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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4 14:23
저 정도 호족이 되려면 필수적인게 땅(곡식)이죠.
거대한 내 땅을 노비나 소작으로 농사지어서 나오는 곡식으로 나는 농사 안 짓고 공부하고 사람 모으면서 지방정치에 관여하고... 또 지방정치에 관여하니 본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위주로 조언을 했을테구요.
21/06/24 17:39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곧 돈이 되고 돈은 곧 권력을 만들어냅니다.
Story님 말씀대로 대체로 토지를 기반으로 부를 쌓았고, 때로는 지역의 특산물(소금, 비단 등)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21/06/24 14:15
동시기 고구려도 씨족의 연합체였던걸 감안하면 훨씬 넓은 중국대륙은 중앙권력이 말단까지 투사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겠지요.
특히 난세에는 지역세력은 자위 수단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빈객을 유치하다 후한말대에는 '부곡'이라는 사병집단을 거느리는 세력들까지 확대 되었던거구요. 호족집단과 싸워서 아군으로 만들면 'xx이 가솔 xxx명과 함께 귀속하였다.'가 되는거고, 다 죽여버리면 '적을 퇴치하였다'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21/06/24 15:40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분오열된 나라(일본/독일어권)가 상공업이 발달하기에는 훨씬 좋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너무 늦게 망해서 그동네가 발전 못한 것 같기도 하구요
21/06/25 04:22
저도 동의합니다. 봉건제 국가에서 상공업이 발달하고 근대화가 빨랐던 건 부국강병을 위한 피 터지는 내부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죠. 대신에 엄청난 규모의 내전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는 일반 백성들 입장에서야 조선처럼 변화가 없는 중앙집권적 농업국가가 더 살기 좋았다고 볼수도 있지만요....제 기억에 평균수명만으로는 조선후기가 동시대 유럽국가보다 더 높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유럽에선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살상이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네요.
21/06/24 16:50
전근대시대 조선의 행정력은 분명 경이적이었습니다.
문제는...그걸 못따라가는 재정 시스템... 지방 행정을 총괄하는 수령들에게는 약간의 봉급만 주고, 지방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아전들에게는 아예 봉급을 못 주니 이들이 백성을 수탈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허용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세종의 화폐경제 강제시도를 성군의 실패이자 오점처럼 설명하기도 하지만 태종부터 세종, 신숙주, 조금 뒤의 최명길과 김육에 이르기까지 조선에서 현실적인 국가경영에 대해 고민한 이들은 모두 화폐제도 도입을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숙종 시대에 이르러 드디어 화폐경제시스템이 자리잡기는 했지만, 문제는 얼마 안 가서 조선의 행정 시스템이 다 망가지면서 사실상 둘의 융합은 조선 내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21/06/24 17:46
조선의 조세는 역사적으로 보든 당대의 타국과 비교하든 간에 지나치게 적어서 오히려 문제였죠.
그 결과 나타난 폐단이 이른바 삼정의 문란으로 대표되는 수탈 체제였고요. 교과서에서는 전분9등법과 연분6등법을 가르치지만, 그 제도가 이름만 그럴듯했지 실상 완전히 무의미해져 버렸다는 건 가르치지 않지요.
21/06/24 18:26
화폐 경제를 도입하기엔 경제 사이즈가 너무 작음 + 화폐 발행할 금속 부족 이중고로 노답이었죠. 심심하면 시중에 돈이 부족한 전황 크리 먹고 디플레 오다가 나중에 일본에서 동 수입 안정화되니 그때서야 겨우 해결되고...
지금은 그래도 무역이 활발해서 자원을 수입하면 됐지 옛날엔 영토 내에 없으면 아예 자원을 구할 방법이 없었으니.
21/06/24 15:36
형주 채씨들은 아예 뭔 섬 하나를 자기네 성같이 개조해서 살았다더만요. 조조도 채모의 초청 받고 배타고 놀러가기도 하고....근데 5호 16국 시대때 섬이라서 도망 못가고 몰살당했다고
21/06/24 15:39
삼국지에는 신하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연합체라고 봐도 좋은 호족들이 많죠.. 대표적으로 미축, 육손, 형주 채씨 일족등.. 그러고보면 그래도 위나라가 중앙집권이 그나마 잘 된게 아닌가 싶네요..
21/06/24 16:04
주인공이 어려서 위기를 맞이하고(아버지의 죽음), 또다시 위기를 맞이하고(형의 죽음), 위기를 극복하고, 아주 큰 위기를 극복하고(적벽대전), 드디어 우뚝 일어서서, 마침내 천하로 나아가려 하는 클라이맥스가 도래하는데.....!!!!
이후 메차쿠차 합비했다. -끝-
21/06/24 16:07
주유를 주인공으로 정사의 업적 위주의 서술을 한다면 그나마 좋은 곳에서 끝나지 않을까요?
합비 나오는 순간부터 엔딩까지는 드라마 장르가 바뀌어서...
21/06/24 16:11
주유가 죽을 때까지라면... 꽤 괜찮겠지요.
물론 주유가 죽은 후 자기 아들이 당한 처우를 본다면 관을 깨부수고 벌떡 일어나겠지만 말입니다.
21/06/24 17:05
저도 이거 관련해서 글 쓴적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당대만 본다면 유비의 호족관리능력은 정말 대단했다라고 생각하고 제갈량의 방식도 그냥 교본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봅니다.
유비는 평생을 객 혹은 종속세력으로 있었지만 서주의 미씨 가문이나 형주의 마씨 가문 파촉의 오씨 가문 익주의 이씨 가문 등 각 지역의 거대 기득권 세력이 맞먹는게 아닌 고분고분하게 밑으로 들어갔고 절대 배신도 하지 않았죠. 그 글에서도 썼지만 유비의 진정한 능력은 매력 100이 아닌 정치적 유대관계를 운명공동체로 묶어내는 능력이고 이 공동체를 법가적 규율로 국가화 시키는 건 제갈량이 했던 일이죠. 웬만한 정치적 행정적 능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조위는이라고 묻는다면 조위는 굉장히 편했습니다. 조위에 복종하는 호족들은 후한조정 체제에 편입하면 됐고 이는 조조 사후 조비로 이어지는 조위는 후한 이름 지우고 대위 라고 간판 갈아걸고 실권 쥔 이사장이 대표 이사 직함 달면 끝이었거든요. 뭐..오나라는....에......
21/06/24 17:37
저와 생각이 비슷하시네요. 특히 유비가 최고라는 그 결말이 말입니다. (방금 전에 후속편을 올렸습니다)
다만 저는 위나라는 상대적으로 관리를 잘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갈량의 북벌 당시 옹량주 일대의 호족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했냐를 보면, 위나라가 어지간히도 쥐어짠 모양이다 싶거든요. 그리고 오나라는.... 에..... 이궁의 변 맛 좀 쬐끔만 보거랏!
21/06/24 18:34
요새 근대 이전 국가의 지방행정권(+ 군제)에 대해 관심 생겨서 계속 찾아보는데 너무 재밌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스템 잘 짜봐야 정보통신, 교통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근현대 이전에는 중앙 집권은 더럽게 비효율 적인 짓이고, 결국엔 지방 내 세력을 인정하고 타협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 그건 또 잘못하면 반란 크리가 떠버리니. 한나라도 향거리선제가 분명 문제가 많은 제도긴 했지만 어쨌든 지방 세력을 중앙으로 끌어안아 국가 통합을 이끄는 역할을 했죠. 호족의 중앙 진출 길을 열어줘서 그냥 수틀리면 자기네 영지에서 세력 쌓고 반란하기 보다는 중앙 정계로 진출해서 이권 털어 먹는 게 더 크니까 서로에게 윈윈이죠. 고려도 그렇게 끌어 안은 호족들이 문벌귀족화 해서 국가 지배층이 됐지만, 반대로 중앙진출 할 정도가 못되는 고만고만한 놈들은 세력이 크게 약해져서 나중 가면 말단 아전이나 하고 있고...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요새 이런 쪽이 너무 재밌는데 혹시 추천해주실만한 책이 있나요? 삼국지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21/06/24 18:39
제가 출사 쓸 때 참고도서들이 괜찮은 게 많은데, 우선 [위촉오 삼국사]를 강추드립니다. 중간에 급발진하는 경우가 몇 번 있습니다만(특히 마르크스주의 역사관 관련) 그거 빼면 상당히 우수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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