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
8월 12일부터 한국 e스포츠 최초로 자유계약선수(Free Agent, 이하 FA)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팀 스포츠에서 전력평준화를 위해 팀에서 선수를 보유할 권리 조항인 보류권과 보류권의 악용을 막기 위해 선수가 팀을 위해 일정기간 봉사하면 자유롭게 팀을 이적할 권리를 주는 FA의 이야기입니다. e스포츠, 그 중에서도 꽃인 스타크래프트는 개인리그가 초창기부터 큰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팀 단위 프로리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FA 세부 내용은 아래 링크와 같습니다
{e스포츠 언론싸이트 포모스의 FA 기사 정리}
http://www.fomos.kr/record/?query=FA&mode=search&start=1&target=total&display=20
[무엇이 자유인가?]
09년 현재까지 스타크래프트에서 일반적 선수 수명은 5년 정도입니다. 소수의 강력한 선수들은 5년을 넘기고도 살아남거나 전성기를 구가하지만 보통은 5년 이내라 봐도 무방합니다.
현 e스포츠의 FA는 원소속팀에게 200% 연봉 또는 100%연봉+선수 1명을 지급하는 보상권과 함께, 1차 원소속 우선 협상 -> 2차 타소속 협상 -> 3차 원소속 추가 협상의 과정을 가지는데
1) 기업팀에서 5년이 지나야 FA 선언이 가능하며 계약하면 다시 5년 뒤 실질적으로 은퇴한 후에야 다시 FA 자격이 생깁니다.(비기업팀 4년)
2) 2차 협상 타소속 협상에서 복수의 게임단이 각 1회씩 입찰하면, 선수가 게임단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장 높은 금액으로 입찰한 게임단을 협회가 제시하고 그 게임단과 계약을 해야 합니다. 이 때 입찰한 게임단이 없거나 선수측에서 계약을 거부하면 3차 협상이 진행됩니다.
3) 3차 원소속 추가 협상이 진행될 경우 원소속에서 1차 제시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 가능합니다.
4) FA가 최종 결렬되면 선수는 프로게이머 자격을 1년간 박탈당합니다. 팀 소속이 아닐 뿐임에도 개인리그 등의 어떤 국내 공식대회도 출전이 불가능하며 심지어 WCG나 대통령배 아마추어 대회도 출전금지 당합니다. 짧은 수명과 경쟁 속도를 고려하면 1년간의 완전한 공백은 은퇴 공지나 다름없습니다.
5) 마지막으로 FA 시에 선수의 법적 권리를 대행해 주는 에이전트 선임이 불가능합니다. 미성년자거나 사회경험이 적은 선수 또는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님이 아니면 전문지식과 전문인력을 갖춘 게임단과 대등한 협상을 해서도 안 됩니다.
현재 나온 규정으론 자유계약 선수라 부를 수 없으며 팀과 선수 간에 서로 대등한 협상 위치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참고로 11팀의 연합인 협회는 사전접촉과 담합에 대한 방지와 처벌 규정도 만들지 않았으며 질의응답에서 '11팀이 담합 하는 건 무리가 있으므로 FA 담합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협회가 고용주들의 연합체고 이를 견제할 10대 중반~20대 중반의 어린 피고용인들의 교섭단체가 없기에 사회경험이 희박한 선수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물을 내고 '자유계약 선수'라는 숨이 턱 막히는 거짓 명분을 쓰면서도 탈이 없습니다.
나찌 독일의 아우슈비츠 감옥 입구엔 이런 문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e스포츠의 FA는 어떻습니까? 게임단에 전성기를 바쳐 봉사한 선수를 자유롭게 합니까?
FA 규약이 자유롭게 하는 것은, 각 게임단이 선수의 의지를 배제한 채로 팔고 사는 편익뿐입니다. 그것도 전체 선수들의 총합 연봉은 가능한 동결하는 형태로 말입니다. 그건 노예 상인들 혹은 방석집 포주나 생각할 불공정한 경쟁 논리고 그동안 e스포츠판 내에서 피고용인인 선수들을 어떻게 쉽게쉽게 다루어 왔을지 노골적으로 환기시키는 사례입니다.
잘 준비된 FA는 FA를 얻기까지 선수의 분발을 이끌어 내고, 팀에겐 선수 보상 평가체계와 전력 재정비의 기회를 줍니다.
현대의 새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e스포츠가 프로스포츠로 내실있게 발전하지 못하고 어린 선수의 착취를 통해 얻어낸 동력으로 반짝하는 흥행쇼로 그친다면, 그 원인은 허술하며 동시에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이번 FA 규정의 적용과 그 규정이 강제되는 불합리한 토대와 그 둘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 현실 이외에 무엇이겠습니까?
[회로의 탈출]
이에 프로스포츠다운 성숙한 제도와 문화가 자리 잡고 발전할 수 있도록, e스포츠의 소비자이자 팬의 단체인 'e스포츠를 지켜보는 눈'(이하 이지눈, 대표 블로그 싸이트
http://eznoon.tistory.com )이 전방위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지눈은 현 FA 제도 중 불합리한 요소를 개정시키고, 프로게이머들이 올바른 권익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원합니다.
프로게이머가 한국에서 No.1이면 그는 세계에서도 No.1입니다. 거르고 걸러진 800여명의 선수들이 활동하는 프로 무대에서 실제 사람들의 눈에 띄고 입에 오르내리는 선수는 채 20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전승으로 결승에 오르고 단 세번만 패해도 선수는 좌절을 맛봅니다.
누군가에겐 오락으로 돈버는 게이머들이 우습겠지만, 좁고 치열한 이 바닥이 10년 넘어 커오는 동안 재능과 열정과 젊음을 소진하면서 보여준 경기들에서, 팬들은 말없는 위로와 터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지눈은 그런 경험에 빚진 팬들이 보수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그른 것을 옳게 바꾸기 위해 모였습니다.
한 사람당 한 숟갈이면 만 사람이면 천 공기입니다. 모두가 조금씩 보이는 곳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한국의 e스포츠가 프로스포츠로서 소박하게 뿌리박는 것도 무리한 꿈은 아닙니다.
10년동안 다사다난 하게 성장해온 이 바닥의 옆엔 PGR21이 늘 함께 있었습니다.
피지알러 분들께선 이 공간에서 다른 커뮤니티에서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FA악법 관련한 이슈가 끊이지 않도록 다루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지눈에서 업무를 맡아 직접 활동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제게 전화번호와 함께 쪽지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