 밑 - 타우 크로스에서 본진 벽과 앞마당 벽 사이에 있는 잘록한 공간 - 까지 자신의 병력을 진격시킨 선택. 그것이 탁월했고 이윤열 선수 다운 선택이었습니다.
반면 그 결정적 장면, 테란의 병력이 턱 밑까지 치고 들어왔을 때에 일어난 마지막 교전 때에 오영종 선수에게 뼈아픈 실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탱크들이 턱 밑까지 치고 들어왔을 때, 뒤에 있던 발업 질럿들이 드라군의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오영종 선수의 유일한 실수였습니다. 뒤늦게 드라군들의 사이를 뚫고 오영종 선수의 질럿이 시퍼런 검날을 드러내며 용감하게 돌진했지만... 약간의 탱크와 벌처만을 죽인 채 질럿들은 모두 녹았고, 셔틀에서 투하된 질럿마저도 이윤열 선수의 환상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점사에 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뒤따라 황급히 달려드는 질럿과 드라군들마저 어느 새 더 늘어난 벌처에 죽어 나가는 순간......
이윤열 선수의 골든 마우스 획득을 알리는 GG가 나옵니다.
마지막 그 교전, 만일 시간이 10초, 아니, 5초만 더 있어서 오영종 선수가 새로 나온 발업 질럿을 정돈한 뒤 셔틀 질럿과 함께 달려들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저는 '그랬다면 이윤열 선수의 회심의 전략이 막혔을 것'이라고 반드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윤열 선수가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그 싸움은 해 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머리로 그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을 뿐더러, 예측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오늘의 멋진 승부에 초를 치는 일밖에 되지 않는 듯 합니다.
다만 그 때 오영종 선수의 GG 타이밍이 절대 빨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타이밍은 분명히 프로토스로서는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었습니다. 물론 방송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만 - 곧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이런 경우를 저는 한 번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작년 구룡쟁패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 최종진출전, 강 민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경기에서요.
물론 그 때와는 멀티 수도 다르고 상대도 다르고 맵도 다르고 경우도, 빌드도... 많은 것이 다릅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상대 프로토스들이 GG를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같습니다. 바로 '지상병력이 전멸했기 때문'입니다. 강 민 선수의 한 부대 반 이상 되는 병력이 이윤열 선수의 3팩 병력에 모두 녹았듯, 이번 마지막 경기에서도 오영종 선수의 지상병력은 그 교전으로 인해 거의 모두 전멸해 버렸습니다. 오영종 선수는 캐리어를 가고 있었지만, 그렇게 지상병력이 전멸한 상황에서는 캐리어가 한두 기 나온다 해도 소용이 없지요. (여담이지만, 한 가지 더 같은 점이 있다면 이윤열 선수가 그 때나 지금이나 프로토스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절대 타이밍을 잡았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입니다.)
예전에 제가 썼던 응원글처럼, 이윤열 선수는 '가을의 전설'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이윤열 선수가 이것으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전설'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윤열 선수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윤열 선수는 이미 전설이라 칭해지고도 남는 엄청난 업적을 쌓았고 오늘 또 하나의 업적을 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모르겠다'라고 한 건, 이미 마음 속에 자신만의 전설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이윤열 선수가 '새로운 전설'로 받아들여지기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전설이 마음 속에 있는 분들에게까지 인정받으려면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하는지는, 저보다 이윤열 선수가 백 배는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이윤열 선수를 다른 사람들이 최고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만족합니다.
왜냐하면, 이윤열 선수는 저의 마음 속에 오늘 새로운 전설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천재의 길을 공고히 쌓았기 때문입니다.
이윤열 선수, 감사합니다. 오영종 선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천사록'이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쳐준 분들의 모습을.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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