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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19 22:53:13 |
Name |
Gidday |
Subject |
惡. 卽, 斬 |
1.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바람의 검심이라는 만화의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것입니다.
왜색이 심하고 일본의 역사를 적지 않은 부분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기가 없을법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고(후반부에 좀 기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린 작품입니다.
이 만화의 많은 캐릭터 중, 주인공 캔신, 악의 화신 시시오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인기를 구가한 캐릭터는 바로 신선조 3번 조장 사이토 하지메였습니다.
실존인물이기도 한 그는 막부의 검이었던 신선조가 유신지사들에게 패한 뒤에도 경찰로서 자신만의 정의인 악즉참(惡卽斬)을 고집하며 살아갑니다.
이 사이토 하지메의 필살기는 아돌이라는 기술입니다. 신선조 특유의 평찌르기를 갈고닦아 필살기로 승화한 이 기술을 사이토 하지메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실전에서 같은 상대를 두번이상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가장 자신있는 기술을 갈고닦아 일격필살로 승화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2.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임요환이라는 선수가 드랍십을 재발견해서 황제의 반열에 오르고, 다시 프로토스의 아버지에게 발목을 잡혀 추락하고, 이윤열이 천재의 재능을 꽃피워 파나소닉에서 우승하기 전, 그 테란의 공백기에.. 이상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만 온게임넷에서 우승한 테란 선수가 있습니다.
모든 선수가 그랬겠지만 그 선수 역시 온라인에서 최강자 중 하나였습니다. 길드활동을 하고 아는 사람과 게임을 하기도 했겠지만 역시 새로운 강자를 만날 확률이 높은 배틀넷, 거기서 그는 하나의 빌드를 자신만의 필살기로 승화시켰습니다.
한순간의 타이밍을 노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돌진, 자신이 산화하던, 상대를 태우던 둘 중 하나는 끝나버리는 불꽃러시, 저그 방어의 기본이자 생명줄인 성큰밭을 탱크없이 바이오닉 화력으로만 파괴하는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간파당한 필살기는 그 효과를 상실하나 봅니다. 우승이후 부진한 그는 KTF로 이적했지만 그 이후에도 프로리그조차 잘 나오지 못하는 부진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를 기다립니다. "악은 벤다"라는 사이토 하지메의 정의와 같이 "성큰은 뚫는다."라는 그의 정의에 감동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3.
불꽃의 귀환이라는 표현은 아직 이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경기는 꺼져가던 불꽃의 희망을 다시 살리기엔 충분해보였습니다.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성큰 뚫기 장면, 8년째 성큰만 뚫은 그의 모습은 올드 팬들에게는 잊혀져가는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향수를, 그리고 어린 팬들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심어주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촛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꽃이라는 것은 탈 것만 있다면 거대한 태산도 모두 불태워 버릴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섭선수의 불꽃이 모든 성큰을 노릇하게 구워버리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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