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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6 05:27:13
Name kimera
Subject 절대시대의 황혼_2편 황제와 폭풍의 황혼

차례
-들어가기에 앞서-
1편 황제와 폭풍의 여명
2편 황제와 폭풍의 황혼
3편 천재의 철권 시대
4편 괴물의 절대 통치
5편 독재자의 쿠데타
6편 절대의 심장을 겨눈 비수
7편 신 낭만시대의 시작
-마치면서-

2편 황제와 폭풍의 황혼

절대의 능력을 얻게 된 임요환에게 거칠 것은 없었습니다. 그는 바로 3연속 결승진출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룩해내죠. 물론 그에게 우승까지 할 수 있는 운은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는 본연의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회에 결승에 진출하고 거기에 우승까지 거머쥐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2년 연속으로 WCG의 우승을 해내기도 하죠. 이 당시 임요환의 우승타이틀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명실공히 절대자로서의 포스가 철철 넘쳤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그 뒤로 나온 모든 절대자를 다 합쳐도 가장 긴 시간 동안 그 절대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는 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록 폭풍이라고 불리는 홍진호의 존재였지요. 겜비시 결승과 WCG2회 대회의 결승에서 임요환이 우승자가 될 때 그 상대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홍진호였습니다. 두 사람은 정말 미칠듯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열광시켰지요. 예의 게임으로 보여주는 처절한 크로스 카운터는 정말 너무 멋있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죠. 그리고 그런 경기가 있을수록 둘은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영향을 주고 있을 때에는 그 소속팀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둘의 싸움을 보면서 한 명의 절대자가 자라납니다. 그는 이 두 명의 강자가 소속된 팀에서 연습을 했고, 이 두 명의 경기를 보면서 밥을 먹었으며, 그 둘과 함께 잠을 청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천재라고 불렀고, 그를 진정한 의미의 절대자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윤열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적었을 뿐이고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이 구 IS팀으로 소속이 같기는 했지만 지금의 게임단처럼 유기적인 관계는 아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적인 형태의 게임단은 GO팀(현 CJ)와 한빛 스타즈(현 웅진)가 가장 먼저 구축한 시스템이었고, IS는 게임단이라기 보다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와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여하튼 이윤열의 탄생은 임요환과 홍진호로 대변되는 e스포츠의 영역에 지각 변동을 가져옵니다. 절대로 패배하지 않으며 약점이 없는 강자. 마이크로와 매크로의 마인드가 동시에 구축되어있는 게이머의 탄생이었죠.

초반에 이윤열은 임요환과 홍진호의 공격성을 그대로 가지고 상대방을 흔듭니다. 마치 홍진호의 저글링이 달려 오듯 벌처가 상대방에게 달려들고, 임요환의 드랍쉽처럼 상대방의 본진과 멀티를 흔들면서도 그의 본진 앞에는 상대방을 힘으로 눌러버리는 병력을 모았습니다. 이윤열의 흔들기가 그렇게 강력했던 것은 테란이 가지고 있는 사기적인 특징 때문입니다. 테란은 돈만 있으면 모든 병력의 수리가 가능하다는 특징이지요. 처음 공격하는 병력이 무엇이든 간에 이윤열선수는 절대로 손쉽게 잃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가 병력을 손쉽게 잃을 경우에는 그 특유의 강함이 나타나지 않았죠. 사실 그 때문에 그의 시대는 생각만큼 빨리 세상에 알려지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윤열 앞에 있었던 임요환과 홍진호는 이윤열의 초도 물량을 잡아내는 경우가 많았고 그의 대규모 병력이 모이기 전에 크나큰 타격을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였다고 할 까요. 그래서 한동안 이윤열은 전대의 최강자인 임요환 홍진호와 함께 강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 홀로 최강의 이름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황제와 폭풍의 시대에 황혼을 가져오고, 천재의 철권 시대를 열게 되는 사건은 하나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에 중요한 하나를 이야기하길 즐기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그 이유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윤열의 성장에는 여러 명의 게이머가 뒤에 있었습니다. 우선 묘하게 절대자들을 계속해서 탄생시키기로 유명한 홍진호 선수가 있습니다. 홍진호는 임요환에게 미칠듯한 공격력과 병력의 운영에 대한 힌트를 자연스레 경기를 통해서 전해주었듯 이윤열에게도 주었습니다. 홍진호와 게임을 하면서 이윤열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죠. 이윤열에게 절대자의 세례를 준 저그는 홍진호 만이 아닙니다. 바로 강도경이라고 하는 게이머가 있었지요. 처음으로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올라온 이윤열은 너무 많이 긴장을 해서 커멘드 센터에 스켄을 달다가 커멘드를 드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강도경을 그 점을 노려서 아예 게임의 승리를 가져가 버리죠. 이 이후 이윤열은 실수라도 커멘드 센터를 띄우는 일을 막기 위해서 커멘드 옆에 서플라이를 하나 붙여서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되죠. 그때부터입니다. 이윤열이 스스로의 실수를 바로 그 자리에서 수정하면서 진화해나가기 시작한 것은요. 이윤열의 강함을 더욱 강하게 해준 다른 게이머는 주진철과 이재훈입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한 때 이윤열의 킬러로 유명했던 두 명의 선수가 있었는데 그 둘이 바로 주진철과 이재훈이었죠. 주진철은 해처리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해처리를 통해서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을 찍어내는 선수였고, 이재훈은 프로토스 특유의 병력순환의 강점을 이용해서 테란을 찍어 누르는 선수였습니다. 이윤열을 그들과 경기를 해 가면서 처음부터 상대방을 흔들어야 하는 절대 명재와 상대방의 순환병력에 대해서 철저하게 인내하며 상대방이 어쩔 수 없는 병력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홍진호로부터 시작한 절대자의 세례를 받기 시작한 이윤열에게 최종적으로 절대의 힘을 준 사람은 여느 영웅의 탄생이 그러하듯 전대의 절대자인 임요환이었습니다. 2003년의 이윤열의 강함은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의 폭군 이재동과 김택용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 강한 이미지였죠. 이미 잘났다고 하는 프로게이머들이 두려워했고, 관계자들이 그의 강함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가 그가 천재라는 것을 알았고, 누구나가 그가 최강자임을 알았습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거칠 것 없이 파나소닉 배의 결승전으로 달려가는 이윤열은 이미 겜비시의 KPGA투어를 3번이나 우승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전까지 최강의 이름을 달고 있었던 임요환의 이름에 이미 ‘전 황제’라는 명칭을 붙이고 새로운 황제인 이윤열에 열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마치 슬럼프처럼 여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었던 임요환은 KTF Bigi배 4대 천왕전이라는 이벤트 전의 결승에서 살아있는 자신을 죽었다고 말하는 이윤열을 만나게 됩니다. 3전 2선승제의 결승에서 황제는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보입니다. 제가 쓴 글을 보면 단지 홍진호의 스타일을 훔친 평범한 게이머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그가 그렇게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들어나는 경기였습니다. 사실 경기를 하면서 보면서 그 스타일을 훔치는 것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꼭 리플레이가 없더라도 유심히 경기를 보고, 스타일에 대해서 연구를 한다면 당시의 게임의 경향이 그렇게 까지 복잡하지 않아서 아주 어렵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e스포츠에서 제가 이윤열 이외에 또 하나의 천재라고 생각하는 염보성의 경우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때, 단순히 방송을 보면서 그 게임을 그대로 복기하는 것만으로 타인의 게임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고는 했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복제해온 스타일을 가지고 절대자의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오리지널에는 없는 자신만의 그 무엇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상대방을 카피할 때는 어디까지나 복제품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면 오리지널을 넘는 새로운 무엇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윤열 만큼 물량을 뽑아내는 선수들은 많지만 모두가 우승을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지요. 말이 잠시 다른 곳으로 샜는데요. 전 글에서 임요환이 홍진호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제가 승부욕, 또는 오기라고 적었었습니다. 이제 조금 더 중요한 진실을 적자면 홍진호 스타일의 병력 운영과 임요환 스타일의 컨트롤이 합쳐졌을 때, 그가 가지고 있는 오기(또는 승부욕)은 더 이상 저급한 욕구 차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투지, 또는 투기라고 불리는 강력한 기운이 되었고, 그의 강력한 집념과 만나 승리의 의지가 됩니다. 사실 30대가 넘어 더 이상 전성기의 기량을 내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서 조금이나마 승리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바로 그의 이 의지 때문입니다.

이 이벤트 전의 결승에서 임요환은 1경기를 이윤열에게 내줍니다. 누가 봐도 이윤열의 2대0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였지요. 임요환은 지는 경기에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며 경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미 진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당시의 이윤열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투지에 조금씩 밀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경기의 결과는 2대1로 임요환의 역전승이었죠. 적어도 황제가 최소한의 뭔가는 보인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윤열은 투지에 눈을 뜹니다. 승리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립니다.

드디어 이윤열이라는 절대자가 전임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 후 이윤열은 파나소닉배 결승에서 바로 한 달 전 KPGA 4차 리그 결승에서 싸웠던 조용호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3대0으로 조용호를 제압합니다. 불과 한 달 전에 3대2의 접전을 펼쳐서 겨우 이겼던 상대를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이면서 제압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 뒤에는 겜TV 결승까지 장악한 후 e스포츠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합니다.

이 천재 이윤열의 등장은 임요환과 홍진호, 황제와 폭풍이 이룩한 중소규모의 병력운영의 시대의 황혼을 상징합니다. 마치 복싱에서 빠른 발과 적당한 스트레이트와 잽을 조합한 해비급 권투 선수들의 경기가 강력한 핵펀치를 가진 선수들의 한방 경기로 변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물량 중심의 큰 싸움이 e스포츠의 가장 큰 대세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시대가 되면서 당시 많은 팬들이 임요환과 홍진호의 게임을 그리워하고 또 그들의 시대를 낭만 시대 등의 이름을 붙이면서 그리워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사실은 정말 새로운 형태의 즐거움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기에 더 큰 열광을 하게 됩니다.

from kimera

사족: 김동수, 박정석 같은 중간에 우승을 했던 프로토스들이나 이윤열의 우승 뒤에 바로 우승을 차지했던 서지훈, 이윤열의 결승전에 단골 파트너였던 조용호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비중이 e스포츠에서 작거나 또는 그들의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단지 절대의 황혼이라는 대 제목에 있어서 그들보다는 다른 게이머가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빠지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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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신천지
09/08/16 09:28
수정 아이콘
저 때는 그래도 소위 말하자면 정석적으로 압도했죠... 오히려 나중에 연습 안했던 때는 역상성의 유닛 조합같은걸로 이겨대는데.. 일부러 그러는게 그냥 확 보이던 때였습니다. 그런 성향이 1차 올드들 거의 전멸할때쯤인 03후반 04초반 이른바 게이머들의 1차 상향 평준화때도 계속되었죠...그 이후로 괴물이 등장하는데..
슬러거
09/08/16 11:43
수정 아이콘
정말 당시 황제의 팬이였지만 이윤열 선수의 포쓰는 대단했죠. 그랜드슬램이라니 말도 안된다며 라고 속으로 외쳤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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