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9/08/16 00:11:52 |
Name |
Nerion |
Subject |
정명훈에 관한 이야기 |
*편의상 반말 어투로 하겠습니다, 이 점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합니다.
1. 2009년 8월 14일 OSL 4강 정명훈 VS 이제동
경기 결과는 이제동 선수의 3:1 승리 및 결승 진출.
원래 4강 급 경기 결과가 그렇듯이, 승자에겐 영광과 축하가 뒤따른다, 그리고 패자에게는 아프지만 쓰라린 결과에 대한 감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승자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영광과 축하는 이미 많은 이들이 추종하고 있기에 그보다는 다른 침묵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패자에게 관심을 돌리고자 한다.
1-1
사실 정명훈 선수란 존재는 참 묘하다, 정명훈 선수의 팬이나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참 묘한 존재다. 정명훈 선수는 T1 팀에서 태어났다, T1 팀이 어떤 팀인가,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으며 동시에 수많은 안티를 거느리고 있는 팀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기가 많은 만큼 비난도 많은 팀이다.
그런데 정명훈은 테란 게이머다. T1 팀의 상징인 본좌라인 계보의 상징인 임요환 - 최연성 이후의 결승에 진출한 유일한 T1 테란 개척 선배들의 전인인 셈이다. 임요환 최연성 이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게이머로서의 영광된 자리와 달콤한 열매와 쓰라린 패배의 순간들을 모두 가진 그리고 정상을 밟아본 것에 머무르지 않고 뛰어넘어 시대를 제패했던 테란의 전설적인 선수들이다.
동시에 이들은 수많은 안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전성기 때에는 임요환 선수는 임요환 나름대로, 최연성은 최연성 나름대로 발언과 게임 스타일로 매 경기 경기마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심지어는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발언 하나하나가 이슈메이커였고 전성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스타 판 중심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한가운데에 정명훈이 T1에서 나왔다. 팀 내에서 임요환 최연성 이후로 그 누구도 테란 선수가 따라가기는커녕 정상의 자리에 근접하지도 못한 자리에 올라서려는 자가 정명훈이다. 개척자들 이후로 더 이상의 T1 팀의 테란 게이머의 개인리그 결승은 힘들 것으로 생각한 시점에서 지나서 잊힐 때쯤에 정명훈이 올라왔고 그 자리에 3번 연속으로 4강 이상과 2번의 결승에 진출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팬들 입장에서도 정명훈은 갑자기 뜬금없는 등장이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의외의 산물이었다.
1-2
소속 T1 팀에 대하여. T1 팀은 앞서 말한 임요환 최연성의 경우와도 상당 부분 얼추 맞는다. 소속된 게이머의 성향이 그런지 아니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이 팀 또한 인기와 비난이 동시에 휩싸이는 팀이다. 사실 T1 팀은 팬과 팬이 아닌 계층의 차이가 명백하다 못해 선이 그어져 있다. 소속된 게이머들의 전성기 때의 반대선 상 경쟁자들의 팀이었기도 하겠지만, T1 팀 스스로 이슈메이커였기 때문이다.
05~06년 단체전 팀 리그에서 전설적인 오버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해냈고 프로리그에서의 무적함대라는 영예로운 호칭도 얻었다. 개인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나 혹은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도 프로리그에서는 그야말로 무적의 포스를 자랑하며 승리의 금자탑을 척척 쌓아 올렸다. 그러나 영원은 없었으리라. 06년 상반기 시즌이 지난 이후 T1 팀은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프로리그에서 하위권을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2007년 T1 팀은 저 유명한 그리고 후에 백만 년 까일 소스를 제공하게 한 선택과 집중을 선언한다. 사실상 단체전 리그와 개인리그 사이에서 결국 팀이 원하는 쪽에 손을 든 것이었고 이런 입장은 대다수 팀의 견해와도 일치했다. 그러나 당시의 선언은 아무리 봐도 조금 빠른 감이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시작은 개인리그였고 개인리그가 있었기에 팀 단위 리그가 커져 나갔다.
팬들은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 모여들었고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 등 시대를 제패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개인리그에서 떠오르고 개인리그를 바탕으로 영광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리그의 근간은 개인리그였고 그 중심축이 11개 프로게임단의 기업화 되면서 팀 단위 리그로 옮겨진다 하더라도 스타 창출과 스타 판의 부흥이 바로 저 개인리그의 시작이었던 것을 안다면 심층적으론 동의해도 표면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무리 봐도 거북한 선언이었던 것이다. 팬들에게 마저도 말이다.
이런 T1 팀이었기에 이 선언 이후 사실상 임요환 최연성을 제외한 어느 선수들도 개인리그 결승에 올라가질 못했다. T1 팀은 스스로 표면적으로 선언하였기에 팀들이 원하는 달갑지 않은 진실을 표면적으로 끌고 나와 보였기에 팀 단위 리그로 중심축이 옮겨진 이들에게 어떻게 보면 업보였을까...
리그의 근간이었던 개인리그에서의 T1 팀 선수들의 결승행은 한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다.
2
08년에 들어와서 새로운 젊은 피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정명훈 도재욱 선수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놀랍게도 프로리그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그간 금기시되었던 개인리그 결승자리마저도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재욱 선수에게는 다시 사그라졌다. 프로토스 선수였기도 하겠지만, 한동안 다시 부상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명훈 선수는 계속 결승자리에 도전했고 또 올라섰다. 비록 그 영광된 자리의 최후의 1인으로 남지는 못했지만, 항상 그 자리에 계속 도전하고 계속 올라갔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일은 팬들에겐 갑자기 나타난 당혹스러웠지만 동시에 T1 테란 게이머의 개척자들 이후의 전인에 환영하였고 다른 이들에겐 의외의 산물이자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소속된 T1 팀이 어떤 팀이었는가. 거북하고 껄끄러운 진실을 스스로 표면으로 끌고 나와 확대하여 선언을 한 팀이었다. 그런 팀에게서 개인리그 결승진출자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테란 게이머로서 말이다. 단순한 결승에서의 행보가 아니었다.
2-1
08년 스타 판에서 07년 본좌 마재윤이 물러난 이후 택뱅리쌍의 시대가 도래했고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그 시대의 한 명만 있었어도 시대를 제패했을 법한 선수들이 무려 4명이나 등장하여 용호상박의 경쟁을 펼친 것이다. 한동안 스타 판은 이들에 의해 뜨겁게 달궈졌고 엄연히 이들은 주류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09년에는 택동시대 리쌍시대라 하여 혹은 이제동 본좌론이 거론될 만큼 서서히 다시 한번 뜨거운 아이콘인 본좌론이 도마 위에 올려져 있었고 각 종족의 수장론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이런 아성에 흠집을 낸 선수가 있었다. 이런 아성에 당당히 반기를 들며 상처를 내고 그들의 시대에 간섭하고 흔들기 시작하였다. 그 선수가 정명훈 선수이었다. 용 같고 범 같던 이들의 체제는 상당히 굳건하였고 만약 기울여진다면 택뱅리쌍에 소속된 선수들이라 예상했던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프로토스의 수장이자 혁명가였던 김택용 선수를 물리쳤으며 저그 원탑론을 지나 마재윤 이후 다시 한번 영광된 저그 왕위계승자 이제동에게도 끝까지 맞서며 맞물리는 얽히고설키는 치열함을 보여줬다.
그렇게 택뱅리쌍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09년 초 본좌론이 치열했던 택동시대와 리쌍체제마저도 위협하면서 정명훈은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보다도 T1 팀 선배들의 존재감이 더욱 각인됐다. 확실히 언론에서는 신인 선수라는 포장보다는 T1 팀이라는 배경과 임요환 최연성이라는 이슈메이커와 인기를 구가하던 존재들과의 관계가 더 부각되기 쉬웠나 보다. 그래서 이때부터 임요환 최연성이라는 이름이 상당 부분 팬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드리워져 갔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선수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혼자 힘만으로 리그의 결승이라는 영광된 자리를 올라갈 수 없다. 코치들과 동료선수들의 피땀이 어린 눈물과 노력하에 통과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중에서 결국 한 선수가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임요환이 그랬고 이윤열 또한 그랬을 것이며 최연성 또한 그랬으며 마재윤 또한 그러했다.
정명훈 선수는 겸손했다. 인터뷰에서도 항상 동료 게이머들의 도움을 말했다. 한 번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라던가 우월함을 표출함을 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대망의 08~09시즌 프로리그 결승 MVP를 받으면서도 동료 게이머들과 코치 스태프진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표시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 대한 각인보다는 동료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동시에 팬들은 정명훈의 그림자에 임요환 최연성이란 존재감 그 이상을 더욱더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불미스러운 최연성 코치의 발언과도 관련하여 정명훈 선수의 그 그림자에 그 이상을 더 끄집어내고 싶었던 게 많았을 것이다.
2-2
이런 정명훈 선수를 두고 서서히 선수 본인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별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리오네트, 혹은 메뉴얼. 물론 나쁘지 않다라는 의미다라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별명은 엄연히 말하자면 선수를 깎아내리려고 한 시각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동시에 그 선수 뒤에 있는 존재들을 겨냥한 것이고.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별명들은 오히려 스스로 먹칠을 하는 것이 아닌가 되묻고 싶다. 스타 판에는 스타크래프트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적인 승부가 있었고 그런 타이밍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빌드의 혁신이 있었으며 그런 빌드의 정립 아래 소위 말하는 전략들이 빌드의 기본 근간과 맞물려 타이밍을 어떻게든 엮어내어 승리를 향한 열쇠로 꾀어내었다. 그러나 아무리 빌드가 좋다 하더라도 그 근간인 해당 게이머의 능력이 절하된다면 소용이 없다.
이제껏 많은 선수가 동료 선수들과 코치진들이 머리를 싸매고 같이 만들어낸 자신에게 맞춤화된 최적화된 빌드로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하여 승리를 일궈냈다. 이는 앞서 말한 본좌라인 선수들이자 택뱅리쌍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아니 일부 선수들이 아니라 스타 판 전체의 모든 선수가 그럴 것이다.
정명훈 선수 또한 마찬가지다. 그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과 배경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최적화된 빌드를 가져왔고 승리를 일궈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그가 스스로 일궈낸 승리의 단면을 보지 않고 어떻게든 그의 뒤쪽에 있는 존재들을 겨냥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단언컨대 저 불미스러운 배경 아래 탄생한 별명과도 같이 정명훈 선수가 그러하다면 지금껏 정명훈 선수가 승리를 일궈낸 상대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지 되묻고 싶다. 시대를 제패한 선수도 있었으며 현 시점에서 유일하게 맞수가 가능한 이제동 선수도 있었으며 그 외의 수많은 선수가 있었다. 하나같이 모두 다 쟁쟁한 선수들이었다. 단순히 저런 별명만으로 깎아내리기엔 정명훈 선수뿐만 아니라 해당 선수들에게도 모욕되는 셈이다.
3
개인적으로 정명훈 선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별명이 있다. 테러리스트.
어떻게 보면 정명훈 선수는 테러리스트다. T1 팀의 선택과 집중 이후로 결승진출이 없었던 그리고 다른 팀들의 결승에 대한 지금껏 개인리그에서의 비주류였던 대세에서의 과감히 돌을 던지고 꾸준히 들고 일어나선 테러리스트다.
어떻게 보면 정명훈 선수는 테러리스트다. 택뱅리쌍 시대에 종언을 고하며 반기를 들었으며 택뱅리쌍체제에 상처를 내고 위협을 가하며 테란 투탑 혹은 원탑론마저 무마시키면서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며 동시에 절대왕좌를 확립해나가려는 저그의 수장 이제동에게 상처를 내고 후벼 팠다.
이런 정명훈 선수는 마치 주류에서의 대세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셈이다. 엄재경 해설위원이 프로리그 결승에서 정명훈 선수에게 테란의 왕위를 계승하는 자라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아직은 아니다. 왕위 계승은 비주류가 주류가 됨과 동시에 정점을 찍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정명훈 선수에게는 절대체제에 맞서는 유일무이한 시대의 대세에 종언을 고하고 반기를 든 레지스탕스가 더 적합해 보인다.
테러리스트와 레지스탕스. 반군의 이미지가 강한 이 별명은 지금의 시기에 정명훈 선수에게 더 없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덧
정명훈 선수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좀 더 '독' 해져라,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리고 그 치열함을 바탕으로 오로지 상대 선수를 '짓밟고' 올라서는 자만이 최후에 기억에 남는 자가 된다.
인터뷰에서의 겸손은 최후의 기억에 남는 자가 되었을 때 해도 늦지 않는다.
'독' 해진 정명훈 선수를 바탕으로 앞으로 절대 왕좌를 걷고 있는 저그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다시 한번 치열한 전장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반군의 진격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 by Nerion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