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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11/01 04:21:56 |
Name |
王天君 |
File #1 |
IMG_1822.jpg (71.4 KB), Download : 30 |
Subject |
Let me kiss you, Nike (송병구 응원글) |
그들은 그 미소는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에라도 홀린듯 그분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분은 그 입맞춤을 허락해 주었다. 나는 바라만 보고만 있었다. 결국 그분은 언제나 나를 남겨두고 다른 이와 함께 떠나가버리셨다...
호숫가를 거닐던 한 사제가 한숨을 내쉬고 몸을 숙여서 한 웅큼의 물을 건져 올렸다. 손 안의 물에 비쳐보이는 그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그 물을 다시 호수로 흘려보내니 조그마한 파문이 생겼다. 번져 나가는 파문 속에서 이제는 그의 전신이 일렁거린다.
어린 시절, 그는 광장 한가운데 서있는 조각상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었다. 머리도, 팔도 없는 조각상이었지만, 언제라도 날아오를 듯이 보이는 그 날개가 그의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조각상이 머리와 팔을 갖추고서 그에게 다가와 입맞추는 꿈을 꾼 이후 그는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 조각상이 한 여신을 조각해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는 일생을 여신을 추종하는데 기꺼이 바치기로 맹세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회고에 젖어있던 사제는 급히 발걸음을 돌려 신전으로 향했다. 내일 해가 지기 시작하면 여신을 향한 올해 마지막 제사가 시작된다. 제사 준비를 위해, 사제는 다시 한번 바닥을 닦고 향을 피웠다. 조각상 앞에서 무릅을 꿇고 눈을 감은 채, 그는 이제는 희미해진 여신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 타오르는 횃대가 그의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여신의 꿈을 꾼 사람이 사제 한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옛날 제국을 세운 황제는 폭풍 속에서 그를 껴안는 여신을 느꼈다고 한다. 칼과 창이 부딪히고 전쟁이 끝나지 않던 혼란의 시기 속에서 우뚝 일어난 한 젊은 영웅은 수많은 적들 속에서 손짓하는 여신을 보았다고 한다. 다재다능함으로 온 제국에 그 명성을 떨친 한 천재는 여신이야말로 영감의 근원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후에 제국을 물려받은 한 무장은 여신이 곁에 있었음을 느꼈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했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던 아무개 음악가는 그가 지휘를 할 때마다 춤추는 여신을 보았다고 한다. 위대한 이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여신은 그 제국의 국교로서 믿음을 뛰어넘는 거룩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 여신을 직접 맞닥뜨리는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 신전의 사제가 된지 벌써 3년. 여신을 향한 사제의 성실하고도 고결한 자세는 많은 이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저토록 경건하고도 독실한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아무나 설 수 없는 대제大祭에서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았던 그는 몇 번이고 여신의 강림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여신을 접하는 이들은 다른 이들이었다. 그가 여신을 접한 적도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많은 신관과 고위제사장들은 그의 영접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신앙과 몸가짐은 이미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고 있으면서도 여신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혹자는 악명이 높았던 어느 점술사의 저주를 그 이유로 들기도 했다)
올해 대제를 위해 신전에 올라오는 갖가지 진귀한 제물들을 보면서 사제는 주눅이 들기도 했다. 어떤 이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흰색 호랑이 가죽을 신전에 올렸다. 어떤 이는 사파이어가 자루에 박힌 비수 한 자루를 바쳤다. 어떤 이는 이름난 혁명가를 죽였던 치명적인 독사 한 마리를 조각상 아래 놔두었고 마음 씀씀이가 크다고 소문난 어떤 이는 소떼를 신전으로 끌고 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은 13개의 다이아몬드가 영롱히 빛나는 목걸이였다. 그러나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사제가 손수 만든 월계수 관이었다. 하늘과 사람은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꿈속에서, 월계수 관을 머리에 쓴 한 존재가 사제에게 말을 걸었다.
너의 선물은 언제나 마음에 드는구나. 이번에는 내가 너를 직접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게 느껴지니 말이야.
당신은....사제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을 만나기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내일 저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 뵐 수 있는 것입니까?
미리 설렐 필요는 없다. 내일이 되면 알게 되겠지. 나는 그 누구에게도 약속은 하지 않는다. 다만, 너의 등 뒤에 있는 또 다른 여신을 보니 질투가 나는구나.
뭔지 모를 소리에 아연실색하여 사제는 물었다. 제게 다른 신이 있다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오로지 당신을 향한 기도만을 해왔습니다.
아마도 너의 갸륵한 정성에 감복한 모양이지. 시련을 맞서는 널 돕기 위해 어둠을 꿰뚫는 부엉이의 눈과 무엇이든 막아내는 방패를 주었으니.
사제는 알아차렸다. 자신의 등 뒤에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서있음을, 어떤 시련이 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낙관하진 마라. 너 말고도 나를 이끄는 강력한 존재가 있다. 나는 너 아니면 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자는 군신 아레스의 가호를 받고서 황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자다.
평온한 얼굴로 사제는 말했다. 아니오. 내일이야말로 저는 당신을 마주할 것입니다.
그 존재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며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난 사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황새 한 마리가 물방울을 튀기며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 날개가 여태 자신이 꿈꿔오던 승리의 여신의 날개와 닮았다고, 사제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응원글을 좀더 근사하게 쓸까....고심하면서 썼습니다. 아 진짜 너무 힘드네요. 피지알의 모든 글쓴이를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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