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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7/19 06:36:33 |
Name |
대인배백작 |
Subject |
박은선 징계는 축협의 잘못된 판단 |
한국 여자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호주에 참패했다. 4 대 0. 근래의 빅 이벤트에서 여자 대표팀이 펼친 보기 드문 졸전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한 한국 여자 축구의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간 우리 팀이 보여주고 있는 수준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밑바닥의 행정은 썩은 물로 잔뜩 고여 있으며 그러한 썩은 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번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컵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 여자 축구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빠진 상황에서 우리가 어려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간판 골잡이 박은선을 뺀 채 출전하게 되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국가대표 주전 골게터였던 박은선은 이미 한국의 클래스를 뛰어넘는 기량, 아니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확보하고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즉, 앞으로의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이기 이전에 이미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 완성된 선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 잘 차는 여자 축구 선수가 박은선이라는 사실은 이미 축구계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기정사실이며 그 동안 한국 여자 축구의 각급 대표팀은 그녀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었다.
박은선은 이번 대표 팀 합숙 과정 중 숙소 이탈과 불성실한 훈련을 사유로 문제를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의 탈락을 놓고 축구 협회와 코칭스태프는 원칙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지만 선수 본인은 그보다 더 기본적인 한국 축구의 시스템에서 느낀 회의를 토로했다. 그리고 그녀의 얘기 중 '처음부터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는 부분은 우리가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 이유가 그녀의 주장대로 이전의 징계와 관련이 있어서이건, 아니면 대표팀 관계자들의 얘기처럼 정말 그녀가 팀의 합숙 훈련 자체에 염증을 느껴서이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그녀가 대표팀에 합류해서 훈련을 하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선수가 내린 하나의 결정이며 선택이기에 분명히 존중받아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자 축구에서 이런 저런 스타플레이어들이 감독과의 마찰, 또는 개인 신상의 이유 등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사건들은 결과에 따라 비판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은 때로는 코칭스태프에게, 때로는 선수에게 돌려지곤 했다. 예전 아일랜드의 로이킨이 감독과의 마찰로 대표팀을 떠났던 사건은 이와 같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박은선의 경우도 사정이 어찌 되었건 간에 그녀 본인이 팀 훈련에서 이탈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대표팀 합숙을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박은선은 아시안컵에 참가하지 못했고, 한국 팀은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너무나 간단하고도 자명한 이번 사건의 진실인 것이다.
그래, 스타플레이어를 팀에 합류시키지 못하고 좋지 못한 경기 내용을 펼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원칙을 어기고 팀플레이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수를 합류시키지 않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당연한 권리이자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결정된 축구 협회의 징계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협회에서 박은선에게 내린 두 번째 징계, 또 한 번의 6개월 출장 정지는 아직 어린 그녀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약물 복용과 같은 커다란 스캔들로나 가능할 정도의 가혹한 징계를 대표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사실, 아니 대표 팀 훈련에서 이탈했다는 사실 하나로 결정했다는 점은 축협의 행정이 얼마나 구시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박은선은 작년에도 협회에서 3개 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당했다. 그 이유는 박은선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실업 축구로 직행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세상에 공부 대신 취직을 택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었기로서니 그것을 출장 정지라는 징계로 대응하는 처사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축구팀의 선수 수급 능력이 부족하다면 대학 축구팀을 없애야 하는 것이지 선수들의 강제적인 진학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자발적인 선수들의 의사와 관계없는 일방적인 시스템의 강요로 만들어진 인프라는 어차피 거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어린 선수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유지시키는 축구 행정은 일시적인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수많은 선수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폭력과도 같다.
몇 달 전 박은선에게 내렸던 부당한 징계를 풀어준 것도 바로 축협이었다. 아이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선수가 필요해지니 바로 그녀에게 선심을 쓰는 듯 경기 출전을 허락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내려진 6개월의 징계 결정. 이번에는 대표 팀 합숙 이탈로 인한 징계라고 한다. 정말로 그들의 우스운 졸속 행정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녀가 기량이 떨어지거나 대표팀의 팀웍에 해가 되면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선수들의 기본적 선택권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기초적 환경까지 박탈하려는 그들의 모습은 깡패나 조폭의 행동과 하나 다를 바가 없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계가 그녀를 키웠는데, 그녀가 대표팀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팬들이 그녀에게 비판을 가해야 할 문제지, 축협이 폭력적 징계로 그녀에게 벌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니폼니쉬 감독은 부천의 게임메이커 윤정환이 각급 대표팀에 너무 자주 차출되던 시기에 그를 소속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니폼니쉬는 ‘윤정환과 같은 선수는 대한민국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윤정환에 대한 니폼니쉬의 애정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얼마 전 그의 한국 방문 때 수많은 제자들이 그를 만나러 간 것을 보면 그가 윤정환을 보듬었듯이 다른 수많은 선수들도 굉장히 아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포근하게 그 선수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훌륭한 어른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나는 우리 축구계의 어른들에게 그와 같은 자세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선수의 앞길을 터주지는 못할망정, 그를 막는 행위를 보이는 속 좁은 사람들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칙의 사수와 규율의 엄격성보다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원칙과 규율의 타당성과 선수들의 권리라는 점을 우리 축구계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출처는 스포츠서울의 칼럼입니다.
어리디 어린 선수가 '처음부터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할수 밖에 없었던
저변 상황이 궁금하네요.
가령 제다 다니던 고등학교 축구부에서나 볼 수 있는 '~한 것들이 너무나도 싫어서 합숙
소를 잠시 이탈했었습니다.' 라는 상황이, 국가대표 팀에서도 나올수가 있군요.
박은선 선수의 집이 가난하다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돈벌어서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
날려고 실업팀입단을 한건데 그게 괘씸죄로 몰려서 대회출전 정지 시키고 이번엔도 6개
월 정지 시키다니... 오죽하면 축구 그만두고 싶다고 할까요?
대승적 차원에서 축구발전을 위한 축구협회가 존재하긴 하는지요?
하은주 선수의 경우처럼, 어리디 어린 재능을 해외로 몰수밖에 없는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팬들의 입장에서는 누구탓을 해야하나요?
항상 붉어져 나온 축구협회의 졸속한 행정력에 대한 비판도 외려 면역력이 생길 정도입니다.
P.S 오랜만에 니폼니시 감독님과 윤정환선수 얘기가 나와서 무척 반갑군요.
개인적으로 윤정환선수.. 한국에서 가장 창조적인 패스를 구사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었는데...98년 차범근 감독님시절의 독일식 3-5-2 축구에 체격,체력을 중시하는 선발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었죠. 02년 히딩크 감독님도 마찮가지로 하드웨어를 우선하는 타입이라...결국 언론과 팬들의 기대에, 23인 엔트리에 포함되지만 정작 본선엔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지성선수가 '노력'형이라면 '정환'선수는 '천재'형이라 할 정도로 어릴때부터 참 화려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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