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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6 02:16:10
Name 구름비
Subject [응원글] 오즈의 마법사
0.
『자, 르까프 오즈와 삼성 칸의 2007 프로리그 통합 챔피언전, 여기는 일산 킨텍스입니다.』
“모두 주문은 잊지 않았겠지?”
『양팀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자, 이제 우리의 마법이 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러 가자.”


1.
회오리 바람이 몰아쳐 낯선 세상에 떨어진 것처럼,
꿈을 걸었던 IS는 이름을 잃었고, 함께하던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마법은 풀렸다.
요환이가, 진호가, 윤열이가 마법을 걸어줬지만 그 마법이 풀리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포기할 순 없다.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이 남아있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 누군가, 다시 마법을 이뤄줄 누군가를 찾자.


2.
흩어진 팀을 추스르고 IS란 이름을 버리고 플러스란 이름을 달았다.
하지만 플러스란 이름으로라도 남길 바랬던 건 나의 욕심이었을까?
꼴찌의 수모를 겪고 프로리그 출전까지 좌절되면서 한동안 아무런 리그도 없었던 날들.
그 긴 시간을 인내하며 참아준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팀의 구심점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던 이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붙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IS 때처럼 미련 없이 떠나보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원망과 미움,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좌절감.
“감독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되죠?”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던 아이들.
그냥... 포기해버릴까?

답답한 마음에 잠도 오지 않는다.
바람이나 쐬자는 기분으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복도로 희미하게 새어져 나오는 불빛.
두런두런 거리는 말소리.
이들도 동요하는 것인가?
씁쓸함을 삼키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아니라니까. 여기선 테크부터 올리고 참아야지.”
“그냥 질럿 러쉬로 뚫을 수 있으니까 달려드는 거지.”
새어나온 말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직... 연습하고 있었던 거냐?”
“감독님께서 별 말씀 안하셔서 저희끼리 그냥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래...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들도 얼마든지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난 왜 잊어버린 걸까?
“연습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보자, 뭐가 잘못된 건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다시 힘을 내자.


3.
플러스의 이름으로 스타리그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오영종.
처음부터 넘치는 재능으로 빛나던 아이는 아니었다.
흔히 ‘날린다’고 소문이 날 실력도 아니었다.
그런 영종이가 마법을 걸어 준 건가?

『플러스팀 만든 뒤로 이렇게 기쁜 경사스러운 날은 처음일 겁니다. 한 말씀 하셔야죠, 조정웅 감독님도.』
정말... 영종이가 우승을 한거다.
가능성을 믿고,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나를 따라준 영종이.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간다.
『우선 이렇게... 결승전에서 좋은 경기 보여준 임요환 선수께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요……』
예전 내게 마법을 걸어줬던 요환이.
『…… 대한민국 e스포츠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유명한 프로게이머로 거듭날 것을 확신합니다.』
이젠 새로운 마법사가 내 옆에 있다.
『영종아, 사랑한다.』


4.
영종이의 우승은 시작이었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았지만 마법은 조금씩 이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감독님, 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거죠?”
우승자 한 명을 배출했다고 플러스를 보는 주변의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약팀이었고 여전히 배고팠다.
해주고 싶은 건 더 많은데, 그것을 이뤄줄 힘이 내겐 없었다.
나는 마법사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마법을 걸어주리라 생각했던 영종이 또한 지쳐갔다.
마법은 이렇게 풀리는 건가...
또 다시 반복되고 마는 건가?

“영종아, 겨울 바다 보고 싶다 그랬지?”
똑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 없었다.
내가 손을 놓지 않는 이상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구도 떠나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한 믿음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영종이와 정동진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마법이 이뤄질 것을 확신했다.


5.
“저 선수는 누구야?”
“글쎄요? 커리지에서 몇 번 본 거 같긴 한데... 항상 떨어져서 이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아이.
하지만... 눈빛이 살아있어.
“너, 이름이 뭐냐?”
그렇게 제동이는 우리 팀에 들어왔다.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많았다.
그들에 비해 전혀 특출할 게 없는 아이었다.
하지만 제동이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끈기.
그 많은 연습량을 제동이는 군소리 하나 없이 묵묵히 소화해냈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믿기로 했다.
그것이 마법의 주문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6.
기나긴 인고의 세월 끝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르까프 오즈.
많은 팀 중 르까프는 우리를 선택해 주었다.
“저희는 플러스팀이 비기업팀 중 가장 열악하다는 악조건에서도 다른 대기업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높게 샀습니다.”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길 바란 것은 아니다.
그냥 좋아서,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끝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것은 저희 화승의 개척정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노력을 알아준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이었구나.
“... 감독님...”
눈물이 날만큼.

르까프에선 과분할 정도의 전폭적 지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팀이 만들어진 첫 시즌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렇지만 진다는 것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오즈는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르까프는 굳은 믿음으로 지켜봐 줬다.


7.
『GG~~~』
두 번의 로얄로더를 배출하고, 르까프라는 소중한 파트너를 얻었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았던 건,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르까프 오즈 우승!!』
소원은 이루어졌다.
하나의 이름 아래 우리가 정상에 서는 것은.
『모두가 우리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습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아니, 누구도 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뇌를 갖고 싶어하는 허수아비와 심장을 갖고 싶어하는 양철 나무꾼, 그리고 용기를 얻고 싶어하는 겁쟁이 사자처럼.
누구나가 인정해줄 완벽함을 갖춘 이는 없었다.
그랬기에 우리는 소원했다.
그리고 마법처럼 소원은 이루어졌다.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이 우리는 우승이란 마법을 이뤄냈다.

누가 마법을 걸어준 것일까?
정말 우리는 마법사를 만난 것일까?


8.
“우리가, 드디어 우승을 했다.”
오즈의 선수들을 하나하나 눈 속에 담았다.
언제부터 이 아이들이 이렇게 믿음직스러워졌지?
“나는 오늘 그토록 바라던 소원을 이루었다.”
누구도 우리가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
“마치 마법처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을 우리는 해냈다.”
하지만 우리는 소원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누가 대체 이런 마법을 부렸을까?”
영종이... 제동이...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마법이었다. 우리 모두가 같이 주문을 외어야만 걸리는 마법.”
한 사람의 마법사론 절대 소원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 주문을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절대 마법은 풀리지 않는다.”
그래, 그동안 마법이 풀렸던 것은 이 주문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주문은 바로...”

내가 너희를 믿는다는 것.
그리고 너희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
그리고 오즈를 믿어주는 르까프, 그리고 많은 팬들.
그 ‘믿음’이 바로 마법의 주문이었던 것을...
이 주문만 안다면 모두가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은 아니겠지?


0.
『자, 르까프 오즈와 삼성 칸의 2007 프로리그 통합 챔피언전, 여기는 일산 킨텍스입니다.』
“모두 주문은 잊지 않았겠지?”
『양팀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자, 이제 우리의 마법이 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러 가자.”
믿음이 이뤄주는 놀라운 마법을 확인하러 우리는 다시 무대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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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개미
08/02/16 03:13
수정 아이콘
오늘이네요~ ^^

최선을 다해 멋진경기가 나왔음합니다.~
몽땅패하는랜
08/02/16 03:24
수정 아이콘
구름비님의 멋진 글만큼이나 멋진 경기가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너무 멋진 글이라 덧붙일 말을 찾질 못하겠습니다
하루송이
08/02/16 10:33
수정 아이콘
르카프 오즈 화이팅!
마술사
08/02/16 10:53
수정 아이콘
멋지군요. 추천날리고 갑니다.
오늘 좋은 경기 기대합니다.
윤열이는요
08/02/16 10:57
수정 아이콘
승리의 르까프~!믿음의 르까프~!
Wanderer
08/02/16 14:2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매치업인데요, 제가 잘못본건가요? 2시라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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