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03/15 18:06:35
Name happyend
Subject 이기는 법을 잃어버린 승부사에게
오늘 이봉주 선수가 40번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이 세계의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입니다.오로지 달리는 일만을 묵묵히 해냈던 봉달이 이봉주 선수였기에 가능한 기록입니다.
이제 은퇴한다고 합니다.나이 마흔.아쉽고 아쉬웠던 로드맨의 인생을 끝내려고 한다고 합니다.

가끔 탄천에 운동을 나가보면, 이봉주선수의 훈련모습을 볼때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탄 코치뒤를 질주하는 짙은 선글라스와 헤어밴드를 한 까만 사나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 당당함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는 결코 길에서만은 언제나 승자였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마라톤? 오로지 황영조만 기억될 뿐이다, 하고 말입니다.
몬주익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단 한번 불타올라, 금메달의 환희를 가져다 주고, 그로인해 국민들의 가슴에 무한한 가능성과 자부심을 안겨준 황영조가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승자독식의 법칙에 의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의 추억을 안겨주지 못한 만년 은메달리스트는 그렇게 추억속으로 스러져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14위라는 기록,단지 완주에 만족하여야 하면서 말입니다.

송병구 선수의 패배는 예견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크루트의 영광이후 송병구선수는 이기는 법을 잃어버린 승부사처럼 언제나 궁지에 몰린 듯 보였고, 패배에 익숙해져버렸습니다. 한때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넘나들며 최강을 자랑하던 총사령관은 전투의 패배가 두려운 졸장부가 되어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두려움에 떨게 한 것일까요?조금만 침착했다면 이제동선수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처음부터 이길 생각이 없어보였습니다.
조금만 과감했다면 허영무선수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그의 유닛들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질 것만 생각하는 것처럼.

잘나갈 때의 선수들은 흔히 '뭘해도 된다'고 합니다.
임요환선수의 드랍쉽은 알고도 못막았고, 이윤열선수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를 찾아내는 데 천재성을 발휘했습니다. 최연성 선수의 몰래멀티와 전략은 상대가 절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마재윤선수의 전략은 무조건 먹혔고,견제는 무조건 피해를 줬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뭘해도 되는 것일까요?

스타경기를 오래보다보면, 그럴 때의 선수들은 어금니를 악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난 할 수 있어.무조건 먹혀.'
패배의 가능성을 배제한 이 과감함과 자신감.그것이 그들을 본좌의 자리에 올려놨습니다.

바투스타리그와 로스트사가MSL이 시작된 이후 송병구 선수는 늪에 빠진 듯한 걸음을 걸었습니다.거의 혼신을 다해 나아가려 하지만 걸음은 더디고 숨은 바트고....그래도 정말 기적같이 한걸음한걸음 내디뎠습니다.그리고 마침내 양대리그 정복이 눈앞에 왔을 무렵.
송병구선수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요? 역사적인 절정의 순간?아니면 난공불락의 높은 성벽?

송병구 선수의 팬들은 그가 불꽃같은 천재성으로 시대를 평정했거나 암울한 프로토스의 시대를 뒤엎어낸 영웅이나 혁명가와 같은 캐릭터로 여기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약체 팀이었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팀을 정상권에 올려놓은 그 꾸준함에 찬사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한 기억을 뚫고 다시 일어난 불굴의 의지에 감동하는 것입니다.

팬들은 어쩌면 39살에 마지막 풀코스를 완주하고 트랙을 당당히 뛰어들어오는 영웅이 송병구 선수이길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천재만이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열심히 살아간 사람들, 그들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니까요.


송병구 선수, 힘내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3/15 18:24
수정 아이콘
이게 첫 덧글이 되면 좀 뻘쭘하긴 하겠습니다만;;;

[잃어버린] 이 아니고, [잊어버린] 이 아닐까요?

:D 글은 열심히 읽겠습니다.
심리학과
09/03/15 18:33
수정 아이콘
perplex// 저 문맥에서는 잊었다보다는 잃었다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송병구 선수, 힘내시길 바랍니다.(2)
09/03/15 18:46
수정 아이콘
수많은 격정들을 헤쳐갔는데 시드까지 받은 지금이 절대 위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오른 4번째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했듯이 그의 경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송병구 선수, 힘내시길 바랍니다. (3)
택용스칸
09/03/15 19:17
수정 아이콘
요즘 육룡이 아니라 4룡같은 느낌까지 받네요. 비록 송병구 선수 지금은 힘들고 그렇겠지만 점술처럼 2,3월만 안좋은 것이고 이제부터 날아오르겠지요. ^^.
황제의 재림
09/03/15 19:27
수정 아이콘
슬럼프가 지나면 총사령관 ver2.0이 될지도. 시련은 영웅을 강하게 한다죠.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잃어버린 것도 찾고요.
YounHa_v
09/03/15 19:50
수정 아이콘
3:0 셧아웃도 있었고 2/1역전패도 있었지만 슬럼프란말은 좀 아니다라고 생각듭니다.

MSL4강 OSL8강,

비록 프로리그 전적이 부진했지만 지난 몇년간 보여준 송병구선수의 행보를 볼때 잠시 숨고르기라고 생각해도 좋을듯 하지않을까요?


게이머들의 세대교체가 빨라지면서 팬들 또한 그렇게 모든것을 빠르게 판단하는것이 아닐까요?

전 패배에 익숙해지고 이기는 모습을 잃어버린 선수의 성적이 4강과8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송병구선수는 우리랑 같이 호흡하고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선미남편
09/03/15 20:46
수정 아이콘
경력이 길어지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지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패기 넘치는 신예 선수들이 과감한 빌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올드 들은 대부분 무난한 빌드로, 무난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죠.
박정석 선수가 약 2년 가까이 방송 경기에서 겪었던 슬럼프가 대표적이죠.
일단 망하지 않는 빌드의 선택-패배로..
09/03/15 22:34
수정 아이콘
심리학과/문맥으로만 보면 '잊어버리다'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보통 단어가 쓰일 때 잃다는 물건이나 소유물에 대한 표현이고 잊다는 기억에 대한 표현이니 문맥으로 보면 '잊다'가 더 맞는 표현 입니다.

단어의 선택이 자유로운 문학으로 생각하면 실체가 있는것에 대한 표현인 '잃다'가 '잊다'보다 강하게 쓰이죠.
상황이 송병구 선수가 스타리그 4강 진출에 실패하고 msl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도...8강,4강이고 판단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력은 딱히 나무랄 데도 없는데 '잊다'가 옳겠죠.

송병구선수, 상대가 너무 강했으니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화이팅!!
happyend
09/03/15 23:49
수정 아이콘
음....제가 국어에 유달리 약한 편이었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어법에 맞는 말을 쓰기 위해 긴장하는 편입니다만,그래도 무의식적으로 쓰다보면 비문이 수두룩하고,표현도 틀리곤 합니다.
그래서 '잊어버리다,잃어버리다.'이 두 표현 중 어떤게 올바른지 좀 고민해봤는데요, 제깜냥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의도로는 '잃어버리다'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몸이나 마음속에 가졌던 것이 없어지거나 사라지다.
-어떤 대상이 본디 지녔던 모습이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다
이 두가지 경우에 '잃어버리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잊어버리다는 기억해내지 못하다는 표현이라 '상실감'이나 '혼돈속에 갇힌 채 갈피를 못잡게 되어버린'상황이라는 의미로 송병구선수의 상황을 표현하는데 '잃어버리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능력자분께서 교정해주신다면,기꺼이 수정하겠습니다^^

그리고,송병구선수가 양대리그 4강,8강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슬럼프라는 말을 듣는 것은, 그가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심지어 '바닥'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으니,송병구선수에 대한 기대치나 어디에 있었던 사람인지도 알 수 있고요.

이기는법을 되찾아 올 것으로 봅니다.
산들 바람
09/03/16 00:31
수정 아이콘
송병구선수 힘내시길 바랍니다(3)
다음엔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밑힌자
09/03/16 15:10
수정 아이콘
보통 '방법'이라는 것은 '알다'나 '배우다'로 동사가 정해지기 때문에 '잊다'나 '망각하다'가 더 적당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저도 국문과 발만 걸쳤다가 빠져나오는 바람에 확실히는 잘 모르겠군요 - _- '잃어버리다'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이기는 법'이라는 표현을 수정하는 것이 최초의 의도에 더 맞지 않을까 합니다. '상실하다'라는 제목의 뉘앙스를 유지하려면 '잃어버리다'가 더 적당하니까요.

사실 어투 자체가 영문투이기 때문에 더 어색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 지식이 모자란 자로서는 여기까지 -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7351 각 종족 주요 선수 10명의 공식전, 최근 30경기 (모든 종족전 추가) [35] 최후의토스6221 09/03/17 6221 1
37350 신한은행 위너스 리그 08-09 플레이오프 로스터가 발표되었습니다. [38] The xian9070 09/03/17 9070 0
37349 더이상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그들에게 경의를... [5] 5864 09/03/17 5864 1
37348 [단편소설] 화이트데이 선물 [7] DEICIDE5615 09/03/17 5615 4
37346 ALLSTAR 종족최강전 테란vs저그 (2) [156] 강량6106 09/03/16 6106 0
37343 아드레날린 [19] 단하나의별6657 09/03/16 6657 2
37342 ALLSTAR 종족최강전 테란vs저그 [277] 강량6392 09/03/16 6392 0
37339 본좌 및 본좌후보들의 양대리그 "고군분투 수치" [14] 플러스6518 09/03/16 6518 0
37338 역대 동족전 강자들, 시대순 정리 [55] 최후의토스8890 09/03/16 8890 0
37337 송병구선수 , 이제는 조금 쉬어도 괜찮을것 같아요. [19] 개념은?6155 09/03/16 6155 5
37336 KTF와 SKT T1, 그리고 테란이라는 키워드로 보는 영욕의 역사 [21] 거품8108 09/03/15 8108 12
37335 위너스리그와 경기질의 상관관계. [32] 時水5896 09/03/15 5896 0
37334 '총사령관'송병구에 관한 회고 [5] 베가.4792 09/03/15 4792 5
37333 엔트리 예고제의 명암과 새로운 방식의 제안. [11] zephyrus4961 09/03/15 4961 0
37332 이기는 법을 잃어버린 승부사에게 [11] happyend6694 09/03/15 6694 0
37331 To. Sktelecom T1 다음 번에는 해내는 팀이 되길 바랍니다. [16] 청보랏빛 영혼5555 09/03/15 5555 0
37330 오늘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를 보면서 느낀점. [27] 피터피터5600 09/03/15 5600 0
37329 오늘 아침에 꿈을 꿨습니다. [7] The Greatest Hits3767 09/03/15 3767 0
37328 KTF 골수 팬으로서... [28] RunDavid5116 09/03/15 5116 0
37327 KTF팬 여러분, 축제를 즐겨봅시다. [40] kEn_5262 09/03/15 5262 0
37326 오늘의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 - SKT vs KTF (7) [445] 별비6658 09/03/15 6658 0
37325 오늘의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 - SKT vs KTF (6) [388] 별비4387 09/03/15 4387 0
37324 오늘의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 - SKT vs KTF (5) [290] 별비4606 09/03/15 460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