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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1/10 02:11:17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마재윤’임에도 불구하고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마재윤’임에도 불구하고

[온게임넷 last 1.07]에서 ‘푸른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가 ‘테란의 황제’ 임요환에게 3:0으로 무너진 순간, 이 땅의 열혈 프로토스 팬들은 “프로토스의 내일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동수, 박정석, 박용욱, 강민 그리고 오영종이 프로토스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왔고, 그들의 패기만만했던 우승전기는 ‘전설’로 남았다. 그리고 그 전설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강민은 날라중독자들Nal_rA-holics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프로토스 말살정책‘에 혈안이 된 마재윤과의 세 번째 성전을 앞두고 있다.


본좌들

임요환의 세 번째 우승 계획이 뚝심의 김동수와 물량의 박정석에 의해 무산되면서, 더 많은 병력을 더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체제에 대한 게이머들의 열망은 더 견고한 수비로 귀결되었다. ‘1팩 멀티’로 무장한 이윤열과 ‘몰래 멀티’를 각오한 최연성이 한 시대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들만의 특별한 수비력에 그들이 선택한 종족만의 특별한 수비력이 더해졌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쨌든 이윤열은 앞마당 멀티에 커맨드센터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최연성의 정찰용 SCV는 또 다른 스타팅 포인트를 점령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늘 하던 대로 했더니 그들은 ‘본좌’가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오늘의 마재윤은 매번 세 개의 해처리를 펴며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는 이미 본좌이다.


프로토스들의 축제

지난 두 번의 성전을 통해 프로토스의 종착역을 경험한 프로토스 팬들은, 세 번째 성전을 앞둔 지금, 프로토스의 승리를 지독히 염원한 나머지 이미 프로토스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광통령’과 ‘마틀러’의 승부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지만 그 속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설적으로, 절망에 대한 카타르시스들이 넘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이미 프로토스들(!)에게 마재윤에 저항하는 강민은 '축제'이다.

축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현실의 불완전성을 전제하는 것이다. 우리 삶이 완벽하게 만족스럽다면 우리는 새삼스럽게 일상의 일부를 떼어내어 축제의 기간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제는 이 불완전성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장치로 기능하여야 한다. 그것은 도피도 될 수 있고, 순응도 될 수 있고, 전복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참 많은 프로토스 플레이어들이 마재윤으로부터 도피해왔고, 마재윤에게 순응해왔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그래왔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프로토스들은, 성전이면서 동시에 축제인 내일의 대결에서 강민의 전복을 기원하고 있다.


‘마재윤’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더블넥서스, 1게이트 더블넥서스, 공발업 질럿푸시, 커세어-리버 등 오래되었지만 다양하기에 가치 있는, 전략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강민 만의 실험과 저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강민의 노력들은 자신을 ‘유일하게 롱-런 하는 프로토스 플레이어’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제 프로 게임 리그에 진입하려는, 혹은 프로 게임 리그에서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 프로토스 플레이어들을 위한 ‘희망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프로토스의 혼은 손이 아닌 머리에 깃들여져 있다고 믿는 날라중독자들에게, 그의 APM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강민이 우리가 이미 길들여져 있는 무언가 인습적인 것을 깨부술 것을 기대한다. 프로토스 본래의 투박함을 세련되게 정제할 것을 기대한다. 프로토스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략과 전술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프로토스가 저그와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지금 나는 기적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가 ‘마재윤’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라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 대단한 마재윤의 상대가 ‘몽상가’ 강민 이기 때문이고, 그동안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들을 차례로 현실화 해냈던 강민의 족적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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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10 02:19
수정 아이콘
야심한 밤에 좋은글 보니, 강민선수가 꿈에 태워줄것만 같군요..
글 잘읽었습니다..!!
07/01/10 02:28
수정 아이콘
아아~! 강민선수가 성전의 끝에서 환희 웃을수있기를 바랍니다 ^^
'마본좌...즐쿰!'
호두우유
07/01/10 02:30
수정 아이콘
예전 엠비씨게임 마이너리그에서 그 당시 대 저그전 스폐셜리스트 변길섭선수를 환상적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고 마재윤선수가 대단한 선수가 될것 같다는 기대를 했지만.. 이정도가 될줄은 몰랐네요..
강민선수,마재윤선수 내일 멋진 경기 보여주시길~!!
07/01/10 02:46
수정 아이콘
구 3대플토(박정석, 박용욱, 강민)의 전성기에 비하면 신3대 플토(오영종, 박지호, 송병구)들의 포스는 너무 짧았죠..
정말 강민은 적어도 플토에서만큼은 커리어상 앞으로 이만한 선수 나오기가 쉽지 않을듯..
강민선수!! 내일은 꼭 이깁시다!! 광렐루야~~
질럿은깡패다
07/01/10 02:49
수정 아이콘
아.. 제발..
그의 꿈을 기대합니다!
최강견신 성제
07/01/10 03:07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의 혼은 손이 아닌 머리에 깃들여져 있다...
이거 정말 멋진 말이에요....완전 감동했습니다
07/01/10 03:26
수정 아이콘
축제라는말이 정말 딱이네요. 저번 성전에서도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진선수를 비난하기보단 대부분 이긴 마재윤선수를 칭찬해주는게 좋게 보였습니다.
쏙11111
07/01/10 04:01
수정 아이콘
왕일 님과 나운 대화는 어디에...???????
암튼 잘 봤습니다^^
DeaDBirD
07/01/10 04:42
수정 아이콘
전략과 물량과 타이밍. 지금 스타크래프트를 구성하는 이 세 요소들은 이제 당연히 함께 갖추어야 할 덕목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 다시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겠지만(그건 심리전일 수도 혹은 '운'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프로토스에서만은 이 세 가지 모두에 능수능란한 '본좌'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략이 강하면 물량에 약하고, 전략 물량을 다 했어도 타이밍에 약하고..

내일 강민 선수가 이기길 기원하지만, 혹시 이기더라도 단판제라는 한계가 못내 찝찝할 것 같습니다. "마재윤을 프로토스로 5판 3승제에서 이겨라." 이 명제는 아무래도 새로운 세대가 이뤄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날라 화이팅!!
07/01/10 05:31
수정 아이콘
멋진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착한밥팅z
07/01/10 07:33
수정 아이콘
마본좌, 이리와, 내 쿰에 태워줄께 !!
상어이빨
07/01/10 08:59
수정 아이콘
몽상가~ 날 태워줘~ 네 꿈에서 지휘해줄께~
나두미키
07/01/10 09:11
수정 아이콘
축제와 일상성....
역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그 유저지만 마재윤 선수가 지는 것도 한번쯤은! 보고싶군요.. 더구나 그 상대가 몽상가라면 +_+''
여자예비역
07/01/10 11:40
수정 아이콘
그렇쿠나.. 무스운 쿰을 쿠었구나~ (마본좌)

좋은 글 멋집니다~ 광민님께 기대하고 있어요~ 내일까지 어찌 기다린다냐..;
07/01/10 12:20
수정 아이콘
광렐루야~
슬픈비
07/01/10 12:29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주자주 좀 써주셨으면 좋으련만 ㅠ
아무튼 좋은 글 잘봤습니다~ 드디어 성전이 하루앞이군요
sway with me
07/01/10 14:1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니구려우동
07/01/10 15: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일이네요. 저도 막 긴장이 됩니다.
설탕가루인형
07/01/10 16:30
수정 아이콘
역시, 늘, 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사일런트님의 글입니다!
피지알에서도 이렇게 롱-런하는 칼럼니스트는 없었죠!
퍼플레인
07/01/10 17:35
수정 아이콘
'강민임에도' 불구하고 '마재윤이라면 역시'를 외치고 싶은 것이 제 심정입니다. 단판은 강민선수가 뭘 할 지 몰라서요. 덜덜덜... 내일 성전, 두 선수 모두 좋은 경기 펼치리라고 믿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07/01/10 21:41
수정 아이콘
두 선수들 팬들에겐 잔인한 말 같지만 위 선수들 둘이 최종전에서 다판제 한번 더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민선수의 3연속 4강 진출과 마재윤 선수의 5연속 4강 진출(우주배부터) 기록 둘중 하나는 깨지겠지요.
델마와루이스
07/01/11 00:28
수정 아이콘
사일런트님의 글에 200% 공감합니다. 강민과 마재윤의 상대전적이나, 마재윤이 프로토스에게 재앙과 같은 존재인걸 떠나서 '성전'이 성사되었다는것 만으로도 토스팬들에겐 이미 '축제'입니다.
내일 '성전'의 결과가 또다시 참혹하다 하여도, 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 같네요.
질럿은깡패다
07/01/11 01:52
수정 아이콘
lizard님// 기왕 다전제에서 붙는 것 시드권이라도 나눠먹게 결승에서 붙기를 함께 기도해 주세요-0-;;
라비앙로즈
07/01/11 01:56
수정 아이콘
깔끔하고 좋은 글이네요 ^^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강민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강민선수와 마재윤선수의 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한 것 같네요.

내일 경기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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