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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7/19 11:39:14
Name 퉤퉤우엑우엑
Subject [소설] My Team-1
이 이야기는 완전한 픽션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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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승리는 한빛에 돌아갑니다!"
"예, 이번에도 Pascal팀은 1경기 조규준 선수의 승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졌군요."
"이것도 하나의 징크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차라리 들리지 않았으면 더 좋으련만.
또 졌다. 내가 한번은 이겨줘도, 나의 팀은 그걸 받쳐주지 못한다. 항상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게 팀은 그저 '2번만 이겨' 주거나, '2번만 지는' 것으로 충분한 존재였다. 하지만 현재의 내팀-Pascal은 그것마저도 지켜주지 못한다. 내게 방해만 될 뿐이지.


내가 이 팀에 입단한 건 몇달 전일이다. KTF, SKT등 거대한 이통사에 비해 작은 출판사에 지나지 않는 이 팀은 그런만큼 환경도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내게 그런건 크게 신경 쓸만한 일이 되지 않았다. 그저 어서 아무팀에나 입단하고 프로게이머로서 데뷔를 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충분히 후회하고 있다. 난 에이스 결정전을 제외하고는 단 한경기 밖에 나가지 못하고, 그 한경기를 이겨줘도 '나의' 팀은 2번을 이기기보다, 2번만 지는 것보다 3번을 먼저 져버린다.
이번 스카이 후기리그에서의 첫경기인 오늘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겨봐야 우리팀은 나머지 경기를 무력하게 패배할 뿐이다. 차라리 팀배틀 방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적을 고려한 적도 여러번 있지만, 이적만큼은 웬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재혁이가 Pascal에 나와 같이 소속되어 있다는 것도 들어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내가 프로리그에서 계속 승리하고, 개인리그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우승을 한 적은 아직까지 없지만, 데뷔에서 4강에 진출까지 했다는 것으로 난 이미 충분히 에이스가 되어있었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형 잘못이 아니잖아요."
"4경기에서 몰래 리버가 걸리지만 않았어도 이긴거였어요. 운이 안좋았던 거 뿐이에요."

내게는 충분히 일상적인 대화로 들린다. 누군가가 사과를 하고, '아니다' 라고 말하며 다른 이유를 대준다. 걸으면서도 계속 일상적인 대화가 계속된다고 생각했기에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차에 올라타고나서(밴이 있다는 것이 언제나 신기하다)그들의 대화는 멈춘다.

"매번 사과하지 말아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그게 어디까지나 '팀'인 이유니까."

의율이 형의 목소리다. 나보다 한살 많아 올해 스물 셋인 이 형은 팀내에서 가장 대인관계가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밖으로도 그렇겠지.

숙소에 도착했다. 총 8명의 선수가 쓸 방은 2개. 4명씩 나눠서 써야한다.
내가 쓰는 방에는 재혁, 의율, 그리고 주장인 상균이 형이 있다.

모두 피곤에 지쳐 옷만 대충 갈아입고 드러 눕는다. 팀내에서 매일 샤워를 하는 사람은 몇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최소한 이 방에는 그 몇명에 포함되는 사람이 없다. 2개 있는 침대-사실은 커다란 하나의 침대에는 연로자 둘이 자고, 그 아래엔 나와 재혁이 자리를 잡는다.

"취침 소등하겠습니다."

원래 장난기가 많은 재혁이 많이 어색한 말투로 말한다. 상균이 형은 현역 판정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에 생긴 장염으로 공익으로 빠졌기 때문에 군대를 간 사람이 없는 이 방에서 재혁의 말투에 아무도 웃지 않는 건 당연하다.
피곤했던 일정 때문인지 눕고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
잠들면서 피곤과 함께 모두에게 돌렸던 원망도 깨끗이 잊고 싶다.


"형, 규준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중간에 대화소리에 이끌려 잠이 깨버렸다. 아직 어둡다. 새벽 쯤 됐겠지.

"어떻게 생각하냐니, 뭐에 대해서?"
"그러니까, 프로리그에서 규준이의 태도라든가 생각이라든가."

아직 비몽사몽인 상태라 목소리로는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명이 재혁이란 건 확실히 알겠어. 그것보다, 왜 두명이서 이런 시간에 얘기를 나누고 있는거지?

"글쎄. 분명히 실력은 좋아. 하지만..."

재혁이 대답을 기다리는 듯 가만히 있자 상대는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팀에 대해서 좀 더 생각했으면 한다. 물론 우리가 성적을 부진하게 낸 것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팀웍이란 걸 맞춰 줬으면 해. 스타라는 게 경기가 시작되면 자신과 상대만의 1:1이라고는 하지만 그 전에 팀원끼리 대화라든가 서로 연습상대가 되어 주던가..."

잠시 쉬더니 말을 계속 한다.

"팀웍이라고 해봐야 단순한거고 작은거지만 그 작은것이 얼마나 큰 건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 말이 좀 길어졌네. 빨리가자. 모두들 기다리잖아."

이튿날, 내 경기가 없는 날이기에 늦잠을 잤다. 아침 시각은 11시.

'오늘 경기가... 아, 서바이버가 있구나.'

내 주변에 있어야 할 3명이 모두 없으니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새벽에 들었던 대화 내용은 거의 잊었다. 반은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들었으니 꿈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의 대화라고 생각하며 일어났다.

연습실에 내려가 본다. 지하에 있는 연습실은 총 10대의 컴퓨터가 있고, 꽤 넓다.
문을 열자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모두가 연습실에 있었다. 얼핏 봤을 때, 재혁이와 상균이 형이 2:2연습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오늘 오후에 서바이버 리그가 있는 선호의 연습상대를 번갈아 해주고 있다.

'가만, 오늘 오후...? 아침부터 서바이버 때문에 나갈리가 없는데 난 아까 무슨 생각을 한거지...'

이들이 있을 곳은 당연히 이 연습실이었던 것이다. 평소에 TV를 즐겨보던 동규와 성도 연습실에 남아 재혁과 상균이 형의 연습상대가 되어 주고 있다. 선호는 서바이버 준비에 여념이 없고, 그것을 의율이 형과 동인이가 도와주고 있다.

선호의 연습상대가 의율이 형에서 동인으로 바뀌고 나서야 날 발견한다.

"어, 규준이 지금 일어났냐?"

조금은 커서 온방에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전부 쳐다볼 법도 하건만, 헤드셋은 그보다 더 강한가 보다.

"그것보다, 아침부터 왜 여기들 모여 있는거에요? 갑자기 뭔가 이상한데."
"왜 모여있냐니. 네가 기뻐해야 할 일일텐데."
"...?"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한다.

"네가 원하는 거잖아. 우리가 2번만 이겨보는 거."

...그런건가.
난 속으로만 생각했다고 여겼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그걸 입밖으로 말했던 적이 있던가. 아니면 다른 팀원들이 눈치로 알아낸 것일지도 모르겠지.

방금 막 경기가 끝났는지, 재혁이와 상균이 형이 헤드셋을 벗고 나를 발견한다.

"어어, 왔네."
"일찍일찍 좀 일어나라. 그렇게 게을러서 뭐 하겠냐."

내가 경기 때 팀원들을 잘 믿지는 않아도, 그렇게 이미지가 나쁘게 박힌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하고 실감한다. 나 혼자서 그런 불신의 벽을 쌓아버린 건지도 모르겠다만.

"아, 규준아. 마침 할 얘기 있었는데 나한테 시간 좀 내주라. 상균이 형, 잠깐만요."

재혁이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지나가는 길에 앉아있던 의율이 형에게 양해를 구하고 길을 내어 나에게 온다.

"올라가서 할 말이야."

재혁이와 계단을 올라간다. 그리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니, 마음 편하게 먹어도 되겠지.
거실에 와서 소파에 앉는다.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리모콘이 보이고 그 앞에는 TV가 보인다. 평소엔 눈여겨 보지 않았던 SamSung마크가 붙어 있다.

"할 말 있다며. 해봐."
"어, 그게..."








1부-The End

조만간 2부가 올라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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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19 11:51
수정 아이콘
오 재밌는데요
근데 2부작으로 될런지
하얀그림자
06/07/19 16:14
수정 아이콘
흐음, 원맨팀에 대한 걸 주제로 한듯 하군요. 재밌네요.
뱀다리후보생
06/07/19 17:01
수정 아이콘
원맨팀이라,
프로게이머는 성격 나쁘면 못하는 직업같은데...를 더더욱더
느끼게 해주는것 같군요 ㅋ
06/07/19 23:14
수정 아이콘
호오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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