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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11/23 02:32:16 |
Name |
PLTO |
Subject |
너무나 우월한 김택용, 너무나 사랑스러운 김택용. |
우선 저는 남자입니다.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게이구나" 라는 반응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저 그만큼 팬으로서 사랑이 두텁다는 뜻일 뿐입니다
김택용 선수의 결승 진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그 어떤 프로토스도 이뤄내지 못했던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느냐에 e스포츠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었죠.
자칭 '택빠'를 자처하는 저지만 택용이가 우승할거라고는 솔직히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이기겠지' 라고 당연히 생각하던 경기에선 항상 이기길 바라는 쪽이 허무하게 무너진 저만의 특이한 징크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김택용 선수가 이기길 간절히 바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본좌포스'가 김택용 선수에겐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우려와는 달리 김택용 선수는 우승을 했습니다.
제가 왜 제목에다가 우월하다는 표현을 썼을까요. 단지 제가 빠심이 두터워서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런 말을 쓴 게 아닙니다. 너무나 유명한 3.3 혁명 이전에 전 강민 선수가 김택용 선수에게 떨어지는 걸 보고 분노했습니다.
"저딴 듣보잡이 강민을 떨어뜨리고 성전대진을 망치다니" 라고요
하지만 결승전을 보고 저의 그런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분노는 오히려 사랑이 되었습니다.
only 플토 유저인 저는 저그에 대한 감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두려움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그로서 시대의 정점에 달해있던 마재윤 선수를 김택용 선수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제압했습니다. 실로 '혁명'이라고 할만했죠.
사회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 세상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자신만의 세상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말입니다. 설령 그것이 '게임 속의 일'이라고 해도요.
저그를 너무나 싫어한 저지만 마재윤 선수만은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우러러 봤죠. 불리한 맵에서조차 모든 종족, 모든 선수를 압살했습니다. 저에겐 정말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선수는 많습니다. 그리고 경기력이 좋은 선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고 역사를 쓰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재윤 선수는 테란 천하에서 한줄기 빛을 가져오고 저그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이대로 마재윤 선수가 쭈욱 기량을 유지하여 이전에 없었던 온갖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써주길 바랬습니다. 그것도 3.3일 전날까지였지만요.(웃음)
이야기가 잠시 딴길로 샜군요. 하지만 이걸로 제가 김택용 선수를 왜 우월하다고 했는지 아실 겁니다.
김택용 선수도 마재윤 선수와 마찬가지로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약소종족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여 프로토스의 황금기 시대를 연 주인공은 바로 김택용 선수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김택용 선수의 스타일이 너무나 맘에 듭니다. 김택용 선수는 객관적으로 말해서 안정감은 없는 선수입니다. 플레이의 기복이 심하고 도박적인 수도 잘 쓰고 위험한 운영도 하는 선수죠. 안정감을 추구하는 송병구 선수와 비교될 때 그러한 이유로 많이 깎아내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곰tv 시즌2 개막전이었나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이영호 선수와 최연성 선수 그리고 또 한 선수를 자기 조로 불러들여 죽음의 조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김택용 선수는 이영호 선수를 상대로 노옵저버 아비터 테크로 이영호 선수를 완벽히 제압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3.3 때보다 더욱 눈을 의심할만한 경기였습니다. 저는 테란전만 생각하면 마인을 밟고 죽는 질럿, 어디선지도 모르게 날아오는 탱크의 포격에 죽는 드라군만 생각이 나서 옵저버를 안 뽑는 그런 '미친 짓'은 절대로 못합니다. 하지만 김택용 선수는 그런 '미친 짓'을 했고 그리고 이겼습니다.
김택용 선수의 자신감,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봤다고나 할까요. 그런 스타일 때문에 안정감이 없고 플레이에 기복이 있다는 비난을 듣지만 쉽게 고수할 수 없는 그런 스타일을 가지고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프로토스 3회 우승이라는 대업을 해낸 김택용 선수가 제 눈에는 너무나 우월하게 보입니다.
김택용 선수는 한번 나락으로도 떨어졌습니다. 결승에서 박성균 선수에게 패배하고 많은 비난을 받고 또 연이은 32강 광탈 그리고 스타리그에서도 힘에 부쳐 보이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마재윤 선수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T1으로 이적 후 페이스 다운과 팀의 프로리그 결승 진출 좌절에 공헌(?)도 하는 등의 모습은 '혁명'으로 화려하게 떠오른 김택용 선수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김택용 선수의 이번 우승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임이최마 등 본좌로 불리우는 선수들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부진을 면치 못했고 마재윤 선수는 2군으로까지 전락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그나마 이윤열 선수가 최근까지 8강에 오르면서 올드의 자존심을 세웠죠. 하지만 그것 뿐입니다. 본좌들 마저도 한번 침몰한 이후에 다시 비상하지 못했습니다.(마재윤 선수가 최근 약간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완벽하게 부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일 듯 합니다.)
하지만 김택용 선수는 비룡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시 비상했고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김택용 선수의 우승 후 인터뷰를 보고 저는 인간적인 매력도 느꼈습니다. 최근 불거진 본좌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본좌 얘길 잠깐하더군요. 하지만 김택용 선수는 본좌보다는 팬들에게 길이 기억될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 대업을 해내고 나면 지금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본좌자리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말 정도는 나올 법 합니다. 하지만 김택용 선수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택용 선수가 1경기를 패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허영무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실제로 다전제는 1경기가 대부분의 경기 승패를 좌우하니까요. 하지만 김택용 선수는 그런 인식마저도 '혁명'을 일으켜서 뒤엎어버렸죠. 1경기 패하고 우승한 건 제 기억이 맞다면 김택용 선수가 겨우 3번째일 겁니다. 저는 딱히 허영무 선수가 경기력이 나빴기 때문에 1경기를 이기고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김택용 선수가 1경기를 패하더라도 우승을 차지할만한 그런 선수였던 것 뿐입니다.
저는 택용이가 본좌 라인에 드는 것은 그다지 강하게 원하진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스타일대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마음을 잊지 않고 노력하는 프로게이머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택용 선수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김택용 선수의 팬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그런 프로게이머가 됐으면 한다.(물론 지금도 자랑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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