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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3/15 23:26:35 |
Name |
거품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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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KTF와 SKT T1, 그리고 테란이라는 키워드로 보는 영욕의 역사 |
(위: 테란X사기론이 절정에 달했던 시절 제작되었던 적나라한 짤방
육룡이 득세하고 양대 4강에 테란이 하나뿐인 상황이 2시즌이나 지속되는 지금으로선 우스운 추억이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유즈맵세팅을 통한 다운그레이드 주장이나 일명 '양산형 테란' 으로 인한 스타 몰락의 불길한 예언이
모든 스타 커뮤니티에 걸쳐 마치 안개처럼 광범위하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Anti-Terranism의 메카는 바로 KTF였다.)
(아래: "정수영감독님예, 저 한빛으로 갈랍니더"와 "부추기는 김정민" 으로 유명한 짤방.
LG IBM PC 팀리그 결승에서 최연성을 지명해 놓고도 3킬을 당한 KTF는
치욕적인 결승 선봉 지명 올킬이라는 패배의 문턱에서 김정민의 분투로 기사회생한다.)
0. 서론
KTF에게 테란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혹시 2004년을 기억하는가?
그러니까
당대 최고의 테란이자 아직도 피닉스와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윤열이 KTF에서 완전 이적하고
KTF가 최강의 테란을 보유한 팀에서
최강의 안티 테란 팀으로 변모하게 된 바로 그 해이다.
그리고
e스포츠 최초의 대기업 팀이자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는 스타군단 KTF가 그 운명(doom)을 정한 해이기도 했다.
이윤열을 잃고
그 틈을 메우기 위해 KTF는 엄청난 영입을 감행한다.
영입을 하지 않아도 라인업은 꽤 탄탄한 편이었다
이윤열과 달리 KTF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저그본좌 홍진호와 정석테란 김정민, 테테전황제 한웅렬이 건재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를 자처하는 KTF에게는 많이 부족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홍진호 역시 IS 소속이었으며, 김정민은 GO에서, 한웅렬은 당시 KOR에서 영입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영입의 홍수를 쏟아낸다.
물론 이윤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바이오닉과 테테전이 준수한 A급 테란으로 평가받던 우승자 출신 변길섭과
홍진호, 박경락과 더불어 시대를 풍미했던 가장 과소평가 받는 선수 중 하나인 SouL(현 STX)의 에이스 저그 조용호,
무엇보다도 현재의 김택용-도재욱, 송병구-허영무조차 감히 미치지 못할 위용을 자랑하는
역대 최강의 프로토스 투톱, 일명 광등조합
물량의 그 남자와 전략의 그 남자
아직까지도 올드 플토빠 진영을 양분하고 있는 그들
그렇다.
바로 강민-박정석이 영입된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sylent님의 <날라, 리치와 퓨전하라>라는 짧지만 강렬한 소고도 등장하게 된다.)
변길섭과 박정석의 이적 때에는
둘을 스타로 키워낸 이재균 감독이 직접 피지알에 글을 써서
두 선수의 앞날을 축복하고 상심한 한빛팬들을 위로했으며,
강민의 이적 때에는 GO팬들이 단체로 공황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등
지금 KTF의 박지수 영입이나 예전 T1의 김택용 영입보다도 훨씬 핵폭탄급 뉴스였다.
1. 2004 프로리그 3라운드 결승, 그 악몽의 시작
그리고 맞이한 2004년 프로리그 3라운드
상대는 변변한 스폰서조차 없던 KOR(현 온게임넷 스파키즈)
그런데, KTF는 또 우승에 좌절하고 말았다.
이 때의 좌절감과 열패감은 KTF 올드팬들의 뇌리에 아직도 뿌리깊게 박혀 있다.
전태규에게 천적 수준으로 앞서는 실질적인 에이스인 강 민이
섬의 제우스라 불리던 전태규에게 반섬맵에서 패배
(강민 역시 섬맵에서 무적이었기에 누구나 강민의 승리를 점쳤으나 기선을 제압당하고 만다.)
팀플에서 승리하면서 반전을 꾀했으나
박정석이 토막 테란의 원조격인 한동욱의 날빌에 레퀴엠(!)에서 패배
(물론 당시 레퀴엠은 테란맵론이 나올 정도였지만 박정석의 패배는 말 그대로 KTF팬들에게는 대충격이었다.)
또다시 팀플을 건졌고
천대받던 KTF 테란라인을 지탱하던 김정민이 웰빙저그 신정민을 제압
드디어 우승이 눈앞에 보이던 시점에서 네오기요틴 팀플을 내주고
마지막 7경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KTF 눈물의 준우승 역사가 시작된다.
되돌아가 보자.
2004 프로리그 3라운드 플레이오프에서,
당시 공한증(KOR에게 유독 약한 팀의 경향을 팀명에 빗대어 이렇게 불렀다)에 시달리던 GO(현 CJ ENTUS)는
1, 2경기를 연달아 잡아내면서 딱 한 경기만을 남겨놓게 된다.
누구나 대박 결승,
KTF대 GO,
GO의 공한증 탈출,
강민의 친정팀과의 조우를 기대하는 순간-
그리고 출전하는 건 에이스 서지훈
상대는 새파란 신예에 불과한 한동욱
누구나 KOR의 좌절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나고
서지훈이 간단히 제압당한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승부가 넘어가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GO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런데
당시 운신으로 불리며 당골왕을 정복하고 3신전의 한 축을 이루는 등
한창 주가를 올리던 무적포스의 GO 박태민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3가스 온리 뮤탈 짤짤이를 하다가
본진 자원만으로 터렛까지 이어 지으며 뚝심 있게 밀어붙이던 테란에게 무너졌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선수는 7경기 인큐버스 2004에 배정된다.
바로 자이언트 킬러,
기본기가 최상급이지도, 물량이 대단하지도, 전략이 탁월하지도 않지만
불가사의한 타이밍과 대담성으로 항상 대어를 낚던,
강민의 기요틴 무패를 좌절시켰던 그 선수,
차재욱이다.
KTF의 선수는 조용호.
조용호는 3햇 강제형 맵인 인큐버스 2004에서
바로 앞마당을 먹어버리는 과감한 판단을 하고
럴커로 방어하려는 생각을 가진다.
그리고 차재욱은 이길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에 본진으로 들이닥친다.
10초만 늦었어도 럴커가 완성되는 타이밍에 무혈입성한 마린메딕이
조용호의 본진을 완벽하게 정리한다.
필사적인 각오로 에그를 깨고 나오던 럴커는 버로우중에 일점사에 터져 나간다.
조용호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몸을 들썩이고야 말았다.
GG.
욱 브라더스, 당시만 해도 그리 유명하지 않던 재야의 검객들에게
영웅과 목동이 어이없이 무너졌다.
테란이었다.
2. 테란 공포증과 혐오증의 심화-괴물 최연성(LG IBM PC 팀리그 결승)
그리고 LG IBM 팀리그 결승전
승자 결승에서 영원한 숙적 4U(현 SKTelecom T1)와 조우한 KTF.
선봉 변길섭이 자신의 천적 박용욱에게 무너지지만
김정민이 박용욱과 임요환을 제압,
당시 4U 전력의 90%를 차지하던 괴물 최연성을 끌어냈고
행방조차 묘연했던 돌아온 테테전황제 한웅렬의 고전적인 드랍쉽 플레이로
예상보다 손쉽게 괴물을 쓰러뜨렸다.
김현진까지 간단하게 물리치며 드디어 KTF는 팀단위 리그 우승의 꿈을 부풀리게 된다.
그리고 괴물 최연성은 패자조 결승에서
당시 2킬을 기록중이던 서지훈을 필두로
3종족전 최강의 토스 라인업으로 칭송받던 이재훈-강민-김환중을 모조리 올킬하는
말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괴력을 선보이며
팀을 다시 최종 결승에 올려놓는다.
재회.
서지훈-강민은 당대 최고수들이었지만
그들보다도 '최연성을 이겨라' 에서 최연성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 KTF에게는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 테테전의 본좌 한웅렬...
정수영 호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상대전적상 앞서는 변길섭의 존재를 믿고 KTF는 도박수를 던진다.
어쨌든 최연성만 이기면 상대 전력의 80%가 상실된다고 누구나 생각했기 때문에
최연성이 무패가도를 달리던 데토네이션과 엔터더드래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연성을 지명한 것이다.
결과는 알다시피 대참패였다
변길섭은 초반 벌쳐 싸움부터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고
설상가상으로 마인을 제거하려다 전병력을 손실하고 어이없이 무너진다.
이어서 출전한 것은 박정석.
앞마당 언덕에다가 2인용 맵으로
테란이 땅따먹기를 하던, 타이밍을 택하던 간에 프로토스에게 압박이 심한 전장
그리고 박정석의 전진게이트+캐논의 선택.
그러나 최연성은 테란의 사기성,
특히 초반 심시티와 SCV의 사기성을 가장 잘 이해한 선수
질럿을 환상적인 블로킹으로 어찌어찌 막아내고
박정석의 2다크가 생산되기 직전에 파일런이 극적으로 파괴되면서 2킬.
지명해 놓은 테란에게 2킬을 당하고야 말았다.
KTF의 공황 상태는 이해하지만
특히 3경기 섬맵인 패러럴라인즈에서의 조용호 기용은 최악의 수였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휘둘리다 대규모 메카닉 드롭에 GG.
그리고 아직까지도 가장 가슴아픈 결승전으로 기억되게 만든 김정민이 출전한다.
1경기처럼 초반 벌쳐 싸움부터 우위를 가져가는 최연성
김정민은 본진에 갇혀 최연성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김정민은 돌연 가스채취조차 중단하고 팩토리를 더 늘려버린다.
그와 동시에 레이스로 결정타를 먹이려는 최연성의 마지막 허점을 정확하게 타격한다.
드디어 괴물이 쓰러졌다.
그러나 KTF도, 김정민도 기뻐할 수 없었다.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입은 상처가 너무나 뼈아팠고, 4U에는 3개의 스나이핑 카드 여유가 있었다.
다음 출전은 악마 박용욱.
초반 강력한 질럿 캐논 푸쉬에 김정민이 그대로 무너지나 싶었으나 기적적으로 방어해내고
박용욱의 끊임없는 견제를 뚝심있게 막아내면서 물량을 모아 한 고비를 넘긴다.
이제 4U에는 두 장의 카드가 남았다.
이창훈의 개인전 실력과 그가 저그임을 고려하면
리버의 김성제와 신데렐라 김현진, 황제 임요환 중 둘의 출전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는 황제에게 일임되고, 김성제가 엔터더드래곤에 출격한다.
그리고 통한의 패스트 캐리어
알아채지 못했던 김정민은 필사적으로 레이스를 모으지만
드라군-캐리어는 같은 자원을 먹은 테란을 이길 정도로 강한 조합
경기가 끝나고 흘린 김정민의 눈물은
아직도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눈물로 기억되고 있다.
경기를 끝낸 건 김성제지만 3킬을 당할 때부터 승부는 결정되어 있었다.
또 테란이었다.
3. 테란 악몽의 절정, SKY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
그리고 마지막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 결승
KTF는 정규시즌 전승을 기록하며 우승의 희망을 한껏 드높였다.
게다가 상대는 SKT T1
완벽한 설욕과 완벽한 전승 우승이 가능한 상황
객관적인 전력에서조차 최연성이 출전 금지된 이상
KTF의 우세를 점치는 여론이 다수였다.
이것이 전승 준우승이라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봐도 찾기 힘든 굴욕의 훈장을 달게 될 복선이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밝혀졌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작년 슈퍼볼에서 달성하기는 했지만)
1경기부터 모든 것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실 엔트리에서부터 KTF는 패배했다
러시아워에 출전한 변길섭이 자신의 천적 박태민을 만났고
임요환을 잡기 위해 알포인트에 나선 강민이 박용욱을 만났다.
그리고 박정석은 선봉으로 나섰고 유리한 전장에서 전상욱을 만났으나...
1경기는 역대 최고의 프로리그 결승 날빌로 기억된다.
서플 이후 2배럭을 연이어 건설하는 전상욱
느지막하게 정찰을 갔고 무난한 원게이트를 선택한데다가 적진을 가장 늦게 발견한 박정석
벙커가 지어지고 마린과 SCV들이 떼지어 내려오는 상황에서
당황한 박정석은 그답지 않은 컨트롤 실수까지 저지르며 완패한다.
사실상 이 시점에서 승부가 결정되었다.
그나마 엔트리상 가장 할만했던 박정석의 참패.
상대는 신형 엔진, 소위 양산형 테란 중 가장 강력한 포스와 완성도를 자랑하는 테란 전상욱.
2경기, 원래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팀플마저
T1의 섬세한 빌드에 내주고
3경기에서 변길섭은 천적을 상대로 분투하나
결국 승리는 예상대로 박태민의 것이 되었다.
4경기 박정석-홍진호 럭셔리 조합이 승리를 거두었으나
5경기
강민이 박용욱에게 밀봉 관광을 당하고 만다.
팀플에서 간신히 한 경기를 건져 영패는 면했으나
누가 봐도 치욕적인 패배였다.
또 테란이었다.
나중에 펼쳐진 2005 그랜드파이널에서
KTF의 테란 이병민은 황제의 영지에서 테란 임요환을 잡아낸다
드디어 KTF의 테란 에이스 문제가 해결되었나?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자들조차 흥분하고, KTF팬들은 감격한다.
그러나
KTF의 조용호는 테란 최연성에게 패하고,
KTF의 테란 변길섭은 박용욱에게 패하면서
영원한 라이벌에게 트리플크라운을 넘겨주게 된다.
그리고 이병민마저 믿을 수 없는 하락세를 보이며
유일한 희망마저 사그라든다.
4. 결론, 기대 그리고 가능성
테란, 테란, 테란...
KTF의 좌절에는 항상 테란이 있었다.
그리고 테란을 제외하고는 최고의 라인업인 강민-박정석과 홍진호-조용호를 가지고 있었기에
KTF 팬들의 테란에 대한 증오도 더욱 컸다.
테란X사기론의 본산이자 안티테란의 아성이 바로 KTF였다.
(뉴비 KTF팬들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테란 원톱을 보유하고 10위권 테란을 영입한 KTF가 테란포비아의 정신병동에 불과했다니...!
머큐리 같은 리얼 밸런스 붕괴 맵은 물론이고
나중에 해프닝으로 끝난 815나 레퀴엠 시리즈까지 모두 테란맵으로 의심받고, 재단되었다.)
그러면서도 KTF팬들은 테란 에이스를 갈구했다.
"상대의 날빌에 당할 우려가 없으면서도 가장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테란 에이스니까
상대적으로 소수인 김정민과 변길섭 팬들이 무안할 정도로
KTF의 우승에 대한 갈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던 것이다.
(게다가 김정민은 여태까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사실 결승에서 무너지는 것은 강민-박정석이었고 특히 박정석의 큰무대 울렁증과 날빌에 대한 취약성은 팀단위 결승 전패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으로 기억되고 있다. 기요틴에서 이창훈에게, 짐레이너스 메모리에서 서지훈에게 무너졌고 레퀴엠에서는 한동욱과 전상욱에게 연달아 어이없이 패배했다)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최연성 영입을 시도하고,
서지훈 영입의 문턱까지 갔으며,
결국 이병민을 영입하고,
김윤환에 아낌없는 지원을 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리고 항상 KTF에게 물을 먹였던 T1...
바로 테란 한시로 불리던 테란의 제국.
임요환-최연성은 물론이고 전상욱-고인규라는 준수한 테란들을 보유한 숙적의 융성을 보면서
KTF의 한은 끝을 모를 정도로 커져 갔다.
게다가 T1의 트리플크라운이라는, e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할 업적에
두 번이나 공헌한 것은 바로 KTF 자신이었다.
테란의 시대에서 테란이 상대적으로 약한 KTF는 강하긴 하지만 우승하지 못하는 팀으로 각인되어 갔다.
이영호를 손에 넣고,
T1이 김택용-도재욱에 의존하는 프로토스 중심의 팀이 되면서 두 팀의 입장은 바뀌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이영호라는 크랙, 재능만으로는 스타 역사상 최고로 불려도 손색없는 선수를 손에 넣자
프로토스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KTF의 불운에는 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오늘 드디어 테란한시의
그것도 국본 정명훈과 왕년의 황태자였던 고인규가 KTF의 손에 쓰러졌다.
임요환과 최연성은 벤치에서 패배를 지켜보았고 전상욱은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항상 KTF는 객관적 전력으로 우위에 있었으나
상대의 날빌과 변칙적인 용병술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최종병기가 벙커에 무너졌으나 박찬수가 땡히드라로 그동안의 한을 날려버렸다.
아울러 T1과의 포스트시즌 경기 전패라는 치욕도 씻어냈다.
오늘 하루만큼은 KTF의 축제일이었다.
일반 팬들조차 이럴진데
중계석의 김정민과 강민,
휴가 나온 이병 홍진호,
숙소에서 경기를 지켜봤을 박정석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리그를 정복한 폭군의 새로운 제국 화승과
슈퍼 에이스는 없지만
스나이핑과 선수층의 두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CJ가 버티고 있다.
KTF의 프로토스는 사실 기대할 것이 없다
강민-박정석이라는 초호화 조합을 너무 오랫동안 누린 대가랄까.
날빌로 연명하던 프영호,
연습실 2위이지만 긴장으로 여전히 불안한 우정호,
탁월한 공격성과 OME 운영의 박재영,
2군 강등 김대엽
그러나 저그는 해냈다.
배병우가 무너졌지만
간만의 자체 생산 신인인 왼손잡이 고강민과
지난 시즌 T1에게 이미 아픔을 안겨 준 바가 있는 찬스박 박찬수가
육룡 두 명을 학살하고 테란 제국의 왕자 둘을 해치우며
날빌에 어이없이 무너진 소년가장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그러나 화승에는 이제동이 있다.
동족을 학살하는 폭군, 동족전 승률 80%에 육박하는 슈퍼 에이스
저그전의 최고수 박찬수조차 그 앞에선 기를 펴지 못한다.
저그로 맞불은 어렵다.
반면 프로토스는 약하다.
그나마 믿을 만한 손찬웅은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노영훈과 임원기는 큰 무대에서 믿고 맡기기엔 불안하다.
결승에서 기다리는 CJ 역시
마재윤-한상봉-김정우의 3저그가 팀의 주축이다.
KTF에는 바로 테란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KTF에는
3년을 갈구했던 리얼 테란 에이스 이영호와
리그를 정복했던 A급 테란 박지수가 있다.
온게임넷에서 영입한 과소평가된 쓸만한 중견급 카드 안상원도 있으며
만년 유망주 김윤환과 공격성이 돋보이는 최신병기 김영진도 있다.
만약 2004년~2008년 내에 불운하게 세상을 등진 KTF팬이 있었다면
저 세상에서조차 감격과 환희에 젖어 울며 전율할 정도로
완벽한 라인업이다.
테란에게 당하고, 테란에게 울었던 KTF의 굴욕과 회한의 역사를
바로 KTF 테란이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KTF의 우승을 번번이 가로막았던 테란의 저주를, 테란으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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