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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0/16 20:03:18 |
Name |
퉤퉤우엑우엑 |
Subject |
[E-야기] 0. Prologue |
이 이야기는 픽션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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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소리에, 검은 책상에 앉아 있는 한 소년이 얼굴을 찡그리며 책을 덮는다.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를 끄고, 덮은 책은 책상의 왼쪽 모서리로 밀어 놓는다. 그리고 안경을 한번 고쳐잡고는 현관문을 향한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고 방 밖의 풍경이 보여진다.
밖은 시끄러움 일색. 서서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 사이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남자 아이들이 보인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소리를 지르고 있고, 몇명은 서 있는 사람들과 충돌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모두가 싫어하고 있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렇다고 서 있는 사람이 조용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주기적으로 시끄럽다는 것에 플러스 점수를 준다면(그리고 갑자기 크게 소리내어 웃는다는 것에도) 오히려 그들이 소년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고 방에서 나오게 한 장본인들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런 일들은 내일이면 한달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진저리가 나는 듯 그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
특정방면에 뛰어난 사람들, 심지어 그것이 책을 아주 빨리 읽는다거나 훔치는 것을 잘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들을 귀하게 여기고, 또 뽑아서 길러내는 곳. 학교라고는 하지만 엄밀히는 엄청나게 큰 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숙식에 중점을 두고 그들을 길러내는 곳.
바로 그 꿈같은 곳이 블리자드라는 학교.
정확히 누가 세웠고, 누가 후원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후원을 받는 사람은 있는 알기 어려운 곳이다.
그 곳에 입학한 학생들은 자신이 뽑혀 들어온 그 방면에 대해서만 파고 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와 더불어 학교의 운영에 대한 궁금증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아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블리자드를 나온 사람은 그 방면에 특화되고 특화되어서 나쁘게 작용할 때는 가끔 돌아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졸업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손을 뻗쳐오는 일이 많다고 한다. 뻗쳐 오는 곳은 그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이유로 블리자드는 모든 학생들이 동경하는 곳이자 가장 가기 어렵기로 소문난 학교일 수밖에 없다.
블리자드의 한 학년은 두 학기로 나눠지고, 한달간의 짧은 여름방학이 한번, 두달여간의 긴 겨울 방학이 한번 있다.
그리고 그 여름방학에는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가서 휴가를 보내지만, 남고 싶은 사람은 학교에 남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겨울방학의 경우, 너무 긴 기간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학교에 남아야 하는데, 그것을 남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길게 정했다던가 하는 불평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닌지 오래된 얘기이다.
뭐, 학교측에서는─그쪽의 의견은 알 방법이 딱히 없으므로, 정확히는 몇몇 교사들의 말로는 블리자드의 겨울의 추위나 폭설은 악명이 높은 상태여서 교통이 어렵기 때문이라던가. 물론 그런 말은 1학년들 조차 믿지 않고, 교사들도 믿으리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얘기 정도는 이 학교의 존재에 비하면 그다지 크게 거론할 일도 아니라는 듯, 아무도 지나가는 얘기 이상으로는 하지 않긴 하지만.
◇
'드디어 내일인가.'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 한 채(밖에서는 또 다시 누군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며 혼자서 쓰기엔 좀 큰 방이라는 생각을 했다가, 세 명이서 쓰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방금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얼굴의, 아이 같은 외모를 가진 누군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뭐야, 너도 밖으로 나갈 일이 있나보네?"
이미 책상으로 향하고 있는 그의 뒤에서 신발을 벗는 소리와 조금 숨이 가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소년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그의 책상처럼 보이는, 가장 가까운 책상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밖이 좀 시끄러워서 잠깐 문을 열었던 것 뿐이야."
"그래. 시끄러워서 미안해."
이제 책상을 향하는 그 '아이' 의 뒤에서 한번 더 문이 열리며, 호리호리한 체격의 한 남자아이가 들어오며 말했다.
"너희들이 시끄러웠다고는 안했어."
"'너희들' 이 아니라 '나다' 라고 해야지. 난 대신 사과한 것 뿐이야. 이 자식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못들었어?"
방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있잖아. 넌 정작 저렇게 시끄러운 소리는 못 듣고 다른 것 가지고 시끄럽다고 한거야?"
정말 진지한 듯이 정색을 하며 큰 키의 소년이 말했다.
"난 지금 이 방 앞에서 떠드는 것들이 시끄러워서, 나다가 떠드는 소리는 못들은 것 같은데."
"아, 또 그 얘기냐."
나다라고 불리는 소년이 지친 듯이 책상에 엎드리며 말했다.
"이번에도 이 근처엔 아무도 없어. 뭐, 누가 있다고 해도 나 때문에 어디 멀리 갔겠지만."
"그거, 지금까지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번에야 말로 병원에 가봐야 할지도 몰라. 무슨 병인 것 같다고. 날라 너."
마지막으로 자신의 책상으로 도착한 큰 키의 소년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날라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읽던 책 위에 올려놓은 뒤 나다처럼 책상에 엎드린다.
"아, 몰라. 아무튼 난 그런게 보였으니까 그렇다고 한 것 뿐이야. 별로 연기 같은 건 한 적 없지만, 병원에 간다면 연기였다고 하겠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정말 힘든 듯이, 나다가 침대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하지만 그게 연기였다면 그 전에 넌 '연기력' 으로 지금이라도 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 걸."
후우, 하고 긴 한숨을 쉬며 날라는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현관문을 열었을 때의 장면을 회상했다. 여기저기 몰려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과 그 사이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어쩌면 그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나다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한두번도 아니고...' 라고 누가 말한 것 같았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잠시 동안의 정적 후에, 날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의 정반대편에 있는 베란다로 나가서 하늘을 바라본다.
이제 많이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본다. 별은 잘 보이지 않지만, 찾아보면서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별로, 신기하지도 않네,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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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E-야기' 란, E-Sports의 이야기라는 뜻에서 적었습니다. 그래봐야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들에 대해서로 짧아지지만요.
프롤로그에서 알아낼 수 있는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대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엔 1편에서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넣은 프롤로그여서, 별 내용도 없는 상태이니까요.
'블리자드' 란 명칭에서 뭔가 유추해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죠. 아마, 글의 반 이상은 패러디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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