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재욱과 류경현
MWL2는 결국 기존에 추진하던 형식으로 치루어지지 못한 채 다른 형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2005년의 예선 결과를 그대로 따르기에, 이미 선수의 결원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결국 약간의 예선을 다시 거쳐 MIL SUMMER로 출발하게 되니, 이 것이 바로 ESWC 2006의 예선전이 된 리그이다.
WEG 마스터즈와의 일정 문제로 중간에 파행을 겪으면서도 여하튼 힘겹게 리그는 지속이 되었고, 그 결과는 조대희의 우승과 노재욱의 준우승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ESWC 본선 진출권을 얻게 되었다.
노재욱은 바로 이 대회에서 비상했다.
1라운드 예선을 6승(총 10승)으로 통과하는데 성공했고, 2라운드에서는 조대희를 비롯해, 즈드라코프 조르기에프, 크리스토퍼 라포테 같은 선수들을 제압하면서, 4승 1패로 통과하기에 이른다. 2라운드 동안, 그는 중국의 수하오에게만 패했을 뿐이었고, 그의 기세는 결국 8강 토너먼트에서 큰 일로 발전한다.
8강전, 프랑스의 유안 메를로를 상대해서 2:0으로 제압하면서 순조롭게 4강에 오른다. 유안 메를로가 세계적인 휴먼이라는 점에서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기세가 너무 좋았다. 4강에서는 중국의 세계적인 휴먼, 리 샤오펑과의 대접전 끝에 2:1로 승리, 결승에 오른다. 먼저 한 경기를 내주고도 부단하게 만회의 시도를 한 끝에 얻은 값진 결과였다. 본인 스스로 말하듯 힘든 싸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승. 크로아티아의 이비사 마르코비치를 만나 2:0으로 가볍게 제압하면서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ESWC 정상에 오른다. 노재욱 개인에게는 처음으로 등극한 메이저 타이틀이며, 한국 언데드의 힘을 과시한 그런 대회였다. 노재욱 본인의 별명인 대마왕다운 경기가 나오며, 그는 빛을 보았다.
WCG 이야기를 해 볼까.
필자는 솔직히 스타에서 금,은,동을 다 휩쓴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주목하는 선수는 무명이지만, 너무 강한 한 선수다.
류경현은 워해머에서 지난 2005년에도 이미 정상에 오른 선수다.
그런 그는 그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의 워해머리그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리그가 없다면, 다른 길도 생각해 보겠다고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워해머를 포기하지 않았고, 한국인이 그나마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시기인 WCG에서 자신의 관심을 일순간 받는데 성공한다.
11승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그.
WCG 공식 홈페이지에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두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 카스의 유명한 팀3D도 있고,피파와 언토, 헤일로같은 유명한 게임의 2회 이상 챔피언들의 이름이 WCG의 전설로 등록이 되어 있다. 2001년과 2002년에 스타를 평정한 임요환도 그 중 하나이며, 이제 우리는 류경현의 이름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게이머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왜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국제적인 감각과 스타 위주의 게임리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는 선수에 대한 합당한 대접과, 비스타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중요성은 이런 국제 대회의 성과 뿐만이 아니라, 게임 리그의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국제 대회의 성과는 한 두 기린아의 성공이 아니라, 두꺼운 선수층에서의 경쟁에서 나오는 것이며, 게임리그의 다양성은 편식 현상을 억제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류경현과 노재욱.
마치 김연아와 박태환이 그런 것처럼, 비인기 종목에서 묵묵히 성과를 낸 그들이 자랑스럽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아마도 올림픽에만 반짝 관심을 얻고, 그들의 바탕이 되는 피겨와 수영은 여전히 비인기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필자는 류경현과 노재욱의 바탕에 있는 다른 종목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스타만 E-Sports가 아니며, 워3, 워해머, 카스, 피파, 카트 등등... 무수한 종목이 함께 공존하는 E-Sports가 될 때, 건강한 E-Sports는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들의 지난 해 성과에 축하하면서, 올 해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한 줄기 빛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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