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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28 10:36:19
Name 잊혀진꿈
Subject [일반] 4월 27일 - 또다른 내전의 흔적, 모두가 조금은 불행했던 결말?
캠틴 아메리카 : 시빌워가 72만으로 국내 오프닝 기록을 세웠더군요.
수요일인데 설마 나올까 싶었는데 정말 되다니 극장체인들은 어지간히 좋아했을거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아십니까? 원래 4월 27일은 이렇게 예매율 95%의 완전독점 개봉일이 되는게 아니라,
2016년 올해 최초 최후 최대의 대개봉전쟁이 될뻔 했다는걸요.

바로 3주전 개봉했던 배트맨 v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얘기입니다. (이하 배대슈)
지나고 이제와서야 쓸쓸하게 225만으로 상영이 끝난 배대슈이지만, 오프닝때의 기세는, 그리고 그 이전으로 올라가서 크랭크업후 터진 마케팅의 기세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에이지오브울트론의 9천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마케팅비...(제작비가 아닙니다. 마케팅비)
따라서 최초의 마케팅 원안대로 "배대슈 v 시빌워"가 4월 27일 하루에 발발했으면 과연 그 결과가 어땟을까 궁금했던 사람은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잠시 얘기를 과거로 돌려보죠.
경쟁이 치열한 헐리웃에서는 종종 두개의. 혹은 3개의 회사가 동일한 내용의 영화로 경쟁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곤합니다.
좋은 각본이 영화사 수장들 사이에서 돌고 그 행로가 최종경매로 결정되는 일은 헐리웃 업계의 관행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98년작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 각본 경쟁의 잡음 과정에서 이러한 헐리웃 각본 비밀경매가 세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누구의 아이디어가 원조냐를 가른 원조대전, 비슷하지만 관객의 선택을 받아보자는 선택대전이 연달아 발생하게 되죠.
그중 가장 유명했던 대전은 뭐니뭐니해도 딥임팩트와 아마게돈 간의 대전이죠. 이때 두 회사는 서로 각본유출에 대한 책임을 크게 묻겠다는 언플까지 서슴치 않으며 치열하게 대립했습니다.
서로 자기가 원조임을 내세우면서요.
물론 결국 후반작업 등의 문제로 개봉간에는 국가별로 차이가 제법 커져서 결과적으로 정면충돌이 안된곳이 더 많아졌습니다만, 동일소재, 동일주제, 동일전개였던 두 작품이 동일기간에 맞부딪히면 관객은 그야말로 마치 선거를 치르는 기분으로 영화를 보게 되죠.

그리고 다시 돌아와 배대슈입니다.
워너와 디즈니 - 이제는 미국 미디어 산업을 양분하다시피한 거대공룡끼리의 본격 괴수 대결전 배대슈 v 시빌워. 과연 이 전쟁의 양상은 어떨것이냐. 이 둘이 동시개봉하면 극장은 어떻게 나눠 가질것이냐 각자 치열한 머리 계산이 있었을겁니다. 그것도 국내대결뿐이 아니고 전세계급 대전이었겠죠.

그런데 최종단계에서 배대슈가 전세계 개봉을 한달 앞당기며 이 대결을 회피하죠. 이 결정이 나왔을때는 내부시사, 언론시사, 로튼평 등이 나오기 이전이었습니다. 즉 순수하게 워너 내부의 결단이었고, 그 결단의 근거는 아무래도 관객의 피로도를 염두한 선점전략과 경쟁출혈을 생각한 회피전략이었겠지요.

그래서 일찌감치 이 세계전쟁을 피하기 위해 비수기임에도 더욱 개봉에 박차를 가했던 영화들, 특히 소품들이 4월초 극장가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도 5월이 전쟁이라고 작년부터 광고해대서 4월로 피해 왔는데 왜 네가 여기서 87%의 예매율로 등장하는거니....전세계에서 신인감독들의 곡소리가 들려왔죠,
아무리 뒷심결과가 안좋았다고 하더라도 북미 역대 오프닝 7위, 세계 역대 오프닝 4위를 찍고, 국내에서도 극장 1600개를 넘게 먹은 배대슈라는 공룡은 그만큼 무서웠습니다.  

한편 극장주들의 입장에서도, 적어도 두세개의 영화가 경쟁되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영화대자본들이 각자 마케팅을 보다 경쟁적으로 펼치게 되며, 자본들의 극장수요에 대한 러브콜이 커지고, 극장체인들의 입지가 강화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관객들조차도 "오늘은 이게 안될거 같으면 이걸 보면 되겠네" 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니까요. 고스란히 극장의 이득이 되죠.

그래서 배대슈가 마케팅 마지막 단계에서 개봉을 한달 앞당긴 것은 어찌보면 한국 영화계, 한국 극장체인, 한국 영화관객, 모두에게 조금은 불행한 결말로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아니, 혹은 불완전연소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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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꿈
16/04/28 10:38
수정 아이콘
그리고보니 최근 정글북도 디즈니와 워너에서 각기 기획되서 디즈니판은 개봉을 했고, 워너판은 최종편집중이기도 하군요. 이렇게나 자주 겹치면 어느 한곳에서 포기할만도 한데 경쟁은 끝이없네요. 일종의 자존심싸움 같아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마스터충달
16/04/28 10:39
수정 아이콘
관객 입장에서는 저런 괴물 영화 2개가 동시에 개봉하면, 작은 영화들을 볼 기회가 그 만큼 줄기도 할 것 같아요.
잊혀진꿈
16/04/28 10:41
수정 아이콘
차라리 5월은 괴물 2개가 먹고 4월은 소품들의 달로 채워졌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신인감독들이 많이 있었을거 같습니다. 전세계급으로도요.
잊혀진꿈
16/04/28 11:06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그래도 모두가 조금씩 불행한 결말에서 당사자인 워너와 디즈니는 그래도 빠지겠군요.
워너는 어쨋든 시빌워와 정면대결을 회피해서 측면대결만 했고
디즈니는 극장반분의 위기를 무주공산으로 바꿨으니...
16/04/28 11:41
수정 아이콘
그냥 붙어가지고 졌으면 시빌워 핑계대면 되었을텐데...
흡사 인터스텔라에 패배한 패션왕처럼..
잊혀진꿈
16/04/28 12:57
수정 아이콘
차라리 그런 방법도 있었겠다 싶은 결과론이지만....피하고 싶단 기분도 이해는 갑니다. 같은 이유로 시빌워가 한달을 당기고 배대슈가 그대로 있었더라도 이해가 갔을거 같아요.
16/04/28 16:45
수정 아이콘
아마겟돈 vs 딥임팩트는 정말이지;;;
히갤 보니까 배대슈가 캡아3와 같이 개봉하려고 하니까 마블에서 (원래는 할 생각이 없었던) 시빌 워로 바꿨고, 워너가 어마 뜨거라 하면서 피한 거다는 말이 있던데요
16/04/28 17:34
수정 아이콘
그보단 로다주 요구 들어주다가-아마도 출연료와 배역 비중- 그래? 그럼 요구 다 들어주고 아예 판을 키워서 사실상 어벤져스로 가자.. 가 되었다는 게 맞을 걸요?
16/04/29 01:3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 하긴 그쪽이 맞겠네요
잊혀진꿈
16/04/28 19:08
수정 아이콘
사실 헐리웃에서 동일 소재, 동일 주제, 동일 전개 영화가 맞붙은게 하루이틀이 아니죠. 미드도 어차피 CSI 뜨면 다 부검수사대 하고 있고, 뱀파이어뜨면 다 뱀파이어 하고 있고...똑같거든요.
16/04/29 01:32
수정 아이콘
허허 =_= 그쪽도 참 재밌게 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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