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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5/06 13:20:13 |
Name |
The xian |
Subject |
[쓴소리] 위메이드, 정신차려. |
사실 이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나의 처지 때문이다. 예전 숙소체험에 초대받은 것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직업적으로 동종업계에 있는 처지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던 것이다.(아무리 날선 비평을 달고 다니는 처지라 해도 밥줄 걱정을 아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둘째는 내가 위메이드가 대체 왜 이런 행동을 벌이는지에 대해 보도된 부분 및 몇 가지 글들로 나타난 주장들 이외에 많은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세째는 내가 이윤열 선수의 팬이라는 점 때문에 혹여 위메이드에 대해 이성적이지 않은 부분이 앞서게 되면, 정제된 글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말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동종업계 종사자라는 직업적 처지보다 한 명의 E-Sport 팬의 처지에서 보는 시각으로 오랜 고민 끝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요즘 한 매체를 중심으로 여러 매체에서 조금씩 터져나오는 위메이드의 이야기는 매우 곱지도 않고 고울 수도 없는 이야기이다. 이번 위메이드 건처럼 '정치판에서 볼 수 있는 파워게임'과 같은 행동들이 표면화되면, 그 모습 자체도 곱지 않을뿐더러 E-Sport의 경우로 범위를 좁혀 생각하자면 '역린을 건드리는 뇌관'과 같다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이다.
왜 위메이드가 '역린을 건드렸다'라고 표현했냐면, 몇 년 전 중계권 파동 이후 - 비단 마니아들이 아니라 해도 - E-Sport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른바 '판을 깨는 행동'에 대해 매우 민감해졌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상처를 당한 사람은 완고해지고, 그 상처를 기억나게 하는, 건드리게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더욱 완고해진다. 그것이 사람의 근본적 속성이고 이치일 것이다. 물론 나는 게임단을 소유한 기업들이 정치적인 행보를 전혀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차피 E-Sport판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기업은 손익을 추구하는 게 근본 속성이기 때문에 그런 기업 대 기업, 협회 대 기업의 관계에서 유, 무형의 이득을 챙겨가기 위한 정치적인 행보는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E-Sport 판은 그런 '역린'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메이드가 그런 부분으로 인해 정치적인 행보를 한다 해도 그 행보는 매우 지혜로워야 하고, 극단적인 사태를 입에 담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탈퇴 운운하는 말을 흘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위메이드의 또 하나의 실책은 과거의 사례에서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비공식적으로 언급된 일부 위메이드 관계자들의 주장대로 이 사건을 다룬 언론들이 소위 말해 '오해'를 하고 있다거나 너무 극단적으로 상황을 부풀리고 있다면, 위메이드는 적극적인 입장 표명과 해명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 아니, 그래야 했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몇 년 전, 협회에서 그런 짓을 하다가 협회 이름의 일부가 네 발 달린 짐승의 이름으로 변형되어 지금까지 회자되는 행동을 죽 봐 왔음에도 말이다.
물론 위메이드가 E-Sport 판에서 회사 대표님이 종종 경기장에 찾아올 정도로 열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고, 더불어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은 물론 카운터 스트라이크 게임단, 장재호 선수 영입까지 많은 E-Sport 게임에 관여 및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것이 자사의 이익과 홍보를 위해서든 뭐든 간에 위메이드는 E-Sport를 아끼는 기업임엔 분명하다. 그리고 위메이드 사태를 보도한 언론의 행보 역시 나는 그다지 정의롭거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태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기자와 언론은 다름아닌 몇 년 전 중계권 사태에서 협회에 찬성하는 기사를 써내면서 팬들의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한 '바로 그들'이고, 그들의 행동은 간판을 바꾼 지금에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그들 역시 사실 보도보다는 이 문제를 불거지게 하여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고 하는 정치적인 행동을 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위메이드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위메이드가 정치적인 파워게임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위메이드가 자신의 본분, 즉 포지션을 망각했다는 점이다. 팬이나 관객들을 생각하는 행보를 굳이 보이지 않아도 되고, 그럴 만한 기대도 받지 못하는 협회와는 달리 위메이드는 '잠재적 고객'혹은 '실제 고객'일 수 있는 E-Sport 팬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필요한 기업이고 그만한 기대 역시 받고 있는, 그리고 받아야 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지금의 위메이드의 행보에서 팬들을 위한, 넓은 의미로는 '위메이드의 고객'에 대한 배려와 소통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런 '고객'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직장을 잃고 준 프로로 강등된다는 소리를 들어도(그 소리가 악의에 찬 보도든 아니든) 위메이드의 행보가 무조건 옳다고 해 줄 것 같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한 판단 착오이자 고객은 안중에도 없는 무례한 행동일 뿐이다.
위메이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니, 더 빨리 직시했어야 한다. 더욱이 지금의 사태를 두고 사람들이 공군보다도 빈약한 위메이드 폭스의 스타크래프트 팀 로스터를 들먹이며 위메이드가 게임단을 정리하기 위해 그럴 듯한 명분을 찾고 있다는 등의 소문을 쏟아내거나, 그런 소문을 쏟아내지 않더라도 그 소재를 자신의 집안일도 제대로 매조지하지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는 주제넘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 혹은 비난의 근거로 쓰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면, 위메이드가 이제 와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대단히 늦었다.
그렇기에 나는 위메이드가 - 설령 '하이트'의 진입에 반대를 하는 명분이 옳다고 해도 - 위메이드의, 그리고 E-Sport의 고객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 없이 탈퇴 운운하는 소리를 하며 과거의 역린을 건드리는 행동을 한 것은 위메이드가 주장하는 하이트의 E-Sport 진입 문제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게 E-Sport의 존립 기반을 저해하는 행동이라 생각하며, 위메이드라는 기업이 득보다 실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본전조차 찾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온라인 게임으로 따지면 돈 복사 버그가 일어난 다음 1주일 정도 롤백이 된 행동에 비유해야 할까.
어쨌거나 게임으로 운영과 사업을 하는 기업이 정작 게임의, 그리고 게이머들의 속성을 모르는 이런 행동을 했다는 점은 여러 모로 실망이다. 돈 들여 아발론으로 MSL 스폰을 하면 뭐 하나. 게임단은 왜 운영하고 있나. 정작 위메이드 자신이 돈 들인 의미조차 거두지 못하고 발로 차 버리고 있는데.
창피한 일이다.
- The xian -
P.S. 오늘 같은 경기 앞으로 계속 하면 쓴소리의 다음 편은 '이윤열, 정신차려'가 되는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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