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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0/17 17:01:54 |
Name |
Kai ed A. |
Subject |
[짧은 이야기] 손맛이 부족해 |
◎ 글에 앞서
- 이 글은 경수필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일부 표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의 의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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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워.』
마우스를 움직여 “항상 위”를 걸어둔 VOD창을 닫아버린다. 이긴 쪽이건 진 쪽이건 특별히 실수랄 게 없는 경기. 결국은 누가 많이 먹고 누가 잘 뽑고 누가 잘 다루었느냐라는 말로 요약이 되는 건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몬스터에게 두들겨 맞는 전사의 피통이 빨갛게 변해 있다. 기계적으로 보호막과 회복마법을 밀어 넣자 주춤거리며 물러서려던 아군 파티의 전사는 다시 저돌적으로 몬스터에게 덤벼들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린 건 언제였을까? 그것은 아마도 스타크래프트가 전략게임에서 전술게임으로 바뀌어버린 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컨트롤이 중요시되던 전략의 시기엔 유닛 하나하나가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부대단위의 전투가 기본이 되어 있다. 아니 뭐, 가끔씩 몇마리씩 숨겨놓은 유닛이 대박을 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우와아아~”하는 그 “무언가”는 사라진지 오래랄까?
― 빠빠빠빠-바-빰빠밤-
설치해둔 애드온이 보스 몬스터를 눕혔다는 신호로 팡파레를 울린다. 어그로 관리를 못한 흑마 하나가 죽은 것만 빼면 양호한 공략이었다. 물론 오늘도 이 빌어먹을 주사위 운은 내게 필요한 아이템을 선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레이드가 끝나고 접속을 종료한 나는 이 허전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온겜과 엠겜의 VOD를 뒤적거린다. 스타크래프트? 아니, 웬만한 VOD라면 이미 다 봤다. 게다가……재미가 없는걸. 결국 워크래프트나 카스같은 비주류 리그의 경기를 뒤져보지만 옛날 VOD도 상당수 갖춰진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그런 리그들의 VOD는 반년만 지나면 어디론가 소실되기 일쑤다. 모처럼 손창일의 파티클 캐논 도배질이나 볼까 해서 엠겜에서 했던 제네럴 리그를 뒤져봐도 남아있지 않으니……. 이래저래 비주류는 서글프다.
결국 동생에게 자리를 넘겨준다. 동생놈은 WOW를 조금 깨작거리더니 금세 스타를 켜고 있었다. 조금 질렸다는 느낌으로, 동생에게 말을 던진다.
『그놈의 스타, 지겹지도 않냐?』
『어차피 할만한 게 없는걸.』
뭐랄까, 내용이 질질 늘어지니 스토리가 어설프니 하면서 드라마 꼭꼭 챙겨보는 아줌마를 보는 기분이군. 아니, 지겹다면서 스타리그 챙겨보는 나도 동류인가.
『어이.』
『응?』
『요새 스타 재밌냐?』
『……별로.』
『왜?』
『비슷비슷하니까.』
『그러냐.』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나마 튀는 경기를 하던 임요환은 군대갔고, 강민이나 김성제, 박용욱같은 전략형은 뭔가 포스가 없다. 저그는……해설들이 말하는 “이게 저그다운거죠”도 하루 이틀이지.
전략의 종말. 그리고 상향평준화. 이런 스타리그 판에서 최근 본좌니 아니니 말이 많은 마재윤의 경기는 맵핵플레이라는 느낌이라 “아, 잘하네”라는 느낌을 받지만 그 이상의 임팩트는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무기질의 느낌. 향이 느껴지지 않는 모란.
『야.』
『왜, 또! 아씨, 무슨 컴터가 5드론질이야.』
『마재는 언제쯤 엠겜에서 깨박쓸것 같냐?』
『몰라. 연생이가 가서 발랐으면 좋겠구만.』
『퍽이나.』
확실히 요즘 마재윤의 플레이를 보면 너무 완벽해 보이긴 한가. 가끔 허를 찌르는데 조금 허둥거리긴 하지만 그것도 없어지고……. 이래저래 실체가 없이 상대방을 꽁꽁 묶는 플레이는 진짜 탁월하게 하는 게 특징이었지, 분명.
『가위바위보를 전부 막아버리는 새로운 패의 등장이라…….』
아아, 분명히 그건 필승의 수가 될 것이다. 적어도, 승리를 기대하는 쪽이라면 그것보다 즐거운 것은 없을 거다. 하지만…….
『임마, 치트는 왜 써.』
『3:1이니까 미니맵 정도는 봐야지!』
뭐, 나름대로 즐기는 방식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나로선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오리주물럭 먹고 싶다.』
『돈 있으면 사쳐드셈.』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냐.』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은 정말 손맛 담긴 음식이 먹고 싶다. 저울과 계량컵으로 일일이 재서 만든 음식이 아닌, 김대기류 적절함이 가미되어 적당히 간장넣고 적당히 버무려서 적당히 조리한 그런 음식…….
『어디, 오늘은 닭갈비나 해먹어 보실까.』
『기엑, 인간이 먹을 음식이었으면 좋겠는데.』
『……죽을래?』
이미 계량이 얼마나 정밀하냐의 싸움이 되어버린 것 같은 스타판을 살짝 자조하며, 나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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