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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24 01:12:18
Name 코리아범
Subject [잡글] 분홍자전거는 어디로 갔을까?
오늘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굳게 마음을 먹고 실행해야 했다. 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끊었던 담배를 펴야겠다고 내일이면 안피리라 나를 속이며, 종종걸음으로 나섰다. 골목 입구에서 주인이 없는 자전거 한대가 서있었다. 이쁜색의 분홍자전거. 누구의 것일까? 왜 이곳에 세워두었을까. 자전거 이외에 무슨소리가 들리는것 같았지만, 헤드폰을 끼고 밖으로 나선 날은 외부의 어떤것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에.

[이미 지나온 또 다가올 너의 기억과 나의 기대들
남은 시간과 지난 일들이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져

많은 후회로 지친 내 맘이 기억 속에서 지워질 때
니가 기다린 내 노래는 어디든 남겨지겠지

지금껏 난 그랬어 아무말 하지 않고
널 속인 내 마음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바랬던 시작과 끝이 꼭 이런거였는지
기억에 남겨진 그 약속처럼 난 지금 그 곳에

이미 지나온 또 다가올 너의 기억과 나의 기대들
남은 시간과 지난 일들이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져]



불편한 마음으로 담배를 불고,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일즈음, 이미 골목에 가까워오고 있었다. 다시 서있는 분홍 자전거.  그리고 앉아있는 누군가.  주인이겠지. 왜 이 추운밤에 저러고 앉아있는 것일까.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아무래도 흐느끼는 듯한 소리는 이 노래에 없다.

누군가 울고있었다. 깊숙히 모자를 눌러쓰고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아이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난 그옆에 앉았다.


"담배 필줄 알아요?"


'왜 울고있나요?' '무슨일 있어요?' 라는 등등의 말들을 하기엔
그녀와는 그리 친하지 않다.  조금 친해지면 좋겠다고, 말을 섞으면 저사람은 아주 약간이라도 위안을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멍청한 한마디.


"아 날씨 춥죠? 장갑가지고 올걸. 밖에서 담배필때는 손이 시려워서 별로 안좋다니까."

말을 놓기로했다. 버릇이기도 하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 이유는, 모른다.


"후우.. 오랜만에 피니까 좀 어질어질하네.
글쎄... 사람때문에 그런거 아니면 내일이면 괜찮아질거에요.
근데 사람때문에 그런거면 좀더 오래가겠다. 후우"

드디어 손을 내렸다. 눈이 발갛고 큰 눈망울에 눈물이 뚝뚝흐르고있었다.
누군가 우는 모습을 보는건, 마음이 아프다. 나도 울어봤으니까.

"아 하나 더펴야지. 왜 울까? 으음. 그럼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이거 꽤 재미있어요 한번 들어봐.

사람이 누군가에게 원하는거가 분명히 있을거야 아마..?
근데 항상 그 상대는 부담이 된다고 생각해. 아주 대단한걸 원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지 듣지도 않더라. 묻지도 않고, 그저 복잡하다느니 혼란스럽
다느니 하면서 밀어내는데,  아 오늘은 일어나서 곰곰히 되새김해보니까 내가 밀려
난 발자국이 저만큼이나 길게 보이는거야. 후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인터넷이라면 이뭐병이라든지 여병추라던지 하는 상황에
처한 나였지만, 그다음의 말들을 궁금해 한다.  그리고 중요한건 눈물이 멈췄다.


"아 그래서? 음.. 그래서 뭐... 음... 이렇게 담배하나 물고있는거지 뭐.
............음... 안추워요? 커피한잔 마실래요? 요 앞인데 하나 사오지 뭐."


부끄러웠다. 누구에게도 꺼낼수 없었던 말들을 꺼냈다는것이. 왜 그랬어야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렇게 울고있던 자전거의 주인처럼, 나도 혼자였고, 서있고, 걷고,
숨쉬고 있었지만 주저앉아서 그저 가쁜숨만 몰아쉬고 있었으니까.

"담배... 계속 끊어요."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여기서 내가 어떡해야 할까.
그냥 웃어야겠다.

"잠깐만 기다려, 얼렁가서 하나 사오지 뭐.. 그리고 오늘은 좀 봐줘. 하하"



바쁜걸음으로 커피 두캔을 양손에 들고 도착한 그자리엔 그녀도, 자전거도 없었다.
그저 누가 앉았었던 온기와 멀거니 서있는 나만 있을뿐이었다.


[우리가 바랬던 시작과 끝이 꼭 이런거였는지
기억에 남겨진 그 약속처럼 난 지금 그 곳에]



노래 한곡에 커피 두캔과 담배.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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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손으로 쓰는걸 좋아합니다. 가끔 길게 쓰면 팔이 좀 아프기도 하지만
그리고 오늘은 무엇무엇을 했다. 라는 식으로 쓰기엔 재미가 없기도 해서 이렇게
쓰곤 합니다. 일기를 다시보면서 내가 왜 그런말들을 했을까. 그런행동을 했을까.하는게
아직도 조금 신기하기만 하지만. 글쎄요.

아무런 의도도 없이 그냥 이곳에 올려봅니다.  정말 왜 쓰는지 모르겠군요.
악플만 아니면 무플이라도 만족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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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6/12/24 01:42
수정 아이콘
원래 수다가 그런거고 그래서 좋은거죠. 으하하하-

딱히 이유없고 목적없고 주제없고 하는거 아닙니까(Ya....의 정의가 이런 건데 으음?)...뭐다...하는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딴거 대개..관심도 없고 실상 의미도 없죠. 아... tv에서는 세븐~군이 노래를 부르는군요.(저 총각은 한국말도 영어처럼하는 재주가 있나봅니다.혹시 교포출신인가 싶군요. )
DNA Killer
06/12/24 10:30
수정 아이콘
타인에게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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