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슈퍼파이트
CJ미디어의 게임 시장 진출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나온 이야기이다.
MBC게임 인수를 위한 협상이 결국 결렬이 되면서, 그들은 온미디어를 견제하기 위한 게임 채널의 진출을 위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을 한다. 이미 2005년에 WEG 측에 대한 자금 투자로 일종의 컨텐츠와 인력 확보에도 성공한 시점에서, 남은 것은 그들이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과 채널의 런칭 뿐이었다.
아직, 채널의 런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진출 방식은 확실하게 생각해 두었던 것 같다.
슈퍼파이트라는 형식.
최고의 강자 두 명끼리의 맞대결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슈퍼파이트라는 형식의 새로운 대회를 이끌어 낸다. 예전의 온게임넷 라이벌전이나, MBC게임의 무한종족최강전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더욱 규모가 커지고, 무엇보다 자본이 뒷받침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힘과 집중도는 사못 달랐다고 하겠다.
그래서 시작이 된 슈퍼파이트.
2006년 10월 3일 1회 대회는 대중적인 관심을 가장 많이 끈 대회였다.
임요환과 홍진호의 마지막 대결.
E-Sports의 영원한 두 라이벌의 대결로 테마를 잡은 이 대회는 임요환의 군 입대와 맞물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임요환이 가진 위치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주목 속에 경기가 치루어졌다. 여기에, 임요환과 마재윤의 대결은 그간 우승자임에도 상대적인 약세에 있던 마재윤을 단숨에 주목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데 한 몫을 했다.
두 번째 슈퍼파이트는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의 연장 선상에 있었다. 박정석과 이윤열이라는 4천왕의 한 축끼리의 대결을 통해 전 대회의 연장을 시키고, 여기에 OSL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고인규와 염보성을 대결시키면서, 라이벌전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켰다. 아울러 장재호와 마누엘 센카이젠의 경기는 워3라는 종목의 대중성을 부각시키고,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슈퍼파이트는 아마도 게임팬들의 큰 관심 속에 치루어진 대회일 것이다. 이윤열과 마재윤의 대결은 비슷한 시기에 우승을 차지한 두 선수의 대결 이상의 의미였다. 마재윤의 최고수 논쟁부터, 이윤열과 마재윤이 상징하는 종족의 대표성, 여기에 당대 제 일의 선수를 가린다는 의미까지. 실제로 한 번 붙여보고 싶었다는 생각을 그대로 담아낸 경기였으며, 마재윤의 승리로 끝이 난 이 대회는 실제로도 많은 주목을 받은 대회였다. 서지수의 지명 매치는 그러한 주목에 또 하나의 획을 더 하는 경기였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슈퍼파이트는 무엇보다 궁금한 관심사를 잡아내어 이를 치루는 대회이다.
임요환의 마지막 경기, 이윤열과 마재윤의 라이벌전, 장재호의 부활, 서지수의 도전과 같은 이슈를 선점하여, 그 이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을 했다. 사실, 양 방송사의 리그처럼 어떤 이야기 구조 속에서 대립각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는 인위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런 이슈를 잡아내고, 그 이슈를 확장시킨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더욱 대중적으로 E-Sports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랄까.
다양한 종목에 대한 관심의 끈을 아직은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워3나 피파 온라인과 같은 게임의 발굴에 그들은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시장의 전반적인 확대에 일정 부분 일조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게임리그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축복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이슈 선점을 위해 더욱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전용 채널을 통한 중계와 독자적인 리그를 통한(하나 못해 프로리그 중계라도)게임리그의 지속적인 기여도 중요할 것이다.
더욱 많은 게임들을 소개하는 역할도 기대한다.
자유도가 높은 만큼, 그 자유도를 활용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슈퍼파이트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고, 남은 것은 이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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