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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0/04 15:52:33 |
Name |
김연우2 |
Subject |
스타크래프트의 논쟁,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
'어느 한 중학생의 일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출시된지가 이제 거의 10년이 다되가고 있다.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해봤던 적은 바로 초등학교1학년때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 였다. 그당시에는 tv에 게임기를 연결해서 팩으로 게임을 하는게 유행이었던지라, 컴퓨터라는 기계가 있다는 친구네 집에가서 컴퓨터란게 도대체 뭔가, 하며 보러갔던게 처음 스타크래프트와와 만나게 됐던 순간이었다. 솔직히말해서 처음엔 별로였다. 간단한 동작키에 공격버튼만 눌러서 상대를 제압하는 쉬운 인터페이스의 격투게임 같은것 등은 매우 즐겨했었지만,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로써는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게임인가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초등학교3학년이 되면서 나는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되었다. 이유는 이제 거의 할만한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조로운 게임방식도 서서히 질려가기 시작했고, 어느날 재밌는거를 보여준다며 친구손에 붙잡혀 끌려간곳은 난생처음보는 곳, 피시방이었다. 수도없이 많이 깔려있는, 몇년전 봤던 그 기계들을 보면서 나는 형언할수 없는 흥분감을 느꼈다.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스타크래프트와 포트리스의 비쥬얼.. 그 이후로 나는 자주 피시방에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컴퓨터를 상대로, 실력이 나아지자 친구들을 상대로 게임하면서 나는 빠져나올수 없는 유혹에 걸려버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위에서 말한 스토리와 유사하게, 또는 비슷하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만 이 게임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 내 친구들도 모두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데서 오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더욱 게임속에 자신을 밀어넣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게임 외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야, 이번에 새로 출간된 더킹 오브 파이터즈 있잖아. 거기에 캐릭터들 되게많이 추가되어 있더라?"
"어. 나도 봤어. 그래도 역시 최강조합은 쿄-이오리-레오나 인것 같아."
"그래? 이번에 새로 게임 나오면서 걔네들 능력치나 기술상의 변화같은거 없어?"
"뭐, 특별히 없던것 같던데? 게다가 이번엔 이오리 필살기중에 임팩트가 훨씬더 멋있는게 하나 추가되었더라고. 완전 지존이야~"
"흐흐, 역시 만년대세 이오리구나. 그렇다면 그들을 이길수 있을만한 신흥조합은 나오지 못할까?"
"내가 아는 형 있는데 그 형 킹오파 진짜 잘하거든? 그런데 맨날 같은조합으로만 이기는게 신물난다고 집에서 새로운 조합을 연구해 온다고 했어. 조만간에 오락실에 또한번 피바람(?) 이 몰아닥칠꺼야."
(....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킹오파시리즈 에서는 쿄-이오리-레오나 조합이 최강이라고 생각하는건 사실이다. 물론 이 조합이 최강이라는 것은 우리구역 안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지만...) 위에서 제시된 이야기는 A와 B사이에서 일어난 토'의'이다. 토의란 어떤 한 주제에 대해서 그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2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는 집단의 행동을 뜻한다. 그렇다면 한번 정리해보자.
주제: 킹오파 새로나온 버전에서 기존최강의 조합 (쿄-이오리-레오나)를 이길수 있을만한 새로운 조합을 찾아보자.
등장인물: A와 B, 그리고 제 3의 인물 C
내용: A와 B의 전형적인 게임에 대한 토의. 다만 다른점은 그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으로 인해서 해법을 제시했다는게 아니라, 제 3의 인물 (여기서는 아는 형 이 되겠다.) C를 이끌어 냄으로써, 해결사 C가 그 해법을 조만간에 제시할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 위의 제시문은 내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토'론'이 아니라 토'의'이다. 그렇다면 토'론'이란 어떤것일까? 아래를 보자.
"야, 이번에 출시된 킹오파 시리즈에서도 역시 최강조합은 쿄-이오리-레오나 아니냐? 몇번해봤는데 여전히 좋은것같더라."
"음.. 글쎄, 그건 아닌것같아. 원래 기존의 최강조합에 대한 해법이 이미 전 버젼부터 제시되고 있었고,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오히려 나는 그 최강조합의 능력이 더 단축됬다고 생각해. 예를들자면, 쿄의 캐릭터에 맞지않는 짧은 리치를, 베니마루의 기본콤보였던 라이트닝콤보 대신에 다리공격을 통한 연속기로 대처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을 들수 있겠지."
"과연 그럴까? 이번에 새로 출간된 버전에서도 이오리와 레오나는 스피드나 그 스피드를 받쳐주는 힘 또한 괜찮다고 보는데? 아직도 이오리의 연속기는 모든 캐릭터중 단연 으뜸을 자랑하고 있고말야. 기존버젼보다 쿄가 약해졌다는 사실도 맞는말은 아닌것 같고. 쿄에 극상성인 캐릭터들이 좀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는거지, 쿄가 약해졌다는건 아닌거같아."
"허허, 얘 끝까지 우기네. 그럼 오늘 승부를 내자. 오늘 이기는 사람이 분식집 떡볶기 사는거다!"
"그럼! 기존최강의 조합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도록 하지."
... 제 2의 예시문은 제 1의 예시문과는 구조와 내용상의 차이가 있다. 제 1의 예시문은 기존 최강조합을 깨뜨릴만한 조합을 찾기 위한 '회의'라고 본다면, 제 2의 예시문은 이미 기존 최강조합에 대한 해법이 나왔다는 한 사람의 주장으로 인해 누가 더 '옳은지' 를 가리기 위한 '승부' 를 내자는 A와 B간의 '논쟁' 이 되는것이다.
이제 게임을 킹오파가 아닌 스타크래프트로 바꿔서 얘기를 해보자. 스타크래프트는 깊은 역사와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을 배출시킨 게임이다. 그만큼 그 긴 세월동안 사람들에 의해 게임외적인 측면으로나 내적인 측면으로나 수많은 '토론'과 '토의'를 일으켰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낱 오락실 게임하는거 하나때문에 주먹싸움할 일이 적지않았는데, 이토록 깊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스타크래프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울고 화나게 했겠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히 이게 맞는데, 다른사람은 아니라고 하니 분통터질수밖에 없는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예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의 맵 라그나로크 저그vs테란전 전적부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맵 아카디아2의 저테전 밸런스 논란과 과연 현 본좌가 마재윤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등...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각자가 겪었던 느낌이나 경험같은 것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주제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생각이 사람들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충돌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만나기 위한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생기면서부터 더욱더 불붙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스갤과 PgR을 들겠다. 처음 이곳에 와서 자유게시판 글들을 몇번 읽어보니, 자 연 스 럽 게 게임에 대한 안목이 전보다 더 넓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어떤 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다 확립 시켜놓았다는게 그 예로 들수 있겠다. 물론 내가 내린 정의는 한 주제에 대해 두 사람, 혹은 두 다른 사상을 가진 집단끼리의 논쟁을 제 3자의 입장으로 보면서 스스로가 내린것이기는 하지만... 만약에 PgR의 Write 버튼 누르기 제도가 2개월동안 게시판들의 글들을 보면서 Write버튼의 무거움을 느끼도록 하는게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온갖 만행으로 인해 PgR에서 퇴출당했을지도 몰랐다...
약간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PgR을 존경스러워하나, 어쩌면 스타크래프트 갤러리보다 더 두려운 커뮤니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한다.
PgR 게시판에서 어떤 한 주제가 제시되었을때, 그 주제에 대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토의'가 아닌, 그 주제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열렬히, 그리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형식의 '토론'이 자주 벌어지는것을 보면, 게임관련 사람들이 가장 한번쯤은 와봐야할 곳이 PgR이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가장 오기를 꺼려하는 커뮤니티가 PgR이구나 하는 생각또한 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수많은 PgR 분들께 경험도 적고, 나이도 어린 필자가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몇글자 적고싶은것은, '한번쯤은 남의 입장도 생각해 주십사..' 하는 것이다.
'논쟁'. 인간이 즐길수 있을만한 가장 최고의 언어 유희가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수없이 스타크래프트라든지, 아니면 다른 게임에서도 '논쟁' 은 일어나겠지만, 앞서말했듯이,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자판으로 두드리고 나서 ENTER키를 누르기 전에 딱 3번만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 자신이 한 말을 읽을 상대방을 위해서.
'논쟁'. 나쁜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몇몇 사람들의 굽히지 않는 주장으로 인해 좋은 의도로 제시된 주제가 더럽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자판으로 두드리고 나서 ENTER키를 누르기 전에 딱 3번만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 자신이 한 말을 읽을 상대방을 위해서.
'논쟁'. 어쩌면 이글조차도 논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나는 이 글을 3번, 아니 30번도 더 넘게 읽고 추스리고 있다. 내가 PgR분들께 드리는 이 말이 조금이라도 기분나쁘게 들리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에 이의가 있다면,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자판으로 두드리고 나서 ENTER키를 누르기 전에 딱 3번만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 자신이 한 말을 읽을 상대방을 위해서.
by 김연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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