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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9 02:23:09
Name Ace of Base
Subject 그 날이 오면

부산의 롯데 팬들은 팀의 우승보다는 먼저 '가을에도 야구하자'라는 말처럼 플레이오프 진입을 염원한다.

이스트로라는 e스포츠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팬들은 겸허한 현실 속에서 우승의 목마름 보다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입을 염원할 것이다.



그들의 계절은, 조금은 슬프게 지나간다.


부산 팬들은 근 몇년간 늘상 가을이 오면 롯데는 시즌을 마감해야 했고 가을 사직구장은 텅빈 좌석만 남게 된다.

이스트로의 팬들은 플레이 오프는 먼 얘기처럼 보이고 그저 마지막 경기만이라도 승리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며
'다음 시즌에는 나아지겠지'라는 매번 같은 생각과 꿈같은 기약을 하게된다.

그럴때마다,
계절은, 조금은 슬프게 지나간다.
그리고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다음 시즌에는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나아질테지.
소심한 바램.

고작 '나아질테지' 라니.


우승.
그렇게 먼 얘기처럼 들리는 단어란 말인가

소멸된 바램.
그저 바람이었나.

현실은,
또다시 반복되는 좌절과 기대의 톱니바퀴.


정규시즌 꼴등 이스트로.
정규시즌 11위 이스트로.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최고의 팀 이스트로.


이스트로와 지금 막 창단한 공군Ace팀을 제외하면 모든 팀들이 우승 혹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반면 이스트로는 플레이오프는 커녕 7전 4선승의 추억도
신바람나는 질풍같은 연승도 달려본 적이 없다.

그리고,

패배에 익숙해져있다.
3:0승리보다 0:3패배를 먼저 생각한다.
모두가 두려워해본 적도 없다.
반드시 이겨야한다 혹은 이기게될 상대라고 생각한다.
다른팀들의 동정을 받을 만큼의 성적을 내는 팀이다.



현실.
자각.
토로.


잊어버린 현실.
자각을 무시한 기대감.
그리고 또다시 떠오르는 다음 시즌의 꿈같은 이상.

'꿈'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는 나오다가,
그 뒤 나는 내 스스로 내가 응원하는 팀의 능력을 깎아 내리고 있었다고 느끼게된다.


너무나도 많은 패배속에서 패배감에 익숙한 나머지 스스로 패배자가 되버린 것이다.
과거의 패배가 미래의 패배로까지 연결시켜버리는 어리석은 연장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오늘 졌다고 내일까지 지지 않는다.
참으로 뻔하고 뻔한 얘긴데, 패배감 속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르까프 오즈의 시대.
내가 지금 이런 뉘우침을 얻은 것은 '르까프 오즈'의 찬란했던 이번 시즌을 부러워하며 느끼게된 것이다.

한 때는 정규리그 최종 진출전에서도 탈락한 팀.
가장 맨 밑바닥을 시작으로 정상에 오른 팀.

그리고 이스트로.

현실을 잊어버린것이 아니다.
자각을 짓누르고 꿈같은 기대감으로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것도 아니다.

가능성은 어느 팀에게나 존재하며
그 어느 팀 12개의 팀 중에서 이스트로는 속해있다.
고로, 나는 기다린다.


모든것이,
가장 극적일때.

지금의 이스트로처럼
가장 극적인 팀이 정상에 섰을때..

그날이 오면..


그날의 감동은,
다음 시즌에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그 다음 시즌에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몇 년간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지금까지 수 년간 그들을 응원해왔던 것처럼 몇년 까지도 기다릴 수 있다.


가장 밑바닥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올라 서는 모습.
아직은 모두의 응원을 받는 애벌레지만 껍질을 께고 천천히 정상을 향해 기어 오르며 모두가 놀랄만한 모습으로 정상에 오를때
찬란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우승컵을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될 선수들과 코칭스텝의 모습을 보게 됐을때
환희의 가득찬 이스트로 팬들을 떠올리게 됐을때
그리고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됐을때

희열.


비록 오늘도 꼴지고 내일도 꼴지라 할지라도
그 한 번의 희열을 위해 오늘도 응원하고 내일도 끝까지 응원해보련다.

그 단 한번의 희열을 위해서.






기다리는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언젠가 꼭 돌아온다고 믿는게 힘든 일이다.
-이윤학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中-


다시 같은 계절이 돌아오고
연중행사처럼 반복됐던  데자뷰는 사라지며
슬픔 대신 찬란한 빛을 받는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때의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조금 더 아름답게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그 날이 가끔씩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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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19 02:56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김원기 선수는 대체 어떻게 된건지..
이스트로에도 걸출한 신인이 나타났다고, 한 번 해볼만하겠다고 느끼게 해준 선수였는데..
XiooV.S2
08/02/19 03:10
수정 아이콘
김원기선수는 팀플때문에...ㅠㅠ 이제 이병민 선수가 이적했으니 좀더 다양한 팀플카드와 신입 드래프트로 좀더 좋아질수 있을듯 합니다.
의정부프레임
08/02/19 03:20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매 시즌마다 이스트로의 상위권 진입을 희망하였으나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이스트로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하 그래도 언젠가는 플레이오프에서 볼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응원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포모스 기사에서 김현진 코치님이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기를.....제발.....
EltonJohn
08/02/19 04:47
수정 아이콘
이지호감독님께서 조용성 선수의 은퇴경기때 하신 말씀 전 아직 새기고있습니다

"저희가 2008년도에는 감동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꼭 2008년도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 판이 지속되는 한 저를 비롯한 이스트로 팬들은 모두 '그날'을 꿈꾸며 기다릴 수 있을것입니다.

다만 뒷걸음질 치지말고 아주 천천히라도 더디게라도 조금씩 전진하는 이스트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피안화
08/02/19 06:08
수정 아이콘
이병민선수가 한건해줄거라고 봅니다. 이번 서바이버였나요? 챌린지였나요..기억이 안나지만 통과했더군요. 분명히 실력이 있는선순데 이스트로에서 부활성공하고 팀에도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포셀라나
08/02/19 06:12
수정 아이콘
쓸데없는 태클일지도 모릅니다만. 20년 넘은 롯데팬으로서 부산의 롯데팬들의 소망은.. 나아지겠지가 아니라.. 언제나 목표는 롯데의 우승입니다. 4강인분들도 있지만.. 그냥 나아지겠지.. 정도를 기대하는 분들은 없죠.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말은.. 단순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가 아니라.. 가을에 우승하자는 의미입니다. 롯데팬들 중에.. 94년 99년의 아쉬움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92년 우승을 재현하고 싶어하죠.(84년은 제눈으로 본것은 아니기에 패스)
08/02/19 08:34
수정 아이콘
김현진 코치 군대가지 않나요? + 형이 많이 아프다고 해서 병간호 하러갔다고..3주전부터.
기사에서 그렇게 봤는데...그래서 은퇴했다고...
08/02/19 10:54
수정 아이콘
김현진 코치... 기사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아쉽습니다...T_T
오르페우스
08/02/19 12:17
수정 아이콘
김현진 코치..아쉽군요..이젠 볼수 없는 건가요. 이스트로팀 2008년엔 화려하게 비상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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