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국제화의 위기.
필자의 옛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리라.
필자는 지난 2005년의 10대 사건을 뽑으면서, WEG의 출범을 10대 사건의 하나로 꼽았다. 한국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흐름에 걸맞는 국제적인 메이저 대회의 출범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하였다.
지금의 WEG의 위상을 본다면, 솔직히 글쎄라는 말이 나온다.
WEG는 필자가 알기로는 올 시즌에는 마스터즈 외에는 이렇다할 대회를 열지 못하였다.
2005년, 그들을 메이저로 꼽았던 것에는 그들의 탁월한 기획력과 준비성에 근거를 두고 있었지만, 2006년에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애석하지만, 이렇다할 지속 가능함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성명석 선수 사건이나, 워3 선수들과의 마찰과 같은 상황도 발생하였다. 결국 WEG의 실험은 현 시점에서는 분명 침체의 상황에 들어갔다고 할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이 어떤 반전의 카드를 내놓을지는 알 수가 없지만, 2006년의 한 해에서 2005년의 그 영광은 사라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WEG만이 한국에서 주도한 국제 대회는 아니다. CKCG 2005의 후신인 IEF 2006은 중국에서 열렸으며, 전 대회에 비해 훨씬 규모도 성숙했다. 한국과 중국의 참가만이 가능했던 2005년과 달리,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참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이 대회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을 갖는다. 이는 WEF에서도 발견되는 의문이다. 분명 규모는 커지기는 했지만, ESWC와 같은 권위의 문제가 아직 남아있으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의 문제도 역시 걸려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먹혀서 결국 중국화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는 중국의 시장이 커짐에 따라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다소 미숙한 운영까지 합한다면, 과연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대회라는 것의 의미는 어떤지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혹자는 WCG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맞다. WCG는 분명 성공한 국제대회이다. 2006년 이탈리아 몬자에서 열린 이 대회는 이미 권위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이 대회만을 가지고 한국 E-Sports가 국제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WCG는 여전히 미숙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으며,(김동문 선수의 탈락 과정에서 나타난 상황을 상기해보라.)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후원이 있기에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그래도 앞의 대회보다는 훨씬 나은 운영이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형 E-Sports의 형태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올림픽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 대회의 개최가 E-Sports의 국제화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이 대회가 전 세계의 E-Sports에 압도적인 주도권을 행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2006년의 E-Sports는 국제화라는 화두에서는 뒤쳐졌다는 점이다. 한국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는 한 두 기린아의 성과이지, 한국 E-Sports의 내재된 힘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의 조류를 한국인들은 과연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최대 강점인 스타리그의 세계화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혹은 워3나 카스와 같이 전 세계가 호흡하는 리그들의 경우는 한국에서 어떤 위상인 것일까? 필자는 이 리그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리그의 소식과 세계적인 선수들의 흐름에 한국의 E-Sports가 늘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소식을 전파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우리의 전설들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 T1은 중국인 프로게이머를 온게임넷 스파키즈는 폴란드인 게이머를 영입했다. 그렇다면, 이들 게이머를 통해 그 나라의 인기를 얻으려는 노력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이 E-Sports 시장에서 선도적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선도적인 위치에서 세계 E-Sports를 주도하고 있는 노력은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은 세계에서 매력적인 E-Sports의 국가로 부상할 수 았는 것일까? 국제 대회를 통한 노력의 흔적, 세계 E-Sports 단체를 통합하려는 노력, 국제적인 흐름을 꾸준히 전달하는 노력, 이런 노력들을 보여주는 한 해였는가? 2005년은 많은 국제대회로 이를 실현하려 있지만, 2006년에는 그런 것들이 부족했으며, 후자 두 가지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문제이다. 그나마 있었던 국제화의 진보는 퇴보한 셈이다.
국제화의 위기.
그러나 필자는 그 속에서 희망을 그래도 본다.
MBC게임의 W3에서 국제화의 한 희망을 본다.
아직,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지 않았기에, 선수들이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외국 선수들의 참여를 자발적으로 이끌 정도로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제적인 스케일에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에서 한 희망은 보인다.
국제화란 한국의 E-Sports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그 과제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고민이 아쉬웠던 2006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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