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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03 23:10:18 |
Name |
信主NISSI |
Subject |
오늘만큼은 테란을 응원했습니다. 주인공이 되십시요. |
이상하게 테란에게 정을 못붙이던 저그유접니다. 팬이었던 장진남선수가 테란에게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테란에 응원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가 전상욱 선수입니다. 테란의 전상욱선수를 응원한다기 보다, 응원하는 전상욱 선수가 테란이랍니다.
전상욱선수를 처음봤던 건 2001년 2차커프리그였습니다. 상대가 봉준구선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생각없이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경기 전에 아무생각이 없었습니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알 생각도 없었죠.
그 경기, 지금까지 모든 방송리그를 통틀어서 소름이 돋은 경기 10개만 꼽으라면 꼽는경기입니다. 시작하자 마자 지어지는 블랙스미스 2개와 공방2업. 그리고 그렇게 업그레이드 된 워리어가 거의 비슷한 수의 나이트를 압도하는 환상적인 모습.
아직도 당시 엄재경해설과 채정원해설이 말을 잇지 못하던 것이 훤합니다. 경기 중엔 납득도 못했고, 경기가 끝나고 차분히 경기를 분석하던 와중에 워리어란 유닛이 레벨업이 되면 방어력이 올라가는 몇안되는 유닛인 것을 찾아냅니다.
근데, 그걸 찾아낸 선수가... 신인이랍니다. 그 신인이 봉준구라는 프로게임계에 큰 거목을 상대로 그냥 펼쳐냈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가 글쎄 중학생이랍니다.
전상욱선수를 많이 기대했지만, 결국 2차리그는 8강에서 탈락했고, 이어서 슬림아트배 3차대회도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대회 엔트리가 발표되고 그 이름을 발견하면 가장 응원하는 선수였습니다.
서명운동까지 벌여 겨우 펼쳐진 판타그램배 4차리그. 그 4차리그의 주인공은 전상욱선수였습니다. 당시 전상욱선수가 보여줬던 플레이는 전략이라기보단 기술이나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단계 한단계 올라갔고... 온게임넷 게임리그사상 유일하게 '중학생 우승'을 이뤄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5차대회를 우승해 2회연속 우승도 하죠.
5차대회가 끝나고 커프는 시대를 마칩니다. 그리고 커프에서 보던 프로게이머들은 워3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상욱선수는 없었습니다. 당시에 좁았던 커프판에서 전상욱선수는 어린나이 때문인지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었는데... 그래서였는지...
1년쯤 지나서 챌린지리그나 마이너리그의 예선전에 전상욱선수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솔직히 이름옆에 T라고 써있는것이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그이름을 다시 볼 수 있음에 참 기뻤습니다. 당시 예선전 명단이 공개됐을 때 저처럼 전상욱선수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던 분들이 몇몇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몇번정도 예선에 이름이 오르다가 드디어 방송에서 보게되었습니다. 엄재경해설위원의 해설에도 커프의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근데, 전상욱선수에겐 이미 커프의 시대는 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중규모 유닛 컨트롤'로서 특히 벌처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아쉽게도 방송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됐을 때 쯤 전 입대를 했고, 그동안은 그리 자주 볼 수 없었습니다. 말년휴가를 나와서 8강경기를 보는데, 전상욱선수가 있었습니다. 2년전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웃게했던 인터뷰인데 지금도 조금은 그렇지만 그래도 훨씬 많은 말을 하더군요.
오늘 경기를 봤습니다. 군인에게 그 귀한 휴가지만, 일부러 집에서 나가지 않고 방구석을 지키며 6시반을 기다렸습니다. 전상욱선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
1경기 졌습니다. 어쩜 아무것도 못해보고 졌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카메라가 오른쪽 타임머신에 있는 전상욱선수를 비췄습니다. 전상욱선수가 슬쩍 미소짓는 것이 보였습니다. 얼마나 멋있었는지 아십니까? 얼마나 빛이 났었는지요.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더이상 위를 보진 못하게 되었습니다. 5경기 직후 보여진 모습에선 1경기처럼 미소는 볼 수 없었고, 조금 아쉬웠습니다. 많이 힘들어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전상욱선수, 전 많은 경기를 보지도 못했고 그저 주변의 평만 들었습니다. 대프로토스전의 스페셜리스트, 방어의 스페셜리스트... 한종족에게 참 강하다는 평은 분명 칭찬인데, 기분나쁘게도 그런평은 들러리가 되게 합니다. 제가 좋아하던 선수들은, 봉준구선수도, 장진남선수도, 전태규선수도 그런평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제 팔자인가봅니다.)
한종족에게 많이 강하면,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그 상대종족을 띄워주는 들러리가 됩니다. 성적이 좋게 나와도 대진운이 어떴다는 둥의 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지난대회의 한동욱선수처럼 말입니다. 가끔씩은 올라오지 말아야할 사람이 올라와서 흥행을 막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한빛소프트배에서 기욤을 이기고 결승에 가서 한경기도 못이긴 장진남선수가 그랬습니다.
전상욱선수가 성적이 좋으면, 이상하게 막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우습지 않습니까? 제가 뭐라고 전상욱선수가 성적이 좋으면 자랑하고 싶어질까요... 하지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주인공이 되기 바랍니다. 로열로드도 아니고, 아직 한번도 결승에도 간적이 없고, 아직은 그저 저격수라고해도... 당신의 그 느린 행보는 언젠가 긴~ 전성기를 약속할 겁니다. 중학생시절 깜짝등장보다는 한번우승하고 대회가 없어질 때까지 무적을 구가했던 모습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오영종선수가 이겼고, 축하해야합니다만... 제겐 오늘 저의 자랑스런 전상욱선수가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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