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09/28 20:09:53
Name Love.of.Tears.
Subject [L.O.T.의 쉬어가기] 정말 자신감이 승리를 부를까?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알고 플레이 하는 동안
제일 길었던 플레이 시간은 단판 기준으로 2시간 반이다.
그 게임의 승자는 나였고 패자였던 내 친구는 씁쓸한 마음을 토로하고는
나와 다시는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홀 오브 발할라에서의 대전이었는데
나는 자원이 많았지만 병력이 없었고 그는 캐리어를 보유해 99%이상의
승기를 잡았다 놓쳤기 때문이리라-------- 그가 남긴 한마디 "징한 놈..."


그런 걸 보면 난 참 승부욕이 강한가보다
2시간 반을 게임하다 보니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고
눈에선 눈물대신 땀이 흘렀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놈의
자존심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지기 싫었다.


나는 공방에서 승률이 좋지 못하다
내가 쓰는 3개의 아이디 중 2개는 승률이 50% 이상이 넘지만
실은 공방용이라고 하기보다 친구들을 더 많이 상대한 기록이다
이상하게 내 친구들은 나보다 피지컬이 우수하나 날 이기는 녀석은 드물더라.


그걸 제외하고 난 공방에 자주 들어가지 않았다.
이유는 갖가지 비 매너 플레이와 핵사용 때문에 짜증이 났고
그런 일들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얼마 전 각종 핵 단속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3번째 아이디를 만든 후 플레이한 결과 5연패
그동안 여러 가지 일 때문에 게임에 집중이 어려워서
게임을 많이 못한 때문이다


공방에 들어갈 때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아이디만 알던 사람과 실제로 만나서 게임을 하면 종종
내가 이기기도 하며 빈말이겠지만 '생각보다 잘하네 핸디캡이 있음에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공방에만 들어가면 뭔가에 홀린 듯
조바심이 나를 지배한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 사람이 나의 실력을 평가(절하) 못하도록 이겨야만 해"
생각을 해보자 저 멀리 있는 사람이 어찌 나의 상황을 알 것이며
또한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평가하면 어떠랴 질 때 지더라도
열심히 해서 다시 만났을 때 이기면 되는 것을...
하지만 그러지 못해 게임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난 평소에도 동족전을 싫어한다.
보는 것은 좋아하나 플레이가 너무 까다로워서 동족전을 지양하는 편이다
상대는 테란 유저더라 하지만 동족전이 싫어 저그를 했다
경기는 시작됐고, 5드론을 하면 왠지 통할 것 같아 5드론을 감행했다.
결과는... 통했다


별로 좋지 않은 컨트롤임에도 언덕 위 마린과 SCV를 제압하고
상대편 기지에 입성했다
그러자 숨이 가빠왔다
90%이상의 승기를 잡았고 일꾼도 많이 잡았으니
내 승리가 확실했기 때문에

그러나 너무 욕심을 부렸다 추가 저글링을 안 찍고
끝내고 싶어졌다
그러다 어찌어찌 지어진 원 마린과 벙커 때문에 막혔다


그랬으면 드론도 늘리고 멀티도 먹는 여유를 부렸어야 하는데
또 다시 '조바심'이 나를 끌어안았다.
승기를 잡았을 때 끝내고 싶은 마음에 계속 유닛을 쏟아내다
결국 내가 GG를 치고 말았다.


내 플레이를 다 보여주면 후회라도 없을 것을
프로들이 방송 경기서 긴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이제 멀티 없이 이기기는 어려운 시대가 왔다.
그런 게 어딨냐고. 흔히 말하는 양산 형 게임에 역행하고 싶었지만
그게 아닌가 보다. 아니 그래도 어쩌면 아직 멀티 지향적 플레이어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방의 양 손에 쫄고, 수치화된 APM 따위에 위축되는 내 자신이 문제다
맘을 담대히 하고 강하게 하여 나의 갈 길을 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승리할 수 있을까?


정말 자신감이 승리를 부를까?


Written by Love.of.Tears.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9/28 21:27
수정 아이콘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구해놓은 후에 전쟁을 한다.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 승리를 구한다." - 손자

자신감이 승리할 수 있는 하나의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연발
09/09/28 22:02
수정 아이콘
과유불급인듯 합니다. 너무 뻔한 대답인가요?;;

자존심이 과해서 많이 졌던 선수가 생각나네요. 박성준 선수.. 이 선수의 경기는 제가 따로 꼽지 않아도

많이 생각 나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대로 자신감이 없어서 거의 이긴 경기를 많이 놓친 선수로는 한승엽 선수가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이윤열 선수와의 개마고원 경기였나요? 새벽에 재방송으로 보다가 이윤열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한승엽 선수의 뒷심 부족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뒷심 부족은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자신감 부족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09/09/28 23:46
수정 아이콘
근데 친구랑 스타 한판을 2시간 30분동안 햇다는건 좀... 너무 심한듯 하네여

친구끼린데 게임 하나에 승부욕 심하게 부리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즐기기 위한게임인데요
SarAng_nAmoO
09/09/29 00:08
수정 아이콘
ankm님// 겜을 하다보면 도저히 놓을수가 없는 상황이 올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공방에서도(저도 1시간 20분겜을 해본사람으로써;;) 후반가면 갈수록, 도저히 손을 뗄수없는 수준까지 이르는때가 많습니다.. 실제 친구와함께하는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저만그런건가요;;
09/09/29 00:29
수정 아이콘
스타 초창기 무한맵만 할때........한게임에 두시간 반은 아무것도 아니었죠.!!!....지금은 그렇게 해라고 해도 답답해서 못할듯..
coolasice
09/09/29 01:33
수정 아이콘
저는 반대로...친구또는 지인과 이런식으로 게임이 길어지면 짜증부터 나더군요...
워낙에 불같은 성격의 부산사나이라 -_-..
한번 이렇게 루즈한 게임이 일어나면 두번째겜에선 그냥
저그면 투겟하드코어질럿이나 1게잇커세어가는척하면서 3게잇 발업질럿,아칸추가거나
테란이면 앞마당먹고 한방모아서 뚫어버리거나 본진3게잇 드라군으로 밀어버립니다 -_-

제 성격상...저런 스타일의 게임을 정말 싫어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을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실력, 상황등은 상대방에 비해서 후달리는데, 미칠듯한 승부욕과 집중력으로 게임을 종종 이기는 경우가 보이죠...
이윤열,한승엽 개마고원경기가 대표적인데...
전 프로가 아닌이상...
일반인이 이렇게 까지 겜한판 이길려고 이 악물고 달려드는게 한심합니다..
이기면 실력때문에 이긴거고
지면 실력때문에 진거라고 생각하는주의라서...
탈퇴한 회원
09/09/29 02:14
수정 아이콘
하하 저도 이번년도에 친구랑 2시간 15분짜리 경기를 파이썬에서 해본적이 있는데 제가 거의 다 진게임에서 마지막에 섬하나에서 버티면서 다크아칸, 아칸, 하템으로 방어만 하다가 결국 비겼었지요... 그후로 그친구는 저랑 게임을 안합니다 크크.
09/09/29 03:06
수정 아이콘
두시간씩은 아니여도 한시간 반까지 해본적이 있었죠. 2번 정도 그런게 있었는데 한판씩 친구와 나눠 가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게임을 자주 하곤 하는데 저와 그 친구는 그 판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치열하고 재밌는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게임내에서 한시간이 넘어가면 플레이 하나하나에 서로 집중하고 거의 같은 화면만 보고 있거든요. 생각만 달리해보면 그것도 또 나름의 재미갔습니다.
라이시륜
09/09/29 09:43
수정 아이콘
제가 좀 새가슴인데요,

예전에 플겜머랑 한겜하다가
제가 6.5:3.5 정도로 유리해졌었어요.

절대 뒤집힐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제가 원래 역전을 잘 당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해서
엄청 긍정적인 상황이었는데요,

프로게이머를 막상 이긴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손이 떨리고 마음대로 움직여주지를 않더군요.

결국.. 졌습니다^^
그 뒤로 스타 열심히 안 하고 있는데.. (스타로는 안 될 것 같아요ㅠ_ㅠ 마음만 상할 뿐..)

자신감이 승리를 부르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자신감이 없으면 승리를 가져올 수 없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제 10년 스타 인생의 최대 교훈입니다. 하하핫-
09/09/29 10:23
수정 아이콘
승리가 자신감을 부르고 그 자신감이 승리를 다시 부르는거 같습니다.
09/09/29 11:24
수정 아이콘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핸디갭의 의미가 양 팔중 한쪽이 부자연 스럽다는 의미신가요?
Love.of.Tears.
09/09/29 12:57
수정 아이콘
nickyo님// 네. 모르셨나요?
09/09/29 13:55
수정 아이콘
Love.of.Tears.님// 네..모르고 있었는데 이제야 좀 이해가 가네요..; 감사합니다
09/10/01 02:57
수정 아이콘
nickyo님//뇌성마비시다 보니 팔의 움직임이 비장애인에 비해서는 자유롭지 않으시겠죠
NarabOayO
09/10/01 13:29
수정 아이콘
라이시륜님//
저도 예전에 프로게이머와 저그대저그 1:1을 했던 적이 있는데요.
저글링 쌈을 압도하고, 완전 유리했던 상황에서 무탈을 갔더니 상대가 스포어를 박고 히드라를 가서
그냥 평소같이 앞마당 먹고 해도 완전 유리했던 상황인데요, 왠지 히드라에 쓸릴거 같아서
본진 가디언 가다가 진적이 있네요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8937 [L.O.T.의 쉬어가기] It's ok BoxeR, It's ok!! [7] Love.of.Tears.6716 09/09/30 6716 0
38936 블리즈컨 2009 토너먼트 경기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7] kimbilly5404 09/09/30 5404 0
38934 1VS7의 경쟁을 뚫어라! EVER 스타리그 2009 예선전 중계게시판 제3戰 [103] Alan_Baxter5917 09/09/30 5917 0
38933 1VS7의 경쟁을 뚫어라! EVER 스타리그 2009 예선전 중계게시판 제2戰 [269] Alan_Baxter6064 09/09/30 6064 1
38932 1VS7의 경쟁을 뚫어라! EVER 스타리그 2009 예선전 중계게시판 [262] Alan_Baxter7624 09/09/30 7624 0
38931 살아남는자가 강한자다.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 중계게시판 제2막 (완료) [179] Alan_Baxter7586 09/09/29 7586 1
38929 살아남는자가 강한자다.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 중계게시판 [229] Alan_Baxter7959 09/09/29 7959 0
38927 [L.O.T.의 쉬어가기] 정말 자신감이 승리를 부를까? [15] Love.of.Tears.7175 09/09/28 7175 0
38926 프로리그 올스타전 에어로 파이터즈, 래더 컨트롤 유즈맵 배포 [17] 김진태6944 09/09/28 6944 0
38924 09-10 맵테스트 중간투표, 그리고.. MAP에 대한 짧은 단상. [12] 라구요4665 09/09/28 4665 0
38923 [스타리그 10주년] 관련 설문조사입니다. (종료, 명언 많이 올려주세요) [120] Alan_Baxter6581 09/09/27 6581 0
38922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올스타전(3) [123] SKY926784 09/09/26 6784 0
38921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올스타전(2) [266] SKY926365 09/09/26 6365 0
38920 [불판] 프로리그 올스타전(17:00에 시작!) [266] 100원의기적6202 09/09/26 6202 0
38918 스타크래프트2 알파 11900 버전이 15세 등급 판정을 받았네요. [18] 물의 정령 운디7882 09/09/25 7882 0
38916 '판도라의 상자'를 연 소프트맥스 [89] The xian19698 09/09/24 19698 107
38915 [생방불판] 프리매치 맵테스트 SK - 이스트로 [25] 100원의기적6084 09/09/23 6084 0
38913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올스타전 엔트리 [37] SKY925891 09/09/23 5891 0
38912 블리즈컨 2009 스타크래프트2 Q & A 새로운 내용.(퍼옴) [4] 물의 정령 운디5179 09/09/23 5179 0
38911 온게임넷 차기 스타리그 스폰서는 EVER [40] 레이5832 09/09/23 5832 0
38910 프로리그 프리매치 맵테스트 8주차 [86] Alan_Baxter4169 09/09/22 4169 0
38908 맵테스트가 가벼운 유희밖에 안될까요 [16] private4949 09/09/21 4949 0
38907 만약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에 젤 나가 종족의 진영이 구현된다면... [16] 물의 정령 운디6587 09/09/21 658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