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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1/01 21:54:19
Name MoreThanAir
Subject 9회 진출만에 우승
저는 2001년 한빛소프트배 임요환 선수가 우승을 할 때부터 스타를 봤습니다.

지금이야 프로토스가 저그도 곧잘 잡아내고 하지만 비수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프로토스와 저그의 게임을 보면 당연히 저그가 이길 것이라 생각을 하고

프로토스가 선전해 주기를 빌면서 경기를 보는 프로토스 유저였습니다.

갑자기 왜 프로토스가 암울하던 시절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그 시절에도 송병구가 있었거든요.

언젠가부터 듀얼에 한 번 두 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스타리그에도 곧잘 올라왔습니다만...

극렬 토스빠인 저에게는 그저 조금 잘하는 프로토스 그 뿐이었을뿐

강민, 박정석, 박용욱 급의 큰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예상대로 송병구 선수는 듀얼과 스타에 얼굴은 자주 비추지만 그저 그런 선수로 자리를 잡아가는듯 했습니다.

프로리그가 시작되고 몇년째...

갑자기 송병구가 엄청 잘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좀 의아스러웠습니다. 이 판은 처음에 데뷰 때부터 두각을 보이지 못하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그런 판이었거든요.

그런데 대기만성형의 선수들이 점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과거 박태민 선수가 있었다면...

한 때 약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선수들이 점점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김준영, 진영수, 송병구 등등 데뷔 초기에는 그다지 임팩트가 없었던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이 좀 뜻밖이었습니다.

그리고 송병구 선수가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갔던 날.

'많이 컸네...' 이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준우승.

송병구 선수의 준우승은 저에게 아무른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저 좀 잘하는 프로토스가 결승까지 올라왔고 우승을 못한 것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 후로 몇 번의 결승행... 계속되는 준우승

사람들은 '콩'과 비교하며 송병구 선수를 농담거리로 삼기 시작합니다.

저도 마냥 재미있었죠.

하지만 수차례 거듭되는 준우승. 몇 번이나 피크를 찍었다 내려오기를 반복한 선수.


이번에 송병구 선수가 결승에 왔을 때는 기분이 좀 달랐습니다.

전혀 송병구 선수의 팬도 아니었는데 반드시 송병구 선수가 우승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1,2 경기 쉽게 경기를 따내고

3경기를 아쉽게 패했습니다.

그저 한 경기일 뿐이지만 송병구 선수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요.

준우승의 트라우마란 그렇게 무서운 것일겁니다.

그리고 또 한 경기...

스코어는 2:2

모든 것은 원점입니다.

전성기 최연성 선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몰래 멀티...

그리고 지속적인 벌쳐 견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릅니다.

송병구 선수의 팬이 아니었지만 저는 마음 속 깊이 송병구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프로토스의 로망 질럿, 드래군, 그리고 하이템플러...

천지를 뒤엎는 스톰과 달려드는 지상군에서 송병구 선수의 그 동안의 한이 느껴졌다면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지지를 받아내고 송병구 선수는 눈을 감았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습니다.

나이 30살에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터지다니요...

고작 게임일 뿐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울고 있었습니다.

나도 울고 송병구도 울고 하늘도 울었죠...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끝없는 도전으로

한계를 깨어버린 자에 대한 감동이었을껍니다.

껍질을 깨어버린 송병구 선수에 대한 순수한 감동이었습니다.

9번째 스타리그 진출만에 우승이라는 기록

정말 쉽지 않은 기록입니다.

꾸준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지요.


송병구 선수 생애 첫 우승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프로토스 진영을 잘 이끌어 주세요.

우승도 한 번 해봤으니까 두 번, 세 번 계속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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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08/11/01 21:56
수정 아이콘
그래야지요!
그가 써나갈 길고긴 우승경력에 첫줄이 이제서야 씌여졌을뿐이지요. 암요!
으하하하!
이연희내꺼야
08/11/01 22:00
수정 아이콘
정말...
눈물이 찔끔...
이제 앞으로 더 기대되네요!
이드니스
08/11/01 22:13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 이제 첫 우승을 달성했으니

강민 선수, 김택용 선수도 이루지 못한 한 대회 3회 우승 이루어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테란과 저그 진영에는 한 두명씩 한 대회 3회 우승한 선수가 존재하는데

유독 프로토스만 없더군요.

송병구 선수가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주먹이뜨거워
08/11/01 22:34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진짜, 우리 콩과 뱅구의 팬으로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온갖 비아냥과 조롱,, 웃으면서 은근히 까는 무수한 표현과 말들..
오늘 우승으로 한 방에 날아갔습니다. ^^
지지가 나오는 순간, 왠지 정말 울컥하더군요.
헐.. 지금 가봤는데 포모스가 다운됐네요.
JazzPianist
08/11/01 22:48
수정 아이콘
저는 본죽먹으면서 친구의 문자중계로 결과를 들었는데

3 4 경기 문자중계보면서 죽이 안넘어가더군요 음..

송병구 선수 이대로 계속 우승해서 본좌합시다 푸하하
팔세토의귀신
08/11/01 22:49
수정 아이콘
하하.. 정말 기뻐했습니다만..
진호선수의 팬으로서..
왜 진호선수의 결승상대는 최강포스 일때(결승에서 만날 당시 상대방의 승률이 정말 후덜덜..)
진호햇님도 이기고 우는거 보고싶어요..
08/11/01 22:53
수정 아이콘
태클은 아니지만 한빛소프트배는 2001년이죠 ^^;
MoreThanAir
08/11/01 22:58
수정 아이콘
GoThree님// 수정했습니다.. 워낙 오래전이라...^^;
08/11/02 05:38
수정 아이콘
MoreThanAir님도 울고 스갤도 울고 포모스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간이나마 폭발해버린 포모스
ミルク
08/11/02 10:11
수정 아이콘
현 시점에서 송병구 선수의 이 기록을 깰만한 선수는 홍진호 선수밖에 없습니다. (실력적 측면은 제외하고 순수 기록적인 측면만 봤을때)

..
송병구 선수도 우승했는데 홍진호 선수도 제발 좀...
아니 우승 못해도 좋으니까 본선에라도 좀 올라왔으면.
Karin2002
08/11/03 13:0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2005 프로리그 후기 결승 1차전 vs 박태민 in 레퀴엠에서, '송병구 저 선수, 뭔가 해낼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 경기 보면서 '토스가 정말 최고의 플레이만 준다면 토스가 최강'일지도 모르겠다느 생각을 처음하게 만든경기일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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