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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09 14:08:49
Name ROKZeaLoT
Subject 5팩진출과 리버캐리어에 대한, 상당히 주관적인 글.
서로의 기지가 늘어날수록, 또 서로의 병력이 많아질수록 공격과 수비 양방면에서 프로토스의 기동성을 극대화 시켜주는 리콜과 대규모 전투에서 메카닉의 화력을 일순간 급감시키는 스테이시스 필드로 인해 수비형 테란은 점점 그 강력함을 잃어갔습니다. (물론 200최적화 역시 수비형테란의 파훼법 중 하나였지만, 4팩 타이밍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수비형테란이 종식된 주된 이유는 아비터의 발견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비형테란이 힘을 잃은 후, 테란들은 프로토스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제2멀티 타이밍, 즉 삼룡이 타이밍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테란 빌드중 가장 강력했던 것은 바로 5팩진출이었죠. 타이밍러쉬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데서 시작한 이 5팩진출은, 기존의 4,6팩 러쉬와는 달리 뒤가 있는 '운영'이었습니다.(4,6팩에는 러쉬라는 말을 쓰고 5팩에는 진출이라는 말을 쓴 이유도 바로 이때문입니다)

5팩진출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6팩타이밍보다 팩토리 한개를 덜짓고, 벌쳐 몇기를 덜 뽑고, 앞마당 가스를 좀 더 빨리 팝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자원으로 진출 타이밍에 아모리와 커맨드센터를 짓습니다. 6팩병력보단 강력하진 않지만 여전히 삼룡이를 기반으로 발업질럿이 터져나오기 직전 타이밍이므로 화력에서는 충분히 프로토스를 앞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모리와 커맨드센터가 있으므로 진출병력을 그전과 같이 무리하게 운영할 필요가 없고, 프로토스의 본진과 삼룡이를 단절시킬수 있는 위치에만 자리를 잡으면 성공입니다. 테란이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되면 프로토스는 병력운용이나 삼룡이 방어 측면에서 굉장히 숨이 막힐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점을 이용해서 탱크 한두기를 빼서 삼룡이를 견제해준다거나 하는 플레이라도 성공한다면 프로토스는 아비터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물량도 제대로 폭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턱밑에 자리잡은 테란을 뚫어내야 하는 상황에 닥칩니다.

이 강력한 5팩진출이라는 카드의 등장으로 테플전의 밸런스는 테란쪽으로 기우는듯 했지만, 프로토스 역시 그대로 당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반격은 바로 신백두대간에서 시작되었죠.

5 팩진출이 성행하던 당시 테란이 5팩진출을 시전할 수 없는 맵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신백두대간이었습니다. 신백두대간의 먼 러쉬거리와 곳곳의 언덕은 타이밍진출에 큰 장애물이었죠. 그러나 좁은 길목과 언덕지형으로 인해 프로토스의 대규모 지상군 운용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므로, 굳이 타이밍진출을 하지 않아도 무난히 중후반으로 가면 힘싸움에서 테란이 지기 힘든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기 때문에 신백두대간은 처음에 테란맵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신백두대간에서의 테플전 밸런스는, 당시 전성기가 한참 지났다고 평가받던 박용욱에 의해 프로토스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되는데, 그가 들고나온 해법은 바로 '한박자 늦은 리버'였습니다. 무난히 옵드라로 시작해서 앞마당 넥서스를 소환한 후 속업셔틀에 2리버를 실어 견제를 갑니다. 빠른 옵저버를 발견한 테란의 대공방어는 비교적 느슨할 수밖에 없고, 미네랄 뒤쪽의 공간에 밀집된 서플라이를 깨는건 속업셔틀에 타있는 2리버에게는 일도 아니었죠. 리버에 시간을 끌려 테란의 진출이 한번 지연되고, 그마저도 신백두대간의 긴 러쉬거리에 의해 두번 지연됩니다.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캐리어를 모으는데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을 상상하기 힘들죠. 캐리어가 4기이상 쌓이게 되면 프로토스의 대규모 지상군 운용을 봉인했던 좁은 길목들이 이젠 골리앗의 발목을 붙잡게 됩니다.

그러나 신백두대간 밖에서는 여전히 5팩진출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이용한 심리전에서 테란이 앞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송병구라고 하는 한 프로토스가 '이 한박자 늦은 리버'를 신백두대간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성공하면서, 테플전의 밸런스는 다시 프로토스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됩니다.

신 백두대간에서의 한박자 늦은 리버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리버를 뽑으며 앞마당을 가져가는 형태였던 리버캐리어는 S급의 유닛 장악력을 가진 자만이 제대로 시전할수 있었습니다. 캐리어가 4기 이상 쌓이기 전까지는 리버와 드라군만으로 모든걸 해야했기 때문이죠. 리버로 툭툭 쳐주면서 테란을 수비적으로 만들고, 캐리어로의 전환을 눈치챈 테란이 진출타이밍을 잡게되면 4개 남짓한 게이트에서, 그것도 캐리어를 찍어가며 뽑아낸 드라군과 리버만으로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단 캐리어가 4기이상 쌓이게 되면 진출타이밍을 잡느라 멀티도 못하고 병력을 짜낸 테란 입장에선 모이는 캐리어를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송병구선수의 리즈시절 테란전의 원동력이었던 리버캐리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팬심 듬뿍담은 사족하나 달자면, 드라군 리버만으로 김성기선수를 잡아냈던 송병구선수였기에 리버캐리어를 시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력했던 리버캐리어도 테란의 기발한 발상의 전환에 의해 막을 내렸습니다. 바로 이영호선수가 처음 보여주었던 빠른 아모리가 그것입니다. 빠른 아모리에 이은 사업골리앗으로 인해 셔틀리버가 봉인되는 순간, 리버캐리어는 성립할 수 없는 체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셔틀리버를 원천봉쇄하며 업그레이드 타이밍까지 앞당긴 이 빠른 아모리는 이후 이영호선수의 업테란 빌드조립의 베이스가 됩니다. 그러나 빠른 아모리가 다템드랍, 일명 셔닭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이를 기반으로 했던 업테란마저 무너지게 되죠.

물론, 여기서 이영호선수와 송병구선수간에 펼쳐진 대결 역시 빼놓을수 없는 이야깃거리이긴 하지만, 뱅빠로써 그때 생각만 하면....

다음에 시간나면 한번 적어보든가 할게요. 이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p.s:송병구선수의 스타리그 경기를 기다리며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병구, 전승으로 우승해라!!)
p.s2:제목에도 적었듯 굉장히 주관적인 글이므로 부족한 점이나 틀린 부분에 관한 지적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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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terran
09/12/09 14:22
수정 아이콘
리버캐리어의 마침표였던 곰인비 결승전 송병구 vs 이영호 결승전이 기억이 나네요.
이 경기의 결과로 인해 엄청난 여파를 가져오고, 그 여파는 결국 2주뒤 온게임넷 결승전에서 송병구선수에게 아주 큰 심리전으로 다가왔고,
결국 송병구선수의 또 한번의 준우승...
zephyrus
09/12/09 14:23
수정 아이콘
다음 글도 얼른 적어주세요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곰TV 결승전 - 스타리그 4강 이영호vs김택용 - 결승 이영호 vs 송병구
이 경기들이 계속 열렸을 때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부터나는
09/12/09 14:29
수정 아이콘
리버-캐리어라는게 사실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욤-김성제까지 가는데 현재와 같이 정립된데에는 역시 신백두대간이 한몫했죠. 물론 그걸 완성시킨 건 송병구선수구요.

아모리 아카 빌드 역시 2006년부터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걸 좀더 세련되게 가다듬고 업테란이라는 완성형으로 플토들을 때려잡은 것도 이영호 선수가 되겠구요. 아모리 아카 빌드가 대체적으로 리버쪽에 강하고 다크에 약점이 좀 있는 편이죠.
마인에달리는
09/12/09 14:58
수정 아이콘
진짜 안티 캐리어빌드 이후에, 아비터체제도 잘막던 이영호 선수였는데 말이지요.
콜로세움에서. "니가 노게이트 더블을 하던 뭘하던 상관없어요. 멀티하나 날려도 좋아요. 이러든 저러든 나는 풀업이지요."
메두사에서. "가져가고 싶으면 멀티 가져가도 좋아요. '스타팅'만 안가져간다면요. 그리고 리콜은 나에게 타이밍을 주지요."
자갈치
09/12/09 16:31
수정 아이콘
질문있는데 원팩 더블 이후에 한꺼번에 팩토리를 4개 늘리는게 5팩 러쉬인가요??
장세척
09/12/09 16:33
수정 아이콘
경기수가 너무 늘어났어요.
이영호선수의 업테란은 최소 6개월은 더 토스들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는 트렌드였는데
경기수가 너무 많다보니 금방 분석되어버렸죠... 그 이후는 양학용으로 전락...
ROKZeaLoT
09/12/09 16:43
수정 아이콘
오늘부터나는님// 몰랐던 사실이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각도로 보면 송병구선수와 이영호선수는 각각 선조의 유산(?)을 들고 나와 대결을 펼쳤던 것일수도 있겠네요.

zephyrus님//부족한글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갈치님//본문에 설명한 대로입니다. 자세한 스펙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손스타를 접은지 오래되서..ㅜ), 원팩더블 이후에 2팩에서 탱크만 꾸준히 찍어주면서 5팩까지 늘린뒤 벌쳐 두탐 찍으면서 남는미네랄과 개스로 (앞가스를 좀 일찍 파주면 됩니다) 아모리와 제2멀티에 앉힐 센터를 지어준뒤 진출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눈치봐서 벌쳐놀이로 체제를 변경한다든가 할수도 있구요.
09/12/09 16:45
수정 아이콘
장세척님// 그건 이영호 선수의 업테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죠. 멀게는 마재윤 선수의 3해처리부터 시작해서 김택용 선수의 비수류 등도 생각보다 빨리 파훼법이 나온 감이 있습니다. 현재 저그의 심시티를 기반으로 한 네오사우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이것도 생각보다는 길게 가지 않을 거라고 봐요.

근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빌드빨보다는 그 선수 고유의 센스, 피지컬, 상황 판단 등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에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위 본좌급 정도인 최상위 선수들이야 오래 전부터 그런 경향을 띠고 있었지만 그게 점점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09/12/09 17:21
수정 아이콘
빨리 적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09/12/09 18:34
수정 아이콘
이런류의 글 좋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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