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알 유머란에서 본 스겔의 -_-;;님의 글입니다.
페이지가 넘어가 버려서 원작자의 동의는 구하지 못하고 불펌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불쾌하시면 저나 운영자님에게 말씀해 주세요. 지우겠습니다.
http://kr.dcinside6.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game_newstar2&page=1&sn1=&divpage=5&banner=&sn=off&ss=on&sc=off&keyword=경락&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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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락
1.
3해처리 운영과 방어와 멀티 위주 플레이, 빠른 하이브, 일사분란한 디파일러의 이용.
그렇다.
이것이다.
마재윤이란 걸출한 플레이어를 필두로 하는 요즘의 저그들이 세운 대테란전 승리공식이다.
2.
조진락을 기억하는가.
홍진호의 폭풍스타일이라 불리던 초공격형 스타일은 박성준에 의하여 완성된 듯 했다.
그러나 스러져나갔다.
조용호의 목동 스타일.
한 때 모든 저그를 휘어잡았던 울트라리스크의 괴성.
저그의 '승리공식'의 시초라 할만했던 그 전략도 이제 스러져 나갔다.
박경락의 동시드랍 스타일.
그는, 추락해버린 박경락 이후 감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으며
박경락 이후 그러한 스타일을 본 적이 없다.
3.
나는 뱅미를 상대로 펼친 박경락의 플레이를 보고 기뻤다.
참으로 기뻤다.
임요환이 쏘원의 결승으로 올라오던 그 815의 전장에서
'이 815라는 대지 위에 황제가 대 제국을 건설해놨기 때문에 박지호 선수는 갈 곳이 없어요!'
'황제가....귀환하고 있습니다....'
잭영옹과 김캐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던 그 순간과 비교해보아도 뒤지지않을 그러한 기쁨이었다.
예의 경락마사지라 불리던 동시다발적인 드랍 플레이.
그것은 분명 최근 저그의 승리 공식이라 하던 것과는 차별화된, 박경락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스타일이었다.
하나의 승리공식만을 따르는 선수들.
그리고 꺼져버린 낭만시대의 불꽃을 가끔씩, 그리고 아주 잠깐씩 지펴주던 선수 한 명의 군대행.
어쩌면 스타크래프트의 위기라 할 수 있는 시대에 부활한 박경락의 그러한 플레이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시대였던 그 낭만시대의 귀환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4.
오늘 박경락의 플레이를 보고 나는 침묵해야만 했다.
아카디아에서 저그의 승리공식을 따르는 듯 하더니
공식의, 이재호의 계산에서 벗어나 파고들어 앞마당을 파괴한 공격
백두대간에서의 온리라 할만한 대규모 뮤탈운영
무모하다 생각될 정도로 계속해서 퍼붓는 공격
베슬을 눈앞에 두고도 헛도는 스컬지들
'형편없었다'라 할만한 디파일러의 운영, 그리고 이어진 패배.
김동준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울린다.
'아 박경락 선수 왜 자꾸 공격을...지금은 수비하고 멀티를 해야할 때거든요...'
순간,
박경락은 달려들었다.
저글링과 러커의 피가 맵을 메웠다
흩뿌려지는 꽃잎과 같이.
5.
박경락의 하이브 이후 디파일러 운영은 너무나도 투박했다.
같은 팀, '승리공식'에 통달한 김준영의 그 유연한 운영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투박함이었다.
결과는 패배.
해설진들이 수비와 멀티의 필요성을 외칠 때마다 박경락은 무리하다 생각되는 공격을 퍼부었고
그 결과는 패배였다.
분명, 박경락에게는 익숙치 않은 전투 방식일 것이다.
그가 보여주었던 그 경락마사지에 비해서 너무나 투박했다.
뭐랄까
마치 탱크와 소총병들을 이끌고 게릴라전을 하는 계백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그는 시간을 뛰어넘어 온 것이다.
그가 활약하던 낭만시대에서 '공식의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그는 이번에 '공식'을 시도했고 패배했다.
그럼에도
해설진들 모두가 멀티와 방어를 외칠 때에도
'어리석게도' 공격을 선택하여 벌어진 불리한 전투
화면을 적신 저그의 피가
흩뿌려진 꽃잎처럼 보인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캐저그맵'에서 연달아 패배한 박경락에게서
씁쓸한 웃음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나 역시 알 수가 없다.
박경락의 승리를 바라면서도
공식대로 이끌지 않은 결과로 화면을 적신 저그의 피가 흩뿌려진 꽃처럼 보인 까닭은 무엇인가.
그런것인가?
나 역시 '어리석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6.
전상욱의 초기를 기억하는가?
묻지마 파뱃을, 바로 그 박경락을 상대로 묻지마 파뱃을 작렬시키던
'전상욱의 초반 5분', 그 이름만으로도 폭발하는 듯한 기세가 느껴지던
전상욱의 저그전은 그랬다.
그러나 지금의 전상욱은 '멀면 벙커링 - 벙커링도 없다. 멀어도 가까워도 더블컴'이다.
대신 전상욱은 '슈퍼 엔진'이란 이름을 얻었고 개인리그, 프로리그 양쪽에서 그 압도적인 힘을 과시중이다.
'승리 공식'은 괜히 '승리 공식'이 아니다.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찾은 끝에 세워진 것이다.
프로게이머들은 승리를 필요로 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승리 공식을 따르는 프로게이머를 비판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게이머가 승리 공식을 따르고, 이 경기가 저 경기같은 최근의 경기들을 보면 왠지모를 씁
쓸함이 느껴진다.
7.
박경락은 프로게이머이며
그렇기에 승리해야만 하는 자리에 서 있다.
이 부활을 위하여 그가 승리하기 위해 쏟았을 노력을 생각하면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나는 박경락이 저그의 공통공식을 완전하게 구사하는 선수보다는
자신만의 공식을 세우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박경락에게는 박경락만의
마재윤에게는 마재윤만의
맵으로도 제한할 수 없으며, 리그의 이름으로도 제한할 수 없고 또 상대의 네임밸류로도 제한할 수 없는
그러한 자신들만의 승리공식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바람이다.
나에게는 '승리 공식'을 비판할 자격이 없으며 그것은 비판받아야 할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설령 패배할지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폭발시키던 그 때의 선수들이 그립다.
그리고
박경락에게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길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래도 박경락이라면' 하는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8.
생각해보니 이 글을 읽어준 스갤러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것이
내가 늘어놓은 것은 결국 내 생각을 어지럽게 흩어 토해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박경락이 걸을 길은 박경락이 선택하는 것
나는 그에게 어떤 선택도 강요할 수 없을 것이다.
공통공식을 선택함도 박경락이고 자신만의 공식을 선택함도 박경락이다.
그 어떤 것도 틀린길은 아니다.
다만....
아아,
전위여.
어리석음이나
실로 아름다운 어리석음이었습니다.
흩뿌려진 꽃길
당신의 길을 걸어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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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최소 에게에서 추게급 글이라 생각됩니다. 혹시 게시판 이동하게 되면
제 이름을 지우고 대신 운영자 이름으로 올리는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글을 적으신 원작자가 피지알 아이디가 있는 경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