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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8/16 05:30:35 |
Name |
kimera |
Subject |
절대시대의 황혼_3편 천재의 철권 시대 |
차례
-들어가기에 앞서-
1편 황제와 폭풍의 여명
2편 황제와 폭풍의 황혼
3편 천재의 철권 시대
4편 괴물의 절대 통치
5편 독재자의 쿠데타
6편 절대의 심장을 겨눈 비수
7편 신 낭만시대의 시작
-마치면서-
3편 천재의 철권시대
마음먹고 덤비는 이윤열을 어떻게 이겨?
이 말은 이윤열과 결승에서 붙어야 하는 상대편 감독이 실제로 했던 말입니다. 요즘에는 어떤지 몰라도 사실 저 당시에 저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고, 그 뒤로도 제가 글을 쓰는 게이머들 중에서 그 누구도 저런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강대함에 있어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최연성마저도 프로게이머나 감독들 사이에서는 잘만 하면 이길 수 있는 상대였었습니다. 그리고 승부에 있어서 모든 절대자들을 모조리 때려잡았던 마재윤마저도 실제로 게이머들이나 감독들 사이에서는 어떻게는 공략할 수 있는 상대라고 인식됐었는데 말이죠.
당시의 이윤열은 정말 어떻게 이기냐라는 말을 거의 누구나가 했었습니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그보다 몇 배의 연습을 한 게이머들을 때려잡았습니다. 특별한 전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비장의 전술을 사용하는 상대를 어렵지 않게 잡았습니다. 그와 게임을 하면 시작하면서부터 지고 들어갔습니다. 당시 그와 게임을 했던 이운재 선수는 이윤열을 이기기 위해서 필살의 전략을 짜왔고, 이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2대1의 팀밀리 대전을 하면서 연습을 했었습니다. 실제로 초반의 전략은 매끄럽게 성공했고, 그가 마치 이길 것 같이 보였던 경기는 어느 순간 마법처럼 패배로 이어졌었는데요. 그 때 당시 이운재 선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자신도 왜 그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알 수 없는 패배감을 주는 절대자가 바로 천재 이윤열이었죠.
왜 그렇게 모든 게이머들이 이윤열에 대해서 두려워했을까요?
그 두려움의 시작은 우선 이윤열이 가지고 있는 전대 절대자의 특징들입니다. 엄청난 컨트롤과 정확한 타이밍으로 들어오는 중소규모 병력의 운영이 정말 강했습니다. 그리고 황제와 폭풍에게는 없는 강력한 것이 있었는데, 같은 중소규모 병력을 운영했을 때 그들은 병력을 소비해버리는 반면 이윤열은 그 병력을 살리고 고쳐서 생존성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황제나 폭풍의 경기를 유심히 보시면 그들은 날카로운 중소규모 병력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꼭 그들을 생환시키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그래서 더 피 터지는 경기가 되곤 하죠.) 그에 비해서 이윤열을 초반에 사용했던 벌처나 탱크들을 그냥 소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상대방을 괴롭힌 병력을 다시 돌려서 SCV로 수리하거나 메딕으로 치료하고 드랍쉽으로 다시 살려서 대려 오죠. 이렇게 살아난 병력은 다시 나올 때는 훨씬 더 강대한 병력이 되어서 나오게 됩니다.
이윤열을 상대하는 게이머는 초반에 귀찮게 찌르는 병력을 잡는 것도 성가신데 그 병력이 돌아갔다 다시 들어올 때는 처음 왔을 때보다 더 많고 강력한 병력이 되니 미치고 환장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1의 병력이 왔는데 다음에 오는 것은 2의 병력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4의 병력이고, 그 다음에는 8의 병력이죠. 그 다음에는 16입니다. 그 다음에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그걸 막아보려고 전 병력을 이끌고 들어가면 둘 중에 한가지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들어간 병력이 준비되어있는 엄청난 대군과 붙어서 괴멸 당하거나 비슷한 수의 병력과 엄청난 컨트롤 싸움을 하면서 대치하거나 말입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가 생길 때에는 이윤열이 세가지 경우 중에 하나입니다. 가장 많은 경우인데 다른 곳에 멀티를 하면서 자신보다 곧 병력으로 환원될 서너 배의 자원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고요. 두 번째의 경우가 자신의 본대와 싸우고 있는 병력 외에 자신의 본진이나 중요 멀티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다른 병력에게 당하고 있는 겁니다. 즉 이윤열이 병력을 나눠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드문 경우지만 이윤열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서 입니다. 즉 의지가 좀 떨어질 때죠.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러하듯 이윤열 선수의 경우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성적이 안 나올 때는 관계자들은 그의 스타일이 분석되었다거나 그의 실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주변에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기사를 쓰거나 취재를 하거나 뒷이야기를 알아보고는 했었을 정도입니다.
이윤열의 시대가 철권의 시대인 것은 그가 절대자로 등극하고 있던 시기에 그와의 경기 승패는 모두 그와 상대한 게이머 간의 차이가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 이윤열의 컨디션에 달렸다고 믿어졌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 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이윤열의 이런 강함과 그에 대한 믿음은 e스포츠 역사상 다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절대자의 철옹성에서도 절대로 스스로 지지 않았던 사람은 당연히 임요환입니다. 물론 저렇게 불굴의 의지를 가졌던 임요환도 한 명의 게이머에게는 패배감을 좌절감을 가지긴 했었지만, 그건 한참이나 지난 뒤의 일이고 요즘에는 아예 극복까지 했다고 하니 뭐 이 부분은 여담으로 넘기도록 하구요. 이윤열에게 절대적인 패배감을 느끼고 있는 e스포츠 계에서 그를 꺾어낼 수 있는 인물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자의 밑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최연성!
임요환의 연습상대에서부터 시작했고, 자신의 우상을 닮고자 최선의 노력을 했던 게이머였습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홍진호와의 결승을 앞두고 “네가 홍진호를 어떻게 이겨?”라는 평가를 들었던 인물입니다. 그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날은 KTF 에버컵 2라운드 43경기가 있었던 2003년 7월 26일입니다. 이날 이윤열은 자신의 철권 통치를 끝낼 최연성과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때까지 이 최연성이란 인물에 대해서 어떤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저 무료한 절대자의 생활에 별 기대할 거 없는 풋내기 도전자였을 뿐이니까요. 다만 이윤열에게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면 최연성의 뒤에 있을 임요환이라는 전대의 황제뿐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날의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한번 보기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그런 경기가 종종 나오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최고의 경기였으니까요. 마지막에 일어났던 일촉즉발의 야마토 대전은 정말 다시 봐도 최고입니다. 여하튼 이윤열이 졌습니다.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패배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무너졌기 때문이었죠.
이 때까지도 이윤열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리고 시대가 다시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히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다는 이유로 TG 삼보배에서 그를 지목하고 16강에서 패자조로 떨어트려버립니다. 팬들의 반응은 이윤열의 승리가 당연한 것으로 보였고, 첫 경기는 단순히 우연에 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연성이 이윤열과 다시 붙는 것은 TG삼보배 패자조 결승에서였습니다. 아직도 그날 이승원 해설이 경기 뒷이야기로 해주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최연성 선수에게 경기 연습을 많이 했냐고 물어보니까, 오기 전에 임요환 선수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말로 대답을 했다고 말입니다. 이 말은 나중에 홍진호 선수와의 결승에서도 거의 똑같이 나옵니다. 하루 12시간 넘게 연습한다고 알려진 그가 당대 최강인 이윤열 선수와 경기를 하면서 한 것은 14시간 16시간의 연습이 아니라 반나절 정도의 대화였습니다. 바로 임요환 선수와 말이죠.
결과는 대부분의 팬들이 알고 있든 최연성 선수의 3대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의 승리입니다. 경기 내용 자체도 거의 일방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소고라는 이름의 졸필을 쓸 때에 최연성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방의 목 위에 비수를 올려놨었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말은 최연성의 강력함의 원인이기도 합니다만, 다시 말하면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전략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임요환, 홍진호의 잔인할 정도의 컨트롤 능력을 가진 중소규모 병력의 운영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가 대규모 병력을 모으기 위해서 컨트롤을 하고 자원을 모으고 운영하는 것이 이윤열 식의 운영이 되었다면 최연성은 이 모든 것에 한가지를 더 추가한 것입니다. 그것은 지형입니다. 그전까지는 스타에서 이용된 전술의 폭은 기껏해야 언덕을 이용한 공격이나 입구 막기 같은 소극적인 형태가 전부였었습니다. 최연성은 같은 병력이 싸우더라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역에서 전투를 했고, 또 그 지역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의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그전까지 이런 개념을 가진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최연성은 너무나도 손쉽게 승리를 할 수 가 있었습니다. (이런 전투에서의 승리가 가장 잘 보여진 것을 예를 들자면 서지훈 선수와 짐레이너스 메모리에서 대규모 벌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나 이윤열 선수와 같은 맵에서 싸운 경기의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대규모 대전에서 패배한 이윤열은 바로 최연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합니다. 천재가 진심으로 이기고 싶은 상대가 생긴 것입니다. 이 때부터 이윤열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최연성 특유의 자리잡기나 병력운영을 배우기 시작하고 스스로 사용도 해봅니다. 그리고 그는 원하는 대로 하나포스 CEN게임 배의 결승에서 최연성과 만나게 되죠.
흔히들 최연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의 뛰어난 판짜기에 비해서 손이 느리고 컨트롤이 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또 이윤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는 기본적인 판짜기 마인드가 있고, 천재적인 컨트롤과 감각이 있다고 이야기하죠. 그렇게 때문에 제대로 붙으면 이윤열이 최연성에게 질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최연성의 승리였습니다. 그것도 세트스코어 2대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한 경기였지요.
이런 경기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윤열에게 있었던 무적의 갑옷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할 때는 절대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가지는 생각입니다. 이윤열이 최강의 위치에 있을 때에도 임요환이 손쉽게 패배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그것은 정신적으로 패배하지 않았던 임요환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최연성이 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겠다는 임요환의 의지를 이어서 누구라도 쉽게 이겨버리겠다는 황당한 의지를 가지고 말입니다.
이윤열이 최연성에게 느낌 패배감은 결승인터뷰에서 처절하게 나옵니다.
“ 또 패배 해 버렸습니다.”
뭘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절망감, 자신이 강자로서 상대를 맞이하는 것이 아닌 도전자로서 상대할 때 가지는 이질감이 이윤열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그의 철권 통치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윤열이 패배감을 가지지 않았던 상대에게 했던 것을 이야기하자면 그 뒤로 할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그가 괜히 골든 마우스를 가져간 것이 아니니까요.
여하튼 절대자의 바통은 천재에게서 괴물에게로 전해집니다.
from kimera
사족: 글을 쓰면 쓸수록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는 임요환이라는 게이머는 이미지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 그가 e스포츠 전반에 남긴 영향은 너무 커서 어지간한 글을 쓸 때 그를 빼고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긴 합니다. 최초의 절대자이면서 새로운 형태의 움직임에 누구보다 가까이 서있었고 또 새롭게 적용시키는 것도 누구보다 빨랐기 때문이죠.
사족 둘: 아마도 4편~7편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4편은 중간 정도까지 써놨고, 나머지 내용은 머리 속에 있기는 한대 제가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요. 마음도 그렇게 편한 편은 아니구요. 여하튼 이 글은 무슨이 있어도 완결을 보도록 할 겁니다.
사족 셋: 이제동 선수에 관한 글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좀 있는데, 그건 7편을 보시면 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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