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07/07 23:37:29
Name ipa
Subject msl 개편안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많은 분들이 msl 개편안에 대해 반대하고, 개편안이 변경없이 유지됨으로써 잃게 될 스덕들의 콜로세움이었던, 그 웅장했던 msl의 권위에 대해 두손 모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실 그닥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스타크래프트를 컨텐츠로 하는 개인리그가 향후 2년 이상 지속된다면, 엠비씨게임은 최소 2시즌 안에 예선면제 방식을 포기하게 될 거니까요.

엠비씨게임의 개편안(특히 팀별 예선면제권 부여 방식)이 어떠한 명분을 가졌는지는 제대로 들은 바 없지만,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든 저에게는 마치 미디어법이 민생법안이라거나 무료급식을 확대하면 학생들의 의타심만 커지게 되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어떤 집단의 명분과 비슷하게 들릴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스포츠로서의 공정성이라는 가치 훼손의 부작용에 관해서는 아무리 엠비씨게임의 입장에서 짜내보려 해도 변명의 논리가 서질 않는군요.

결국 엠비씨게임은 이번 개편에서, 통상 전형적으로 애용되는 "명분"과 "실리"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비효율적인 눈가림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놓고 "실리"라는 토끼에 올인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엠비씨게임이 스스로 명확한 명분 없이, 정규 스포츠로서의 기본마저 변이시켜가면서 잡으려 했던 바로 그 실리는 아마도 흥행이었겠죠.
하지만 장담컨대 엠비씨게임은 결국 그 실리도 놓치게 될 겁니다.
12개팀 예선면제권 배분이라는 방식은 그들이 추구하는 실리에 합목적적인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애초에 원인분석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msl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느껴왔던 부분은 하부리그도, msl의 하위라운드도 아닌 4강, 결승급에서 대박매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지요.
그런데 12개팀 예선면제권 배분 방식은 무엇보다 그 효과가 하부리그나 하위라운드까지밖에 보장이 안됩니다.
예선면제권 적용한다 해도 택뱅리쌍에게 보장되는 것은 최대 서바이버까지일 뿐, 서바이버나 본선 32강 또는 16강에서 죽음의 조에 걸려 조기탈락하게 될 확률은 현재의 방식과 비교해 전혀 변동이 없다는 얘깁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상위라운드 진출 네임드들의 "층"이 두꺼워져서 택뱅리쌍이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안습매치가 나올 확률은 떨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정도의 기대치라면 박찬수 v. 허영무 정도로도 충분하고 넘쳤다고 보는데요..  
지금까지 msl의 하부리그나 하위 라운드의 흥미도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욕먹는 제도를 도입해가며 아무 문제 없는 서바이버나 하위 라운드의 흥행도를 보강하려는 의도가 뭘까요?
어차피 4강 이상은 글렀으니 기존의 강점인 서바이버나 하위 라운드를 특화하려는 고도의 선택과 집중일까요...?

게다가 제도의 시뮬레이션 마저 잘못되어 있군요.

아래 Judas pain님의 글에서 잘 지적해주고 계시다시피 손재범 선수와 박명수 선수의 예는, 흠.. 확정된 사실이라는 점에서 좀 많이 무섭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이 제도로 인해 전 시즌에 msl방송경기조차 치르지 못한 듣보잡이 전 시즌 시드권자인 네임드를 제치고 방송경기 자동진출권을 따낼 수도 있게 되었군요.

실제 네임드에 적용해 보더라도, 예선면제권 적용해도 경기 결과에 따라 마재윤, 이윤열 같은 선수들은 혜택 못받을 수 있고, 최대 수혜자일지 모르는(혹은 엠비씨게임 측의 주요 표적이었을지 모르는) 공군 역시 막강한 흥행력을 가지는 홍진호, 박정석 선수보다는 새로 들어온 민찬기, 김성기 선수가 그 혜택을 낚아채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프로리그 확대로 인해 개인리그에의 전력 배분과 에이스의 컨디션 조절 문제로 각 팀들이 고민하고 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그런 고민의 주체인 협회 측에서 스타리그나 msl 측에 팀별 예선 면제권 도입을 제의하거나 요청했다면 비판은 하겠지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제안이 양대 개인리그 경쟁구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엠비씨게임 측에서 나왔다는 점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win-win이 아닌 msl 측의 일방적인 양보인데 말이죠...
최대한 선해하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위한 거시적 안목에서 구국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해 줄 수도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삽질이나 호구질..? 이라는 단어가 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지만요...

어쨌든 팀별 예선면제권 개편안은 객관적으로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주관적으로 효율적이지도 못한 제도라는 것입니다.
'일단 한 번 돌려보겠다'는 것이 '시청자의 반응이 돌아서길 기다리겠다'는 뜻인지, 혹은 '정말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능하는지 시험해보겠다'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할 거라는 겁니다.

한 두 시즌 시험 후 이 제도를 포기하는 msl 측의 '명분'이 시청자의 의견수렴이든 아니면 또다른 그 무엇이든 간에 저는 msl의 예정된 GG 선언을 기쁘게 기다릴 겁니다.


ps. 끊임없이 행동하시는 Judas pain님에게 감화받아 쓰게 된 글입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가끔그래.^^
09/07/07 23:49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만. "듣보잡"이라는 단어는 바꾸심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예상되는 댓글들이 있어서..
TheInferno [FAS]
09/07/07 23:50
수정 아이콘
온게임넷이 3-4위전 폐지라는 작은 삽질을 하자마자 (이로서 우리는 4강에 든 선수들이 누구였는지 되새겨볼 기회를 잃었습니다)
MSL에서 초대형 삽질을 해주는군요
민죽이
09/07/07 23:51
수정 아이콘
MSL이 이런 여론을 수렴해서 지금 당장 바꾼다면
또 무슨 여론이 나올지도 궁금하네요
금방 바꾸면 또 이랬다 저랬다, 권위 없다고 까여될테고
그렇다고 몇 시즌 끌자니 MSL을 이벤트전수준으로 격하하고..
확실히 pgr 분들과 생각이 너무 달라서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어찌됫든 MSL도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어하는 리그일텐데 말이죠..
이글 말고 pgr 보고 있으면 너무 격하시키는 감이 있네요..
마바라
09/07/07 23:53
수정 아이콘
민죽이님// MSL이 이런 여론을 수렴해서 지금 당장 바꾼다면

아마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이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MB가 4대강 안한다고 하면.. 권위 없다고 까일까봐..

계속 저렇게 삽질을 하는걸까요.. -_-;;
가만히 손을 잡
09/07/07 23:56
수정 아이콘
그냥 다음 부터 MSL의 케스파 랭킹 포인트는 까야 합니다. 이벤트리그에 포인트 줄 필요없죠.
메이져는 온겜, MSL이나 곰티비나 뭐..하부리그 혹은 이벤트죠...

예전 케스파가 엠게보다 온겜 우승자에게 더 많은 포인트를 준다고 흥분했던 제가 이렇게 됬습니다. 엠겜피디님!
민죽이
09/07/07 23:57
수정 아이콘
마바라님// 그럴까요.. 역시 저는 이번 msl 개편안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다른가봅니다....
그래도 4대강까지 비유할정도까지는...
저는 msl 개편안 찬성하는 쪽이라서 말이죠..ㅜㅜ
마바라
09/07/07 23:59
수정 아이콘
민죽이님// 그렇군요. 4대강 비유는 지나쳤네요. 죄송합니다. (_ _)
공안9과
09/07/08 00:03
수정 아이콘
엠겜이 피지알에서 이정도로 욕먹는 건 개국 이래 처음인 것 같은데, 어찌 관계자들의 일언반구도 없는 건지...
아고니스
09/07/08 00:06
수정 아이콘
찬성하는 분들은 정말 사심없이 찬성하는지 알고싶습니다.
저도 티원팬으로써 msl이 이대로 진행한다면
그렇게도 msl피방을 뚫지 못했던 도재욱선수를
서바이버에서 볼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근데 정말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나중에 만에하나라도 도재욱 선수가 우승한다면
피씨방도 면제된 주제에 반쪽 우승자라고 욕하면
뭐라고 변명을 할수 있을까요.
반쪽 리그라 칭해져도 할말이 없을듯 싶습니다.
제발 피지알 자주방문해 주시던 해설자분들께서라도
다시금 엠비씨 윗분들의 생각을 조율해 주시길 정말 진심으로 바랍니다.
노력하는나
09/07/08 00:21
수정 아이콘
ipa님// 옳으신 말씀이십니다만.

'듣보잡'이라는 말 함부로 하는거 아닐꺼 같애요...

수정 하시는 게 좋을 꺼 같습니다.^^
getfamiliar
09/07/08 01:12
수정 아이콘
처음부터 했던 더블엘리미네이션인가?? 그게 가장 재미있었는데
그래도 MSL 하면 '당대최강'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바나나맛우유
09/07/08 03:03
수정 아이콘
어찌됐든 이번 시즌 중에는 바뀔 수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바뀐 방식으로 혜택을 볼 선수들은 이미 결정되어졌으니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엠겜은 비교적 젊은 느낌의 방송이고 시청자나 인터넷의 반응에도 빠르게 대처하는 방송입니다.
아마 다음 시즌에는 많은 의견을 더 수렴해서 좋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 믿습니다.
희망.!
09/07/08 03:44
수정 아이콘
바나나맛우유님// 저도 비슷한 생각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
09/07/08 06:42
수정 아이콘
프로팀들과 MSL 입장에서는 WIN-WIN 이죠. 프로리그, OSL, MSL, GSL... 네 리그에 혹사당하는 상위 랭커 선수들이 본선에 바로 오를 수 있으니 프로팀들도 좋고, MSL 은 상위랭커 선수들 더 비출 수 있으니 좋고.

그런데 타 스포츠에서는 상위랭커에게 주어지는 특혜 없나요? 팀별 1명씩이라는 것 때문에 좀 문제가 좀 생기긴 하겠지만 상위랭커에 대한 작은 특혜는 문제 없다고 봐요.
도달자
09/07/08 07:06
수정 아이콘
리플을 읽답니 온겜 3,4위전은 왜 폐지된건가요? 이영호vs송병구이후 못본것같네요.
信主SUNNY
09/07/08 08:15
수정 아이콘
민죽이님// 금방 바꾸면 쉽게 방식을 바꾼다는 욕은 들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건 애초에 단추를 잘못끼운 책임입니다.

차라리 다시 수정해서 욕을 먹는 편이 '덜' 먹는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와 마이너, 그리고 이벤트리그를 결정하는 것이 선수들 만일까요?

PGR에서 너무 격하시키는 감이 있다면, 최소한 어느정도 수의 사람들은 지금의 평가조차 옳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aintkay
09/07/08 09:05
수정 아이콘
도달자님// 2008 박카스배 때부터 시드가 8명으로 늘어나면서 굳이 3,4위전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아닐까요. 2008 EVER 스타리그부터는 지금의 1라운드+16강체제로 바뀌었으니까요.
오가사카
09/07/08 10:00
수정 아이콘
뭐 워낙 프로리그가 워낙 대세다보니 개인리그가 뒷전인영향이크죠
맵도틀린것도있는데 32강전부터 누가 연습하겠습니까?
09/07/08 10:12
수정 아이콘
온게임넷 3,4 위전 안할걸로 아는데... 왜 김택용 선수가 3번째 시드였죠?
09/07/08 21:04
수정 아이콘
XEEN님// 그땐 승률을 따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8144 약은 약사에게... 퀸은 커세어에게~ [19] 체념토스5240 09/07/08 5240 0
38143 퀸 이야기 [12] 김연우6022 09/07/08 6022 3
38142 저는 이번 포스트 시즌 방식에 호의적입니다. [10] Violet5124 09/07/08 5124 0
38141 소설, <삼무신三武神> 2 [4] aura4448 09/07/08 4448 0
38140 김택용vs김명운 리뷰 [41] ROKZeaLoT7299 09/07/08 7299 0
38139 박카스 2009 스타리그 16강 5회차 [383] SKY926993 09/07/08 6993 0
38138 [곰클] 선수 능력치 점수를 적어주세요 - 8강 2주차 [14] 라벤더3962 09/07/08 3962 0
38137 오늘의 프로리그 - 웅진vs하이트/이스트로vs위메이드 [219] 제리드4405 09/07/08 4405 1
38136 포스트 시즌 방식이 나왔습니다. [124] H.P Lovecraft7274 09/07/08 7274 0
38135 심리전이라는 용어에 대해 [10] 김연우6271 09/07/08 6271 0
38134 이제동... 육체적 한계에 다다른건가? [53] 산화7499 09/07/08 7499 2
38133 T1팬으로 바라본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20] TWINSEEDS6768 09/07/08 6768 9
38131 소설, <삼무신三武神> 1 [4] aura4173 09/07/07 4173 0
38130 msl 개편안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20] ipa4821 09/07/07 4821 0
38129 T1, 광안리 오랜만이야! [58] 랄프로렌7057 09/07/07 7057 0
38128 오늘의 프로리그-화승vsMBCgame/삼성vs공군(3) [505] SKY925502 09/07/07 5502 0
38127 [L.O.T.의 쉬어가기] Always be With You Ⅱ [3] Love.of.Tears.5084 09/07/07 5084 0
38126 오늘의 프로리그-화승vsMBCgame/삼성vs공군(2) [327] SKY925377 09/07/07 5377 0
38125 오늘의 프로리그-화승vsMBCgame/삼성vs공군 [341] SKY924860 09/07/07 4860 0
38123 이런 전략 당해보신분 계십니까? [53] 축구사랑7321 09/07/07 7321 0
38122 이번 광안리에서 우리는 임요환을 볼 수 있을까? [57] noknow8054 09/07/06 8054 0
38121 테테전의 거장 서지훈 (1)Before Xellos [17] fd테란7458 09/07/06 7458 10
38120 정말 막바지에 왔군요. 다승왕 경쟁 [45] swflying8037 09/07/06 803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