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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어있는가.
죽어있다면, 무엇 때문에 죽어있는 건가.
나이프에 찔려서,
심한 병에 걸려서,
총에 맞아서.
아니.
겨우 이런식으로 내가 죽을 일은 없다.
내가 죽는다는 건 나 자신의 존재를 없앨 때 뿐.
저 따위의 물리적인 건 우스워.
고작 나이프에 죽을리는 없지만, 지금은──
───번쩍, 하고,
몸에 감각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기억과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그저 어두운 것만이 보였다. 보였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단지 어두울 뿐이다.
만약 눈으로 보고 있는 거라면, 아직 몸이 완전히 움직이지 않으니까 망막이 마비되어 있다거나 하는 이유일까.
확실히, 몸이 평소처럼 마음대로 따라주지는 않는다. 마비상태나 다름없다고 느껴지는 나의 몸.
......그것도, 몸이 있다면의 얘기겠지. 지금 나에게 신체라는 것이 있을까. 살아있다고 느껴지질 않으니까,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시야가 밝아졌고, 어딘가의 감각이 돌아오는 듯 했다.
몸이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감각이 돌아온다는 것을 몸이 있다는 것으로 자각하고, 그것이 어느 부위인지를 느끼려 노력했다.
땅에 닿아있는 것은 두 발.
아마 서 있겠지.
가슴과 배, 팔과 등에도 점점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먼저 붉은 어떤 것을 보고 나서였다. 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보이는 나의 복부는 붉었다. 이유도 모른 채, 단지 붉은 것이 보여서 보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눈으로 앞을 보았다. 두 사람. 한명은 땅에 엎드려 있고, 한명은 허리를 굽혀 그 사람의 상태를 보고 있다. 아니, 난 어째서 그것을 상태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엎으려 있는 사람의 옆에 있는 저──나이프를 보고도, 어떻게 그렇게.
───나이프, 라.
어디선가 보았던 느낌.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거지?
아니, 잠깐.
내가 기억을 잃었었어.
그건 분명히 나이프에 찔렸기 때문이었고.
그리고 그 나이프는 저기에 내던져져 있다. 거기에, 내가 멀쩡히 서 있다는 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 나이프에 찔렸다면, 내 몸 어딘가에 상처가 있겠지.
상처를 찾자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그 뒤는 빨랐다. 상처라는 거, 거창할 거 없이 붉은 피를 찾으면 되는 거니까.
제일 먼저 손으로 만진 배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손에는 나의 피가 흥건히 젖어 있다.
역시, 배를 찔린건가. 그렇다면 난 어떻게 이렇게 있는거지?
아마 배의 상처가 깊지 않으니까──
"에...?"
손을 다시 한번 가져갔을 때, 배에는 아픔도 전혀 없었다. 상처도 있지 않다. 복부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찔렸다거나 하는 깊게 파인, 적어도 긁힌 자국은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촉감으로 느낄 수 없다.
지금 내 손에 있는 피는 배에서 나온 상처가 아니다. 내 촉감을 의심하지 않는 한, 그렇다.
...
손에는 상처하나 없다. 정확히, 거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나 손에 감각이 아직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때는, 이미 손에서 차갑다는 감각이 느껴졌을 때였다. 피라는 거, 따뜻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접한 피는 그렇지 않았던 건가.
손에 촉감이 없어서 배의 상처를 찾지 못했다고는 주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피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 붉디 붉은 피가 내 피가 아니라는 조건 아래에서라면, 있어야 할 배의 상처가 없는 것도, 하지만 이 기분 나쁜 것은 내 손에 묻어있다는 것도, 설명이 될까. 하지만 그것 때문에 머릿 속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뭐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지.
내가 기억을 잃은 동안에 무슨...
그 때, 허리를 굽히고 상태를 보고 있던 사람이 일어났다.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도, 표정이 굳은 채로 아래만 직시하고 있다. 엎드려 있는 사람이 있는 아래만을.
그 순간, 보았다.
바닥이 피로 물들어 있다는 것을.
저건 내 몸에서 나온 피는 절대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믿어버렸다.
그래...
엎드려 있는 저 사람──아니, 죽어있는──에게서 나온 피라고, 믿어버렸다.
바닥에 있는 피가 저 사람의(죽어있어) 피라면, 내 손에 묻은 이 기분 나쁜 것도 당연히 내 피가 아니라,
그의 피일거야. 아니, 그의 피다.
그러면 내가 뭘 한거지?
내 손은 죽은 사람의 피로 물들어 있고, 따라서 내 손에 피를 묻힌 사람은 죽어있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안돼.
이렇게 되어 버리면 결론은 하나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이 사람을 죽였다라고 밖에 설명되질 않아.
아니야.
난 나이프에 찔리는 순간 기억을 잃었고, 그걸로 전부야.
그러니까 나에게 잘못은 없어.
나에게 잘못은 없다. 난 어디까지나 의식 같은 건 없었으니까...
...아니.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을 죽였으니 죄는 없다...? 그걸로 죄가 없어질리는 만무해.
이럴 수는 없다. 이런 건 아니라고, 이런 건 내가 아니라고, 내가 바라던 것도, 이런 일이 있을 리도, 없다고.
"당신, 대체 뭐죠?"
그 때, 소리가 들렸다. 그것만으로 갑자기 무서워졌다.
어느새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은 나를 부른 그에게로 옮겨졌다. 그는 이제 죽은 사람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단지, 그 사람을 죽인 장본인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 그 이유 때문에, 무서워졌다.
"당신 대체 뭐..."
그 뒤에 나오는 말은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가 말을 끊었을지도 모르고, 내가 달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사람을 바라보기가 그저 무서웠고, 그저 뛰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게,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그저 무서워서, 단지 너무나 무서워서.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저 뛰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보려 하지도 않았다. 모든 게 무서웠다.
쉼없이 계속 달렸다.
집에 도착해서 강하게 문을 닫았다.
"하아...하아..."
아무런 정신이 없다. 무언가가 나를 쫓고 있다는 느낌.
아직도 그 차가운 경멸의 시선은 어디선가 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내가 본능적으로 했던 것은 이 피를 씻으려 했던 것이었다. 손에 묻은 어떤 사람의 피를.
그렇게 생각하고 욕실로 향했다.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세면대로 갔다.
물을 틀고 피가 묻어있는 손을 씻어야──
...'피가 묻어있는 손'?
아무것도 없어.
손에는 아무것도 묻혀있지 않다. 평소의 손처럼 깨끗해.
그럴 리가 없을텐데. 공원에서 분명히 내 손에 젖어 있던 피를 봤다.
난 분명히 내가 죽인 사람의 피를 내 손에 잔뜩 묻히고 있었다.
뭐인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거야.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다구.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 무서워.
그 때, 현관에서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렸다.
"선배, 집에 있어요?"
왜 지금 찾아오는거냐, 너는.
지금은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되면 난 미쳐버릴거야. 어쩌면, 또 기억을 잃고 또 사람을 죽일지도 몰라.
아니, 어떻게 보면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미쳐있는가.
어느 쪽이든 지금 나의 모습으로 태일을 맞는다는 건 무리였다. 내가 힘이 드는 것보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걸까.
"선배?"
그래도, 뭔가.
저 녀석이라면 뭔가 해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유가 있을 리도 없다. 이런 일에 이유가 있다면, 그건 말도 안될테고.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움직임을 내가 느낀 것이 발이 먼저 움직인 이후일 정도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찌릿
"그...!?"
격렬한 두통이 일었다.
─찌릿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요동치고 있다. 흐물흐물 거리며.
멋진 걸. 저것들에, 녹색을 입히면 무엇이 될까────
─찌릿
아니, 내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흐물거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휘청이고 있다.
몸에 아무런 힘이 없다. 머리의 아픔만이 느껴질 뿐.
─찌릿
너무 아파서,
이대로 그냥 정신을 잃고 싶었다.
현관에서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다.
─찌릿
...뭐랄까.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찌릿
그렇지.
그 악몽과 똑같잖아.
─찌릿
심지어, 이렇게 의식마저 잃게 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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