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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7/16 02:37:29 |
Name |
pioren |
Subject |
어제 있었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대한 이런저런 느낌. 그리고 수많은 글들에 대한 아쉬움. |
(1) 개인적인 감상
KTF는 이번 시즌 우승할 수 있다!! 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게 엊그제같군요...^^;
어느 새 시간은 흘러흘러 포스트시즌에 도달했고, 제가 응원하던 팀은 완벽하게 거꾸러졌습니다. 하핫
뭐 아쉽진 않습니다. 다음으로 응원하던 팀이 MBC였고, 박성준이란 선수의 부활을 지켜본 건 저로서는
큰 기쁨이었거든요. 테란전이 아니라 프로토스전이라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의 경기력이 점차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데에서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네요. MBC가 확실히 강했습니다.
모두들 지난 후기시즌의 삼성칸을 떠올리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의 MBC는 더욱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족 밸런스도 잘 맞는 데다가 확실한 에이스들도 있기 때문에, 만약 결승에 올라간다면 정말 재밌는 승부가 벌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구 POS는 언제나 팀단위 리그에서 외곽에 속해있던 팀이었습니다. 박성준 선수의 우승, 박지호 선수의 영입 후엔
다크호스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강호라는 느낌까진 없었죠. 그러나 이제, 그들은 확실히 강합니다.
기존의 명팀 대열에 속해있지 않던 그들, 그들의 반란이 보고 싶습니다. 조금 두근두근하다고나 할까요.
(2)KTF에 대한 생각
일단...오늘의 KTF 엔트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초반의 전력투구와 후반을 대비한 엔트리,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안써온 강민이란 카드를 1경기에 배치한 건, 분명히 기선을 잡겠다는
이준호 감독대행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광안리 직행의 기회가 시즌 막판 충분히 있었음에도, 계속 감춰가며 내놓지 않은
강민카드였으니깐요. 기선만 잡으면 2경기, 3경기 선수들이 충분히 부담감 없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 둘다 패배해 한스코어 차이로 뒤지더라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테구요.
하지만 믿었던 강민이 패하며, 결국은 초반부터 무너져 내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경기가 참 아쉽더군요. 김세현 선수가 자신의 뮤탈위치만 노출시키지 않았어도 MBC팀이
그렇게 자신감있게 러쉬를 들어가진 못했을 테고, 그러면 멀티를 먼저 조병호 선수가
가져갔기에 충분히 접전이 이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참 아쉽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거기까지입니다.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던 지난 시즌들과는 달리,
올시즌 김윤환과 김세현은 정규시즌에도 충분히 기회를 얻었고, 포스트시즌에까지 기용되었습니다.
오늘의 눈물은 그들을 한층 더 다듬고, 강한 선수들로 만들겠지요. 수많은 단련과 좌절을
통해 고인규 선수가 당당한 T1의 주력이 된 것처럼요.
이미 세대교체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력을 한순간에 확 바꾸는게 세대교체는 아니죠.
다음 시즌엔 아마 더 이들 둘의 기용이 잦아질 것입니다. 당당히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할 만큼, 이들은 이미 팀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니깐요. 그 기라성같은 선수들 틈에서.(개인전 결승경험이 있는 선수만 여섯입니다)
패배는 인정하고, 전기리그 사이에 얻은 수확들을 돌이켜 볼 때입니다.
이러이러해서 패배했다는 지적은 좋지만, 그러니깐 모든걸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분명히 KTF의 전력은 어느 때보다 안정되어 있었고, 오늘의 엔트리 또한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선수들의 집중력에서
MBC가 앞섰고, 그로 인해 멋진 승리들을 이끌어 낸것 뿐입니다.
다만 MBC가 강했던 것뿐입니다. 충분히.
예전 KTF의 약점이었던 종족 밸런스도 맞추어졌고, 선수들의 개인전 페이스도 회복되었으며,
신예들도 전기리그 내내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옥의 티같은 변길섭 선수의 잠수가 아쉽지만,
전기리그에서 KTF가 얻은 수확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우승의 염원은 한숨과 탄식으로 돌아갔지만,
그간의 수확을 돌이키며 위안으로 삼자구요. KTF 팬분들
마지막으로, 후기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참패를 당한 후, 그랜드파이널 시리즈에 독기를 품고 나섰던 그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또한번의 좌절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 그들은 또다시 강해질 것입니다.
그들은 강해지는 법을 알거든요. 그리고 강하기 때문에, 패배라는 것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3) 히드라에 대한 재발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패배를 확정지어 가는데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하고 있다.....
이건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짓입니다. 맞습니다. 근데 저, 그런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소수에 불과했지만, 서경종 선수의 플레이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한가지를 깨우쳐 준 것 같습니다.
'히드라는 참 좋다'
마린 메딕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하기에 럴커 없는 히드라는 금기시되어 온 수단이지만,
815에서 자주 볼 수 있었듯 업그레이드와 수에서 충분하다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유닛이 히드라입니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지형만 잘 잡고 있는다면
충분히 마린 메딕을 상대해 낼 수 있죠. 예전에 쓰였던 라이벌리같은 맵이라거나,
혹은 비프로스트에서 강도경 선수가 보여줬던 것처럼요.
또한 저그의 여타 병력과 달리, 싸움에서만 이긴다면 저글링 럴커와는 달리
히드라는 상대 커맨드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띄우는 것과, 아예 깨버리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죠.
오늘의 서경종 선수의 모습처럼 소수를 활용해 마린 메딕 조합이 갖춰지기 전에 찌르는 데 쓴다거나,
혹은 테란의 정석과도 같은 원배럭, 투배럭 후의 더블을 상대하는 데에도 히드라는 상당히 유용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확장을 하면서 화이어뱃을 포함한 소수의 병력으로 방어를 하고 있을때, 레어를 페이크로 올리다 취소한 뒤
3해처리에서 히드라를 모아 초반에 뽑아놓은 저글링과 함께 플토의 더블 넥서스를 공략하듯 순식간에 밀어쳐 버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전 고수가 아니기에 잘은 모르겠지만, 괜찮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그 유저로서 그냥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서경종 선수의 멋진 플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듀얼 죽음의 조가 더욱 꼬일것 같아서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풋 ^^
(4) 비난은 그만. 재밌었잖아요.
게임내용. 4:0이긴 하지만 충분히 한경기 한경기가 모두 접전이었고, 재밌었습니다.
팀이 문제가 있고, 모두 뜯어고쳐야 하고, 그동안의 팀 운영의 문제가 있고.....그런 패배라고 절대 보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모두들 그러지 않습니까? 프로게이머간의 실력은 백지 한장 차이라고.
누구든 제플레이만 할 수 있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고.
4:0이라는 스코어만 좀 아쉽다 뿐이지, 그렇게 실망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난 잽을 뻗는데 상대가 시작부터 망치를 휘둘러댔고,
거기에 입고 있던 갑옷(강민)이 깨져버렸다....랄 뿐일까요.
MBC는 충분히 강했습니다. 그리고 이길 자격이 충분히 있는 팀이었습니다.
지나친 비난은, 오히려 MBC를 폄하하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그들은 개개인의 실력이 강했고,
이기자는 의지도 충만했으며, 더욱이 좋은 전략까지 구상해 나왔습니다.
스코어 자체가 충격적인 것이었을 뿐, 그들이 이기는 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마치 지난 신한 16강에서 임요환 선수가 탈락한 후 최가람 선수에 대한 감탄보다는 임요환 선수에 대한 글만
주르르륵 올라온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좀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아래쪽의 예비역에 관련된 글은 그중에서도 정말 아쉽습니다.
충분히 그런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들 아닙니까?
예전의 이기석, 최진우, 신주영....최근의 박현준 선수에 이르기까지.
또한 부활만 한다면 그만한 화젯거리도 될 것이기에 기업에서도 마다할 바 없는 입장이구요.
여러 명을 우르르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팀내 평가까지 뒤엎어 가며 무리하게 출전시킨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종류의 비난까지 들어야 하나, 좀 씁쓸하더군요.
(5)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까운 점
첫번째....변길섭 선수는 또 못나왔군요 ㅠㅠ
두번째....역시나 우리 백작님은 질때는 가장 주목을 받으면서 지시는군요. 이기면 묻히고 ㅠㅠ
(6)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애타게 말합니다.
KTF가 못한게 아니라, MBC가 잘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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