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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5 01:46:23
Name 모모리
Subject 온게임넷의 저저전 결승을 보며 흥밋거리가 생겼습니다.
#.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온 것이다 반말입니다.



그나저나 4강을 보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엄재경 해설의 위대함(?)이랄까. 나는 개인
적으로 엠비씨게임을 참 좋아한다. 아마 처음 접한 방송이 엠비씨게임이어서 일 것이
다. 또 엄재경 해설과 김태형 해설의 부정확한(엄재경 해설은 지금 정말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채널 돌리고 싶은 상황을 많이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해설도 그렇고... 온
게임넷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스타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하지 않고 온
게임넷 해설의 장점들도 느낀 상황이라 크게 상관하지 않지만 그래도 굳이 방송사 하
나를 꼽으라면 엠비씨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내가 엠비씨게임에 느끼는 큰 아쉬움은 포장이다. 흔한 이야기라고? 그래 흔한 이야
기일지도 모르지. 나는 단순한 포장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 경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원 해설이나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김동준 해설 모두 포
장능력이 그렇게 떨어지는 해설들은 아니었다. 김동준 해설의 '이 선수 우주 최강이네
요'등의 찬양과 이승원 해설의 '여러분은 왜 프로토스를 시작하셨습니까'등의 명언들
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분명 김동준 해설이나 이
승원 해설 모두 잘하는 플레이엔 아낌없는 찬사로 분위기를 띄우고는 한다. 단지 문제
는 못하는 플레이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김동준 해설은 침묵으로 일관하기까지 했었다
. 이승원 해설의 경우는 자기 스타일이 그렇지만 못하는 플레이가 나오면 수정해주는
해설을 많이 한다(~차라리 이렇게 하는게 더 낫다는식).

사소해 보이는 이 문제는 상당히 큰 결과를 불러온다. 흔히 말하는 '흥행카드'와 '듣
보잡' 중 누가 결승에 가기 쉬울까? 당연히 '흥행카드'다 '흥행카드'에 흥분하는 엠비
씨게임의 태도는 틀렸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MSL은 '듣보잡
'들이 줄줄이 결승에 올랐고 인색한 해설로 일관하던 MSL해설진은 어어 하는 사이에
띄워줄 '꺼리'를 모두 잃어버린 채 결승을 맞이하곤 했다. 오늘 정명훈의 허술한 플레
이로 벙커가 깨지던 순간, 엄재경 해설에겐 정명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이제동의 플레이를 칭찬하는 단어들을 쏘아댔고 경기를 보던 사람들에게 '정명훈의 뻘
짓에 의해 승리를 주워먹은 이제동'이 아니라 '불가능한 난관을 자신의 힘으로 돌파해
낸 이제동'으로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같은 사실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할 수 있다. 결국 온게임넷에 저그 대 저그의
결승전이 성사되었고 엄재경 해설은 평소에 그 것이 자신의 숙원(그것이 엄재경 해설
의 진심인지는 접어두고)이라고 말 했던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었다. 저그 대 저그라
는 평소라면 완불소리를 듣던 대진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호헌장담하던 엄재경이 얼마
나 해내나 보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제 엠비씨게임의 차례다. 이미 두 번
이나 저그 대 저그 결승을 겪었던 엠비씨게임은 다시 저그 대 저그 결승을 볼 지도 모
르는 상황을 만났다. 테란 대 저그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저그 대 저그가 된다면 과연
온게임넷의 분위기와 어떻게 다른지 흥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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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15 02:19
수정 아이콘
'이러이러한 플레이를 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 라는 중계진의 의견은
경기를 보는 눈을 높여주는데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들 사이의 대결 내지는 개인리그 토너먼트의 시작단계에서 볼 수 있는 준비안된 경기력을 보면서
시청자들의 불편한 마음과 일치한다고 할까요,,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해설하는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올드를 그리워하고 환호하는 것은,, 그들의 경기력만은 아닐 겁니다.
황제의 재림, 몰아치는 폭풍, 영웅의 탄생, 천재의 건재함,, 이런 단어들에서 느껴지는 스케일 크고 스펙타클한 스토리가
작은 시장이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무대를 더 빛나게 해주고 커보이게 해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개인리그의 비중도 작아지고 , 광안리 프로리그 결승도 씁쓸한 흥행부진에 빠진 이때,,
중계진 분들 포함, 이 시장에 관심있는 분들이 선수들에게 비웃음보다는 애정어린 눈으로 보고 사랑해주면 좋을텐데요...

신문선씨의 물리역학적(?)인 해설보다는 차범근 감독님의 선수들에 대한 애정담긴 해설이 더 따뜻하게 들렸던 것 처럼요...
09/08/15 03:21
수정 아이콘
뭐 해설진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아는사람이 이번 결승 vip티켓을 줬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근데 저저전이라는...
NarabOayO
09/08/15 05:40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사상최초 저그대 저그 결승이, 양대리그에서 동시에 열릴 것 같네요.
극초기 저그시대를 지나, 기나긴 테란시대를 지나, 짧았지만 토스시대를 거쳐, 다시 저그의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한 일이네요. 뭐 당연한 흐름인 것 같기는 하네요. 상성을 맞춰가는 수순이니까요.
저그의 시대가 길지 짧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다음 바톤을 이어 받을 종족은 토스보다는 테란일 것 같네요.

맵 밸런스를 저그에게 약하게 조정하고, 저그가 본선에 많이 올라와있다면, 테란이 유리할테니까요.
문득, 그러면 김택용 선수가 날라 다닐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들기도 하지만요. (이 선수 토스인가요?)
라구요
09/08/15 12:39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엄재경해설의 호언장담이 생각나는군요.
저저전 결승 꼭 보고싶다던...... 그의 장담이 실망이 안가길 빕니다..........
Karin2002
09/08/16 13:2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포장'이란게 꼭 좋은게 맞나 싶습니다. 결국, 이 판을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걸로 보이니까요...
서지훈'카리스
09/08/16 14:42
수정 아이콘
포장은 포장이죠. 포장이 잘 된 건 기대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포장을 열었을 때 실망할 수도 있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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