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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06 21:03:30 |
Name |
Ntka |
Subject |
[Kmc의 험악한 입담] 밥 숟가락 |
* 오랜만에 써 본다. 대포자라고 하지만 중간고사 공부는 어느 정도 했는데... 1학년 때보다 평균이 30점 차이나 약간의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그 무엇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덧 회복이 되었다. 스타리그와 데쓰노트 등을 보니깐 싹 풀리던데...?
퍽!
여러분은 밥 숟가락에 맞아 보셨는지?
본인은 맞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물 묻은 주걱으로 뺨 맞은 흥부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헛소리지만 꼬비꼬비라는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현대판 흥부는 프라이팬으로 맞더라...]. 공 치는 야구 방망이로 맞아도 기분 더러울 판에 밥 먹는 도구, 씻었다고는 하나 입에 들어갔던, 앞으로도 들어갈 숟가락에 맞으면 기분이 어떨까?
하지만 여기서 숟가락은 실제 숟가락이 아닌 비유이다.
본인의 비유 실력은 한참 딸리니 엄재경 해설 위원께서 하셨던 말씀을 잠시 인용하겠다.
"나는 배고파서 밥 한 술 뜨려는데 상대는 밥 숟가락으로 때리는..."
IOPS 8강 2주차 3경기, 김근백 VS 박성준(M). 두 선수의 네오 기요틴 경기 중 나온 말씀이었다.
워낙 비유도 잘 하시고 만담에 능한 해설자이신 엄재경 해설 위원. 그만큼 그 분의 말씀은 어렵지가 않다. 딱 봐도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저그전 역사상 홍진호 VS 김준영, 이 두 선수의 So1 815 경기만한 경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이전, IOPS에서는 본진 자원 거의 다 파먹고도 저글링이 세 부대 이상, 뮤탈이 한 부대 이상 모인 적이 없는 저저전이 있었다.
드론 추가하면 저글링 2기가 모자라지는데 이 2기 때문에 밀리게 되고, 나는 밥 먹으려고 저글링 수비모드 들어가는데 뮤탈이 뜨고, 왼손에 포크 쥐고 휘두르면서 오른손으로 밥먹으려고 하니 같이 포크 휘두르는 상대가 밥은 안 뜨고 그 숟가락으로 날 때리고.
결국 숟가락 결정타에 휘말린 김근백 선수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맞을 대로 맞은 상태에서 GG를 치게 된다.
내가 못 먹으면...
놀부 심보라고 하기에는 뭐하다. 이겨야 하는 프로 선수들이니깐 말이다.
흥부전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에서 "놀부는 제가 못 먹으면 남도 못먹게 손바닥으로 탁 쳐서 개천에 버려버리고..."라는 구절을 보았다[진짜 못 되었구나...?].
물량 대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량 대전에서 상대방 물량이 못 나오게 하려면 상대를 굶겨야 한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내가 굶어봐야 한다고, 굶는 다는 심정이 어떤건지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상대를 굶기는 법은 예전에도 많이 나왔다.
8배럭. 테란의 극초반에 공격이 가능한 빌드라고 할 수 있다.
4~5드론. 저그의 땡땡.
전진 게이트. 프로토스의 땡땡.
적어도 극초반은 "부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초반부터 부자라는 것은 없지만 조금 더 나아간 미래도 부자를 꿈꾸지 못 할 극초반 빌드는 말 그대로 굶는 빌드나 다름없었다.
내가 이렇게 덜 먹으니, 내 밥은 뜸 들이고 있으니 상대 밥통에 구멍이라도 내야한다라는 마인드로 극초반 승부를 보는 경우도 많다. 밥통에 구멍만이 아니라 두꺼비, 아니 황소 개구리도 막지 못 할 만큼 밥통을 부숴버리며 승리하는 경우를 우린 많이 보았다[치즈러쉬 & 벙커링, 하드코어 질럿, 4~5드론.].
모든 극초반 경기가 굶은 만큼 악에 받쳐 승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굶은 만큼 힘이 안 나오는 경기도 많다. 아니, 악에 받친 힘이 나올지라도 이미 뜸까지 다 들이고 난 밥 한 숟가락이라도 먹은 상대의 힘에 억눌려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못 먹었다고 남을 못 먹게 하기에는 요즘 같이 스피디한[?] 사회에서는 통하기가 참 힘든 경향이 많긴 하다.
밥 싸들고
정작 이런 가난은 멈추기는커녕 가속화 된 적도 많았다. 특히 얼마 전까지 내 마빡이가 쎈가 니 얼빡이가 쎈가 겨뤄보던 때와는 다르게 요즘은 또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할 정도의 가난 플레이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라고 하기에는 또 무언가 달라졌다.
앞서서는 내 밥 뜸 들일 때 상대 밥통 부수는 격이었지만 요즘은 내 밥 싸가고 상대 밥통 부수려는 경기가 많아졌다.
즉 극초반 경기로 초반에 GG를 안 받아도 이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조용호 선수의 경우, 지난 신한은행 1시즌에서만 해도 5드론한 저그가 전혀 아닌 것과 같은 발전을 보여주었다. 상대가 굶으면서 들어오니 놀라서 밥 숟가락이라도 떨어트려 밥을 못 먹은 듯한 모습을 보여 준 변형태 선수는 결국 숟가락 쥔 용호 선수에게 패배하게 되었다.
최근에 테란 추세도 그렇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8배럭이 반드시 가난하다는 것이 아님을 여러 선수가 증명한 바 있다. 물론 8배럭 견제가 실패할 경우 상황이 불리해질 수 있으나 올인이 아닌 견제용이라면 나름대로 괜찮은 빌드라고 볼 수 있다. 밥통은 못 부숴도 코드라도 뽑아오면 되니깐 말이다. 사실 요즘 일부 저그가 또 밥 숟가락 챙겨오는 8배럭에 대한 대응이 약간 미비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3해처리로 테란을 죽이려고 했으나 투 해처리 이하에서 들어오는 테란의 압박 및 공격적인 모습에 배부르고 싶은 의도와는 다르게 되어버렸다.
굶는 다는 것은 나, 즉 선수 자기 자신의 선택권이지만 요즘 같은 때에 상대를 굶게 하는 것 역시 선수 자기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배부른 자는 그래도 행복하다
요즘 윤리책에서도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보게 된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밥심[힘]이라는 말도 있다.
싸워서 이기려면 배불러야 한다. 허기 진 상태에서 극악의 집중력을 보여 싸움에서 이기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우위는 배부른 자에게 있다. 배부른 자의 복근을 친 것과 배고픈 자의 복근을 치며 확실히 다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최종테크를 가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밥 숟가락, 젓가락, 포크, 심지어는 주걱까지도 필요하다. 밥 숟가락 하나로는 먹을 것을 다 먹을 순 있어도 제대로 커버하기가 힘들다.
상대에게 밥 숟가락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나는 진수성찬에 식기 도구까지 차려야 하는 것, 그것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배고픈 자가 배부른 자를 이기는 경기가 몇 안 되는 것처럼 승리를 위해서는 배불러야 한다. 그것도 상대를 배부르게 하지 않게 하면서 말이다.
사실 게임 내적인 요소에 윤리가 어딨는가? 이미 게임 자체가 피터지고 죽이고 저 멀리 보내주고 하는 것인데, 내가 배부르고 상대를 배고프게 하면 어떤가?
밥 숟가락을 놓치지는 말자.
만약 쥐고 있는 밥 숟가락으로 먹지도 못하면 때리자.
뭐, 때려서 아프면 다 좋은 것이니깐 말이다.
* 그런데 서로 배부를 때 프로토스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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